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247화 (247/250)

247화. 라스트 미션(1)

덕군과 정진은 출연자 대기실에서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었다.

[1라운드 첫 무대 잘 봤습니다!]

―우와아~

―신건! 신건!

―신건 오빠 너무 잘했어요!

―제이스트림 화이팅!

큰 박수 속에 신건은 고개 숙여 인사했다. 제이스트림의 다른 멤버들은 신건을 꼭 안아 준 후, 먼저 무대 뒤로 사라졌다.

[신건 씨?]

[헉, 헉, 네!]

격렬한 춤사위 때문에 아직 숨을 몰아쉬었다.

[제이스트림이 다시 뭉칠 줄은 몰랐네요. 그것도 결승전에서요. 정말 생각도 못 했던 그림입니다.]

[하하. 네. 저 또한…… 상상 못 했던 일입니다.]

[지금 관객들의 환호, 보이시나요?]

―오빠아~!!

―제이스트림으로 활동해 주시는 거죠?

―7년을 기다렸단 말이에요!

김승주는 웃으며 말했다.

[재결합을 기다린 팬들이 많은 것 같네요. 앞으로 제이스트림은 어떻게 되나요? 혹시 계획이 있습니까?]

신건은 미소를 짓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지금 탑 세븐이며, 트롯맨입니다.]

[…….]

[나중에 생각해 보겠습니다. 다만, 재결합은 항상 제가 원했던 일인 건 확실합니다. 또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지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괜찮아요~!

―기다리는데 이력이 나서 괜찮아요!

―이미 7년 기다렸는데~ 뭐!

―인내심 없는 사람은 제이스트림 팬 못 해요!

욕인지 칭찬인지 헷갈리는 응원 멘트도 있었지만, 팬들의 표정을 살폈을 때 비난의 목적은 아닌 것 같았다.

오래된 팬들이라 직설적으로 표현할 뿐.

[덕용 군~!]

“어?!”

덕용이를 부르는 소리에 덕군은 깜짝 놀랐는데.

카메라 앵글에 덕용이의 얼굴이 들어왔다. 진짜 덕용이었다.

“쟤가 여기 웬일로?”

[안녕하세요~ 덕드래곤입니다~!!]

덕용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꺄악~!

―귀여워~

―덕드래곤이다! 덕드래곤이다!

덕용이의 인기는 엄청났다.

카메라가 좀 더 멀리서 비춰 주니, 덕용이뿐만이 아니라, 양상두와 안만호도 보였다.

준결승 탈락자들과 이슈가 되었던 참가자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덕군은 모니터를 보며 정진에게 말했다.

“형, 알았어?”

“아니, 나도 몰랐어. 깜짝 선물인가? 너무 반가운데?”

“하하. 그러게.”

모니터에 나온 덕용이의 얼굴을 보니, 덕군은 가슴 한구석이 짠했다.

김승주의 인터뷰는 계속됐다.

[덕용 군! 신건 형님의 무대 잘 보셨나요?]

[네! 잘 봤습니다!]

[심사평 좀 해 주시죠.]

―하하하.

―그림 재밌네~

―두 사람이 준결승에서 듀엣전 했었잖아?

―덕용이가 거기서 발려서…….

―발리긴 뭘 발려! 실수해서 진 거지!

―누가 뭐래? 흥분은…….

덕용이는 웃으며 말했다.

[와~ 김승주 아저씨, 너무하시네요? 전 아직 신건 형 얼굴 보면 불편한데…….]

―맞아요~

―너무했다. 물어볼 사람한테 물어봐야지.

김승주는 당황했지만,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런가요? 불편하시면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덕용이는 표정을 바꾸고, 씩 웃었다.

[농담입니다~ 하하. 이왕이면 저에게 처절한 패배를 안겨 준 분이 높이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좀 덜 억울할 것 같아서요.]

덕용이는 신건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신건 형다운 무대였고요, 제이스트림, 전 잘 모르는 분들이긴 하지만…….]

제이스트림의 주 활동 연도는 2010~2012년. 덕용이는 2010년 생이다.

[옛 친구들이 나와서 무대를 도와준 거라고 보였는데. 맞는 거죠?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너무너무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신건 형! 화이팅!]

덕용이는 신건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화이팅을 외쳤고, 신건은 고마움에 고개를 숙였다.

김승주가 말했다.

[두 분 모습도 너무 아름답네요. 덕용 군! 혹시 신건 씨가 우승하길 바라시나요?]

이 질문에 덕용이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빈말이라도 할 수 있는 거지만, 덕용이는 어린이였다.

