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233화 (233/250)

233화. 트롯콘서트(3)

―어머! 어머! 어머!

―허리를 너무…… 하아…….

―내가 이상한 건가? 내가 음란 마귀가 씌인 건가?

꿀렁. 꿀렁.

이리저리 몸 방향만 살짝 비틀기만 할 뿐, 그 자리에 서서 엉덩이에 스냅을 주었다.

어디서 모티브를 따온 춤인지 짐작할 만한 몸짓이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터는 춤은 아니었다.

몸을 꿀렁이며 스냅을 주어 튕기는 건 엉덩이와 머리뿐이다.

덕군의 독무는 현란하면서도 웃겼다.

빵야! 빵야! 빵야! 히이이잉~

총소리와 함께 말 울음소리가 나오자, 덕군의 춤이 멈췄다.

바바밤 바밤~

바바밤 바밤~

댄스 브레이크 비트에서 원곡 비트로 돌아왔다.

터벅. 터벅. 척.

그리고 무대 뒤로 빠졌던 정진, 덕드래곤, 신건이 무대 중앙으로 나와 허경구와 덕군 옆에 섰다.

그! 렇! 게! 가지 마~

남겨진 추억 어떡하라고~

덕드래곤의 맑고 청아한 후렴구가 다시 터졌고.

다섯 사람은 일제히 군무를 췄다.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칼군무.

동작이 아주 복잡하진 않지만,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한 몸처럼 움직였다.

흐르는 슬픔도

버려진 눈물도

왜 모두 두고 가

다섯 남자는 정말 ‘별이 다섯 개’가 되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다섯 개. 무대가 이어질수록 더욱 찬란해진다.

그런 말 하지 마~

잘살기를 바란다는 말

―아싸~

―아오! 신나! 미칠 것 같아.

―커먼 요 쉑더부리!

관중들은 신나다 못해 미쳐 갔다. 뜨거운 열기로 공연장의 온도가 못 해도 한 3도는 올라간 것 같다.

평생을 울어도!

상처로 남겨질!

내 맘 알잖아~~~~~

덕드래곤 특유의 하늘을 찌르는 맑고 청명한 고음이 끝나자, 덕군이 소리쳤다.

“아오~!”

땀범벅이 된 덕군은 마이크를 관중석으로 향하며 소리쳤다.

“자! 가시죠!!”

난나나나나

―쏴아!

난나나나나나나 난 나나나

―쏴아!

‘별이 다섯 개’는 방청석으로 난입했다.

좌석 사이 통로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춤을 추고, 관중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노래도 부르고.

난나나나나

―쏴아!

난나나나나나나 난 나나나

―쏴아!

‘별이 다섯 개’ 중에 가장 빛나는 별.

방청석에서 247댄스를 추는 덕군의 주변을 방청객들이 에워쌌다.

감히 덕군을 만지지는 못하고, 가까이에서 박수를 치며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덕군은 웃으며 한 관중의 어깨를 안으며 소리쳤다.

“더 신나게 놀아요! 난나나나 쏴아~”

덕군 주변에 모인 방청객들이 방방 뛰었다.

난나나나나

―쏴아!

난나나나나나나 난 나나나

―쏴아!

경연 시간 12분을 넘겼지만, 노래는 계속되었고, 판정단, 제작진. 그 어디서도 말릴 생각을 못 했다.

모두가 같이 노는 중이었기 때문에.

* * *

헉. 헉.

겨우 무대를 끝마쳤다.

어떻게 마쳤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정신을 놓고 놀았더니.

판정단과 방청객은 충격에 휩싸여 웅성이고 있었고, 제작진도 정신없어 보인다.

무대를 끝난 뒤 잠깐의 공백.

난 팀원들을 다독이며 웃었다.

“모두 수고 많았어요.”

허경구가 나를 꼭 안으며 말했다.

“덕군아, 고마워. 네 덕분에 형 행사곡 하나 생겼다. 이번에 편곡한 거, 형 일터에서 써도 되지?”

“나이트 말씀하시는 거죠?”

허경구는 고개를 끄덕였고, 난 웃으며 말했다.

“뭘 뻔한 걸 물어보세요? 우리 다섯 명이면 누가 써도 상관없죠.”

난 덕드래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덕용아, 잘했다. 네가 후렴을 잘 불러 줘서 무대가 살았어.”

“치, 나도 춤추고 싶었는데. 형 독무 펼칠 때 진짜 멋졌는데.”

떡춤…… 말하는 건가.

