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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201화 (201/250)

201화. 돌아왔습니다(2)

띠디리 띠디~ 띠리디디~ 띠~ 디디~

복지리 총각의 전주.

무대 환경이 완전 바뀌었다.

백스크린에 알프스산맥 초원이 펼쳐지고, 하얀색 니삭스에 반바지를 입은 남자무용수. 하얀색 니삭스에 치마를 입은 여자 무용수 수십 명이 나왔다.

폴짝. 폴짝.

무용수들은 발을 번갈아 가며 폴짝폴짝 댄스를 추었고.

하얀색 니삭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휘~

띠디리 띠디~ 띠리디디~ 띠~ 디디~

이어서 양들이 나왔는데.

……놀랍게도 진짜 양이었다.

―어머! 깜짝이야.

―진짜야? 진짜가 나온 거야?

―와~ 가요뱅크에서 이런 광경을 볼 줄이야.

양들을 몰고 나온 양치기 소년.

동양적 외모에 파란색 눈을 가진 카자흐스탄 사람 같은데, 너무 감쪽같아서 분장인지 진짜 목동이 온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폴짝. 폴짝.

핑크정장을 입고 무대 중앙에 선 덕군.

싱긋 웃으며 발을 앞뒤 양옆으로 번갈아 찌르며 발 댄스를 췄다. 어찌나 몸이 가벼워 보이는지 구름 위에서 뛰노는 것 같았다.

―스텝이 장난 아니네.

―준비 많이 했나 보다.

요~ 휘~

띠디리 띠디~ 띠리디디~ 띠~ 디디~

전주가 끝날 무렵 무대는 무용수 들과 양들로 가득 찼고.

솔로 무대지만, 여느 그룹 무대보다 훨씬 풍성했다.

빠바밤~ 바밤~ 빰!빰!

삭~!

덕군은 발장구를 멈추고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대었다.

옆 태 보든 뒤 태 보든 양주 복지리~

무스 발라 가르마를 양주 복지리!

경기 북부 소문났네 양주 복지리~

복지리 총각~~

쫙 깔은 목소리.

구수하면서도 쌈마이 느낌 물씬 풍기는 가사.

분명 뽕짝인데, 요들 풍의 향이 느껴지는 묘한 멜로디.

당연히 트롯을 예상했지만, 요즘 유행하는 네오 트롯이나 EDM 트롯을 할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

모두 벙쪄서 무대를 바라봤다.

온 동네에 소녀들이 따라다니네~

지나가던 고양이도 따라다니네!

청바지에 청남방을 깔 맞춰 입은~

양주 복지리 총가악~~~

제일 놀란 건 가족들이었다.

특히 복지리 주민이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김 부장.

노래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가사 내용이 이렇게 디테일할 줄은 생각 못 했던 것이다.

‘온 동네에 소녀들이 따라다니네’

이 부분에서 어머니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1절이 끝나고.

킬링 파트에 접어들고 있었다.

덕군과 무용수들은 일제히 콩콩이 댄스를 췄다.

양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동시에 아랫배를 튕기고 발을 구르면서 콩콩 튀는 춤이다.

아직 나이트에서 유행하기 전이라, 데뷔곡의 춤으로 ‘콩콩이 댄스’를 선택했다.

그는 웃네~ 그를 보네~ 좋아하네~ 요를레잇디~

그를 원해~ 나를 보네~ 이럴 수가~ 요를레잇디~

‘요를레잇디’를 외치며, 팝콘 튀겨지듯 무대 위를 콩콩거리는 수십 명의 사람들.

기괴한 장관이었다.

팬들은 응원하는 것도 잊은 채 입을 떡 벌리고 보았다.

* * *

띠디리 띠디~ 띠리디디~ 띠~ 디디~

후렴구가 끝나고, 복지리 총각 특유의 전주가 다시 나왔다.

중독성 높은 멜로디에 엄마는 전주를 따라 흥얼거렸다.

하지만 김 부장은 냉정을 잃지 않고,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너무 특이한 거 아니야?’

눈과 귀를 사로잡는 건 분명하지만, 너무 마이너하지 않은지, 이게 대중적인 건지 판단이 들지 않았다.

“여보, 노래 좋아?”

“난 너무 좋은데요~?”

어머니와 가족들은 모두 흥겨워했다. 그들 주변에 있는 덕군의 팬들도.

하지만 김 부장은 응원하는 사람들이니, 좋게 들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다른 아이돌을 응원하러 온 팬들의 대화 소리를 들었다.

―이 노래 뭔데 신나지?

―뭐든 무슨 상관이야? 듣기 좋으면 됐지.

