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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241화 (241/250)

241화. 생각지 못한 행운

5위로 결선 진출했다.

1차 목표인 탑 세븐 안에 든 것이다.

하지만…… 집에 가는 내내 덕용이가 마음에 걸렸다.

‘형! 왜 이렇게 분한지 모르겠어. 으아앙~!’

그렇게 의연하고 씩씩하던 덕용이가 복도에서 날 안고 울부짖던 모습이 자꾸 아른거렸다.

“덕군아, 괜찮냐?”

정진은 옆에서 운전 중이다.

“응…… 먼저 가라니까. 왜 기다렸어? 미안하잖아.”

경연 끝날 때마다 집에 바래다주고 있다.

“내가 좋아서 그러는 거야. 고마워할 필요 없어.”

“…….”

“경연 끝나고 나면 마음이 허전해서 혼자 가기 싫더라. 이렇게 얘기라도 하면서 가야 좀 낫지.”

“하긴…… 그렇긴 해.”

덕용이는 내 친척 동생이다. 아기 때부터 봐 왔고, 곡 작업 때문에 시간을 많이 가졌다. 아마, 일반적인 친척 동생보다는 좀 더 가까운 사이일 것이다.

경연에서 떨어진다는 것. 응당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며, 누구에게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근데 그게 덕용이라니, 마치 내게 일어난 일처럼 가슴이 아팠다. 그게 시간이 지날수록 실감이 나면서 더욱…….

‘다음 주 결선 때는 덕용이가 없겠구나.’

좀 더 챙겨 줄걸. 리허설 때 더 꼼꼼히 봐줄걸. 아쉬움만 남는다. 눈시울이 또 붉어진다.

“덕용이가 열 살이잖아?”

“…….”

“내가 열 살 때 아침마당 놀이에 너와 방울형제로 출연했었잖아. 기억하냐?”

“당연히 기억하지.”

정진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덕용이 하는 거 보면 우리는 그냥 장난치는 거였어. 안 그러냐?”

“맞아, 덕용이가 대단하긴 하지. 지금까지 헬로우 트롯맨에서 보여 준 무대만 봐도…….”

“그러니까. 아쉬워할 거 없다고.”

“…….”

“네가 전국민노래자랑 우승했을 때도 13살이었잖아? 솔직히 그건 축구로 치면 4부 리그 아니냐? 헬로우 트롯맨은 1부 리그고.”

그의 표현이 재밌어서 난 피식 웃었다.

“레전드 양상두 형님은 데스 매치까지였고, 수십 년 품바 경력 안만호 형님은 본선 3차에서 떨어졌어.”

“…….”

“덕용이가 준결승에서 미끄러진 건, 너무 아쉬워할 일은 아니야. 이미 너무 대단한 건데.”

턱. 정진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만 잘 봐주면 될 거 같아. 너무 슬퍼하지 말고.”

피 튀기는 경연장을 벗어나, 차분한 어둠이 가라앉은 도시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끝난 일이다.

이제 털어 버리고 다음을 준비해야지. 아직 경연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 * *

“다녀왔습니다~!”

―어이구~ 우리 아들 고생 많았다.

―잘했어~ 잘했어!

―오구구.

오늘 준결승전을 치렀다는 걸 가족들은 알고 있다.

준결승전 준비부터는 합숙하지 않고, 집에서 연습실로 출퇴근했으니까.

꽤 늦은 시간임에도 가족들은 아무도 안 자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결과는?”

그녀의 물음에 가족들은 모두 눈에 불을 켜고 내 얼굴을 바라봤고.

“…….”

꿀꺽.

어디선가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난 씩 웃고는 말했다.

“뭐예요~ 오자마자. 저 배고픈데 뭐 먹을 거 없어요?”

“있지! 있지! 기다려라.”

어머니는 부엌으로 달려가며 소리치듯 말했다.

“밥해 줄까?”

지금 자정이 거의 다 됐다.

이 시간에 밥해 달라기엔 너무 죄송하고.

“그냥 라면 하나 끓여 주세요~”

“왜~ 밥 먹지. 금방 차려.”

“라면이 먹고 싶어서 그래요~”

“오냐 알았다.”

어머니는 라면 물을 올린 후, 후다닥 내 앞으로 달려왔다.

“결과는?”

“풉!”

어머니가 귀엽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할머니가 피곤한 표정으로 말했다.

