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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167화 (167/250)

167화. 가족사랑(2)

‘포상 휴가’라는 말에 덕군은 행정보급관의 제의를 바로 수락했고.

말은 없었지만 정동희는 입만 실룩거리며 좋아했다.

정동희는 덕군이 나서 주면 뭐라도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누구보다 덕군의 실력을 잘 알고 있으니까.

다른 가족들 또한 어차피 구경만 하면 될 거라는 생각에 잠자코 덕군이 하는 대로 두었다.

사단본부.

덕군과 가족들이 도착했다.

“생각보다 무대가 꽤 크네?”

연병장 가운데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조립식 무대인데, 조명까지 풀세트로 장착되어 있다.

“덕군아, 큰 거냐?”

정동희가 옆에서 물었고, 덕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이 정도면 지방 행사 중형급 사이즈야.”

“…….”

“관객들도 최소 1,000명은 넘겠어. 이거 뭐 위문 열차 하는 것도 아니고.”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들도 많이 보였다.

“규모가…… 심상치 않은데?”

계속 위병소 안으로 들어오는 민간인들을 보며 덕군은 고개를 갸웃했다.

“동희 형, 이거 공지된 지 오래된 행사야?”

“응, 한 반년 됐지?”

덕군은 놀라서 물었다.

“뭐야? 아까 행정보급관님은 가볍게 말씀하시던데?”

“그분이 원래 그래. 그 어떤 심각한 일도 가볍게 말씀하셔. 얼마 전에 탈영병 사건 생겼을 때도 휴가 간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시더라고.”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어머니가 물었다.

“원래 군인들이 그러니?”

“아니요. 그분만 그래요.”

‘정신 바짝 차려야겠는데.’

덕군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형, 일단 참가 신청부터 하자. 일단 하고 보는 거야.”

“그래. 근데 괜찮겠냐? 다들 준비 많이 한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참가팀들은 눈에 확 띄었다. 옷을 맞춰 입은 것은 기본이며 각종 소품까지.

인형 탈까지 쓴 팀도 보였다.

‘땅꾼과 뱀돌이 생각나네.’

덕군은 전국민노래자랑에서 일석이와 친구들이 떠올라서 피식 웃었다.

“형 나도 솔직히 좀 당혹스럽긴 한데, 이왕 하기로 나선 거고, 그 덕분에 형 면회 외출을 받을 수 있었잖아?”

“아…… 그렇긴 하지.”

“그럼 해야지.”

덕군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고민했다.

‘뭐라도 짜야지. 그냥 동희 형이랑 둘이 나가서 노래만 불렀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겠어.’

준비할 시간은 얼마 없다.

하지만 이 팀에는 이름이 알려진 덕군이 있고.

정동희와 김 부장처럼 음악적으로 좋은 자원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머릿수가 많다.

‘그래, 이렇게 하면 되겠어.’

드디어 뭔가가 떠올랐다.

덕군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동희 형, 나 믿지?”

정동희는 자신 있게 웃는 덕군을 바라보며 한숨 놓였다.

“너, 뭔가 있구나?”

“하하. 형. 어서 참가 신청이나 하고 와. 빨리 연습하게.”

“오케이! 알았어~”

정동희는 덕군의 이 표정을 잘 알고 있다.

반드시 승리하는 천재의 얼굴을.

* * *

연병장 뒤의 공터.

가족들을 벤치에 앉혀 놓고, 덕군은 그 앞에 서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헉. 헉.”

정동희가 뛰어왔다.

“형~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대기자가 많더라고.”

“그래? 지원자들은 다 참가 기회를 주는 건가? 그러면 너무 많을 텐데.”

“……그게, 대대별로 1팀이더라.”

“아~ 어?!”

덕군은 황당해서 말했다.

“그럼 우리가…….”

“맞아, 대대 대표였던 거야.”

“그 행정보급관님, 뭐야?”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이렇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이래서 자꾸 날 찔러 본 거였어. 음대생인데다가. 친척 동생은 덕군이고.”

덕군은 살짝 소름이 돋았다.

‘그럼 애초부터 계획하고 있었다고? 행정보급관님 무서운 분이네. 이래서 짬밥은 무시 못 한다는 건가.’

“가볍게 할 일이 아닌 거네.”

정동희는 얼굴을 굳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부대 대표로 나온 거니까. 아오~ 부담스러운 거 싫은데. 잘돼도 문제야. 군대에선 뭐 하나 잘하면 다음부터 유사한 일 있을 때 계속 시키거든. 한 놈만 조지…….”

정동희는 말하려다가, 다른 가족들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포상 휴가라는 낚시질에 걸려서, 말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던져진 주사위였다.

