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244화 (244/250)

244화. 마지막을 준비하다

“마이크라…….”

정동희는 몇 번 중얼거리더니,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느낌 있는데? 혹시 제목도 마이크니?”

“제목까지는 생각 안 해 봤어. 뭐, 그대로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앞에 수식어 좀 넣을 수도 있고.”

이번엔 신바람이 물었다.

“야,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말고 좀 더 설명을 해 봐. 마이크로 뭘 어쩌겠다는 건데?”

난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말했다.

“크게 두 가지 얘기를 할 거예요. 첫 번째는 내 안의 소리를 질러라.”

“…….”

“마이크는 목소리를 크게 해 주잖아요? 아무리 작은 목소리라도 마이크에 대고 말하면 수백, 수천 명이 들을 수 있어요.”

정동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안의 목소리를 질러라. 그런 메시지를 담고 싶어요. 두 번째는 여기서 연결되는 건데…….”

난 연습실에 놓인 마이크를 집어 들어, 이리저리 돌리며 말했다.

“마이크는 내겐 요술봉 같은 것이죠. 세일러문의 요술봉, 헬로 카봇의 시계처럼요. 마이크는 날 변신시키는 요술봉.”

“이건 약간 유치한데.”

정동희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신바람은 오히려 두 번째 메시지를 좋아했다.

“그렇지, 그렇게 가야지. 트롯은 너무 심오하면 재미없어.”

난 그의 말에 싱긋 웃으며 말했다.

“마이크만 잡으면 마법처럼 변신하는 내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정동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이크를 칭송하는 곡이 되겠네.”

“맞아. 여덟 살 때 마이크를 잡은 순간부터 내 삶이 달라졌거든. 난 지금도 마이크만 잡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행복해.”

“곡 분위기는 몽환적이면서 희망차게 하면 되겠네.”

“그래서 재즈 트롯을 생각한 거야.”

“흠…….”

정동희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야 좀 떠오르네.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어.”

그는 신바람에게 말했다.

“신 선생님, 거기 키보드 앞에 앉아 보실래요? 지금 떠오른 멜로디 찍어 볼 테니까, 베이스 좀 잡아 주세요. 트롯 느낌으로.”

“알겠어요.”

정동희는 곧바로 곡을 뽑아내었다.

이 두 사람에게 곡 작업 기간 10일을 줬는데, 3일만 해도 충분할 것 같다.

내가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자, 정동희가 곡 작업을 멈추고 말했다.

“덕군아, 이제 좀 나가 줄래?”

“어?”

“나중에 완성되면 들어. 신경 쓰인다.”

“어, 알았어.”

* * *

어느덧 2주가 지났다.

곡은 덕군이 예상했던 대로 금방 나왔다. 미팅 후 3일 후 완성된 곡을 들었고, 그 후에 편곡 과정을 거쳐서 일주일 안에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오히려 작사에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중간 점검까지도 완벽하게 완성하지 못했다.

곡에 대한 수정 사항은 없었다. 시작하기 전에 원하는 그림을 말해서일까, 덕군의 마음에 아주 쏙 들게 만들어 냈다.

다만, 아무리 신바람이 트롯 느낌을 주려 해도 주요 멜로디 라인이 너무 재즈풍이라…… 우려 섞인 반응은 좀 있었지만.

“일단 이거로 중간 점검 가 볼게요. 저는 아주 마음에 드니까요. 점검받고, 제작진과 얘기하면서 필요하면 수정하는 거로.”

그리고 오늘 중간 점검 날.

TV고려 본사에 왔다.

[자, 다음 덕군 님 들어와 주세요.]

중간 점검 대기 중인 탑 세븐의 응원을 받으며 미팅룸에 들어섰다.

“덕군 님, 어서 오세요.”

미팅룸 안에는 오 피디와 음악 감독 세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 오늘은 심사 위원이 많네요?”

어차피 다 아는 얼굴들이다. 가볍게 농담처럼 말했고, 오 피디가 웃으며 대답했다.

“결승전이니까요. 부담 갖지 말고 준비한 거 보여 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음…… 우선 1라운드 창작곡 미션부터 들어 볼까요?”

“네!”

음악 감독은 곡 정보를 보며 말했다.

“정동희? 처음 들어 보는데…… 아! 소속사 사장님 아니에요?”

“하하. 네, 맞아요.”

