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223화 (223/250)

223화. 데스 매치(2)

출연자 대기실.

덕군과 양상두의 데스 매치.

출연자들은 이 빅 매치를 보기 위해, 모두 각 잡고 모니터 앞에 있었다.

연습을 하거나 딴짓하는 출연자는 한 명도 없었다.

―와…… 상두 형님 진짜 잘한다.

―레전드 무대 나왔는데?

―가수가 레전드잖아.

양상두의 무대를 보고 가수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헬로우 트롯맨 시작부터 덕군의 상승세가 무서웠다. 하지만, 여기서 그 기세가 꺾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양상두의 무대가 워낙 뛰어났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끝까지 봐야 알지. 덕군은 항상 잘했잖아. 더 잘해 버릴지도 모를 일이지.”

“…….”

데이비드 강은 무릎 위에 앉은 덕용이의 표정을 살폈다. 데이비드는 덕용이를 귀여워하며 잘 챙겨 주었고, 덕용이는 그런 데이비드를 잘 따랐다.

“네 형이 질까 봐 걱정되니?”

“상두 아저씨가 너무 잘했어.”

덕용이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며, 데이비드는 피식 웃었다.

“야, 네 형이 떨어지면 더 좋은 거 아니야? 난 덕군이 올라오는 게 더 꺼려지는데. 언젠가 올라가는 사람가 만나야 하잖아. 차라리 상두 형님을 상대하는 게 낫지.”

이 말을 바로 부인할 수 없었다. 덕용이는 헬로우 트롯맨에 참가자로 나온 거지, 방청객으로 온 게 아니니까.

유력한 우승 후보가 떨어져 주는 게 출연자 입장에서는 더 좋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끼고 따르는 친척 형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

“몰라~ 난 그냥 덕군 형이 이겼으면 좋겠어.”

“허허, 짜식 애는 애다. 엇! 한다! 한다!”

덕군의 무대. ‘오매불망 장미’가 시작되었다.

첫 소절을 불렀을 때, 곧바로 대기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무래도 쟤는 미친 거 같아.

―어떻게 노래를 저렇게 하지?

―저 감성 봐 봐. 지난 라운드 때 품바 부른 사람 맞아?

―빠른 곡 잘하는 애가 정통 트롯까지 잘해 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말 그대로 팔방미인.

첫 번째 라운드에서 미끈한 남자, 두 번째 라운드에서는 신나는 품바, 세 번째 라운드는 60년대 정통 트롯.

라운드마다 매번 다른 색깔을 보여 주는데, 그 무대가 모두 말도 안 되게 뛰어나 버리니…….

출연자들은 이젠 덕군을 경쟁자가 아닌 그들과 다른 신기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진심으로 응원을 할 정도로.

―그렇지! 잘한다~

―그거지~ 거기서 그렇게 꺾어야지!

―강약 조절 완벽하고~ 꼭 원곡 가수처럼 노래하네.

덕군의 무대가 끝나갈수록…… 데이비드 강의 동공이 흔들렸다.

‘대단하다, 진짜. 양상두 형님이 레전드 무대였다면, 덕군은 레전드 오브 레전드야.’

덕군의 마지막 소절.

[잊지~ 않~ 으~~ 리이~ 라~~~!]

대기실에는 정적이 흐르다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

―어우~ 소름 돋아!

―덕군! 덕군!

덕군을 응원하는 소리로 난리가 났고.

덕군과 함께 우승 후보로 불리는 데비이드 강, 김종근, 이찬우는 식은땀을 흘렸다.

* * *

양상두는 덕군의 등을 토닥이며 먼저 말했다.

“덕군아, 너무 잘했어.”

“형님도 잘하셨어요.”

덕군은 그를 격려하며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뭔가 좀 울컥하는데, 슬픈 노래를 부른 탓만은 아닐 것이다.

어느덧 눈물을 다 닦은 김승주가 웃으며 말했다.

“아~ 두 분 훌륭한 무대 너무 잘 봤습니다. 정말 멋진 승부였습니다. 하아…….”

지금 김승주의 한숨.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기에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방청객들은 응원하는 가수의 이름을 열렬히 외쳤고, 판정단들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선 심사평 들어 보겠습니다. 장연정 마스터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아, 네. 너무 잘 봤고요, 우선 양상두 씨.”

“네!”

양상두는 긴장된 표정으로 장연정을 보았다.

