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229화 (229/250)

229화. 필요한 사람(2)

연습은 전반적으로 순조로웠다.

팀원들이 실력 발휘를 잘하려면 리더가 방향을 잡아 주고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팀원들이 책임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내가 뼈대 구성과 방향을 잡았으니, 굳이 책임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만약 잘못되면 내가 방향을 잘못 잡은 게 되는 것이다.

팀원들은 내가 뽑았다. 우리 팀의 운명은 내가 책임지는 게 맞고, 난 그 일을 당연히 감당해야 한다.

전생의 회사 생활에서 리더가 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여러 엿 같은 리더를 경험하면서, 하지 말아야 하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러고 보면 전생의 김 부장에게 특히 참 많이 배웠었다.

“경구 형님~”

허경구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어, 덕군아.”

“잘돼 가요?”

“아…… 그게. 마지막 곡이라 그런지 좀 부담되네. 우선 짜 봤는데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

“제가 좀 봐 드려요?”

내가 팀원들에게 준 기한은 3일이다. 3일간 곡을 담당한 팀원이 디테일을 짠 후, 다른 팀원들에게 선보이기로 했다.

다 함께 점검하면서 조정할 건 조정하고, 뺄 건 뺄 생각이다.

허경구가 맡은 마지막 곡에 우리 팀의 생사 여부가 달렸다. 그 또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래 주면 고맙지.”

“좋아요, 해 보세요.”

허경구는 화이트보드에 동선을 그려 가며 설명했다.

“그러니까, 스타트를 신건이랑 내가 끊고, 그다음에 나머지 네 사람이 나오는 구성인데…….”

가만 들어 보니, 잘 짰다.

임팩트가 있는데, 그 임팩트를 조금만 더 돋보이게 하면 될 거라고 보았다.

“형님, 좋은데요?”

“엇, 진짜?”

허경구의 얼굴이 환해졌다.

“특히 인원 배치를 잘하셨어요. 곡 편집도 제가 말했던 컨셉대로고요. 나이트 뽕필.”

“하하, 그거야 네가 처음에 가이드를 준 거니까.”

난 생긋 웃으며 말했다.

“다만 빌드업 과정이 조금 더 극적이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통의 리더들은 여기까지 말하고 만다. 난 그게 정말 짜증 났었다. 뜬구름 잡듯 얘기할 거면 피드백을 안 하는 게 낫다.

“처음에 형님이랑 신건 형이 함께 나오잖아요. 그보단 한 명이 나와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게 어떨까요? 그 후에 다 함께 나와서 빵~! 무슨 말인지 알죠? 그게 집중도 잘되고 클라이맥스를 돋보이게 할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그의 의향을 물었다. 내가 이 팀의 리더지만, 이 파트는 허경구에게 맡겼으므로.

“아~ 완전 좋은데? 역시~ 덕군이 무대 경험이 많아서. 하하.”

난 싱긋 웃었다.

“그럼 내가 나갈까? 아님 신건부터 나갈까?”

“그건 형님이 잘 생각하셔서 짜셔야죠.”

여기선 딱 잘랐다. 더 이상 개입하면 허경구를 위한 일도 아니며, 그에게 맡긴 이유가 사라져 버린다.

허경구는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그래?”

난 씩 웃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계획대로 밀고 나가세요. 어차피 나중에 다 같이 보면서 수정할 거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응! 고마워!”

허경구의 표정이 밝아졌고, 텐션이 올라간 그는 콩콩이 댄스를 추며 무대 구성을 고민했다.

그 후 다른 팀원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폈다. 정진은 알아서 잘하고 있고, 덕용이는 솔로니까 그냥 하면 되고…….

“따이쉬! 따이쉬!”

신건은 ‘너는 내 여자’ 곡에 맞춰서 격렬한 춤 동작을 연습하고 있었다.

“형.”

“어, 덕군아.”

신건은 이마의 땀을 훔쳤다.

“안 힘들어?”

“아~ 괜찮아. 열심히 연습해야지.”

“아, 아니 그게 아니고. 그렇게 춤추며 노래 불러도 괜찮냐고.”

“아…….”