“얘야, 어서 말해 봐라. 온종일 네 소식 때문에 안절부절못했단다.”

아빠는 묵묵히 내 얼굴만 살피다가 말했다.

“이거…… 얼굴에 눈물 자국이 있는데?”

“헉!”

이 말에 어머니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설마 너…….”

“…….”

무대 화장을 지우지 않았더니…… 덕용이 때문에 흘린 눈물 자국이 남아 있나 보다.

내가 별다른 대꾸를 안 하자, 아빠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괜찮아, 인마.”

그리고 날 꼭 안으며 말했다.

“이 정도만 해도 잘했지 뭐. 괜찮아.”

“뭐가 괜찮아? 나 결승 진출했는데?”

“뭐?”

실망하려던 가족들은 일제히 눈이 커졌고.

난 밝은 얼굴로 말했다.

“당당히 결승 진출했습니다!”

“우와아아~~~!!”

아빠는 아파트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고.

“꺅~! 어머! 어머!”

어머니는 소녀처럼 방방 뛰며 기뻐하셨다.

“에헤라디야~ 얼씨구야~ 좋다~!”

음악이 싫다던 할머니는 입으로 풍악을 울렸고.

“허허허.”

할아버지는 그저 웃으셨다.

그 무뚝뚝한 아빠가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덕군 만세!”

―만세~!

“우리 아들 장하다! 만세~”

―만세!

―으하하하

―아악~ 너무 좋아~

모두가 잠든 자정이 넘은 시각.

월드컵 본선에서 선취골 넣은 듯한 분위기.

고요한 아파트 단지에서 우리 집만 축제였다.

* * *

“아…… 덕용이가 그렇게 됐어?”

비밀 유지를 해야 하지만, 가족과 관련된 일이기에 덕용이 얘기를 해 주었다.

가족들 금세 표정이 어두워졌고, 아빠가 내게 물었다.

“그래서 얼굴에 눈물 자국이 있던 거냐?”

“응, 덕용이가 많이 울었어. 달래 주다 보니깐…….”

쯧쯧쯧.

할머니가 혀를 차며 말했다.

“많이 울 만하지. 어린 녀석이 얼마나 상심이 크겠냐? 에구…… 딱해라.”

“진만이 속도 많이 상하겠네.”

잠자코 웃기만 하시던 할아버지는 큰삼촌 걱정을 하셨다.

“그래서 말인데요.”

난 가족들에게 말했다.

“큰삼촌네 초대해서 식사라도 하는 건 어때요?”

“…….”

가족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내 제안이 별로인가?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말했다.

“그렇게 위로도 해 주고…….”

“안 된다.”

아빠가 내 말을 끊었다.

“이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야. 그냥 이럴 때는 모르는 척해 주는 게 배려다.”

“…….”

“아무리 한 가족이라도 너는 됐고, 덕용이는 안 됐잖냐.”

“네? 아니…… 걔랑 나랑 나이 차이가 얼만데.”

“나이 차이가 얼마든. 같은 28세 손 아니냐? 덕 자 돌림이잖아.”

“…….”

“네 작은아빠가 그런 거로 불편해할 사람은 아니지만은…… 모르는 거니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뭐 그런 얘기인가?

“먼저 얘기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척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넌 아직 경연 중이잖냐?”

“…….”

아빠의 말에 할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어떤 말도 위로가 안 될 때가 있단다. 기다려 주는 게 위로다.”

난 잠시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네, 알겠어요.”

* * *

3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오늘은 결선 경연에 대한 설명을 듣는 날이다.

직접 차를 몰고 TV고려 본사를 향했다. 요즘은 단지 안 슈퍼만 가도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을 정도라, 대중교통은 포기했다.

면허는 20세가 되던 해에 손쉽게 땄었다. 전생에 10년 이상 운전을 했었는데, 면허 따는 것 정도야 뭐…….

이제 우리 집 차는 국산 준대형 세단이다.

악센트를 꽤 오래 탔었는데, 새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차를 바꿨다.

다른 이유보다도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차를 바꾸고 난 뒤, 정문을 통과할 때마다 확인하던 경비원의 의심스러운 시선이 사라졌다.

드르르르.

차가 막혀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여어~ 결선 진출자님! 잘 주무셨나?]

“네, 정 사장님도 잘 주무셨죠?”

[글쎄다~ 난 좀 설쳤는데? 하하. 덕용이는 요즘 어떠냐? 연락해 봤니?]