[죄송합니다. 우승은 덕군 형입니다.]

[헛!]

김승주는 당황했고.

신건을 응원하던 관객들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하하. 아~ 제가 질문을 잘못 드린 거 같네요. 제 탓입니다. 제 탓! 하하. 마스터님 심사평 들어 보겠습니다!]

덕용이의 마지막 말에 덕군은 웃었고.

옆에 있던 정진이 그의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덕군아, 너 꼭 우승해야겠다?”

덕군은 어이없어서 큰 소리로 웃고는 말했다.

“형~ 형도 결승 참가자야. 형이 할 소리는 아니지~”

“하하. 그런가?”

* * *

김승주가 큰소리로 소개했다.

“이번 무대는 데이비드 강입니다! 이번이 창작곡 미션에서 가장 쇼킹한 무대를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데이비드가 소설가인 건 다들 아시죠? 이분의 세계관이 좀 독특하답니다. 그동안 보여 주지 못한 모습을 결승전에서 펼친다고 하네요!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데이비드 강이 무대 위로 나왔는데…… 토끼 복장을 하고 있었다.

“와…….”

항상 깔끔한 정장 바지에 와이셔츠를 입고 무대를 펼치던 사람이…….

상상도 못 한 모습에 김승주는 말을 잃었다.

“혹시 노래 부르시다가 옷을 벗으시나요?”

“하하, 아닙니다.”

김승주는 황당한 나머지 제작진을 바라봤고, 제작진은 그에게 동그라미 표시를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당황을 했네요. 멀쩡하신 분이 결승전에 이렇게 나오실 줄은…….”

데이비드 강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원래 토끼를 좋아합니다.”

“혹시 무대를 포기하신 건…….”

“네? 하하, 절대 아니죠. 결승전에선 제가 원하는 무대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게 미션의 주제이기도 하고요.”

김승주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데이비드 강을 바라봤다.

‘가도 너무 갔다. 아무리 원하더라도 대중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무대를 해야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시작하시죠.”

“네!”

♬♪♩ ♬♬♬ ♬

온실 속 화초 같은 너는 집토끼

나의 꿀 토끼

이런 토끼 같은 녀석

여기저기 이빨 자국 내 버릴 거야

관중들은 처음엔 신기해하다가, 점차 표정이 일그러져 갔다.

데비이드 강의 창작곡 무대는 너무 4차원이었다.

게다가 가사가 과하게 예술적이라고 해야 할까?

뭔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묘하게 야했다. 그래서 더 거북했다.

네가 날 향해 웃으면

당근 주고 싶어지잖아

내 안의 빨간 당근

―꺅~!

―어머 미쳤어.

―당근이 왜 이렇게 야해?!

―이거 그거 맞지?

―맞긴 뭘 맞어! 생각하지 마!

근데, 노래는 참 잘했다.

중간 점검 때 데이비드 강과 제작진 간에 격론이 오갔었는데.

1라운드는 데이비드 강이 원하는 대로 하는 대신 2라운드는 제작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으로 의견 조율을 했었다.

“감사합니다~”

판정단과 관객의 경악 속에 무대는 끝났다. 모두 다 멘붕이 왔는데, 데이비드 강만이 행복해 보였다.

[김종근]

김승주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번은 김종근 씨의 무대입니다!”

―우와아~

―종근이 형~!

―종근 오빠아~

김종근의 무대는 항상 좋았지만, 대중의 인기가 좀 약했었다.

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의 진정성이 점점 부각되었고, 지금은 대중 투표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항상 좋았던 마스터 점수. 거기에 대중의 관심까지 더해졌으니 명실상부한 우승 후보라고 할만했다.

“종근 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기타를 메고 나오셨네요?”

“하하. 네. 전 이거 없으면 허전해서 노래 못 합니다.”

“설마…… 빠른 곡을 준비하신 건 아니겠죠.”

김승주의 머릿속엔 방금 끝난 데이비드 강 무대의 잔상이 남아 있었다.

정말 미션에 충실한 무대였다. 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아닙니다~ 전 빠른 곡 못 합니다. 아시면서. 하하.”

“하하하. 다행입니다.”

김승주는 힘차게 소개했다.

“김종근 씨의 무대! 큰 박수로 청해 듣겠습니다!”

칭 치키 챙챙 칭 치키 챙챙

무대가 어두워지고, 김종근의 기타 솔로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전주만 들었을 때는 트롯이라기보다는 포크 송에 가까운 느낌.

노래를 들어 보니, 딱 그 경계 같아 보였다.

