250화. 후회 없는 삶
“어머…….”
장연정은 무대 위로 차곡차곡 끝도 없이 올라오는 오케스트라를 보았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부른 거야?”
조용수가 옆에서 웃으며 물었다.
“연정 씨는 무대에 오케스트라 세워 본 적 있으세요?”
“당연히 있죠. 단독 무대는 아니었지만.”
조용수는 피식 웃고는 중얼거렸다.
“TV고려가 정말 작심했네요. 결승전 경연 한 곡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 주는 걸 보면.”
장연정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호호. 결승전이라 그런 건지, 가수에게 공을 들이는 건지는 두고 봐야 알겠죠?”
조용수는 이 말에는 대답 없이 빙그레 웃었다.
경연자들 모두 화려하고 멋진 무대를 펼쳤지만, 이 정도 스케일은 없었다.
무리한 무대 연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덕군이었기 때문에 제작진에서 따랐던 것이다.
“완전 풀셋으로 섭외했네.”
아직도 나오고 있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보며 장연정은 혀를 찼다.
무대의 반 이상이 그들로 인해 꽉 채워졌다.
“춤은 못 추겠는데요?”
븀은 아쉽다는 듯 말했고, 박청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거들었다.
“그러게. 난 덕군이 댄스곡 부를 때가 제일 좋던데. 잘생긴 애가 춤까지 잘 추니까 너무 멋지잖아.”
제작진의 음성이 들렸다.
[세팅 끝났습니까?]
[잠깐 조율 좀 할게요.]
[네! 다 되면 말씀 주세요.]
♪♬♩ ♪♬ ♪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플루트, 오보에…….
오케스트라의 튜닝 연주가 시작되었고, 풍성한 음색에 관중들은 놀라서 수군거렸다.
―뭐야, 오페라에 온 거 같잖아.
―오페라 가 봤어?
―……아니.
마스터 성지는 판정단 앞쪽에 앉은 마스터들 뒤통수를 향해 들리게 말했다.
“2라운드 무대 준비 잘했을 거 같은데, 너무 아쉽다. 1라운드 점수가 너무 낮아서…….”
“흠!”
이 말에 앞 좌석의 마스터들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때,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손을 들고 말했다.
[준비됐습니다!]
스태프는 김승주를 향해 큐 사인을 보내며 소리쳤다.
[헬로우 트롯맨, 2라운드 마지막 무대 시작합니다~ 하이~ 큐!]
* * *
“네! 시청자 여러분, 잘 쉬고 있으셨나요? 광고 시간이 좀 길었죠? 하하. 지금 무대를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김승주는 뒤로 손을 뻗으며 큰 소리로 소개했다.
“헬로우 트롯맨 결승전 무대를 위해 정말 귀한 분들이 오셨습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입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우와아~
―등장부터 놀라긴 했지만, 서울시립교향악단이었어?
―왜? 유명한 데야?
―이름 봐 봐. 유명할 것 같잖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마무리를 부탁드립니다.”
김승주는 지휘자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고, 지휘자 또한 김승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자!”
―…….
김승주의 외마디 말에, 웅성이던 관중석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마지막 무대입니다!”
두근. 두근.
“헬로우 트롯맨 화제의 중심엔 항상 이 남자가 있었죠. 예선전에서 똬리를 틀며,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 감더니, 장르별 팀 미션에서는 신명나는 품바로 모두를 춤추게 해 줬습니다.”
뚜벅. 뚜벅.
이 정신없는 가운데서도 무대 뒤의 걸음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데스 매치에서는 오매불망 장미로 전 국민을 울렸고요, 트롯콘서트에서는 멋진 리더십으로 팀 전원을 다음 라운드로 진출시켰습니다. 모두가 살벌하게 준비하던 준결승에서는 편안한 반전 무대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달래 주었죠.”
뚜벅. 뚜벅. 뚝.
이제 걸음 소리가 멈췄다.
“드릴 말씀이 많지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하하. 화제의 참가자에서 이젠 명실상부한 최고의 별이 되어 버린~~!!”
[7번 덕군]
“덕군입니다!”
―우와아아아~~~~~~!!
―덕군! 덕군! 덕군! 덕군!
―덕군아~ 우승 가자!!
