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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211화 (211/250)

211화. 드디어 앞에 서다(1)

헬로우 트롯맨 사회자, 김승주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와~ 김승주다!

―승주 오빠~

판정단은 김승주를 잘 알고 있는 듯 모두 반갑게 인사했다. 하긴, 모를 리가 있겠는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MC 중 한 명인데.

“여기서 뵙게 되니 반갑네요~”

김승주는 능청스럽게 인사했고, 판정단은 격렬히 환호했다.

―김승주 씨가 사회자면 프로그램 잘되겠네~

―나 자기가 사회 본다고 해서 섭외 수락했잖아~

“하하.”

김승주는 예의 있게 웃으며 말했다.

“뭐, 잘 아시겠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판정단 여러분의 리액션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아시죠? 어떻게 하셔야 할지?”

―알지~

―장사 한두 번 해 봐요?

“네~ 다들 워낙 베테랑들이시니까 알아서 잘하시겠죠. 자, 그럼…….”

김성주는 제작진에게 사인을 보냈다. 준비가 된 것이다.

김승주는 카메라를 향해 정자세로 섰고.

긴장된 스튜디오에 제작진이 사인을 외쳤다.

[하이~ 큐!]

“100억 트롯맨을 찾아라! 대한민국 트롯의 맛, 역사상 가장 맛깔나는 흥의 제전! 대한민국의 미래는 트롯이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헬로우 트롯맨 MC 김승주 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와아~

―가자! 가자!

―트롯 가자~!

“100인의 예비 트롯맨들이 쏟을 노력과 분투! 아낌없는 응원 부탁드리며……”

김승주는 침을 튀겨가며 별의별 미사여구를 열정적으로 쏟아 내었다.

“트롯 진이 되기 위한 첫 번째 관문! 100인의 마스터 오디션!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빠바밤~!

폭죽 소리가 터지고, 무대 조명이 현란하게 움직였다.

“마스터들의 하트 개수로 합격 여부가 결정되고요! 13개, 올 하트를 받으면 합격! 10개 이상을 받으면 예비 합격! 9개 이하는 탈락입니다.”

김승주는 무대 뒤를 향해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헬로우 트롯맨의 문을 열 첫 번째 팀을 모십니다! 과거는 잊어 달라,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이돌부입니다!”

―우와아~!

―화이팅! 화이팅!

―가자! 가자!

아이돌부는 손을 흔들고,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고. 모두 정렬 후 인사한 후에 김승주가 말했다.

“2019 헬로우 트로맨. 첫 번째 순서를 장식할 참가자입니다. 보여 주세요!”

[아이돌부―신건]

―어머! 어머! 신건이다!

―제이스트림 막내잖아?

―제이스트림?! 거기 성공한 그룹 아니야? 거기 막내가 여길 왜 나와?

―예전에나 성공했지, TV 안 나온 지 꽤 됐어.

―헬로우 트롯맨 섭외력 대박이다. 칼 갈았네.

김승주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신건 씨! 나와 주세요~”

김승주의 소개에 신건은 힘차게 무대 중앙으로 뛰어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신건! 인사드립니다!”

그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 * *

김승주는 노래 시작 전에 인터뷰를 진행했다.

“네~ 신건 씨 반갑습니다. 저희가 기억하는 제이스트림 신건 씨가 맞나요?”

“네! 맞습니다.”

“제이스트림은 댄스와 힙합을 하는 아이돌 그룹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쩌다가 트롯 경연에 참여하게 되셨습니까?”

후우―

신건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 말했다.

“무대가 그리웠습니다.”

제이스트림은 딱 1집까지였다. 두 번째 앨범. 세 번째 싱글까지 내봤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차가웠고, 어느 순간부터 방송국은 그들을 찾지 않았다.

너무 빠르게 성공을 맛봤던 제이스트림은 쉽게 무너졌다. 그나마 리더만 예능 프로에 간간이 모습을 드러낼 뿐, 다른 멤버들은 군대를 갔거나 카페 알바 하고 있다.

“방송을 쉰 지 1년쯤 되었을 때, 단지 실력 부족이라 생각하고 미친 듯이 연습만 했습니다. 어느 날 지쳐서 바닥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문제가 무엇인지.”

“…….”

“그러던 중 우연히 트롯이 떠올랐습니다. 찾아서 듣다 보니 멜로디와 가사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고, 어느 순간 트롯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근데 왜 하필 트롯이 떠올랐을까요?”

“…….”