“어디 보자…… 공동 작업이네요? 신바람…… 많이 들어 봤는데. 아~ 그 싸구려 뽕짝 만드시는 분? 비슷한 곡 찍어서 막 판다고 논란 좀 있던 거로 기억하는데.”

이 말에 덕군의 표정이 싹 굳어졌다.

“제 스승님입니다. 함부로 말씀하지 마세요.”

“…….”

“생각하는 거야 자유지만, 적어도 저 없는 데서 해 주세요. 그리고 이왕 듣게 됐으니 하는 말인데, 신바람 선생님은 싸구려 만든 적 없습니다.”

덕군은 몇 마디 말하진 않았지만, 그가 표정을 굳혔다는 것만으로도 제작진 전체가 싸늘해졌다.

지금 헬로우 트롯맨에서의 덕군의 위상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그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

음악 감독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 미안해요. 스승님인지 몰랐지~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이 아니라, 그런 얘기가 들렸었다~ 뭐 그런 얘기죠.”

“…….”

오 피디는 재빨리 분위기 전환을 했다.

“자자, 들어 봅시다. 제목이…… 마이크?”

“네, 가제입니다.”

“준비되시면 말씀하세요.”

휴우~

덕군은 숨을 한번 돌린 후,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곧바로 음악이 나왔다.

♪♬♩ ♪♬ ♪♬♪.

경쾌한 드럼 소리에 음악 감독이 말했다.

“라이브 반주네?”

“그러게요. 전자음이 안 들어갔는데요.”

“흠…….”

덕군은 담담하게 불렀고, 제작진은 집중해서 노래를 들었다.

짠~!

노래가 끝난 뒤.

덕군을 제외한 모두가 아리송한 표정이었고.

오 피디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좋은 거야, 안 좋은 거야?’

* * *

“덕군, 잠시만요!”

오 피디는 의자를 당겨서 음악 감독들과 동그랗게 모여 작게 얘기했다.

“이게 트롯처럼 들려요?”

오 피디의 물음에 음악 감독이 말했다.

―박자와 전개는 트롯이 맞아요.

―아니, 분위기가…….

―분위기도 트롯이 맞는데…….

―근데 왜 트롯이 아닌 것 같지?

이 말에 오 피디가 맞장구쳤다.

“내 말이요! 그게 너무 아리송해서요. 스윙 재즈 같지 않아요?”

―그래, 멜로디 라인은 재즈야.

―짬뽕 트롯이야, 뭐야?

―바꾸라고 해야 하나?

―근데 곡이 별로면 자신 있게 바꾸라고 하겠는데…….

―그쵸! 곡은 좋죠? 가사도 찰떡이고.

―오 피디 어떻게 해?

오 피디는 고민됐다.

‘웬만한 참가자 같으면 그냥 바꾸자고 하겠는데…… 덕군이잖아. 지금까지 품바, 쨍뜰날 등 반전 무대를 보여 줬는데, 다 결과가 좋았었어.’

제작진의 판단과 대중의 판단이 크게 다를 수도 있다는 걸 덕군을 통해 깨달았다.

‘일단 듣기에 나쁘지 않으니까…… 그리고 분명 뭔가 있어. 혹여 내가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긋는 걸 막게 되는 거면 어떡해?’

오 피디가 음암 감독들에게 말했다.

“일단 노래는 좋다는 거죠?”

―어, 좋아.

―판정단에게 좋은 점수를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슈는 될 듯해.

―대중성도 은근 있어.

오 피디는 조금 더 생각하고 말했다.

“그럼 제가 결정할게요.”

음악 감독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 피디는 제자리로 돌아와 말했다.

“덕군, 오래 기다렸죠?”

“곡 평가인데, 그냥 편하게 말씀 주시지…… 뭘 그렇게.”

“아, 생각을 정리해서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네! 말씀 주십시오.”

오 피디는 어금니를 깨물고 말했다.

“1라운드 창작곡 미션은 됐고요, 2라운드 인생곡 미션 곡 들어 볼게요.”

“네?!”

덕군은 황당했다.

“어……. 코멘트 없어요?”

“없습니다. 그대로 가시면 될 것 같아요.”

“곡이 너무 도전적이지 않아요?”

너무 쿨한 반응에 도리어 불안해졌다.

“도전적일 수 있죠. 하지만 듣기 좋으면 된 거 아닙니까?”