―사랑해~!
―그동안 고마웠어!!
―더 사랑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무대 중앙으로 나온 덕군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하하.”
덕군은 눈이 살짝 부어 있었다.
“혹시 우셨어요?”
“아, 네. 앞선 참가자들이 자꾸 울려서요. 저 못하게 하려고~ 전략적인 거 같아요.”
―하하하.
―맞아~ 허경구가 잘못했네. 앞에서 사모곡을 부르면 어떡해~?
―센스쟁이 덕군~
김승주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렇네요. 고도의 전략일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군은 잘해 낼 거란 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네, 잘해 보겠습니다.”
김승주는 덕군의 복장을 위아래로 살피며 말했다.
“복장이 좀 의왼데요? 전 당연히 핑크 정장을 입으실 줄 알았는데.”
덕군은 검은색 연미복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포마드를 발라 머리를 깔끔하게 넘겼다. 품격이 느껴지는 멋진 신사의 모습이었는데, 오케스트라와 잘 어울렸다.
“곡 분위기에 맞춘 것도 있고요. 뒤에 있는 오케스트라분들을 생각했을 때 핑크 정장은 좀 아닌 것 같아서요.”
“하하. 그렇군요. 오케스트라 앞에서 핑크 정장 입고 노래 부르면 좀 안 어울릴 것 같긴 합니다.”
덕군은 빙그레 웃었다.
“1라운드 점수가 낮은데, 염려되진 않나요?”
“염려됩니다.”
“어?”
당연히 ‘괜찮습니다’나 ‘잘하면 됩니다’ 같은 대답을 예상했기에, 김승주는 약간 당황했다.
덕군은 단호한 눈빛으로 확실하게 말했다.
“전 우승하고 싶거든요.”
“…….”
관객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
―덕군! 덕군!
―그래! 우승 가즈아~!!
―아~ 솔직하고 좋다~ 그래야지!
―남자는 패기지!
김승주는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멋지네요! 좋은 결과 있길 바라겠습니다!”
무대 옆으로 비켜서며 소리쳤다.
“자꾸 아쉬운 마음 때문에 말을 시키고 싶지만, 하하. 이제 멈추겠습니다. 헬로우 트롯맨의 마지막 무대!”
오케스트라는 연주 준비를 하고, 덕군은 천천히 숨을 몰아쉬었다.
“덕군이 부르는 인생곡입니다!”
김승주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울기는 왜 울어!”
* * *
♪♬♩ ♪♬ ♪♬♪♬♩
트럼펫 소리를 시작으로.
바이올린, 비올라 등 현악기들이 일제히 소리를 내었다.
뚜루두 두두루루 두두
플루트의 짧은 솔로 뒤에.
트렘펫이 일제히 다시 불을 뿜었다.
빵~ 빵~ 빠라 빠라바 빠~~
커다란 북, 팀파니가 전주의 마지막을 울렸고.
둥둥 두~ 둥둥 두~ 둥둥 두 두루두루두 두!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선 덕군이 목소리를 세차게 긁으며, 120명의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갔다.
울지 마악!
울기~는! 왜 울어~~~
호랑이 같은 울부짖음.
성난 파도처럼 시작을 몰아치더지, 그다음 소절은 관중을 달래듯 불렀다.
고까짓 것~~ 인연 때문에~~~
빠라 빠밤 빠~ 빠라 빠밤밤~
트럼펫이 덕군의 목소리를 받았다.
눈 속을 거닐며~
추억일랑 묻어 버리고~
한잔 술~~ 로 잊어버려요~~
후렴에 들어가는 지점.
여기서 120명의 관현악단이 동시에 연주를 시작했다.
쿵짝 쿵짝 쿵짜작~
두둥 두 두둥 두 두둥 두 두!
웅장함에 관객들은 기가 빨려 환호성도 지르지 못했다.
덕군은 스탠드에서 마이크를 뽑았다.
그리고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한 참가자들이 모인 객석으로 다가가 후렴을 내질렀다.
어차피~~ 인생이란~!
이별이~ 아니더냐~~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치듯 불렀다.