참가 신청은 이미 했고, 무대에 서야 한다.

‘아, 몰라. 일단 최선을 다하자.’

덕군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자~ 모두 주목하세요.”

덕군은 자연스럽게 리드했고, 가족들은 덕군의 말을 따랐다.

“우리가 부를 곡 제목입니다.”

‘한약 같은 친구’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친구를 ‘한약’에 비유해 친구의 소중함을 표현한 트롯 곡이거든요.”

다들 모르는 눈치였다.

하지만 큰 상관은 없다. 노래는 덕군과 정동희가 부를 것이니.

정동희는 덕군이 이 노래 부르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이 노래를 알고 있었다.

“노래는 저와 동희 형이 부를 거고요.”

정동희는 살짝 손을 들고 말했다.

“덕군아, 형 꼭 노래해야 하냐? 너 혼자 노래하는 게 좋지 않겠냐?”

“군대에서 하는 노래대회인데 주인공인 군인이 무대에 안 서면 어떡해?”

“아…… 좀 그런가?”

“내가 여기 초대 가수로 온 거 아니잖아.”

“그냥 뒤에서 세션으로 참가하는 건.”

덕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 돼. 안 돼. 경연인 이상 페어플레이 해야지.”

“……그래.”

정동희는 영 자신이 없는지, 고개를 숙이며 한숨 쉬었다.

덕군은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아빠도 무대에 설 거예요.”

“뭐?”

“왜?”

“혼날라고…….”

가족들은 일제히 격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무시하고 설명을 이어갔다.

“저희는 준비한 게 없잖아요. 마침 가족들이 많이 왔으니, 쪽수로 밀어붙입니다.”

할머니는 불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는데.

덕군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할머니.”

“……난 무릎이 안 좋아서.”

할머니는 불안한 마음에 바로 쉴드를 쳤다.

“무대 바로 앞에 앉아 계시다가, 저희 노래 부를 때만 신나게 즐겨 주시면 돼요.”

“아~ 그건 자신 있지.”

할아버지 칠순 잔치 때 보여 준 현란한 스텝을 덕군은 기억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자식들이 음악 하는 걸 싫어했을 뿐, 음악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재원예중에서 덕군의 활약을 본 이후로 할머니의 관념도 바뀌어 가고 있었다.

“할머니, 활약 기대할게요.”

“오냐, 걱정 마라.”

덕군은 어머니와 지아 누나를 바라봤다.

“두 분은 코러스를 할 건데.”

“코러스? 노래도 모르는데?”

지아 누나의 반문에 덕군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가사는 딱 두 마디만 외우면 되고, 들어가는 타이밍은 내가 신호를 줄 거야.”

같이 가세. 같이 가세. 한약 같은 친구

같이 가세~!

덕군은 코러스 가사를 바로 불러 보았다.

“어려워?”

“아니.”

“코러스 가사는 이게 다고, 노래 시작과 후렴에서만 쳐 주면 돼.”

덕군은 어머니를 바라봤다.

“어머니도 하실 수 있으시죠?”

“오냐, 이 정도는.”

“오케이! 바로 연습하죠.”

짝! 짝! 짝! 짝!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며 덕군은 신호를 주었다.

“자! 하나~ 둘!”

같이 가세. 같이 가세. 한약 같은 친구

같이 가세~!

음정, 박자 정확했고. 목소리도 좋았다.

덕군은 놀라서 말했다.

“굿~ 좋은데요?”

덕군은 바로 김 부장의 스마트폰으로 ‘한약 같은 친구’를 틀어 보았다.

“자~ 제가 신호 주는 타이밍에 들어가는 겁니다.”

같이 가세~!

완벽했다. 더 연습해 볼 필요도 없었다.

“너무 좋아요.”

덕군의 칭찬에 어머니와 지아 누나는 배시시 웃었다.

“우리 액션만 더 추가해 봐요. 노래의 베이스 리듬을 들어 보시면, 빰바~ 빰바~ 빰바~ 이렇게 네 박자에요. 트롯은 기본이 네 박자.”

“…….”

“박자에 맞춰서 양 무릎을 번갈아 올리면서 엉덩이에 살짝 무브를 주세요. 잘 이해가 안 가시면 가요 무대에서 코러스 누나들 생각하면 되는데…….”

“난 가요 무대를 본 적이 없는데?”

지아 누나가 심드렁하게 대꾸했지만.

그 사이 어머니는 덕군이 원하는 무브를 완벽하게 시연하고 있었다.

살랑~ 살랑~

봄바람 같은 몸짓.