신건은 약간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어릴 적에 빛나는 친구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불렀던 트롯이 인상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혹시 우리가 아는 친구인가요?”

“네, 아마 아실 겁니다.”

“친구 이름이…….”

“그건 말씀드리기가 좀…….”

“하하, 네 알겠습니다!”

김승주는 손을 뻗으며 말했다.

“신건 씨의 무대! 박수로 청해 듣겠습니다.”

―힘내자!

―화이팅! 잘할 수 있어!

판정단은 큰 소리로 응원해 주었다.

♪♬♩ ♪♬ ♪♬♪♬♩

달콤한 내 가슴에 벌처럼 날아와서

첫 소절에 판정단은 모두 얼어 버렸다. 완벽한 트롯 창법이었는데, 그래서 신선했다.

이렇게 부를 줄은 아무도 예상 못 했기에.

―어머, 뭐야?

―왜 이렇게 잘해?

―아싸~ 잘한다아~!

신건은 몸을 살랑살랑 흔들며 농염하고 능숙했다.

사랑을 쏘아 놓고 벌처럼 날아간 사람

띡! 띡! 띡!

순식간에 하트 개수가 올라갔다.

기성 트롯 가수 못지않았다. 신건은 구성지게 잘 불렀다.

순식간에 하트 개수는 11개 되었고, 판정단은 일어나서 무대를 즐겼다.

이제 남은 하트는 두 개!

두둥! 두둥! 두둥!

지지직 뿌익 뿌익

갑자기 노래가 전조 되며, 잔잔한 트롯이 EDM으로 바뀌었다.

“BREAK DOWN!”

신건은 큰소리로 외치고 웃통을 깠고, 곧이어 현란한 댄스를 선보였다.

―어머~~~~~

―꺅~~~~!

* * *

출연자 대기실.

[올 하트! 올 하트입니다~! 첫무대부터 올 하트입니다! 신건 씨 축하드립니다!]

난 눈을 휘둥그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와…… 잘하네? 그리고 브레이크 다운은 뭐야?”

주변을 돌아봤는데, 다른 참가자들도 적잖이 충격받은 듯했다.

첫 참가자부터 올 하트라니!

꿀꺽.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난 자세를 고쳐잡고 모니터에 집중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출연자…….

참가자들은 무대를 이어 갔고, 곧 아이돌부는 끝이 났다.

올 하트는 신건뿐이었다.

신건이 너무 잘해서 참가자들 수준이 높을 줄 알고 긴장했는데.

그냥 신건이 잘한 거였다.

그의 댄스 실력에 이 정도 노래 실력이면 요주의 참가자인데?

[두 번째 팀. 유소년부입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아~ 귀여워!

―애들이 대단하다~

―요즘은 애들이 더 잘해~

이제 덕용이가 나오겠구나.

무대 준비하러 나갈 때 어깨 힘 풀고 노래하라고 조언해 줬었다.

[자, 다음 유소년부 네 번째 순서입니다. 김덕용 군! 나와 주세요~]

[안녕하세요~]

[김덕용 군!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안산초등학교 2학년 2반 덕드래곤! 김덕용이라고 합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하하 귀여워.

―덕드래곤이래~

김승주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아주 씩씩하네요. 헬로우 트롯맨 막내인 거 아시나요?]

[네! 알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각오 한마디 하시죠!]

덕용이는 카메라를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막내의 패기! 보여 드리겠습니다! 아자아~!]

―막내 화이팅!

―덕드래곤 가자!

―덕용이 화이팅!

모니터 밖이지만, 나 또한 박수를 크게 치며 친척 동생을 응원했다.

덕용이가 노래한다는 얘기는 들은 기억이 없다. 진지하게 얘기를 안 해서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아니면 큰삼촌이 일부러 얘기 안 한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덕용이 실력이 궁금했다.

100인의 오디션에도 나왔고, 우리 집안 음악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 기본은 하지 않을까?

♪♬♩ ♪♬ ♪♬♪♬♩

어? 이 전주는 ‘간대요, 정말’인데?

덕용이가 정통 트롯을 한다고?

이제 간대요

이제 간대요

이 쌍화차를 마시고 나면

돌아가야 한대요

헐……. 얘 뭐야?

첫 소절 듣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 모두 벙 쪘다.

목소리 톤은 어린아이의 것이 분명한데, 깊이가 있었다. 끝 음에서 쇳소리까지 느껴졌다.

남의 여자 되려고 간대요 정말

남의 여자 되려고 간대요 정말

감성이 미쳤다.

