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246화 (246/250)

246화. 위대한 트롯맨들(2)

―탑 세븐! 탑 세븐!

―모두 너무 멋있어요!

―오늘 무대도 기대할게요~

―다 사랑해~

각자 응원하는 가수만 외치던 사람들이 지금은 한목소리로 탑 세븐을 응원했다.

이 자리까지 함께 온 경쟁자.

더 이상 생존할 필요는 없으며, 마지막까지 생존한 사람들 간에 순위 결정전만 남아 있었다.

모두가 좋은 무대를 펼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진심으로 바랐다.

“역시 우리 헬로우 트롯맨 팬 여러분들은 다릅니다. 이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은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응원해 주시는 모습 너무 아름답습니다!”

―덕군! 너무 멋져!

―정진 오빠악~

―종근이 형!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각자 응원하는 스타를 외치기 시작했고.

김승주는 분위기 훈훈할 때 재빨리 다음 단계 진행을 했다.

“지금부터! 헬로우 트롯맨! 결승전진출자들을 소개합니다! 지금 소개해 드리는 순서대로 경연을 진행합니다! 큰 박수와 환호 부탁드립니다~”

[1. 신건]

“지금은 사라진 유명 아이돌 그룹 제이스트림의 멤버! 멋지게 부활했습니다! 가요계로서는 신화의 부활이며, 트롯계에서는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입니다. 준결승전에서 당당히 1위로 올라와 이제는 누가 뭐래도 진짜 트롯 가수인 신건입니다!”

―우와아~ 신건! 신건!

―오빠~ 나 중학교 때부터 팬이었어요~!

―사랑해요, 오빠! 흑흑.

―난 왜 이렇게 오빠가 반짝이 옷 입은 거만 보면 눈물이 나는지…….

[2. 데이비드 강]

“만약 그가 처음에 잡은 게 펜이 아니라, 마이크를 잡았다면 어땠을까요? 이미 엄청난 가수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요? 무명 소설가에서 유명 가수가 된 남자! 노래 부를 때 섬세한 감정 표현이 일품인 참가자죠? 이번 결승전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가 큽니다! 데이비드 강!”

―오빠~ 너무 멋있어요!

―형! 나 진짜 팬이야~

―와~ 훤칠하다~

[3. 김종근]

“저보다도 형입니다. 그것도 많이 형입니다. 그래서 듣기가 더 편안합니다. 때로는 위안을, 때로는 격려를 해 주는 노래.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참가자죠. 30년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우리 형! 김종근입니다!”

―종근이 형! 화이팅!

―우승 가자아~!

―형님이 우승해야 해요~

김종근의 소개에서는 ‘오빠’보다는 ‘형’ 소리가 훨씬 더 많이 들렸다.

[4. 이찬우]

대국민 투표에서 꾸준히 3위 안에 들고 있다. 그의 이름이 뜨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신기한 참가자죠? 이렇게 젊은 분이 정통 트롯의 감성을 이끌어 냅니다. 특히 그의 꺾기를 따라가다 보면 정신이 아득해져 버리죠. 이번 결승전에는 어떤 뚝배기를 끓여 낼지 기대가 됩니다. 이찬우!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멀리서 응원 왔데이~!

―이찬우뿐이야!

―어머~ 저 웃는 거 봐~ 미쳐 미쳐!

―계속 웃자~ 우리가 웃게 해 줄게!

[5. 정진]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참가자 중 한 명.

그의 이름이 전광판에 뜨자, 소개 전부터 관객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트롯에는 기품이 있습니다. 살랑이는 몸짓과 물 흐르는 듯한 목소리로 여심을 자극하는 트롯 신사죠. 그가 흰 정장을 입고 무대에 서면 온 세상이 하얘집니다. 데스 매치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아, 결승전까지 온 사나이! 이제 우승을 노리고 있습니다. 하얀 제비! 정진!”

―끼야아악~!!

소개가 끝나자마자, 익룡의 괴성이 터져 나왔다.

―정진! 사랑해!

―너무 사랑해!

―너무 너무 사랑해!

―정진뿐이야! 너무 멋져!

