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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166화 (166/250)

166화. 가족 사랑(1)

“아, 안녕하세요.”

정동희는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덕군과 가족들은 반가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정동희의 반응은 뭔가 개운치 않아 보였다.

“어이구~ 우리 손주, 몸 건강히 군 생활 잘하고 있는 거지?”

할머니는 정동희의 손을 연신 쓰다듬으며 말했고.

“네, 할머니.”

“어이구. 장하다, 장해.”

토닥. 토닥.

급기야 정동희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서른 먹은 일병이 엉덩이 두드려지고 있는 모습이란…….

“오빠! 군인 되고 더 멋있어진 거 같아!”

지아 누나가 웃으며 말했고.

정동희는 씁쓸하게 웃었다.

‘욕인지 칭찬인지.’

“그래…… 무쟈게 고맙다.”

“군대가 체질에 맞나봐?”

“…….”

지아 누나는 눈치 없는 것도 김 부장 닮았다. 마지막 말하기 전에 정동희의 씁쓸한 표정을 살폈어야 했는데.

말뚝 박지 않은 사람에게 군대 가서 더 멋있어졌다는 말은…… 군 생활 계속 하라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정동희는 그냥 넘어갈 줄 아는 아량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래, 체질에 맞나 보지 뭐. 지아는 더 예뻐졌구나? 이제 숙녀티가 나네.”

“호호. 고마워. 체질에 맞으면 군 생활 계속하면 되겠다. 근데 표정이 왜 안 좋아?”

적당히 좀 하지.

아무리 아량을 지녔어도, 표정 관리까지는 어렵다. 그건 본능이니까.

그때 덕군이 지아 누나를 옆으로 살짝 밀치며 말했다.

“에휴. 누나, 눈치 좀 챙겨.”

“내가 뭐?”

덕군은 정동희를 바라봤다.

“형, 건강한 거지?”

“…….”

“형이 휴가 나와서 가족들 인사 못 한 게 아쉽다고 해서, 이번에 다 모시고 왔어. 이렇게 면회 와서 보는 것도 추억이잖아~”

“그래…… 좋은 추억 만들어 줘서 고맙다. 덕군은 형이랑 따로 얘기 좀 하자.”

“그냥 지금 여기서 하지?”

“아냐, 따로 얘기해야 해. 단둘이.”

덕군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알았어.”

그때 어머니가 불렀다.

“동희야~”

“네~ 숙모.”

“어서 와서 먹어라. 군인들에게 인기 좋다는 음식으로만 준비했는데, 좋아할지 모르겠네.”

양념치킨, 피자, 갈비찜…… 그리고 베스킨 로빈슨.

정동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표정이 급 밝아졌다.

“우와~!”

정동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잘 먹겠습니다~ 아.”

정동희는 피자를 집으려다가, 어머니와 김 부장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제 전우들 데리고 와도 됩니까? 송사무엘이라고 기억하십니까? 삼촌은 아실 텐데.”

김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기억하지. 그래, 다 데리고 와라. 음식 많이 싸 왔으니까.”

* * *

곧 송사무엘과 전우들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송사무엘은 반갑게 인사했고, 김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고생이 많다. 어서 먹어라.”

군인들은 차려진 음식에 달려들었다.

―와~ 미쳐. 미쳐. 너무 맛있어.

―확실히 냉동이랑 차원이 다르다.

―엊그제 휴가 가서 많이 먹었는데, 왜 또 이렇게 맛있냐.

―위병소만 통과하면 사제 음식은 다 맛있어져.

분대원들 동기 등 10여 명은 걸신들린 듯 먹어 치웠다.

닭 뼈까지 씹어먹을 태세.

진공청소기가 온 것 같았다. 탁자 위의 음식들은 깔끔하게 비워지고 있었다.

“으이구. 저거, 저.”

할머니는 손자 먹이려고 면회 왔는데, 정동희가 제대로 못 먹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했다.

“동희야, 이거 먹어라. 이것도 먹고.”

급기야. 할머니는 보다 못해 끼어들었고, 정동희는 난감해했다.

“아…… 할머니, 제가 그냥…….”

“아, 해 봐.”

정동희는 이 집안의 첫 손주다.

조부모의 사랑은 첫 손주가 가져간다는 말이 있다.

큰고모는 본인이 배 아파서 낳은 딸 아니지만, 그래도 할머니는 정동희를 끔찍이 여겼다.

특히 막냇삼촌과 정동희는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서 어릴 적부터 따로 살기 전까지 잘 어울려 놀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정동희를 손주지만 막내아들처럼 생각했다.

“이보시오들. 천천히 좀 드시오, 탈 나요.”

할머니는 다른 장병들을 향해 협박조로 말했고.

“동희야, 어서 먹어. 많이 먹어. 빨리 먹어.”

“할머니 방금 빨리 먹으면 탈 난다고…….”