사랑하지만 떠나야만 하는 이를 보내야 하는. 이 옛날 감성을…… 9살짜리가 이렇게 표현을 잘한다고?

모니터에 비친 심사 위원들도 모두 넋을 놓고 감상했고.

난 노래를 듣는 동안 소름이 몇 번이나 돋았다. 좀 잘하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이 집안의 핏줄, 진짜 무섭구나.

어느덧 노래는 잔잔하게 끝나가고 있었는데.

넋 놓고 있던 심사 위원들이 마지막 전주 중 빠르게 하트를 눌렀다.

펑~! 펑!

화면 가득 노란색 불꽃이 터져 나왔고.

[올 하트! 올 하트입니다!]

―우와아~!

신건 이후 두 번째 올 하트에 대기 중인 출연자들은 기뻐했고.

나 또한 있는 힘껏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나이, 혈연, 계급장 다 떼고. 그냥 너무 잘했다. 덕드래곤.

* * *

“와~ 분위기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데요.”

오디션을 시작한 지 어느덧 2시간이 지났다.

“잘 쉬고 오셨습니까?”

김승주의 말에 장연정은 웃으며 말했다.

“와~ 오빠, 장난 아니에요. 참가자들 왜 이렇게 잘해요?”

벌써 올 하트가 4명 나왔다.

에이스들이 몰린 A조 경연이 아직 시작 안 한 걸 감안하면 대단한 선전이었다.

“판정단이 너무 점수 후하게 주는 거 아니야?”

김승주의 말에 박청수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후하긴~ 너무 잘해. 잘하는 사람만 쏙쏙 뽑아서 오디션 참가시켰나 봐~”

B조는 아이돌부, 유소년부까지 마쳤다.

“클났네요. 이제부터 진짠데~”

김승주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판정단은 눈을 켜고 물었다.

“뭔데요? 이번엔 어딘데요?”

[스탠바이해 주세요~]

제작진의 사인에 따라 판정단은 자리에 앉았고, 김승주는 MC석에 위치했다.

[하이~ 큐!]

“네! 이번에 만나보실 팀은 정말 상상도 못 하셨을 겁니다. 말 그대로 진짜가 나타났습니다!”

김승주는 카메라를 향해 소리쳤다.

“진짜 트롯 가수가 오디션장에 나타났습니다. 현역 B입니다!”

‘현역 B’

덕군을 선두로 하여 현역 B부 8명이 무대로 나왔다.

“첫 번째 순서, 안만호 씨 준비해 주시고요.”

품바타령으로 지방 행사를 휩쓸고 타니는 안만호.

신나는 무대를 펼쳤고. 하트 10개를 받아 겨우 예비 합격했다.

“아~ 아슬아슬했습니다. 다음 가수 모시겠습니다~!”

현역 B에 속한 사람들은 판정단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고, 그래서인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앞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무대를 보여 준 참가자들에 비해 아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참가자들도 ‘현역’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긴장해서인지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했다.

앞서 6명이 부른 상황.

올 하트는커녕 예비 합격자도 몇 명 없었다.

“아하…… 이거 현역 B가 힘을 못 쓰고 있는데요?”

김승주의 말에 판정단도 아쉬운 말을 쏟아 냈다.

―그러니까.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속상하다.

―근데 어쩔 수 없어. 경연이잖아?

―그래. 현역이면 좀 더 기준이 높을 수밖에 없지.

―시청자들이 기대한 것 이상을 보여 줘야…….

김승주는 큐시트를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 이번 참가자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 줄까요? 전 느낌이 오는데요?”

―누군데?

―어서 말해 줘요!

“한때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의 사랑을 독점했던 초통령! 지금도 활발히 현역으로 활동 중인, 성장하는 가수입니다!”

이 설명에 판정단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반짝였고.

박청수는 반가움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덕군]

LED 화면 가득 ‘덕군’의 이름이 크게 나타나며, 김승주가 큰 목소리로 소개했다.

“참가한 것만으로도 화제입니다, 덕군입니다!”

―우와아~

―덕군이닷!

장연정을 비롯한 젊은 판정단은 일제히 소리 지르며 반가워했고.

연차 높은 판정단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덕군의 등장을 지켜봤다.

“안녕하세요~”

덕군은 활짝 웃으며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드디어 무대.

정말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섰다.

휴우―

진정하기 위해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한 후, 다시 한번 큰 목소리로 밝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트롯 가수 덕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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