―이상하게 흥겹다~ 댄스곡이랑 느낌이 좀 달라.

‘확실히 귀에 꽂히는 건 있어. 무대도 재밌고. 그래, 듣기에 흥겨우면 괜찮은 거겠지.’

김 부장 스스로 걱정이 과한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전주가 끝나고 2절로 들어가려 했고. 김 부장은 다시 무대에 집중했다.

용기 내서 다가가리 양주 복지리~

무서워도 어려워도 양주 복지리!

이젠 나도 마음 열게 양주 복지리~

복지리 총각~~

“어?”

김 부장은 눈이 번쩍 떠졌다.

‘방금…… 고백을 들은 거 같은데?’

2절 가사에 가족들도 놀라서, 김 부장을 바라봤다. ‘복지리 총각’이 김 부장을 지칭한다는 걸 모르는 가족은 없었다.

근데 내용이…….

내게 상처 줬었지만 좋아해 보리~

피 물보다 진하니깐 좋아해 보리!

왈칵!

김 부장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복지리 총각’으로 데뷔곡을 만든 것도 감동인데, 이런 가사까지 썼다는 게…….

옆에 앉은 어머니는 가만히 김 부장의 손을 잡아 줄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다른 가족들도 김 부장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의 우는 모습을 일부러 외면했다.

근엄하고 숨 막혀도 나의 아버지~

양주 복지리 총가악~~~!

이상하게도 밝고 경쾌한 곡이라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김 부장은 눈물을 훔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큰소리로 외쳤다.

“우리 아들 잘한다~!”

김 부장을 발견한 덕군은 그를 향해 손가락 하트를 날려주었다.

그는 웃네~ 그를 보네~ 좋아하네~ 요를레잇디~

그를 원해~ 나를 보네~ 이럴 수가~ 요를레잇디~

활짝 웃으며 후렴을 부르는 덕군.

물기가 어린 그의 눈이 조명에 비쳐 반짝거렸다.

“아싸~~ 좋다~ 이휘~!”

띠디리 띠디~ 띠리디디~ 띠~ 디디~

띠디~ 띠리디디~ 띠~ 디디~

마지막 전주.

폴짝. 폴짝.

다리를 이리저리 찌르며 뛰어다니는 덕군과 무용수들.

방척객들은 후끈 달아올랐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유쾌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가사에 사람들은 사로잡혀 버렸다.

“요~ 후! 이~ 휘!”

전주가 좀 더 빨라졌다.

띠디리띠디띠리디디 띠~ 디디

띠디~ 띠리디디띠디디~

“여러분~ 제 노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주가 계속되는 중에 덕군은 끝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바바밤! 바밤~ 밤~~~~!

노래가 끝났다.

덕군은 90도 인사를 하며 정식으로 다시 인사했다.

“덕군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와아아아아~~~

* * *

휴우~

어떻게 무대를 끝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큰 실수는 없었던 거 같은데.

대기실을 향해 걸어가는데, 다리가 후들거린다.

가는 중에 복도에서 여러 아이돌들 마주쳤는데.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이쁘고 매력 있다.

―덕군~ 오늘 멋졌어요!

―보뉘하뉘 팬이에요~

―화이팅!

대부분 나보다 형, 누나들이다.

귀여운 동생 보듯이 날 응원해 주었다. 착한 척하는 게 아닌 진심이 느껴졌다. 요즘 아이돌은 인성도 좋다더니…….

철컥.

대기실 안으로 들어가자.

“덕군아~ 잘했어!”

와락.

정동희가 날 꽉 안으며 반겨주었다. 그는 파르르 떨고 있는 내 어깨를 잡았다.

“덕군아, 그동안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다~”

“어, 고마워. 형이 고생 많았지.”

그는 휴지로 내 얼굴의 땀을 닦아 주며 웃었다.

“많이 떨렸었니?”

“처음엔 떨렸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놨어.”

“하하. 그래 보이더라~ 잘했어~”

데뷔 무대만 약 3개월을 준비했다.

신곡 컨셉부터 고민했던 시간까지 치면 정동희가 군 복무 중일 때부터니 1년이 넘는다.

“형 준비한 거 생각해서라도 잘되어야 할 텐데.”

“잘되겠지. 뭐 또 안 되면 어떠냐? 너 이제 겨우 16살인데.”

“형은 32살이잖아.”

“얀마, 32이면 젊지. 내가 뭐 가수냐?”

“하하. 하긴.”

우리는 짐을 챙겨서 대기실을 나섰다.

“반응을 언제쯤 알 수 있을까?”

“방송 관계자들 반응은 내일쯤 알 수 있겠지.”

“아…….”

