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240화 (240/250)

240화. 탑 세븐

“어서 오세요~ 덕드래곤~ 신건 씨.”

준결승전 2라운드 마지막 듀엣 대결. 덕용이와 신건이 무대에 올라왔다.

김승주는 웃으며 말했다.

“두 분 오래 기다리셨죠?”

“아, 네.”

신건이 대답했다. 덕용이는 긴장으로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덕용 군?”

“네? 아, 네!”

김승주는 덕용이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많이 긴장되나요?”

“네 좀…….”

“데스 매치 때는 의연하게 잘하더니? 이번엔 왜 이렇게 떨어요? 하던 대로 씩씩하게 하면 되지~”

―맞아~ 덕용아! 화이팅!

―너 완전 잘해! 웃어~

―덕용이 잘할 거야~

방청객들은 덕용이를 향해 화이팅을 외쳐 주었다. 하지만, 덕용이를 위한 환호만 있는 게 아니었다.

덕용이를 응원하는 소리에 질세라, 신건을 외치는 소리가 곧바로 여기저기서 들렸다.

―제이스트림 팬클럽 다시 뭉쳤어요!

―신건 오빠! 흑…….

―오빠! 이번엔 날아 보자! 신건 오빠아~!

신건은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발전하고 있었고, 매 무대에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 줬다. 게다가 잘생긴 외모까지 한몫해 회차를 거듭할수록 큰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대국민 응원 투표에서도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누적 투표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이다.

수려한 외모에 다이내믹한 퍼포먼스. 트롯 가창 실력도 나날이 성장해 갔다. 거기에 우여곡절이 있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사연까지 있으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김승주는 신건을 향해 물었다.

“덕드래곤과는 달리 신건 군은 편안해 보이네요?”

신건은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편합니다.”

―어우…… 오빠.

―그런 말 하지 마아~~

―흑, 안 돼…….

아무리 신건이 상승세여도, 탑 세븐 한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덕용이와 허경구에 비해 실력적인 면에서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은 반전이 일상인 경연이다.

“신건 씨,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무대에서 최선을 다할 거죠?”

“네! 물론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김승주는 대결 선언을 하려다가…….

영혼이 나간 듯한 덕용이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에 농담 한마디를 더했다.

“우리 덕용 군은 이름 불리는 게 좋아요? 아님 덕드래곤이 좋아요?”

“아…… 네 저는…….”

덕용이는 대답하기 전에 방청석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휴우~ 정신 바짝 차리자. 덕군 형이 무대에서는 쫄면 안 된다고 했어.’

“드래곤이 좋습니다. 사람들 다 잡아먹는 드래곤이요!”

눈에 힘이 들어간 덕용이를 보며, 김승주는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 네! 좋습니다. 그럼 덕드래곤 대 신건! 준결승 마지막 듀엣 대결 시작하겠습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우와아~!

* * *

막상 무대를 시작하려니, 두 남자는 이제야 긴장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덕용아, 잘해.”

“네, 형도요.”

전주가 나오기 직전, 신건과 덕드래곤은 가볍게 덕담을 나눴다.

듀엣 대결 곡은 연철의 ‘앉았다 섰다 당신 생각’.

원곡의 잔잔한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 ♪♬♪♬♩

짠자자잔 짠잔 짠자자자 짠짜

띠리띠~~~리 띠리리리~

앉았다 섰다~ 당신 생각~

앉았다 섰다~ 당신 생각~

덕용이가 먼저 불렀다.

소년의 음색으로 듣는 원곡의 멜로디. 역시 매력적이었다.

―아…… 너무 좋아.

―역시, 덕용이야.

―난 어린이가 성인 가요 부르는 거에 거부감 있었는데.

―덕용이는 달라. 그 수준을 넘어섰어.

신건은 덕용이의 옆에서 눈을 감고,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감상하다가 눈을 떴다.

생각나는 당신 모습~~

잊을 길이 없어라으라으~

신건의 얇은 미성이 흘러나왔다.

아이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끝음 처리를 구수하게 하는데.

판정단석에서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와…… 잘해. 아이돌치고 잘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잘해.

―완전 성장 캐릭터예요. 지난번 무대랑은 또 달라졌는데요?

―신건 오늘 기대되네.

있어 달라고 애원했건만~

못 듣고~~ 떠나 버린 너~~~~~

신건은 후렴의 앞부분까지 이어서 불렀는데, 고음도 막힘없이 올라갔다.

그다음 ‘앉았다 섰다 당신 생각’의 최고음 파트.

모두가 예상했듯 덕용이가 숨을 몰아쉰 후 마이크를 잡았다.