신건의 춤이 좀 과했다.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노래 중심의 경연이다. 퍼포먼스는 노래를 돋보이게 할 정도여야 한다.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

“숨이 좀 차서, 목소리가 좀 떨리긴 하는데…….”

“형, 노래가 흔들리면 안 돼. 그걸 생각하면서 퍼포먼스를 짜야 해.”

“…….”

“형 춤 잘 알잖아. 덜 움직이면서 동작을 크게 하는 안무를 하면 괜찮지 않을까?”

“아, 그런 식으로?”

춤을 잘 아는 사람이기에 이 정도까지만 말해도 바로 알아들었다.

“오케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리고 형 퍼포먼스 혼자 하는 거 아니잖아. 같이 춤추는 내 생각도 해 줘야징~ 좀 쉬운 걸로 해~”

난 신건을 향해 윙크를 하며 말했고, 그는 피식 웃었다.

“그래, 알았다. 덕군아, 고맙다.”

“뭘~”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는데.

신건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한번 말하는데, 진심이 느껴졌다.

“다 고마워. 날 이 팀에 불러 준 것도. 형 진짜 열심히 할게.”

오래전이긴 하지만, 신건과 나의 첫 만남은 유쾌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난 다른 거 없다. 내 팀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라서 신건을 지명했을 뿐.

“열심히 안 하기만 해 봐라~”

난 장난스러운 미소로 그를 툭 치고는 갔다.

* * *

중간 점검 날.

허경구는 입에 침을 튀겨 가며 덕군의 리더십을 칭송했다.

“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지면서 팀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스킬이 아주…… 와아~ 사회생활 안 해 봤다는 게 정말 의심스러워요.”

덕군은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 사회생활 해 봤는데…….’

허경구는 가슴을 두들기며 말했다.

“타고난 리더가 무엇인지. 이번에 덕군을 보며 느꼈습니다. 정말 대단한 친구예요.”

오 피디는 싱긋 웃으며 그의 말을 들었다.

“좀 전에 말씀드렸듯이 직장 상사로 만나도 좋고요. 아니…… 난 덕군이 대통령 해도 될 것 같은데?”

“형님, 포장이 과하세요. 적당히 좀 하세요.”

허경구의 과장에 덕군은 결국 끼어들었다.

“아, 왜? 난 진심이야~ 난 그렇게 생각한다구~!”

오 피디는 황당한 얼굴로 신건을 바라봤다.

“신건 군은 퍼포먼스 준비하면서 어려운 거 없었나요?”

“하나도 없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아 그래요? 팀원들이 잘해 주던가요?”

“리더가 완벽해서요.”

“…….”

“제이스트림 리더가 덕군이었으면 팀 해체는 없었을 겁니다.”

오 피디는 혀를 차며 생각했다.

‘오버도 적당히 해야지. 설마 팀 컨셉인가? 덕군이 뭔 짓을 했길래 다 이러는 거야?’

태연한 표정이던 덕군도 민망함에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오 피디가 말했다.

“흠! 다들 리더 칭송이 엄청나신데, 그럼 퍼포먼스는 당연히 잘되어 있겠죠?”

“네, 물론입니다!”

‘별이 다섯 개’ 팀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습니다~ 한번 들어 보죠.”

다섯 명은 곧바로 무대 준비를 했고, 오 피디는 선곡표를 보다가 놀랐다.

“어라? 마지막 곡이?”

이미 선곡표를 보고 있던 옆에 앉은 음악 감독이 말했다.

“댄스 곡이죠.”

“괜찮을까요?”

“트롯과 어울릴 만한 댄스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곡 정도는 타 장르도 괜찮다고 했었으니까요.”

“흠…….”

덕군의 요청에 그런 룰을 정해 주긴 했지만, 타 장르 곡을 선곡해 온 팀은 ‘별이 다섯 개’ 말고는 없었다.

“한번 들어 보고 이상하다 싶으면 바꾸라고 하죠. 어차피 지금은 중간 점검이니까.”

음악 감독의 말에 오 피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시작하세요.”

잠시 후.

오 피디와 음악 감독은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중간 점검을 한 건지, 같이 논 건지.

희열이 가득한 얼굴로 오 피디는 연신 ‘대박’을 외쳤고…….

“음악 감독님! 어떻습니까? 뭐 좀 바꿀 게 있나요?”