울지~ 마아! 울기는! 왜 울어~~
바보처럼~~ 울기는~~ 왜 울어~~
* * *
[울지 마~ 울기는 왜 울어~]
[고까짓 것 후회 때문에]
재원예중의 민요 쌤은 결승 무대에서 열창을 하는 덕군을 보며 계속 눈물을 훔쳤다.
“엄마, 울지 말라는데 왜 울어?”
그녀의 옆에 중학교 1학년인 딸이 말했다.
“모르겠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
“…….”
“위로받는 거 같지 않니? 쟤는 어쩌면 이렇게 사람 마음을 잘 만져 줄까.”
딸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말했다.
“위로? 내 눈에는 그냥 노래 잘 부르는 멋진 오빠인데?”
훌쩍. 훌쩍.
민요 쌤은 딸의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덕군이 딱 너만 할 때 만났었는데.”
[커다란 파도에~ 슬픔일랑 던져 버리고~]
[돌아서서~~ 웃어 버려요~]
“요즘 TV로 자주 봐서 행복했는데…… 마지막이라니 아쉽네.”
딸은 민요 쌤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엄마, 내가 연예인 오빠는 딱 보면 알거든? 덕군 오빠 앞으로 TV에 많이 나올 거야. 아쉬워하지 않아도 돼.”
딸은 민요 쌤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울지 마.”
* * *
관현악단의 연주가 멈추고.
난 숨을 몰아쉰 후 한 음 한 음 소중히 뱉어 내었다.
어차피~~~ 인생이란~~~
아빠의 얼굴이 보인다.
어쩌다가 끔찍한 직장 상사의 아들로 환생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어떻게 아빠로 받아들이고, 잘 지내게 됐는지도 이해는 안 되지만…….
사는 게~~ 아니더냐~~~~~!
마음이 가는 대로.
이번 삶은 망하더라도 후회되지 않게. 그저 내가 원하는 걸 하며 열심히 하루를 살았다.
소중한 가족들, 신바람 선생님, 정진 형, 찬우 형, 하뉘 누나, 보뉘하뉘 제작진, 재원예중 친구들…….
그리고 어디서든 날 지켜봐 주는 팬들.
울지 마~~~
난 아랫배 저 끝에서부터 끌어내어 소리쳤다.
울지 마~~~~~~~ 악!
내 노래에 눈물짓기도 하고.
함께 기뻐하며 소리쳐 주는 사람들.
그들이 지금도 내 무대를 봐 주고 있다.
난 행복하다.
너무나 행복하다.
울기는~~~ 왜 울어~~~!
그러니까, 울지 말자.
여러분도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울지 말고 웃었으면 좋겠다.
바보처럼~~~ 울기는 왜 울어~
지금 볼 위로 물기가 느껴지긴 하지만.
난 웃었다.
지금은 기뻐서 우는 것이다.
모든 게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울기는~~~~~
왜에~ 울어~~~~!
두둥 두두구두구 두두둥둥
빰~ 빠암!
오케스트라의 힘찬 반주와 함께.
헬로우 트롯맨의 마지막 노래를 끝마쳤다.
―우와아아~~~~
* * *
“대, 대단합니다! 우와~~~ 이거 말이…… 크흡.”
김승주는 울컥해서 멘트를 하다가 멈췄다.
―덕군~~ 덕군~~~
―사랑해~ 울지 마~~
―안 울게~ 울지 마~~
울지 말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무대, 판정단, 관객 모두 눈물바다였다.
덕군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휴우~”
김승주는 숨을 몰아쉰 후 판정단석을 바라봤다.
“장연정 마스터님?”
장연정 또한 눈가를 훔치다가 고개를 들었다.
“덕군 무대 어떻게 보셨습니까?”
“아…… 정말.”
장연정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참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음…… 뭐랄까…… 음악을 통한 위로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나 다 아픔이 있죠. 이별일 수도 있고, 미련일 수도 있고, 후회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덕군이 훌훌 털어 버리고 울지 말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었죠.”
―맞아요!
―나 진짜 감동받았어~
“멜로디와 가사, 무대가 어우러져 그 위로가 고스란히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노래가 한 4분 정도 됐죠? 그 짦은 시간 동안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장연정은 일어나서 덕군을 향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이 멋진 무대를 보여 주셔서 감사하고요, 그리고 트롯을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연하는 동안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짝짝짝!!