“형아, 나도 그 춤 배우고 싶어. 연습할 때는 그냥 그랬는데, 무대에서 보니까 진짜 멋지던데?”

“너, 열 살이지? 그건 10년 뒤에 배우자.”

“10년? 왜에?”

“…….”

내가 선뜻 대답을 못 하자, 정진이 나서서 말했다.

“하하. 19세 미만 불가 춤이거든.”

“응?”

정진은 춤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다. 어릴 적 신바람 앞에서 떡춤을 췄다가 혼났던 적이 있다.

옆에서 듣던 허경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이트 경력 20년이면…… 떡춤을 모를 리가 없지.

무대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는 기쁨에 다들 신나서 재잘거리고 있는데.

“하아…….”

무거운 한숨으로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이 있었다.

“건이 형, 왜 그래?”

신건은 아까부터 눈이 시뻘게져서 한숨을 쉬고 있었는데.

내가 그의 어깨를 감싸자,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너무 기뻐서 그래. 팀으로 무대 서 본 게 얼마 만인지, 옛 생각이 나서…….”

“…….”

“지금이 감사하기도 하고, 옛 팀원들 생각나니까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하고.”

정진도 웃으며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그 또한 눈가가 살짝 젖어 있었다.

“형은 아까 너랑 듀엣 할 때부터 울컥거려서 혼났어. 네가 말해서 억지로 참았지만, 이제 울어도 괜찮잖아.”

“그럼 괜찮지.”

“흐윽.”

정진은 갑자기 허리를 숙이고 목 놓아 울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쌓였던 걸 토해 내는 것 같았다. 네바퀴가 폐지된 이후 방송가의 떠돌이가 되었고, 지방 무대를 전전하며 화려함을 뒤로했던 삶. 그리고 쉽지 않았던 데스 매치의 두 차례 경연.

그는 데스 매치에서 패자부활전에서 극적으로 살아났을 때도 울지 않았다.

막상 눈물이 쏟아지니 주체를 못 했고, 난 그를 꼭 안아 주었다.

“형, 괜찮아.”

“미안하다. 형이 주책이네.”

정진을 시작으로 우리 팀은 모두 다 울었고,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덕군아, 너도 울고 싶으면 그냥 울어.”

“난 에이스전이 남았잖아.”

이 말에 팀원들은 날 안아 주었고, ‘별이 다섯 개’ 팀은 동그랗게 원을 그려 서로를 위로해 주었다.

[별이 다섯 개 팀 판정단 평가! 스탠바이 하겠습니다!]

난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까지 멋지게 하죠?”

허경구는 한숨을 토해 내고 말했다.

“형은 여기서 떨어져도 돼. 이젠 진짜로 여한이 없다.”

“무슨 소리예요? 우리 팀에서 이번 라운드에 떨어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난 앞장서서 무대 중앙으로 나갔다.

* * *

김승주가 웃으며 말했다.

“모두 진정되셨나요? 무대 뒤에서 우시는 거 같던데.”

덕군이 대표로 대답했다.

“네, 이제 괜찮습니다! 하하.”

“무대를 끝내셨는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덕군은 후련한 얼굴로 말했다.

“아쉬운 거 없고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쉬움은 없다! 와~ 멋진 말이네요!”

김승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무 멋진 무대를 준비해 주신 덕분에 저희도 흠뻑 빠져서 즐겼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응원해 주셔서 저희가 감사하죠.”

덕군은 방청석을 향해서도 허리를 깊이 숙이며 소리쳤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잘했어요! 덕군!

―너무 잘했어~!

김승주는 조용수 마스터를 불렀다.

“조용수 마스터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저만 좋게 느낀 거 아니죠?”

조용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보신 그대로입니다.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이룬 무대였고요. 저는 특히, 중간에 한 오백 년으로 한숨 돌렸던 게 주요했다고 봅니다. 덕용 군이 아주 잘해 줬어요. 그러니까 개개인의 뛰어난 부분을 캐치해서 전략적으로 잘 만든 무대였다. 이렇게 평하고 싶습니다.”

김승주는 성지를 불렀다

“성지 씨! 트롯 무대에서 고요태 노래가 나올 줄은 예상 못 하셨죠? 아까 보니, 깜짝 놀란 표정이셨는데.”

“어머! 호호, 네~ 저 정말 깜짝 놀랐어요.”

