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237화 (237/250)

237화. 레전드 미션(1)

―덕군! 덕군!

―정진! 정진!

―종근 오빠! 사랑해요~

―데이비드! 컴 온!

―찬우야~ 사랑한데이~

시작부터 열기가 엄청났다.

김승주는 이제 겨우 인사를 했을 뿐인데,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에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웃고만 있었다.

환호가 좀 수그러들 때쯤.

“와…… 대단합니다~ 귀가 좀 아프네요~ 하하. 여러분 한 주간 잘 지내셨죠?”

―네에~!

녹화는 3주 만에 하는 거였지만, 시청자들 기준으로 1주 만에 보는 거였다.

“오늘 준결승전이 끝나면 드디어 결승입니다. 탑 세븐이 되기 위해 오늘 결전을 벌일 14명의 트롯맨을 소개합니다!”

―우와아~!

전광판에 참가자들 얼굴이 하나씩 나왔고, 응원하는 트롯맨이 나올 때마다 관중들의 환호성 크기가 달라졌다.

덕군, 이찬우, 정진이 나올 때 소리가 가장 컸으며, 김종근과 데이비드 강, 덕용이도 만만치 않았다.

“확실히 대국민 투표를 많이 받는 참가자가 인기가 많아요~ 하하.”

김승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선전부터 열심히 해 주고 계신 ‘응원 투표’ 있죠? 그 투표 점수가 드디어 오늘 준결승전부터 적용됩니다!”

―우와아~!

―덕군아~ 가자!

헬로우 트롯맨은 각 라운드마다 일정 기간 동안 대국민 응원 투표를 받았다.

모바일 앱으로 투표 가능하며, 인당 다섯 명에게 투표할 수 있다. 중복 투표는 불가능하지만, 다중 투표는 가능하다.

준결승전을 앞두고 4차 대국민 투표까지 마쳤으며, 현재 누적 투표수가 2,000만 표를 넘었다.

이 엄청난 투표수만 봐도 종편 시청률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헬로우 트롯맨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현재 응원 투표 누적 결과! 3위는 이찬우, 2위는 정진, 1위는 덕군입니다!”

―우와아~!

―사랑해!

―화이팅!

김승주는 웃으며 말했다.

“이 세 분은 준결승전을 유리한 고지에서 시작할 수 있겠죠? 아, 그렇다고 해서 다른 참가자분들 미리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마스터 점수와 관객 점수에서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으며, 결승전으로 가는 티켓은 총 7장입니다. 모두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 힘내세요!

―가자~ 가자~

분위기는 끓어올랐다.

다시 한번 축제가 시작될 준비가 된 것이다.

헬로우 트롯맨은 매 경연을 축제처럼 잘 꾸민다. 프로그램이 잘되는 이유다.

김승주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번 준결승전은 레전드 미션입니다. 세 분의 레전드를 모셨습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판정단석 가운데에 자리 잡은 연철, 성대관, 이민자가 일어나 인사했다.

김승주는 성대관에게 말했다.

“성대관 선생님께서 대표로 심사 기준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우선 이 대단한 프로그램에서 저희를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이 후배님들께서 저희 노래를 선곡하여 불러 주신다니 너무 좋습니다.”

짝. 짝. 짝.

관중들은 그의 인사에 큰 박수를 보냈다.

“곡이 가진 특유의 감수성. 그 감수성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자기식으로 해석하여 실수 없이 잘 불렀느냐가 심사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김승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여러분~ 다시 한번 세 분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짝. 짝. 짝.

“개인전은 마스터 점수, 대국민 투표 점수, 관객 점수. 이렇게 세 가지 점수가 합산됩니다. 자! 이제 진짜 시작합니다! 첫 번째 참가자!”

김승주는 손을 쭉 뻗으며 소리쳤다.

“허경구 씨! 나와 주세요~!”

―우와아~

* * *

허경구의 시작으로 준결승전은 막을 올렸다.

그는 성대관의 ‘네 박자’를 선곡했다. 이번 무대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최장기로 준비하여 나왔는데.

네 박자에 유로 사운드를 결합하여, BPM 185의 나이트 분위기로 만들었다.

‘네 박자’가 이렇게 신나는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었다.

허경구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무대를 내려갔고, 그 이후 참가자들의 무대는 계속되었다.

준결승은 준결승다웠다.