[6. 허경구]

“쓰리 잡을 뛰며, 애 다섯을 키우는 아버지. 노래와 춤을 너무 사랑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음악을 놓았었죠. 하지만 음악에 대한 갈증을 견디다 못해 참가한 트롯 경연. 무려 결승전까지 올라왔습니다! 247댄스, 크록하, 셔플 등 그의 나이트 댄스에는 영혼이 실려 있습니다. 트롯 나이트! 허경구!”

―애기 아빠 가자아~!

―그대가 진정한 챔피언입니다!

―나도 회사 휴직하고, 트롯맨 나와 봐?

―멋지다~!

두둥.

어디선가 북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드디어 때가 왔다.

아직까지 불리지 않은 단 한 명의 탑 세븐.

君(임금 군)

트롯의 임금님이라 불리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펼치는 남자.

앞서 불린 여섯 명의 참가자들의 장점을 모두 가진 남자.

모두가 인정하는 ‘어나더 클래스’.

[7. 덕군]

―우와아아아~!

―어차피 우승은 덕군!

―덕군아~ 덕군아~!

―내 사랑 덕군아으아으아으~~!

전광판에 이름이 뜨자마자 난리가 났고, 탑 세븐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마치, 우승자가 발표된 것 같았다.

김승주는 활짝 웃으며 소개했다.

“1라운드부터 압도적인 기량으로 무대를 펼쳐 왔고요. 그의 무대에는 믿음이 있습니다. 어떤 곡을 하든 우리를 만족시킬 거라는 믿음 말이죠. 헬로우 트롯맨 화제의 중심엔 항상 이 남자가 있었습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참가자! 덕~~~ 군!”

―우와아아~!

―덕군! 덕군!

덕군은 연호하는 팬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덕군! 덕군!

한동안 그를 외치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 * *

―덕군~!

―사랑해! 많이 사랑해!

―멋있다아~ 잘생겼다아~

덕군에 대한 환호성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김승주는 멘트를 이어 갔다.

“오늘은 마음껏 소리 지르셔도 됩니다. 다 기다려 드릴게요. 오늘은 우리 천천히 가 보죠. 헬로우 트롯맨 이후 시간은 다 비워 놓았으니까요. 하하.”

―우와~ 김승주 멋있다~!

―TV고려 일 잘한다~!

실제로 TV고려는 헬로우 트롯맨 이후 방송 편성 시간을 다 빼놨다.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다음 방송이 시작된다.

“자! 그럼 오늘 경연 방식 설명드리겠습니다. 오늘의 모든 무대는 탑 세븐의 상상한 대로 꾸몄습니다. 탑 세븐이 어떤 세계관을 갖고 있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오늘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를 위해 제작진들이 고생 많았습니다. 특히…….”

김승주는 덕군을 살짝 본 후, 웃으며 말했다.

“한 참가자의 스케일은 너무 커서, 담당 피디님이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 들리던데요~?”

덕군은 어색은 미소를 지었으나, 미세한 반응이라 관중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궁금해요~ 누군데요!

―말해 줘요!

“하하. 그건 무대로 직접 확인하셔야 더 재미가 있겠죠?”

이어서 김승주는 1라운드 창작곡 미션과 2라운드 인생곡 미션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룰 자체는 어렵지 않죠? 관객 여러분들께서는 그저 편안히 무대를 즐기신 후에 이 무대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면 버튼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들은 방송 끝나는 시각까지 대국민 응원 투표 계속되니까요~ 끝까지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김승주는 웃음기를 거두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할 타이밍이 왔다.

“오늘은 헬로우 트롯맨의 최종 순위가 결정되는 순위 결정전입니다.”

[각 라운드 점수 집계]

1라운드 : 마스터 점수(1,000) + 관객 점수(300)

2라운드 : 마스터 점수(1,000) + 관객 점수(300)

김승주는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순위 집계 방식입니다. 매 라운드가 끝난 뒤 마스터 점수와 관객 점수를 받습니다. 2라운드까지 마친 뒤, 이 점수를 합산합니다.”

화면이 바뀌었다.

[최종 점수 집계]

1, 2라운드 마스터 점수 합계 : 2,000점

1, 2라운드 관객 점수 합계 : 600점

대국민 응원 투표 점수 : 1,400점

“이렇게 1, 2라운드 합산된 점수에 ‘대국민 응원 투표’ 점수가 더해져서 최종 점수가 결정됩니다. 관객과 대국민 응원 투표 점수 비중이 높죠? 여러분의 응원이! 트롯맨의 운명을 결정 짓습니다!”