“하…… 그냥 따봉이여.”

그는 양 엄지를 치켜세우며 한 번 더 말했다.

“쌍 따봉.”

* * *

헬로우 트롯맨 4회차가 방영된 후.

TV고려 제작진은 충격에 휩싸였다.

“시청률이 20프로가 넘다니…….”

시청률 20퍼센트.

헬로우 트롯맨은 종편 방송국인 TV고려에서 방영 중이다. 그 이전까지 TV고려에서는 시청률 10퍼센트는커녕, 5퍼센트도 나오는 예능 프로는 없었다.

종편과 케이블에서는 시청률 5퍼센트만 나와도 잘 나왔다고 한다.

근데 20퍼센트!

지상파까지 다 합쳐도 주간 2위의 기록이다.

헬로우 트롯맨이 만약 지상파 방송이었다면, 시청률 30퍼센트도 거뜬히 넘을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시청률이었다.

제작진은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이 좋은 일에 대책 회의를 할 정도였으니…….

“고 CP님! 축하드립니다.”

오 피디는 말은 이러면서 웃지 못했다. 너무 기대치를 웃도니 약간 무서운 기분마저 들었다.

잘못 봤나 싶어 수치를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시청률 20퍼센트는 변함이 없었다.

헬로우 트롯맨은 이제 겨우 4회까지 방송했다.

고 CP가 말했다.

“5회차부터 데스 매치지?”

“네…… 맞습니다.”

촬영 끝나고 편집까지 마친 제작진은 알고 있다. 데스 매치가 하이라이트라는 걸.

데스 매치가 방영되었을 때 시청률이 어디까지 날아갈지 가늠이 안 되었다. 지금 상황 자체가 상식적이지가 않기 때문에.

고 CP가 트롯 오디션을 한다고 했을 때 어르신 방송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계속 똥볼만 차던 TV고려에서 이제 인재 영입해 와서 자살골까지 넣으려 한다며.

근데 트롯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인기 요인 분석해 봤나?

고 CP의 말에 오 피디는 답을 하지 못했다.

“한철 장사하고 말 거야? 잘되고 있으면 데이터로 쌓아 놔야지.”

“저도 해 보려 했는데…… 근데 정말 모르겠습니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오디션 하기 전만 해도 대중들은 트롯을 듣지 않았었는데…… 시대의 흐름을 잘 탄 건지. 도대체 뭔지 모르겠습니다.”

오 피디는 직장 상사 앞에서 참 솔직했다. 그 정도로 그에게 이 상황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모두 오 피디 같았지만, 고 CP만이 냉정을 유지했다.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이제부터 살얼음 걷는 기분으로 집중해야 해. 오르기는 어려워도 내려가는 건 순식간이야. 특히 출연자들 구설수 조심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덕군이 심상치 않잖아?”

덕군, 정진, 이찬우, 데이비드 강. 이 네 남자가 인기몰이 중이다.

그중에서도 덕군이 압도적이었는데, 현재까지 방송된 회차까지 덕군의 포텐이 터지기 전인 걸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인기였다.

덕군은 데스 매치에서 포텐이 터진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시청자는 아직 모르지만, 제작진은 알고 있다.

“네, 지금 대중 반응이 어마어마합니다.”

“데스 매치까지 방영되면 어떨 거 같아?”

“아…….”

오 피디는 뭐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가늠이 안 되었다. 지금도 엄청난데, 데스 매치까지 방영되고 나면…….

“TOP 7 계약 내용이 어떻게 되어 있지?”

“굵직한 일정으로는 방영이 끝난 뒤, 콘서트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흠…….”

고 CP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직 TOP 7이 누가 될지 모르잖아?”

“…….”

“나중에 다 결정된 후에 뭔가 하려고 하면 말이 잘 안 먹힌다고.”

고 CP는 오 피디에게 말했다.

“TOP 7이 슈퍼스타가 될 거라는 가정하에 계약 내용을 다시 고민해 봐. 헬로우 트롯맨 이후 일부 프로그램을 함께한다든지, 일정 기간 출연 독점을 한다든지.”

오 피디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고 CP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서로 윈윈할 수 있어야 해. 적어도 상대방이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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