목 놓아~~~읏!

―안 돼…….

―맙소사…….

―저걸 어째…….

불러도 아무 소용이 없어라

음 이탈. 다른 말로 삑사리.

고음에서 큰 실수가 나왔다.

덕용이는 당황한 얼굴이었지만 끝까지 후렴 파트를 이어서 불렀다.

앉았다 섰다~ 당신 생각~

앉았다 섰다~ 당신 생각~

신건은 덕용이 가까이 다가와서, 그의 어깨를 잡고 노래를 이어 갔다.

생각나는 당신 모습~~

잊을 길이 없어라으라으~

빰! 빠밤!

노래가 전조 되면서, BPM이 확 올라갔다.

쿵짝. 쿵짝. 쿵짝. 쿵짝. 쿵짝.

쿵자짝. 쿵짝. 쿵짜작.

―그럼, 그렇지!

―재간둥이들이라 뭔가 준비할 줄 알았어.

신건이 소리쳤다.

“모두 일어나세요! 호우!”

―우와아~!

2절이 시작되기 전.

쫙~!

신건은 한 손으로 물구나무서며, 프리즈 동작을 선보였다.

―꺄아악~!

앉았다! 섰다! 당신 생각~~ 싸!싸!

앉았다! 섰다! 당신 생각~~ 싸!싸!

무대는 끓어올랐고.

덕용이는 멘탈이 깨진 상태였지만, 끝까지 준비한 걸 해냈다.

덕군은 모니터로 지켜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 * *

무대가 끝난 후에도, 공연장 분위기는 후끈했다.

김승주는 웃으며 말했다.

“와~ 정말 신나네요! 두 분 무대 너무 잘 봤습니다.”

덕용이와 신건은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신건은 어딘가 불편한 얼굴이었고, 덕용이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굳어 있는 표정은 어쩔 수 없었다.

“아…… 노래 부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있을 수 있죠.”

김승주는 실수를 찝어서 언급하지 않았다. 어차피 편집이 될 테니까.

경연에서 눈에 띄게 잘하거나 못한 부분은 편집을 통해 집중 조명된다. 좋은 무대와 더불어 드라마가 더해져야 시청자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장연정 마스터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아, 네. 우선…… 무대에 좀 실수가 있었죠? 덕용 군?”

덕용이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네, 맞습니다.”

“그래요. 실수는 누구나 다 해요. 저희 같은 기성 가수들도 하거든요? 실수를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그런 스킬을 연마해 가는 거죠.”

“…….”

“무대에 서다 보면 음 이탈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일입니다. 그거 때문에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배 가수로서 부탁드립니다.”

덕용이는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연정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신건 씨?”

“네.”

“같이 무대 하는 사람이 실수하면 덩달아 흔들리기 쉽거든요. 역시 아이돌답게 무대 경험이 많아서 그런 걸까요? 중심을 잘 잡아 주셨네요.”

“…….”

“그리고 오늘 무대 너무 잘했습니다. 이제 완전한 트롯 가수가 되신 것 같아요. 격렬한 퍼포먼스를 펼치면서도 음정 흔들리지 않는 건 여전하고요. 그건 신건 씨만의 큰 무기가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판정단들의 심사평이 끝난 후, 김승주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네~ 이제 마스터 하트 점수 확인하겠습니다. 덕드래곤이 실수를 하긴 했지만, 좋은 무대를 펼쳤거든요? 그리고 신건은 두말할 필요 없이 멋진 무대를 보여 주셨고요. 자, 점수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하트 점수~~ 보여 주세요!”

[김덕용 : 0]

[신건 : 300]

휘청.

전광판의 점수를 확인한 덕용이는 그 순간 자리에서 휘청했다.

신건은 재빨리 그를 잡아 주었다.

“저, 점수가…….”

김승주는 당황했다.

판정단 또한 본인들이 점수 줘 놓고서는 결과에 당황했다.

―뭐야? 덕용이 하트 없어?

―그 정도는 아니었잖아.

―고민하다가 신건 눌렀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덕용이 누를걸…….

공연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방청객들도 환호성도 못 지르고,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기만 했다.

―너무하다. 그래도 열 살 아이인데.

―여기 나온 이상 감수해야지. 서바이벌이잖아.

―야, 아무리 그래도…….

―살벌하다. 진짜.

국민MC 김승주도 이때만큼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도 정신 차려야지!’

그는 눈알을 쉴 새 없이 굴리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이어서, 관객 점수 확인하겠습니다!”

[김덕용 : 120]

[신건 : 180]

김승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관객 점수에서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군요.”

덕용이는 살이 패일 듯, 주먹을 말아 쥐고.