―우와아~!

―덕군아! 넌 내가 우승시켜 줄게!

―정진~ 딱 기다려.

―이찬우~!

―사돈에 팔촌까지 빨리 연락 돌려!

―투표 안 하기만 해 봐!

설명이 끝나자, 조용하던 경연장은 각자 원하는 사람을 응원하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김승주가 웃으며 말했다.

“자, 신건 씨는 무대 준비해 주시고요. 나머지 트롯맨들은 대기실로 이동 바랍니다.”

―화이팅~!

―모두 힘내세요!

* * *

출연자 대기실.

난 모니터로 신건의 첫 무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 무대 신건이라 다행이다. 그치?”

옆에 정진이 말했다.

“왜?”

“리허설 때 봤잖아? 오프닝으로 딱인 무대던데.”

“아~ 그런 이유로?”

난 또 신건을 견제하느라 하는 말인 줄 알았다.

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이제 와서 경쟁이 무슨 소용이냐? 난 그저 모두 다 실수 없이 잘 마무리해서 이 프로그램이 멋지게 끝났으면 좋겠어.”

“…….”

“이 방송은 내게 너무 큰 의미가 돼 버렸어.”

그런 정진을 보며 난 웃으며 말했다.

“아마, 앞으로 비중이 더 커질 거고.”

이 말에 정진이 웃으며 대꾸했다.

“네 생각도 나랑 같구나?”

“그럼. 이젠 출연자가 아니라, 내 프로그램 같은걸?”

“하하, 맞아. 엇, 시작한다!”

그대와 나의 히스토리

우린 영원을 불태울 피닉스

빠른 트롯 곡인데, 가사는 영 트롯스럽지가 않다.

가사를 포함한 노래 전체가 퍼포먼스를 위해 짜인 느낌이다.

어서 들어와 광야

당신의 말발굽

우리는 광야를 헤쳐 나가

유목민이 아니어도 광야에서 살아가

가사에 유독 ‘광야’라는 단어가 많은데, 왜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의미로서는 전혀 영문을 모르겠으나, 곡과는 또 묘하게 어울렸다.

신건답게 노래 부르는 내내 현란한 댄스를 이어 갔으며, 음정과 박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에게 다들 빠져들고 있을 때쯤.

밤~ 바밤!

밤~ 바밤!

브릿지에서 웅장한 전주가 울렸고.

난 모니터를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팬들 난리 나겠네.”

“아는데도 설렌다, 야. 나도 제이스트림 팬이었는데.”

두둥. 빰~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간주 중에 흘러나오는 남성의 부드러운 나래이션.

신건은 머리를 숙이고 서 있었고.

뒤에서 제이스트림 멤버들이 나왔다.

반갑다 얘들아!

신건의 1라운드 피처링은 2011년도에 한국 가요계를 평정했던 제이스트림이 맡았다.

5인조 댄스 그룹의 완전체.

신건으로 인해 현실이 됐다.

그것도 트롯 경연 대회 결승전에서.

오랜 광야에서 헤매던 끝에

하얀 꽃을 보았네.

너라는 꽃을으을으을~~

그건 안개꽃이었지.

겁나게 많아부러으러으~~

제이스트림 멤버들은 담백하게 부르던 신건과 달리 과하게 꺾어 댔다.

가창 분위기가 달라지니 집중이 잘 안 되었지만.

―제이~ 커몬! 제이~ 커몬!

―사랑해요! 제이스트림!

―제! 이! 스! 트! 림! 너! 뿐! 이! 야!

제이스트림 응원 구호를 외치는 팬들이 많았다.

지금은 무대 퀄리티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합체된 게 중요했다. 지금 모습 자체가 보기 좋았다.

“너무 좋다, 덕군아.”

꽃종이가 흩날리는 오프닝 무대.

“신건 형이 의리가 있네. 이 중요한 결승 무대에 멤버들 불러서 같이 서는 거 보면.”

정진의 말에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 근데 신건 형이 저렇게 웃는 거 본 적 있어?”

“어?”

신건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히 웃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그에게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소였다.

“저 형도 저렇게 웃을 줄 아는구나? 보는 내가 다 기분이 좋아지네. 하하.”

멋진 오프닝 무대로 1라운드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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