무대 하나하나가 정말 대단하고 간절했다.

모든 참가자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걸 준비해서 나왔다.

모니터로 이런 참가자들의 무대를 지켜보며, 덕군은 초조해졌다.

‘전략을 잘못 짰나?’

덕군 또한 최선을 다해 준비는 했지만, 선곡 자체가 경연에서 튀기 어려운 곡이었으며 편곡도 거의 하지 않았다.

뭐랄까. 심심한 느낌? 스스로 판단해도 무대에 특색이 없었다.

쇼미더캐시 우승자 빅보이의 조언에 따라 전략적으로 한 거였지만, 다른 참가자들이 죽자 사자 하는 모습을 보니 불안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형, 나 갔다 올게.”

덕용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네 차례니?”

“응~ 근데 형 안색이 안 좋아. 컨디션 괜찮아?”

덕용이는 덕군의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

“그럼~ 형 괜찮아.”

“……진짜 괜찮은 거 맞지?”

“괜찮다니깐.”

―김덕용! 김덕용!

―덕드래곤~ 화이팅!

참가자들 사이에서 막내인 덕용이는 인기가 좋았다.

어리지만 사교성이 좋아서, 특히 나이가 지극한 참가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덕군은 덕용이를 볼 때면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났다. 노래 재능은 비슷했을지 몰라도 태도는 덕용이와 많이 달랐던 어릴 적 모습이.

어린 덕군은 여덟 살 때부터 앞만 보고 달렸으며, 욕심도 많았었다.

‘나도 덕용이 같았으면 어땠을까.’

아이는 아이다운 게 가장 큰 무기라는 것.

덕용이의 해맑은 웃음에 무장 해제가 되어 버리는 어른들을 보며 뒤늦게 깨닫는다.

* * *

싫다 싫어 꿈도 연애도~

싫다 싫어 비워 버리자~

덕용이가 부르는 ‘싫다고 싫어’.

맑은 고음이 어렵지 않게 쭉쭉 뻗어 가는 걸 보며 판정단석에서 연철이 말했다.

“쟤가 덕용이야?”

그의 옆에는 장연정이 있었다.

“네, 선생님.”

“너무 잘한다. 많이 어려 보이는데.”

“이제 열 살이래요.”

“어이쿠야, 난 저때 뭐 하고 있었더라? 동내 애들이랑 자치기 하고 놀았던 거 같은데.”

“호호. 저도 그랬어요, 선생님.”

“헬로우 트롯맨이 인기 있는 이유가 있구만. 저런 대단한 참가자를 어떻게 찾았대.”

모두가 지난 이야기~~

“캬~”

덕용이의 노래가 끝나자, 연철은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최고다 최고. 꼬마가 부르는 내 노래에 감명을 받을 줄이야.”

김승주가 다음 참가자를 소개했다.

“데이비드 강입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부를 곡은 이민자 님의 ‘열여덟 순정’입니다!”

이민자는 데이비드 강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런 건장한 청년이 열여덟 순정을 부른다고?”

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선이 고운 친구예요. 아마 잘 부를 겁니다.”

날씬하고 훤칠한 키. 기지 바지에 실크 남방을 넣어 입은 훈남. 로맨스 만화 주인공 같은 데이비드는 손끝을 올리며 노래를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울렁~

생각만 해도 울렁~

이민자는 깜짝 놀랐다.

“완전히 여성적인 감성의 곡인데…… 그걸 표현해 내네?”

장연정이 웃으며 말했다.

“저 친구가 가사 해석력이 뛰어나요. 본업이 소설가래요.”

“어머나…….”

“감수성이 남다르더라고요. 굳이 고음이 많은 곡을 부르지 않아도 매력 어필이 되는 참가자예요.”

“그래, 그렇게 부를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실력자야. 저음으로 사람 마음을 울리는 게 정말 어렵거든.”

이민자의 말에 조용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희도 그렇게 생각해서 꾸준히 좋은 점수를 주고 있어요.”

“저 친구, 너무 매력 있네.”

이민자는 눈을 감고 데이비드 강의 노래를 감상했다.

* * *

계속 참가자들이 공연을 이어 가던 중.

장연정은 성대관의 팔을 때리며 소리쳤다.

“선생님! 선생님! 나왔어요! 쟤 잘 보셔야 해요.”

“응?”

‘이찬우’.