“그래도 결승전인데.”

“괜찮아요.”

“…….”

덕군은 눈썹을 찡긋 올리고 생각했다.

‘뭐야, 평가를 포기했나?’

“방금 모여서 무슨 얘기 나누신 거예요?”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음 사람 기다리니까, 어서 인생곡 미션에 준비한 곡 시작해 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빰 바바밤 빠밤 빠라바 밤~

2라운드 인생곡 미션은 정통 트롯.

덕군이 평소에 가장 많이 부르며, 자신 있는 곡이었다.

노래가 끝날 때쯤…….

음악 감독 한 명이 기립 박수를 치려다가, 옆 사람 손에 이끌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상입니다.”

“…….”

덕군은 인생곡 미션에 대한 평가를 기다렸다. 이번엔 네 사람은 모여서 의견을 나누지도 않았다.

모두 충격을 받은 듯 얼이 나가 있었고.

오 피디는 눈시울이 붉어져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으로 덕군 중간 점검 마칩니다. 수고하셨어요.”

* * *

“이렇게요?”

……그 어떠한 코멘트도 들은 게 없다. 중간 점검을 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칭찬도 없다.

한 10분 걸렸나? 그것도 창작곡 미션 후에 본인들끼리 회의하느라 소요된 시간이었다.

오 피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희 제작진에서는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

이게 좋은 거야, 안 좋은 거야?

어쨌든 더 할 말 없다는데, 얘기 좀 해 달라고 조를 수는 없는 거였다.

오 피디는 무대 장치에 대한 얘기를 했다.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결승전에서는 최대한 출연자들 원하는 무대 구성을 해 드릴 거거든요.”

“네.”

“1라운드와 2라운드에 대해 구상한 무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

잠시 생각하느라 머뭇거리자, 오 피디는 다시 얘기했다.

“자세하지 않아도 됩니다. 심상만 얘기하셔도 저희가 구체화를 시킬 테니까…….”

“비용이 좀 많이 들어도 괜찮습니까?”

꿀꺽.

비용 얘기가 나오자, 오 피디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흠! 아, 네. 일단 비용 생각 마시고 얘기해 주세요. 들어 보고 제한 사항이 있으면 말씀드릴게요.”

덕군은 이미 촘촘하게 무대 구상을 짜 놨다. 헬로우 트롯맨의 마지막 무대. 하고 싶은 건 다 해 보고 싶었다.

“우선 1라운드 무대는요…….”

재즈바의 악단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다. 베이스 기타, 리드 기타, 키보드, 드럼. 이렇게 네 명으로 구성된 악단.

무대 정가운데에 가수와 악단이 함께 서는 연출. 자유롭고 라이브한 느낌을 한껏 주고 싶었다.

설명이 끝나자, 오 피디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러니까 배경 화면도 필요 없으시고~”

“네, 밴드 뒤에는 어두운 푸른 조명이면 됩니다. 전체적으로 무대는 어둡게 해 주시고, 핀 조명만 받을 수 있게.”

“오케이~ 접수~!”

오 피디는 신나서 말했다.

“이야~ 너무 멋지겠는데요? 상상만 해도 그루브가 느껴집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하하.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하하. 멋진 무대를 볼 생각에 그만.”

오 피디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여간 덕군은 반전을 좋아한다니까? 처음에 비용 얘기하면서 겁주더니. 어쩌면 탑 세븐 중에 비용 제일 적게 들겠는데?’

덕군은 그의 눈치를 살피고는 말했다.

“2라운드 무대 구상 말씀드려도 될까요?”

덕군답지 않게 말하기 전에 머뭇거렸다.

“괜찮아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아, 네…… 제가 인생곡 미션은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거든요. 1라운드가 자유롭고 라이브한 느낌이라면, 2라운드는 웅장하고 라이브한 느낌이요.”

“하하. 라이브가 겹치네요? 덕군 님이 라이브를 좋아하시는구나.”

“네, 제 결승 무대 키워드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반주를…….”

오 피디는 활짝 웃으며 덕군의 말을 경청했다.

“관현악단이 해 줬으면 합니다.”

오 피디는 웃던 표정이 굳어졌다.

“과, 관현악단이요? 규모는 얼마나……?”

“좀 컸으면 좋겠는데…….”

덕군은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한 120명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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