대화를 하며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덕군아!”

“어?”

“정말 멋졌어~”

황나비였다.

이 누나가 왜 여기서 나와?

진짜 사람 놀래는 재주가 있다.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생각보다 허술하던데? 그리고 내가 연예인 외모잖아. 그래서 의심을 안 했나? 호호.”

“…….”

사람 잘 놀래고, 뻔뻔하고…… 하지만 미워할 수 없다.

날 향해 밝게 웃어 주는 황나비를 보니,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무대 위를 날아다니다가 현실 세계로 돌아온 느낌이랄까.

정동희가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다?”

“어머, 안녕하세요~”

황나비는 웃으며 인사했다.

“전역하셨나봐요~ 확실히 사회 물이 좋다~ 멋져지셨어. 호호.”

“욕이니 칭찬이니? 칭찬이겠지?”

“당연하죠~”

우리 셋은 나란히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아, 나비야.”

정동희는 불쑥 황나비를 불렀다.

“네?”

“너, 지금 몇 살이지?”

“17이에요~ 덕군보다 한 살 많아요.”

“어, 그래. 무용 전공이랬지?”

“네~”

“춤은 잘 추겠네?”

“당연하죠~”

황나비는 항상 자신감이 넘친다. 하긴, 예술단장까지 했던 사람이니 자신감 가질 만하다.

아무래도 정동희가 스카웃 제의를 하려나 본데…… 그는 황나비를 눈독 들이고 있었고, 영입하는 것에 대해 나와 상의한 적이 있었다. 물론 난 극구 반대했었지만.

우리는 옥신각신하다가, 테스트 질문으로 판가름하기로 했었다.

“근데, 그건 왜 물어보세여?”

황나비는 기대 섞인 눈길로 정동희를 바라봤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네!”

“연예인이 되어서 활동 중에 좋아하는 이성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거니?”

“좋아하는 이성이요?”

황나비는 부끄러운 듯 날 흘겨보았다.

“그가 원하는 대로…… 해야죠.”

이미 만나는 건 전제로 했네.

“만나겠다는 거지?”

“당연하죠.”

“그가 연예인 하지 말라고 하면?”

황나비는 날 뚫어져라 보며 말했다.

“관둬야죠.”

“근데 왜 날 보고 얘기해에~!”

난 한마디 했지만, 황나비는 개의치 않았다.

“망설임 없이?”

“없죠.”

정동희도 망설임 없이 황나비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어서 집에 가자.”

* * *

월요일. 등굣길.

여느 때와 좀 다르다.

―덕군 오빠닷!

―어제 진짜 멋지더라.

―어떻게 그런 무대를 생각했을까.

―가사도 직접 썼대~

―확실히 천재야.

―양주 복지리~

이런 뜨거운 관심. 보뉘 전성기 시절에 느껴봤다. 난 그러려니 하고 묵묵히 교실로 향했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담임 쌤이 있었다.

“어?”

혹시 늦었나 싶어서, 시계를 보았다.

“‘어?’가 뭐냐?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난 고개를 갸웃하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네?”

수업 시작 30분 전에 왔는데?

이 시간에 담임 쌤이 교실에 있는 게 이상한데.

그는 가까이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오늘 아침 조회 시간에 상 받을 거니까, 30분 전에 강당으로 와라.”

“네? 상이요? 웬 상이요?”

담임 쌤은 씩 웃으며 말했다.

“네가 2013년도 ‘1학기 재원인 상’에 선정됐어. 사실 진작 받았어야 했는데, 훼방꾼이 있어서…… 어쨌든 예술단장까지 되었으니 못 받는 게 이상하지.”

“…….”

“우리 학교가 작년부터 예중 선호도 1위 찍고 있잖아. 그게 누구 덕분인지 모르는 사람은 재원예중에 없을 텐데.”

수업도 제대로 못 받고, 학교 배려 속에 2년간 생활했다. 근데 상까지 주겠다니.

난 양심이 있는 사람이다.

“꼭 받아야 해요?”

“그럼! 꼭 받아야지! 마침 수여자도 그분이시라…… 의미가 있어. 실력으로 입학해서 학교를 빛낸 네가 꼭 받아야 해!”

갑자기 이게 뭔 소리지?

담임 쌤은 윙크를 하고 말했다.

“교장 선생님이 출장 중이셔서, 교감 선생님께서 대신 수여해 주시기로 했거든.”

“아…….”

홍성만 교감. 대머리 선생님.

입학시험 볼 때 내게 적대적으로 굴던…… 아주 소문이 좋지 않은 선생님이다.

그럼에도 작년에 교감이 되었다.

“알겠어요. 받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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