“저와 활동 시기가 겹치는 가수거든요. 이 자리에 앉아 계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분인데, 잘해 봐야 본전일 트롯 오디션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도 전 정말 리스펙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대도 베테랑다웠습니다. 정말 좋았어요. 태도, 몸짓, 눈빛, 가창, 무엇 하나 빠지는 거 없는 트롯의 정석이었습니다. 뒤에 계신 참가자분들! 네 박자 트롯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선배가 기준을 보여 주셨어요. 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양상두는 머리 숙여 인사를 했고.

짝짝짝.

방청객들과 판정단은 일제히 큰 박수를 보냈다.

“자…… 그리고 덕군?”

“네!”

장연정은 입 앞에 마이크를 대고 뭔가 말을 하려다 말고 우물쭈물했다.

“참나, 말이 안 나오네.”

그리고 멍하니 뭔가를 생각했다.

심사평을 하기 위해 덕군이 보여 준 무대를 떠올린 것이다. 그러곤 피식 웃고는 말했다.

“너, 진짜 어느 별에서 왔니?”

“네?”

―하하하.

―맞아~ 외계인이야~ 외계인~

―노래를 이렇게 부르는 사람이 어딨어!

판정단들은 일제히 큰 소리로 웃으며 장연정의 말에 동조했고. 방청객들 사이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전 월계수동에서 왔는데.”

긴장한 나머지 덕군은 황당한 대답을 내놨고.

객석엔 더 큰 웃음이 터졌다.

장연정은 깔깔대며 웃다가 물었다.

“덕군, 강남 살지 않아요?”

“지금 사는 곳은 강남이지만 월계수동이 고향이라서요.”

“하하, 그래요. 어쨌든 덕군의 오매불망 장미에 대한 심사평은 짧게 하겠습니다.”

장연정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그렇게는 못 부릅니다. 정말 압도적인 무대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우와아~

―대박! 장연정이 못 부를 무대를 덕군이 했다고?

―이거 완전 극찬 아니야?

덕군은 감격한 나머지 입술을 떨었고.

짝.짝.짝

박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김승주는 다른 판정단의 심사평도 청하여 들은 뒤.

“와…… 두 분 모두 극찬 세례네요. 노래를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엄청난 무대였으니까요. 이런 평가가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자~ 그럼…….”

드디어 그 시간이 왔다.

―…….

스튜디오에 무거운 공기가 가라앉았고, 계속 덕군을 외치던 괴성 소리도 멈췄다.

“판정의 시간입니다.”

판정단들은 죽상이었다.

―하…… 이걸.

―여기서 어떻게 한 명을 떨어뜨려.

―하아…… 모르겠다.

―떨어뜨린다기보다는 좀 더 잘한 사람을 뽑는다는 생각으로 가야지.

―근데 당연히 덕군이 낫지 않았어?

―난 양상두 곡이 신나고 더 좋았던 거 같은데.

―취향 차이로 갈리려나.

“총 13개의 하트 중 더 많은 하트를 받으신 분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합니다!”

두구. 두구. 두구.

김승주는 손을 뻗고 소리쳤다.

“자! 13명의 판정단 여러분! 이제 선택해 주십시오!”

한참을 기다렸지만, 스태프 사인이 아직 안 올라왔다.

“어서 해 주셔야 합니다!”

―무승부는 없어요?

―못 해요! 못 해!

“무승부 없습니다! 무조건 선택을 해 주셔야 합니다!”

좀 더 기다리자, 드디어 스태프 사인이 올라왔다.

“자! 투표가 종료되었습니다. 다음 라운드 진출자는요!”

깜깜한 스튜디오.

승리자에게 노란색 폭죽 조명이 올라온다.

“빅 매치! 그 숨 막히는 대결의 승자입니다!”

팟!

덕군의 뒤에 환한 불빛이 켜졌다.

“덕군! 덕군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해!

―잘했어!

―역시 덕군! 사랑해!

판정단과 방청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덕군은 곧바로 양상두에게 다가가 꼭 안아 주었다. 양상두는 웃으며 덕군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축하해.”

“감사합니다. 형님도 참 잘하셨는데…….”

김승주는 판정단 위의 하트 계기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와~ 정말 축하드리고요. 투표 결과 확인하겠습니다. 보여 주세요!”

‘12 : 1’

“아~ 엥?!”

12 대 1.

판정단 13명 중에 12명이 덕군을 선택했다.

압도적인 승리였다.

* * *

“하~ 이거, 개 발렸네. 하하.”

양상두는 무대 뒤로 들어오며 허탈하게 웃었고, 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형님, 죄송해요.”

“네가 왜 죄송하냐? 정정당당하게 승부한 건데. 내가 부족한 거지.”

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에요, 형님 절대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무대 진짜 끝내줬어요.”