당신은 날 위한 사랑

그대는 잊지 못할 인연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때

내 이름을 불러 주오

수줍지만 공연장 구석구석을 채우는 힘 있는 목소리. 관객들은 모두 황홀해졌다.

창작곡은 그에게 딱 맞는 옷 같았다.

라이브 카페에서의 30년 짬 덕분일까.

한 잔 마실 거 두 잔 마시게 만들 목소리. 이곳이 카페였다면, 오늘 매상 최고였을 것이다.

노래는 클라이막스에 접어들었다.

칭 치키 챙!챙! 치키치키치키 챙!

잊지 못해도 잊어 줬으면 좋겠어

알면서 외면하는 건 정말 싫어~~~~

차라리 몰랐던 것처럼~

나란 사람을 몰랐던 것처럼~~

띠리링―

노래가 끝났다.

“우와…….”

김승주는 소리 내며 크게 박수를 쳤고.

―브라보~!

―레전드 나왔다!

―와~ 역시 믿고 듣는 김종근!

관객석은 난리가 났다.

지금까지 펼친 결승전 무대 중에 최고의 반응이었다.

“와~ 김종근 씨! 대박!”

김승주는 박수를 치며, 김종근을 향해 걸어 나오는데.

―앵콜! 앵콜!

관중들은 앵콜을 외치기 시작했다.

―앵콜! 앵콜!

지금은 그 누구를 응원하러 왔던 간에 한목소리로 그를 외쳤다.

완전히 김종근의 무대에 빠져든 것이다.

“와…… 대단하네요, 종근 씨. 관객을 하나로 만들었어요.”

“하하. 감사합니다.”

김종근은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인사를 했고.

―앵콜! 앵콜!

앵콜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마스터 점수 975점]

“975점! 와~ 엄청난 점수가 나왔습니다! 만점 1,000점에 단 25점 모자랍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앞서 무대를 펼친 신건은 924점. 데이비드 강은 901점이었다.

큰 박수를 받으며 김종근은 무대를 내려갔다.

그 이후에 이찬우, 정진, 허경구 순으로 1라운드에서 멋진 무대를 보였으나.

김종근의 점수는 굳건했다.

* * *

[덕군]

전광판에 덕군의 이름이 보이자마자.

―끼야야악~

―오빠악~!

―오래 기다렸어요!

―당신은 나만의 덕군~ 나는 당신의 덕녀~

―오매불망 덕군~

“덕군~ 어서 오세요!”

김승주가 환하게 웃으며 맞았고.

덕군은 고개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덕군입니…….”

―어서 와!

―기다렸어!

―벌써부터 행복해!

―조용히 해! 목소리 안 들리잖아!

관중들은 덕군이 인사를 마칠 여유도 주지 않았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덕군의 얼굴을 보니 몸이 말을 안 듣는 것이다.

“와…… 이거 인터뷰가 불가능한 수준인데요?”

“하하.”

정말이었다. 말을 이어 가기가 힘들었다. 생방송이라 쉬어 갈 수도 없고.

덕군이 목소리를 아주 크게 내야 들릴 정도라, 결국 김승주는 결단을 내렸다.

“노래 부르셔야 하니깐, 목 아끼셔야죠? 얘기는 노래 마친 후에 나눕시다.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바로 듣겠습니다!”

김승주는 무대 옆으로 빠지며 소리쳤다.

“헬로우 트롯맨 결승전 1라운드의 마지막 무대! 덕군이 부릅니다! 마이크!”

몇 가지 수식어를 넣어 봤지만, 제목은 심플한 게 좋겠다고 판단하여 결국 ‘마이크’로 지었다.

김승주가 나간 뒤.

세션이 무대 안으로 들어왔다.

베이스, 리드 기타, 키보드, 드럼.

“덕군아, 파이팅!”

“어, 형.”

그리고 키보드 앞에는 정동희가 앉아 있었다.

“우리 재밌게 하자.”

네 명의 세션과 그 중앙에 덕군.

암전되고.

무대 뒤에 어르스름한 푸른 조명이 올라왔다.

칙 치키 칙 치키 칙 치키 칙 치키

심벌이 가볍게 시동을 걸었고.

둥 두두둥 둥~ 둥~

그 위에 베이스가 얹어졌다.

덕군은 마이크를 잡고 슬슬 박자를 타기 시작했다.

두구 두구 딱!

“헤이~!”

♪♬♩ ♪♬ ♪♬♪♬♩

네 개의 악기가 일제히 반주를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덕군은 격렬하게 몸을 움직였다.

관중들도 번갈아 발장구를 치며, 음악을 즐겼다.

“첵! 첵! 원투 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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