공연장에 있는 사람들이 장연정을 따라서 박수를 쳤다.
김승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조용수 마스터님도 한 말씀 하시죠?”
조용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덕군! 소속사 사장님 곡만 부르지 말고, 저한테도 기회 좀 주세요. 덕군한테 곡 하나 주고 싶은데.”
김승주는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오~~ 대한민국 최고의 작곡가님이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덕군 님, 받아 주실 건가요?”
덕군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다음에 한번 하시죠!”
“아하~ 이거 인사치레성 발언인데, 어쨌든 승낙받았으니 축하드립니다.”
조용수는 환히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그때 제작진이 김승주에게 큐시트를 건네었다.
“마스터 점수가…… 벌써 나왔군요? 웬일일까요? 덕군 점수는 항상 오래 걸렸었는데, 하하. 마스터 점수 중 최고점과 최하점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승주는 제작진이 건넨 큐시트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스터 점수 중 최고점은 100점! 그리고 최하점은…….”
김승주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99점입니다! 굉장합니다!”
―우와아아~~~!
―우승! 가자아~ 가자아~
―덕군! 덕군!
김승주는 큰 소리로 외쳤다.
“자, 그럼! 덕군의 2라운드 무대 마스터 점수 발표하겠습니다! 점수~~~~ 보여 주세요!”
[994점!]
“구백! 구십! 사 점! 구백구십사~읏!”
김승주는 소리를 지르다가 목이 쉬어 버렸다.
“994점! 994점! 1,000점 만점에 단 6점 모자란 994점! 엄청난 점수가 나왔습니다! 레전드 무대에 이은 레전드 점수!”
―우와아~~!
―덕군! 덕군! 덕군! 덕군!
공연장은 덕군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로 가득 찼다.
“1라운드 점수가 좀 낮긴 했지만, 이러면 최종 점수가 어떨지 모르겠는데요! 덕군!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덕군은 고개 숙여 인사했다.
“2라운드는 마스터 점수만 공개합니다. 다음은 결승 축하 공연이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헬로우 트롯맨 참가자들이 탑 세븐에 견줄 팀을 구성했다고 하는데요~ 큰 응원 부탁드립니다. 무대가 끝난 뒤 최종 순위 공개 및 시상식이 있겠습니다! 잠시 후에 뵐게요!”
덕군은 인사 후에 들어갔고.
곧바로 헬로우 트롯맨 출연자들 일곱 명으로 구성된 그룹 ‘트로피칼’이 나와서 노래를 불렀다.
센터는 덕드래곤이다.
* * *
―종근이 형~!!
―데이비드 사랑해~ 토끼 귀여웠어~!
―섹시 정진~!!
―덕군! 덕군!
최종 순위 발표를 앞두고, 무대 위로 올라온 탑 세븐.
저마다 응원하는 사람을 외치는 소리에 공연장은 난리도 아니었다.
“자자, 조금만 진정을~”
김승주가 소리쳐도 소용없다.
몇 번 더 소리치다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그냥 진행을 해 버렸다.
“최종 순위 공개하겠습니다!”
―…….
이 한마디에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1, 2라운드 마스터 점수와 관객 점수. 그리고 대국민 응원 투표 점수를 합산하여 최종 순위가 결정됩니다!”
대국민 응원 투표는 덕군의 무대가 끝난 뒤 종료되었다.
“자~ 그럼! 헬로우 트롯맨! 7위부터 발표하겠습니다. 보여 주세요!”
두구. 두구. 두구.
관중들은 숨죽이고, 무대 화면만 바라봤다.
[7위 허경구 3,666점]
“네~ 대한민국 아빠! 허경구 씨가 7위를 차지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허경구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다음 순위 보여 주세요!”
[6위 데이비드 강 3,685점]
[5위 신건 3,730점]
―아, 신건 아쉽다.
―데이비드…… 선곡만 좋았어도
응원하는 가수가 빨리 불린 것에 대해 일부 관객들은 아쉬워했다.
“4위부터가 박빙입니다. 이제 이찬우, 정진, 김종근, 덕군이 남았는데요. 이 중 1라운드 순위에서는 덕군이 가장 낮았습니다.”