정동희 또한 덕용이의 친척 형이지만, 둘은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사이가 좀 서먹하다. 덕용이가 만나면 존대할 정도니까.

“연락 안 해 봤어~ 지금은 좀 그래서.”

[하긴…… 그게 나을 수도 있겠다. 탑 세븐 코앞에서 미끄러졌으니. 헬로우 트롯맨은 탑 세븐으로 활동하는 거랬잖아.]

탑 세븐에 드냐 안 드느냐의 차이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난 전생에 그들이 방송에서의 활약을 봤기에 그 차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덕용이가 탑 세븐이 되지 못한 게 더욱 안타깝다.

“근데 왜 전화한 거야? 설마 결승전 전략 짜 주려고 호출한 건 아니겠지?”

[하하하!]

정동희는 뻘쭘함을 큰 웃음소리로 때웠다.

“웃어?”

[하하하! 에이~ 너 은근 뒤끝 있다?]

“나 5위로 결선 진출했거든? 3계단만 더 내려갔으면 떨어지는 거였어.”

[미안~ 미안해에~ 형이 너 도우려다가 그런 거잖아.]

“누굴 탓하겠어~ 내 자신을 믿지 못한 내 탓이지.”

[그렇게 얘기하지 마라~ 더 미안해지잖아.]

난 피식 웃었다. 하여간 착한 형. 조금만 장난쳐도 이런다. 사장이 되어도 근본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전화한 게~ 다름 아니라. 가요뱅크에서 섭외 들어왔거든?]

“가요뱅크?”

[어, 출연해 줄 수 있냐고 하는데…… 경연 중에는 힘들겠지?]

웬 가요뱅크? 신곡 낸 것도 없는데?

“왜 가요뱅크에서 나를 섭외해? 가요무대도 아니고?”

[…….]

정동희는 내 질문에 대답이 없다.

이건 말문이 막혔을 때의 반응인데.

[야……. 너 설마 모르고 하는 소리냐?]

“뭘 몰라?”

[음원 차트 순위 안 봐?]

“내가 그런 거 볼 새가 어딨어? 경연 준비하느라 정신없는데.”

[참나…… 진짜 도인이 따로 없네. 요즘 너튜브에서도 난리가 아닌데, 정작 주인공만 모르는구만?]

도대체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음원 차트?’

마침 신호 대기 중이어서, 난 핸드폰으로 검색해 봤다.

어?

어~어?!

이게 뭔 일이야?!

[1위. 복지리 총각]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난 검색 창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 봤다.

‘수박 차트 일간 순위’

클릭. 클릭.

[1위. 복지리 총각.]

대…… 박.

맙소사, 오마이갓.

복지리 총각이 1위?!

살아 있는 양 떼들과 함께 무대를 누벼도 100위 안에 겨우 몇 번 들락날락거리던 곡이…….

1위? 1위이?!

“형, 이거 진짜야?!”

[봤냐?]

“왜?! 도대체 왜?!”

[그야 나도 모르지.]

허허. 참나.

헛웃음밖에 안 나온다.

6년 전에 나온 곡이…… 1위라고? 이제 와서?

[대충 짐작을 하자면…… 헬로우 트롯맨 유명세 덕분이 아니겠냐? 이 곡이 당시에 큰 인기를 못 끌어서 대중들에게 덜 알려진 영향도 있을 것 같고.]

솔직히 결승 진출한 것보다 지금이 더 기쁘다.

내 노래가 대한민국 음원 차트 1위를 찍다니!!

[무엇보다도 곡이 좋으니깐~ 하하. 뒤늦게라도 대중들이 알아봐 준 거지~]

“우왓! 하하하!”

이제야 실감이 나서 난 전화기에다 대고 소리 질렀다.

[아이고, 깜짝이야!]

“하하! 형! 대박이야! 진짜!”

[벌써 며칠 된 건데. 우리 같은 대한민국에 사는 거 맞냐? 하하.]

“진짜…… 어떻게 이런 일이.”

[음원 수입도 꽤 짭짤하거든? 다음 정산일 기대해라~]

‘복지리 총각’에서 작사와 노래를 맡았기에, 나의 저작권 비중은 꽤 높다.

“와…… 믿기지가 않아.”

헬로우 트롯맨이 내게 있어서 로또라고 생각했다. 일생에 다시 오지 않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준비했던 건데.

이게…… 그냥 로또가 아니라, 미국 로또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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