“잔말 말고 넌 어서 먹어.”

* * *

어느새 식탁은 다 비웠는데.

장병들은 갈 생각을 안 했다.

모두의 시선이 한곳을 향해 있었는데.

지아 누나.

게걸스럽게 먹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장병들은 다소곳이 앉아서 지아 누나만 힐끔거리며 바라봤다.

덕군 쪽은 보지도 않았다.

연예인이 된 후, 이렇게 시선을 못 받아 본 건 처음이었다.

―저…… 나이가 어떻게 돼요?

―남자 친구 있어요?

―어떤 스타일 좋아해요?

지아 누나는 남자들의 관심을 안 받아 본 건 아니지만.

여기서처럼 노골적이고 원초적인 관심은 처음이었다.

야생의 수컷들을 만난 느낌이랄까.

“이걸 대답을 해야 해, 말아야 돼.”

―아잉~ 대답해 주세요~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 있는 군인입니다. 진군!

―알려 죠! 알려 죠!

장병들은 어울리지 않게 귀엽게 말했다.

“나이는 17이고요.”

지아 누나가 마지못해 대답하자.

―우와~ 전역할 때쯤 19살! 딱 좋네!

어느 이병이 말하자, 분대장이 뒤통수를 때리며 말했다.

―얀마, 형이 전역하고 친하게 지내다가 성인 되었을 때 사귀면 되지.

―전 미성년자도 사귈 수 있어요! 지켜 줄게!

―뭘 지켜, 인마!

장병들은 지아 누나 한마디에 난리가 났고.

이 반응이 재밌는지, 지아 누나도 피식 웃었다.

그리고 장난기가 생겼는지, 굳이 한마디 더 던져서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남자 친구는 없어요.”

―우와악~!

―됐으! 됐으!

―오늘부터 1일 해요!

―김지아! 김지아!

장병들은 갑자기 지아 누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고.

“호호. 뭐야, 완전 웃겨.”

지아 누나는 깔깔대며 웃었다.

하지만 이 모습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아빠, 계속 두고 볼 거야?”

덕군은 군인들이 지아 누나에게 추근대는 게 못마땅했다.

“왜? 놀고 있잖냐.”

“저게 놀고 있는 거로 보여?”

“지아가 재밌어하잖아.”

“…….”

10여 명에게 둘러싸인 지아 누나는 연신 웃으며 대화하고 있었다.

“장병들이 좀 짓궂긴 하지만, 그래도 선은 지키는구만. 아빠가 다 듣고 있어.”

“저러다가 누군가에게 마음이라도 주면?”

“하하.”

김 부장답지 않게 웬일로 큰 소리로 웃었다.

“덕군아, 니 누나를 모르냐? 걱정 마라. 그리고 또 마음 주면 어떠냐?”

덕군은 김 부장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누나한테는 이상하게 쿨하네? 그만큼 믿는 건가.’

하지만 덕군은 자꾸 신경 쓰였다.

“덕군아.”

할머니 옆에 붙잡혀서, 배 터지게 먹고 있던 정동희가 날 불렀다.

“어, 형.”

“형이랑 잠깐 대화 좀 할까?”

* * *

막사 옆.

“아오, 배불러.”

정동희는 배를 두들기며 말했다.

“하하, 형 많이 먹긴 하더라.”

“와~ 어릴 적부터 그랬어. 할머니는 날 너무 먹이려고 해.”

난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할머니는 정동희를 참 각별하게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느꼈다.

근데, 뭐 그게 서운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만약 어머니가 그랬다면 서운했겠지만.

콩.

정동희는 내 머리를 살짝 쥐어박으며 말했다.

“얀마. 연예인을 데리고 오라니까.”

“어? 형이 언제 그랬어?”

난 짐짓 모른 척 되물었다.

“어쭈? 모른 척하네? 눈치 100단인 녀석이?”

“진짜 난 모르겠는데~?”

“와~ 이 너구리 같은 녀석!”

정동희는 헤드락을 걸었고, 우리는 연신 웃었다.

“하하.”

정동희는 헤드락을 풀면서 말했다.

“야, 근데 지아 진짜 이뻐졌다.”

정동희는 지아 누나를 정말 오랜만에 봤다.

우리 집에도 몇 번 온 적 있지만, 누나는 주로 학교나 독서실에만 있어서 얼굴 마주칠 일이 없었다.

“형도 깜짝 놀랐다. 와, 어릴 때랑 완전 다르네.”

정동희는 살짝 내 눈치를 보고 말했다.

“혹시 지아도 노래 좀 하니?”

“…….”

“큰삼촌이랑 네 재능 보면 지아도 보통은 아닐 것…….”

“형, 누나는 아니야.”

난 바로 휘갑을 쳤다. 누나마저 음악 한다고 했다가는 집 난리 난다.

“누나는 건드리지 마.”

“흠! 내가 뭐랬냐?”