―그런 얘기 뭐 하러 해요~
―덕군 안티인가 봐~
김승주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오해입니다~ 오해! 저는 덕군 팬입니다. 뭔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하하.”
덕군과 정진은 서로 손을 꼭 잡고 있었다.
“4위입니다! 보여 주세요!”
두구. 두구. 두구.
[4위 정진 3,844점]
“정말 아쉽지만, 정진이 4위입니다. 와~ 3위와 단 1점 차이라고 하네요. 헬로우 트롯맨의 드라마를 써 온 참가자죠!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정진~ 잘했어~
―괜찮아~ 앞으로 더 날아오를 거야~
덕군은 정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형 괜찮지?”
“물론 괜찮지~ 4등이 어디냐?”
정진은 환하게 웃으며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김승주는 진행을 이어 갔다.
“이제부터 순위권입니다. 대한민국 헬로우 트롯맨의 3위! 발표하겠습니다! 이번에도 2위와 1점 차이네요!”
[3위 이찬우 3,845점]
“축하드립니다!”
이찬우는 큰 박수를 나오며 앞으로 나왔고, 덕군이 가장 먼저 그를 안아 주었다.
“찬우 형, 축하해!”
덕군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형 진짜 잘했어. 형이 부른 ‘17세 순이’는 내가 들어 본 것 중에 최고였어.”
“하하, 그래, 고맙다.”
무대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을 즈음.
김승주가 무게를 잡았다.
“이제…… 우승 발표만 남았습니다.”
* * *
김종근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덕군아.”
“네, 형님.”
“축하한다.”
“저도요. 형님 축하드려요.”
우리는 최소 준우승 확보다.
난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서 축하한다고 했지만, 김종근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네가 우승이야. 미리 축하한다고.”
“에이~ 형님, 그건 모르죠. 그랬다가 형 이름이 불리면 정말 얄미울 것 같은데. 하하.”
김종근은 고개를 저었다.
“네가 부르고도 모르니?”
“…….”
“네 두 번째 무대 말이야, 울기는 왜 울어.”
김종근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그런 무대를 직관해서 영광이다. 너 이제 겨우 22살이잖아. 와, 어떻게 그런 무대를……. 넌 정말 레전드 가수가 될 거야.”
나 또한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전 오십이 넘은 신인 가수가 훨씬 더 대단해 보이는데요? 하하.”
김승주가 외쳤다.
“자! 이제 발표하겠습니다!”
두구. 두구. 두구. 두구.
“2019년 대한민국에 몰아친 트롯 바람! 그 광풍의 중심에 설 인물! 헬로우 트롯맨 최종 우승자는 과연 누구일까요?”
두구. 두구. 두구. 두구.
“김종근과 덕군! 누가 우승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최고의 무대를 보여 줬고요, 헬로우 트롯맨 내내 화제의 중심에 있던 두 남자!”
두구. 두구. 두구. 두구.
“발표하겠습니다! 우승자는~ 바로~~~~!!”
눈을 감았다.
나의 두 번째 인생.
일곱 살 때 인생 목표를 잡았었고, 결국 여기까지 왔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쉬운 게 있었을까?
노력?
인내?
열정?
짧은 순간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봤다.
고민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만약 이번 생을 다시 산다고 해도.
지금처럼 열심히 살 자신이 없다.
그만큼 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조금도 아쉬운 게 없다.
내 두 번째 인생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왜냐면 어떻게 살았는지.
그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최종 우승자 덕군]
“덕군!!! 축하합니다! 헬로우 트롯맨 우승자는 덕군입니다!”
―우와아아~
두 번째 인생을 살아 보고 나서야 깨닫는다.
삶은 배신하지 않는다.
노력과 열정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
―덕군! 덕군!
“우와아아악!!”
난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축하해 주는 사람들.
나와 그들을 위해 마음껏 기쁨을 만끽했다.
―우와아아아아~!!
―덕군! 덕군!
* * *
두 달이 지났다.
약 4개월간 헬로우 트롯맨 녹화 때문에 정신없이 보냈다.
끝나고 나면 좀 쉬고 싶었고, 가능할 줄 알았는데.
더 바빴다.
TV고려에서만 4개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며, 탑 세븐을 거의 매일 만나고 있다.