“제가 가장 눈여겨보는 참가자 중에 한 명이거든요? 진짜 요즘 보기 드문 감성이에요. 특히 꺾기가 진짜…….”

“그래?”

유행가 유행가 신나는 노래~

나도 한번 불러 본다으다으다으~~

뚝배기 사골 국물에 사리 넣어 말아먹는 듯한 목소리에 성대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리저리 허리를 흔들며 부르는 그의 구수한 표정도 목소리와 참 잘 어울렸다.

“캬~ 사랑받는 이유가 있구마잉.”

“그쵸?”

“뭐야? 24살이여? 겨우?”

“호호. 네.”

“어떻게 연습을 했길래 노래를 저렇게 불러? 구수한 건 둘째치고, 나오는 흥이 너무 자연스러운데?”

“조선의 맛이죠?”

“응? 어, 그래. 그 표현 괜찮네. 조선의 맛. 아이고 신나~”

성대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찬우의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곧이어 이찬우의 노래도 끝났고.

레전드들은 트롯맨들의 노래에 감탄을 이어 갔다.

그렇게 계속 즐기던 중, 갑자기 무대가 환해졌다.

어디선가 들어온 하얀빛.

이젠 이 남자는 다른 색깔 옷을 입어도 하얀 옷을 입은 것 같다.

“어머~ 어머~”

흠뻑 젖은 제비 한 마리가 날아왔다.

“안녕하세요~ 정진 인사드립니다!”

―우와아~!

―정진이다!

―정진이 대국민 응원 투표 2차 때 1위였잖아.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수선화라 부르리~

정진은 연철의 ‘수선화 연정’을 들고 나왔다. 본인에게 최적화된 곡을 선곡한 것이다.

연철은 장난스러운 미소로 말했다.

“아~ 왜 하필 내 곡이야? 저런 미끈한 친구가 부르면 나랑 비교되잖아.”

“호호. 선생님도 멋지세요~”

장연정은 웃으며 안심시켜 주었다.

“아주 그냥 미끌미끌하고만. 여자분들이 스르륵 끌리겠어.”

“아오~ 장난 아니에요. 노래 끝까지 들어 보세요. 남자도 끌려 들어갈걸요?”

“진짜? 에잉~ 그럼 귀 막고 있어야겠다.”

“하하.”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성대관은 큰 소리로 웃었다.

터지는 분수처럼 막을 수 없는~

수선화 연정~

준결승다웠다.

가장 자신 있는 자신만의 색깔을 날카롭게 해서 무대를 준비했다.

실수도 없었고, 그래서 이변은 예상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좋은 평가를 받아온 참가자들이 높은 점수를 받고 결승전으로 갈 것 같았다.

노래가 끝난 후 마스터 점수만 공개되는데, 현재까지 이찬우가 955점으로 1등, 정진이 948점으로 2등을 달리고 있었다.

“후…….”

빠르게 진행을 이어 가던 김승주가 한 박자 쉬었다.

그의 분위기에서 느껴졌다.

그분이 올 시각이다.

판정단석은 긴장했다.

장연정의 굳은 표정을 보며, 성대관이 의아하여 물었다.

“갑자기 분위기 왜 이래?”

실력, 인기, 외모, 퍼포먼스, 그리고 무대매너.

감수성 짙은 엘레지부터 정통 트롯. 품바에 네오 트롯. 1990년대 댄스 곡까지 섭렵한 참가자.

압도적인 기량 차이로 다른 참가자들을 압살하고 있는 폭군.

‘君(임금 군)!’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연일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참가자죠!”

―우와악~!

―꺄악~!

―나 죽어!

―어서 와~ 덕군!

광적으로 바뀐 방청객들의 모습에 레전드들은 벙쪄 버렸다.

“덕군입니다!”

덕군은 양손을 흔들며, 환한 미소와 함께 무대로 나왔고.

방청객 중 한 명은 머리에 손을 대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린 것이다.

덕군은 방청객 구석구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다음 레전드들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기본이 됐네.

―그렇지, 관객들에게 먼저 인사해야지.

다른 참가자들은 나오자마자 레전드에게 먼저 인사했었다.

김승주는 신난 얼굴로 말했다.

“덕군이 준결승 1라운드에서 들려 드릴 곡은요~”

덕군은 심호흡을 하며, 어깨를 털었다.

“성대관 선생님의 ‘쨍뜰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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