“누나, 어머니 따라 하면 되겠다. 우리 어머니 너~ 무 잘하신다.”

“호호.”

‘좋아, 코러스는 됐고.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데?’

덕군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아빠.”

“…….”

“아빠!”

“으응?”

“왜 못 들은 척해?”

“…….”

뭐라도 해야 하는 분위기.

김 부장은 덕군이 본인을 불러 주지 않기를 바랐다.

무대에 서기가, 특히 할머니 앞에서 무대에 오르는 게 꺼려졌다.

“아빠도 뭐 해야지?”

“여기서 뭘 더 하냐? 코러스까지 완벽하구만.”

덕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아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우리 전략은 쪽수로 밀어붙인다니까?”

뭘 시키려고 이러나.

김 부장은 염려스러운 눈길로 덕군을 바라봤고.

덕군은 씩 웃으며 김 부장을 향해 말했다.

“걱정하지 마, 아빠 잘하는 거로 시킬 테니까.”

* * *

[참가번호 8번!]

덕군과 가족들이 무대에 섰다.

[1672부대. 정동희 일병의 무대입니다. 와~ 대가족이 무대에 섰는데요.]

지금까지 대부분 듀엣 혹은 트리오 였다.

[정동희 일병 외 4명. 총 5명으로 구성된 무대! 부를 곡은 ‘한약 같은 친구!’입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우와아~

―휘이익~

[아아. 잠시만요. 속보입니다. 하하. 정동희 일병과 함께 노래 부르는 소년이 연예인이라고 하네요. 초통령 보뉘인 덕군입니다!]

―보뉘? 보뉘가 뭐야?

―아~ 나 알아! 중학교 때 보뉘하뉘 한창 봤었어~

―와~ 잘생기긴 했네.

―하뉘는…….

[다시 한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사회자의 소개를 끝으로.

팟!

무대에 조명이 들어왔다.

“진군!”

정동희는 무대 정중앙에서 큰 소리로 경례를 붙였다.

―휘이익~

―화이팅!

무대 중앙에 선 정동희와 덕군.

뒤쪽에는 어머니와 지아 누나.

그리고 그 옆에…….

기타를 맨 김 부장이 있었다.

짜가자가 짜가자가 자가자가 장장!

자가자가 장장! 자자자장!

강렬한 기타 솔로의 오프닝.

지금까지 노래방 반주로만 부른 참가자들과는 시작부터 달랐다.

띠리디디~ 띠리리~ 디디리리~

그리고 이어진 뽕필 가득한 노래방 반주음.

화려한 기타 솔로 뒤에 나와서 더 반전이 느껴졌다.

그다음 코러스!.

같이 가세. 같이 가세. 한약 같은 친구!

살랑이는 몸짓.

어머니와 지아 누나는 덕군의 손짓에 맞춰 코러스를 시작했다.

같이 가세~!

바바바밤!

찰싹!

덕군과 정동희는 하이파이브를 한 후.

후렴 한 소절로 노래를 시작했다.

같이 가세! 한약 같은 친구야으야으~~

스타트는 덕군부터.

눈을 반쯤 감았다 뜨며, 정동희를 향해 살짝 손짓을 콕 찍으며 불렀다.

잠자려 눈 감으면

꼭 한번 생각이 나는

당신은 좋은 친구야

정동희는 능청스럽게 다이아몬드 스텝을 밟다가, 덕군의 팔짱을 꼭 끼었다.

가족보다 더 끈끈한

우리 두 사람

전생에 인연일 거야~

그다음 후렴부.

덕군과 정동희는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힘차게 불렀다.

애인보다 자네가 좋고

부동산보다 자네가 좋아

자네와 난 한약 같은 친구야으야으~~

경쾌한 리듬에 연병장은 달아올랐다.

음악도 신나고, 두 남자의 호흡도 좋고.

코러스에 기타 반주까지.

다른 참가자들의 무대와는 결이 달랐다.

정동희는 아마추어 느낌이 다분했지만, 덕군의 능숙함에 묻어갔다.

―아싸 좋다~

―와~ 잘하네

―왜 이렇게 신나는 거야?!

노래는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해 갔다.

아~아~아~ 사는 날까지

같이 가세! 한약 같은 친구야으야으~

덕군은 마이크를 관중들에게 돌리고 소리쳤다.

“자~ 다 같이요~”

군인 관중들은 옆의 전우와 함께 큰 소리로 함께 불렀다.

애인보다 자네가 좋고

부동산보다 자네가 좋아

자네와 난 한약 같은 친구야

“아싸~ 좋고~ 하나~ 둘~”

아~아~아~ 사는 날까지

같이 가세! 한약 같은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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