내가 정색하고 막자, 정동희는 뻘쭘해하며 말했다.

“혹시 이 얘기 하려고 잠깐 보자고 한거야?”

내가 가자미눈을 뜨고 물어보자, 정동희는 웃으며 말했다.

“아~ 아니야.”

정동희는 내게 수첩을 내밀었다.

“형이 또 한 곡 작곡했거든? 영내 녹음기는 반입이 안 돼서, 수첩에 적었어.”

내민 수첩을 펼쳐 보니, 작게 그려진 악보가 있었다.

“오호…….”

난 당연히 악보를 볼 줄 안다.

멜로디가 괜찮아 보였다.

음응~~ 응으~~ 흐으음~~음~

난 악보에 따라서 허밍을 했고.

“형, 이 속도 맞아?”

“조금만 더 빠르게.”

밝고 경쾌한 느낌.

리듬감도 좋았다.

“오, 근데 리듬이 좀 특이하다.”

“트롯 리듬에서 조금 더 빠르게 변주했는데…… 왜? 별로니?”

“아니, 좋아서.”

난 대뜸 말했다. 음악은 한번 들었을 때 귀에 꽂히면 좋은 것이다.

정동희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기한테 검증해 볼래?”

“어?”

“왜~ 신바람 선생님이 알려 준 노하우 있잖아. 군대에는 아기가 없어서.”

“아~”

난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지금 당장 곡 괜찮다고 해서 발매할 건 아니잖아. 발매해도 지금은 군인이라서 수익 문제도 있고.”

“아…… 응.”

“이건 킵해 두고, 다른 거 몇 개 더 작곡해 봐. 나중에 형 전역할 즈음 한꺼번에 검증해 보게.”

정동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래. 그게 낫겠다. 역시 덕군이야. 하하.”

* * *

덕군과 정동희는 면회 장소로 돌아왔다.

어느새 장병들은 싹 사라지고 가족들만 있었다.

“뭐야? 다 어디 갔어요?”

정동희의 물음에 가족들은 일제히 지아 누나를 바라봤고.

지아 누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떤 스타일 좋아하냐고 해서.”

“…….”

“여자 좋아한다고 했더니 다 가시던데?”

“뭐어?!”

정동희는 놀라서 물었고.

덕군 또한 황당했다.

‘설마? 정진 형한테 그렇게 관심을 보였었는데? 누나가 레즈비언이라고?’

지아 누나는 경악하는 표정을 보더니 피식 웃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냥 귀찮아져서 뻥친 거지.”

“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극단적으로.”

“방식이 뭐가 중요해? 결과가 중요하지.”

지아 누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고, 옆에서 김 부장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 일병~”

왼쪽 팔에 완장을 찬 당직사관이 웃으며 걸어왔다.

“진군!’

정동희는 바로 경례를 붙였고, 그는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진군~ 면회 잘하고 있나?”

“네! 저희 부대 행정보급관님이세요.”

정동희는 바로 행정보급관을 가족들에게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가족들은 일제히 행정보급관을 향해 깍듯이 인사했다.

“하하. 네, 안녕하세요. 네가 덕군이구나?”

행정보급관은 웃으며 덕군을 바라보았고.

“아, 네. 행보관님 안녕하세요.”

“하하. 약어를 아네? 어찌 됐든 우리 딸이 너 엄청 좋아하거든? 가기 전에 사인 한 장만 해 주라.”

“아~ 그 정도야 뭐. 몇 장이라도 해 드릴게요. 하하, 대신 우리 형 잘 부탁드려요. 알죠?”

“그럼~ 정 일병은 모범적이라. 잘해 줄 것도 없어~ 내가 기본만 지키면 터치 안 하는 성격인데, 정 일병은 터치할 일이 없어.”

행정보급관은 정동희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아, 맞다. 정 일병, 진짜 안 나갈 거야? 마침 가족들도 오늘 면회 왔는데?”

“아~ 네.”

정동희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못 했다.

행정보급관은 덕군을 향해 말했다.

“덕군아. 가서 활약 좀 하고 네 형 좋은 일 좀 시켜 주지 그러니?”

“뭔데 그래요?”

“아예 얘기를 안 했나 보구나?”

행정보급관은 대답 대신, 한쪽 벽에 붙어 있는 대자보를 가리켰다.

‘가족 사랑 노래자랑. ―사단장배―’

“아…….”

“사단본부 여기서 가깝거든? 반주도 기계로 바로 되는데.”

덕군은 정동희를 봤다. 머쓱해하는 표정. 폐 끼치기 싫어서 얘기를 안 한 것이었다.

“포상이 뭔데요?”

“포상?”

행정보급관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당연히 휴가지.”

덕군은 입술을 깨물었다.

‘포상 휴가라…….’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정동희가 그걸 얼마나 원하는지. 모든 군인이 원하는 최고의 상…….

“몇 시까지 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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