“그럼, 너 무대가 훨씬 더 좋아서 이겼다는 거지?”

아…… 할 말 없네.

당혹스러워하는 내 표정을 보며 양상두는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맞잖아, 그게 사실이지. 나두 후회 없어~ 무대 시원하게 잘했다! 괜찮아~”

“…….”

양상두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아~ 전략 실패네. 상대를 잘못 골랐어~ 괜히 널 도발해서는…… 넌 이씨! 정통을 이렇게 잘한다고 얘기를 해 줬어야지~!”

“그걸 어떻게 얘기해요…….”

“그렇네. 하하.”

멋진 무대를 보여 준 양상두를 너무 큰 차이로 이겨서 마음이 불편하다.

“어쨌든, 뭐 내가 선택한 결과는 감수해야지. 덕군아, 축하한다. 재밌었어.”

“…….”

“형은 집에 가지만, 내 몫까지 열심히 해라~”

“그건 아직 모르죠.”

“뭐?”

그가 보여 준 무대라면 ‘추가 합격’은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까지 패한 사람 중에 이 정도 수준의 무대 퀄리티를 보여 준 사람은 없었다.

“뭘 몰라? 졌는데. 집에 가는 거지.”

난 피식 웃고는 말했다.

“녹화 끝나기 전까지는 짐 싸지 마세요.”

* * *

대기실에 왔는데, 이전과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무대를 끝내고 오면, 출연자들이 다들 다가와서 축하해 주고 껴안아 줬었는데.

물론 축하는 해 주지만, 거리감이 느껴졌다.

데스 매치라 다들 예민해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묵묵히 앉아서 다른 출연자들의 무대를 지켜보았다.

신건도 이기고, 덕드래곤도, 데이비드 강도 이기고, 아이 다섯의 아빠 허경구도 하트 한 개 차이로 이겼다.

허경구를 보면 노래 실력이 아주 뛰어나진 않은데, 계속 운이 따른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그가 데스 매치까지 통과할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이찬우의 무대. 난 그가 레전드 무대였던 ‘울기는 왜 울어’를 부를 거라 기대했었다. 솔직히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내가 나중에 부르고 싶었던 곡이었기 때문이다.

데스 매치에서는 내 나름대로는 ‘울기는 왜 울어’ 선택권을 그에게 준 것이다. 미래를 아는 사람으로서 이 정도 페어플레이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접 그 무대를 보고 싶은 팬심도 있었고.

근데…… 이찬우는 다른 곡을 선곡했다.

이 또한 전생과 다른 점이다. 1라운드 때는 같은 ‘진또배기’를 부르더니, 데스 매치는 다른 곡을 선택했다.

어찌 됐든, 그는 좋은 무대를 보여줬고, 데스 매치를 통과했다.

무대를 끝난 나는 즐기고 있었지만, 초긴장 상태로 떨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형…… 괜찮아?”

난 정진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어? 으응.”

“편하게 생각해. 어차피 형은 붙는다니깐.”

“에휴…… 그래, 말이라도 고맙다.”

“…….”

상대는 김종근. 그는 내가 그냥 응원 삼아 하는 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난 ‘추가 합격’이 있으니, 만약 정진이 지더라도 떨어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형, 마음 편하게 가져.”

난 정진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

이제 곧 정진의 차례.

“베테랑이 왜 이래?”

“하…… 덕군아.”

“응?”

“느낌이 안 좋아.”

“…….”

“뭔가…… 직감이 와, 이상하게 느낌이 안 좋아.”

찰싹!

난 그의 어깨를 때렸다.

“에이~ 형! 너무 엄살 피운다!”

“…….”

정진은 혼이 빠져나가 보인다.

그냥 안심하라고 ‘추가 합격’ 얘기를 해 줄까.

“형! 만약 지더라도 형이 준비한 거 잘하면 된다니까!”

“그게 위로냐? 어차피 지면 끝인데.”

하아…… 입이 근질근질하다.

[정진 씨, 김종근 씨. 스탠바이 해 주세요.]

“헉! 콜록. 콜록.”

호명 소리에 정진은 놀라서 사레가 걸렸다.

김종근은 우리 쪽을 살짝 미소 지은 뒤, 의연한 얼굴로 먼저 나갔다.

정진의 얼굴이 새파랗다.

정말 평소답지 않다. 너무 긴장하는데…….

“형, 가야지.”

“그, 그래. 휴우~”

정진은 심호흡을 한 후 일어났고.

그의 뒷모습을 향해, 대기실이 떠나가도록 난 큰 소리로 외쳤다.

“정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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