거기다가 광고 촬영에, 공연에, 팬 사인회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통장 잔고는 계속 늘어 갔다.
처음엔 불어 가는 재산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어느 때부턴가는 귀찮아서 확인도 안 하게 되었다.
정말 바쁜 몸이 되었지만.
오늘.
오늘만은 모든 스케줄을 뺐다.
강남구 신사동의 최고급 호텔의 연회장 앞.
난 사회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
신바람이 나타났다.
“빨리 오세요!”
“하아~ 자식, 뭘 굳이 이 노인네한테 사회를 보라고.”
“칠순 잔치는 신바람이죠!”
“뭐 인마? 유명 MC들 많잖아! 네가 부르면 다 올 텐데!”
“제가 신바람 MC를 원합니다.”
“하하, 거참.”
“행사비 많이 드리잖아요~”
[박순애 여사 고희연]
박순애 여사. 내 친할머니의 칠순 잔치다.
오늘 유명 손자를 둔 덕을 톡톡히 알려 드리고 싶었다.
정말 오랜만에 먼 친척까지 다 왔다. 이렇게 다 모인 건 9년 전, 할아버지의 칠순 잔치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덕군아~ 나 안 늦었지?”
정진이 나타나자, 가족들이 수군거렸다.
―정진이다!
―어머~ 멋져!
―진짜 잘생겼다!
여기선 정진이 나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난 가족이니까.
“형 왔어? 바쁠 텐데 고마워.”
“바쁘긴~ 당연히 와야지. 그리고 나만 온 거 아닌데?”
그의 뒤에.
김종근, 이찬우, 신건, 데이비드 강, 허경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엇?!”
부르지도 않았으며,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난 정말 깜짝 놀랐고.
데이비드 강이 혀를 내밀며 말했다.
“축하해 주고 싶어서 정진 따라왔는데~ 괜찮지?”
신건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덕군~ 서운하다. 불러 주지도 않고.”
할머니 칠순 잔치에 탑 세븐이 모였다.
일곱 명이 모이니 옆 연회장에서도 난리가 났고, 호텔이 들썩였다.
“바쁠까 봐 안 불렀죠. 와 줘서 고마워요.”
김종근이 내 어깨를 두들겼다.
“에이~ 우리 대장님 경조사엔 와야지!”
그때, 신바람의 마이크 음성이 들렸다.
[방가~ 방가~ 오늘 박순애 여사님의 고희연에 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말씀드리면서어~ 시작하기에 앞서 중요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아~!]
나와 정진은 마주 보고 싱긋 웃었다.
[여러분, 칠순 잔치에서는 누가 효자인지 아시나요?]
나와 정진은 한목소리로 소리쳤다.
“잘 노는 사람이요!”
[어이쿠~ 누구 제자인지 아주 잘 배웠네요! 하하~ 그럼 지금부터~ 시작부터~ 땀 쫙 빼면서~ 힘껏 달려 보겠습니다아~!!]
난 탑 세븐을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모두 준비됐어요?”
[두구 땅땅. 두구두구 땅땅. 갑니다~ 트롯 열차~ 아 유 레디~?]
무대를 향해 달려갔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무대며, 앞으로도 행복하게 즐길 것이다.
“요! DJ! 소리 키워 주세요!”
무대 위에서 스텝을 밟으며 힘차게 소리쳤다.
“가자아~~!”
<『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 완결>
#작가의 말
독자님, 안녕하세요. 혜인태입니다.
<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가 완결이 되었습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신 독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작가이긴 하지만 응원하는 마음으로 덕군의 성장과 활약을 지켜봤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덕군이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게 한 게 미안하기도 하고요. 제가 조금만 더 잘 썼더라면……. 크흑.
제가 겪었던 직장 상사를 떠올리며 시작한 글이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좋아하는 트롯을 글 속에서나마 실컷 부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제가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250화까지 쓸 수 있었던 건 모두 독자님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읽어 주시고 응원해주신 독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 더 재밌는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연재를 쉰 적이 거의 없습니다.
아마 지금도 이곳 혹은 어디선가 연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텐데.
저 ‘혜인태’를 기억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나으며 특색을 잃지 않는 작가가 되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