성지는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지, 얼굴을 향해 손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저희 노래 비몽사몽이 이렇게 편곡될 수 있구나. 그리고 이렇게 신나는 곡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고요. 덕분에 정말 재밌게 즐겼습니다. 제 노래 불러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무슨 그런 황송한 말씀을…….”

덕군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김승주는 방청객을 향해 말했다.

“어떤 평가를 받았을지! 모두 궁금하시죠!”

―네~

“마스터 총점 점수! 지금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보여 주세요!”

두구. 두구. 두구.

[1,200]

LCD 화면에 뜬 숫자. 1,200점.

“응?”

김승주는 잘못 봤나 싶어서 안경을 고쳐 썼고.

―…….

방청객도, 별이 다섯 개도, 판정단도 멍했다.

팀 미션 마스터 점수는 1,200점이 만점이다.

“자, 잠시만요~?”

김승주는 제작진을 돌아보았고. 제작진은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맙소사.”

김승주는 큰 소리로 외쳤다.

“1,200점! 만점! 만점이 나왔습니다~! ‘별이 다섯 개’ 팀! 마스터 총점 만점으로 현재 팀 가운데 최고점을 기록합니다!”

덕군은 충격에 눈을 끔뻑였다.

‘이럴 수가…… 전생에도 만점은 없었어. 헬로우 트롯우먼, 헬로우 트롯맨 두 시즌 방송하는 동안 만점은 없었어.’

생각지 못한 엄청난 점수에 손이 덜덜 떨렸고.

“덕군아!”

“형아!’

“만세다!”

‘별이 다섯 개’는 덕군 주변으로 모여서, 방방 뛰며 기뻐했다.

김승주는 큰 소리로 외쳤다.

“이로써 ‘트롯콘서트’ 1라운드를 마칩니다. 마스터 총점에 관객 점수 합산한 1라운드 최종 점수는요! ‘별이 다섯 개’ 팀이 1,499점, ‘꽃보다 트롯’ 팀 1,387점, ‘찬찬찬’ 팀 1,381점, ‘종근 형님 같이 가’ 팀 1,300점 순입니다!”

별이 다섯 개 팀은 관객 점수마저 300점 만점에 299점을 받았다.

“1위와 4위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얘기하려 했는데, 생각보다 꽤 컸다. 김승주는 곧바로 말을 바꿨다.

“흠! 2위와 4위의 차이는 고작 81점! 2라운드 에이스 대결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점수입니다! 모두 기대해 주시고요. 잠시 후에 트롯콘서트 2라운드! 에이스 대결 시작하겠습니다!”

―우와아~

* * *

자고로 서바이벌 경연은 쫄깃한 맛이 있어야 한다. 지난 본선 2차의 데스 매치처럼 살 떨리는 승부가 이어져야 하는데…….

그래서 제작진은 우려했다.

‘별이 다섯 개’ 팀이 너무 압도적이라, 2라운드에서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지 말이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지금은 결승전을 향한 과정일 뿐이다. 심지어 준결승전도 아니다.

누가 1등이냐보다는 누가 살아남느냐, 그게 중요했다.

‘별이 다섯 개’ 팀 외에 나머지 팀은 점수가 비슷했고, 좀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2라운드에서는 살 떨리는 싸움이 시작됐다.

1위 팀은 전체 합격. 2위 팀은 1명탈락, 3위는 2명 탈락. 4위는 3명 탈락.

팀 등수에 따라 탈락자 수가 결정되며, 20명 중 6명이 탈락하여 준결승에 진출하는 인원은 14명이다.

2라운드 에이스 대결에서는 모두가 예상한 대로 김종근, 이찬우, 데이비드 강이 에이스로 나섰고.

―하아…… 숨 막혀.

―진짜 처절하다.

―한 곡 대결로 팀 운명이 갈릴 테니까.

―에이스들 진짜 부담되겠다.

세 명의 남자는 목이 터져라 최선을 다해 에이스 대결을 펼쳤다.

세 번째 데이비드 강의 무대가 끝난 후.

[덕군]

에이스전 마지막 순서, 별이 다섯 개 팀의 차례.

팀 대표 덕군의 이름이 LCD 화면에 뜨자, 긴장감으로 팽팽하던 공연장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격렬한 대결이 끝나고 이제 한숨 돌릴 시간. 1위는 정해져 있다는 생각에 다들 편안한 얼굴로 덕군을 맞았다.

뚜벅. 뚜벅.

흰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

담백하고 깔끔하게 옷을 입은 아름다운 청년이 무대로 걸어 나왔다.

방청객들은 무대 위에 선 덕군을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