꼿꼿이 서서 정면을 똑바로 바라봤다.

큰 충격에 울 법도 한데도…… 울지 않았다.

김승주는 큰 소리로 외쳤다.

“이건 2라운드 점수일 뿐입니다! 1라운드의 마스터 총점, 대국민 응원 투표 점수, 관객 점수까지 합산하여 탑 세븐이 결정됩니다! 덕용 군, 아직 실망하지 마세요! 충분히 뒤집힐 수 있습니다.”

덕용이는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무대 위로 14명의 트롯맨이 올라왔다.

김승주는 그들 앞에 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준결승 무대를 모두 마쳤습니다. 이제 결선에 진출할 탑 세븐 발표만 남겨 놓고 있는데요, 그전에 최선을 다해 주신 트롯맨들에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짝! 짝! 짝!

―잘했다~ 너무 잘했어~!

―요즘 이 맛에 산다!

―이제 결승전밖에 안 남았어…… 흑.

김승주는 싱긋 웃고는 말했다.

“오늘 호명되지 못하신 분들 또한 대한민국 탑 14에 들은 겁니다. 너무 아쉬워 마시고, 앞으로 TV고려와 좋은 관계 유지해 가시면 좋겠습니다. 자! 이제 발표합니다!”

두구. 두구. 두구.

“6위부터 2위까지 순차적으로 발표하고요, 1위와 7위는 마지막에 호명하겠습니다. 먼저 6위입니다!”

[6위 김종근 1,982점]

“네~ 김종근 씨가 6위를 차지했군요! 탑 세븐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축하해요~ 근데 김종근이 6위라고?

―아…… 듀엣전에서 덕군이랑 점수를 나눠 가져서 그런가 봐.

―그럼 덕군도…….

“자~ 다음 5위입니다! 소리 지를 준비 되셨나요?!”

[5위 덕군 2,044점]

―역시…….

―이런 걸 치킨 게임이라고 하지.

―몰라~ 됐어~ 결승전 올라갔으면 됐어~

덕군은 멋쩍은 미소와 함께 앞으로 나왔고, 큰 박수를 받았다.

[4위 허경구 2,095점]

[3위 정진 2,113점]

[2위 이찬우 2,127점]

2위까지 호명이 끝났다. 탑 세븐 선정된 사람들은 기쁨을 만끽했다.

“자~ 이제 세 분을 보여 드릴 건데요. 이 중에 1위, 7위, 8위가 있습니다!”

두구. 두구. 두구.

“보여 주세요!”

[데이비드 강]

[김덕용]

[신건]

―예상했던 대로다.

―설마 덕용이가…….

―아니야~ 덕용이가 1라운드 점수가 높았잖아. 대국민 인기도 높고.

―셋 다 너무 아쉽다.

―데이비드가 1위지 않을까?

김승주는 목이 쉴 정도로 크게 외쳤다.

“결승전을 앞둔 마지막 라운드! 그 준결승전에서 1위를 차지한 트롯맨은요!”

두구. 두구. 두구.

“와…… 드라마네요. 이분이…….”

두구. 두구. 두구.

[1위 신건 2,147점]

팡~!

팡파르가 터지며, 신건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신건 씨! 축하드립니다! 준결승 1위로 결선 진출을 확정 짓습니다! 제이스트림의 막내 신건! 완벽하게 부활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으허허헉!”

신건은 감격에 겨운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엎드려서 펑펑 울었다.

그 옆에 선 데이비드 강과 덕용이는 눈을 꾹 감고 있었다.

* * *

철컥.

덕용이가 출연자 대기실에서 마지막으로 나왔다.

저벅. 저벅.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

복도 끝에 덕군이 벽에 기대어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 형.”

혼이 빠져나간 얼굴.

덕용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형. 더 잘했어야 했는데…….”

와락.

덕군은 대답 않고 덕용이를 꼭 끌어안았다.

“덕용아, 너 잘했어.”

“…….”

“난 네 나이 때 절대 이만큼 못 했다.”

“…….”

“너 정말 잘했어. 고개 숙이지 않아도 돼.”

덕용이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형이 네 몫까지 잘할게.”

덕군은 덕용이를 품에서 떼어 낸 후 말했다.

“응원해 줄 거지?”

“물론이지, 형.”

덕군은 덕용이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는 다시 꼭 안아 주었다.

“덕용아, 이제 울어도 돼.”

“…….”

“괜찮아.”

헬로우 트롯맨 공연장. 페스티벌 시티.

출연자 대기실에서 밖으로 이어지는 복도에서.

하늘을 찢는 듯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한동안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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