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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135화 (135/250)

135화. 나의 이름은(1)

“오~ 그래요? 반가운 소리네요.”

정동희의 선언에 조승헌은 곧바로 반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난 황당했다.

뭐지? 물론 예명에 대해서 고민하고는 있지만 이렇게 확정적으로 대답할 단계는 아닌데?

뭐 좋은 예명이라도 떠올랐나?

“새로운 예명을 이미 지은 건가요? 뭔데요?”

조승헌 또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나 보다.

정동희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저희도 조 피디님이 말씀하신 부분을 공감하고 있었거든요. 덕후에게 맞는 예명을 짓기 위해 계속 고심 중입니다.”

“그 말은…….”

“아직 확정된 건 없습니다.”

“…….”

조승헌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정동희를 바라봤다.

“4일 뒤, 월요일이 첫 녹화인 거 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새로운 예명으로 나타난다고요?”

“네.”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게 아닐 텐데? 몇 개월간 떠오르지 않던 예명이 4일 만에 나타날까?

“음……. 예명 짓기가 쉽지 않을 텐데. 뭐 계속 고심을 하셨다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덕후 군 이름 바뀌는 거로 고려해서 준비하고 있을게요.”

꿀꺽.

정동희가 목울대가 움직였다. 이름이 바뀌는 게 기정사실이 된 것이다. 그걸 감안해서 타이포 등을 제작한다는 것이다.

“예명은 확정되는 대로 바로 알려 주세요. 저희가 사전 작업을 해야 할 게 있으니까요.”

“그래도 근무시간에 알려 드려야…….”

조승헌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아무 때나 상관없어요. 짓는 대로 바로 메시지로 쏴 주세요.”

“네.”

그다음 조승헌은 촬영 스케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따로 준비할 건 없고요, 좋은 컨디션으로 오후 2시까지 와 주시면 됩니다.”

저녁 6시 방송인데 오후 2시까지라니, 학교생활 병행하는 게 쉽지 않겠는데?

월계수동에서 도곡동까지 오는 데만 1시간 반이다.

“세부적인 건 저희가 다 안내해 드리니까, 다른 건 염려 마시고 늦지만 않게 오세요.”

정동희도 내 학교생활을 생각했는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덕후야, 괜찮겠냐?”

“당분간은 괜찮을 거 같은데…….”

어제저녁 학교로부터 내 출석을 배려해 준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등교 시 나에게 몰리는 학생들로 홍역을 치른 덕분에.

“중학교 들어가서는 어떨지 모르겠네.”

“예중이잖아. 방송 활동 관련된 일이니까, 양해해 줄 거야.”

“그래…….”

그걸 떠나서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는 거 같다. 학교생활을 병행할 수 있을까?

“조 피디님, 2시 출근 시간은 고정인가요?”

“어 맞아.”

“제가 아주 능숙해지고, 방송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추후에 좀 조정될 수도 있는 건가요?”

조승헌은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글쎄다? 보뉘하뉘는 혼자 촬영하는 게 아니지 않니? 생방송이라서 사전에 다른 사람들과도 합을 맞춰야 하니까. 근데, 뭐…… 아주 능숙해지면 약간은 조정할 수도 있겠지.”

흠…….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구나?

열심히 노력해서 빨리 적응해야겠다.

* * *

다음 날.

청담역의 한 카페.

요즘 청담역을 거의 매일 오는 것 같다.

정동희를 만난 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

우리는 계속 한숨만 쉬고 있었다.

“하아……. 어떡하지? 미치겠다.”

정동희는 깊은 한숨을 쉬었는데.

나 또한 하고 싶은 말이었다.

“그러니까 왜 그렇게 확정적으로 말했어?”

“어차피 해야 할 일이잖아. 계속 흐지부지 흘러가니까, 마감일을 딱 잡고. 위기의식 갖고 덤비면 달라질 줄 알았지.”

하지만 평소에도 안 떠오르던 게 위기의식을 가진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건 아니었다.

“…….”

도리어 마음이 급하니까 더 안 떠오르는 것 같다.

정동희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교훈을 얻었네. 다음부턴 이렇게 막 지르지 말아야지.”

“형, 다음 얘기보단 일단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지.”

정동희는 연습장에 적었다.

‘화자’

“이건 어떠냐? 형이 며칠 고심한 건데. 이름은 의미가 있어야 하잖아. 네가 꽃을 문 남자로 유명해졌으니까. ‘꽃 화’ 자에 아들 자를 붙여서…….”

“화자? 그럼 지화자라고 하는 게 더 괜찮겠는데.”

“그렇지! 지화자!”

‘지화자’

지화자……. 지화자…….

난 이 이름을 쓰는 상황을 떠올려 봤다.

‘안녕하세요~ 지화자 인사 올립니다~’

‘지화자, 화채 먹을래?’

아닌 거 같다. 여자 가수 이름 같기도 하고.

“형, 좀 아닌 거 같지?”

“의미만 봤을 때는 나쁘지 않았는데, 실제 쓴다고 생각하니…… 좀 이상하네.”

흠…… 아!

방금 정동희가 ‘꽃’을 활용한 이름짓기에서 뭔가 떠올랐다.

“형! ‘꽃부리 영’을 쓰면 어떨까?”

“뭐야…… 그럼 ‘영자’로 하자고?”

“아니~ 아니~ 장난하지 말고.”

정동희는 멀뚱멀뚱 날 바라봤다. 장난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난 연습장에 여러 이름을 나열했다.

‘영남’

“오…….”

정동희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부르기는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지역색이 너무 강하지 않냐?”

아, 지역색……? 그게 중요하려나?

“호남에 있는 팬들도 고려해야지. 너, 전국민의 가수가 되려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 이름 때문에 호남에 계신 분들이 내게 관심을 안 보이겠어?”

“그건 모르는 일이야. 꼬투리 잡힐 건 안 하는 게 좋아.”

“아! 그러면 이건 어때.”

‘영호남’

“장난해? 호남에 계신 분들이 왜 우리가 뒤냐고 물으면?”

‘호영남’

“충청도랑 강원도 계신 분들은 생각 안 하냐?”

“…….”

급 피곤해진다. 그럼 이름을 김팔도라고 지어야 하나? 하지만 ‘팔’ 자가 들어가면 어감이 별로인 거 같고.

갑자기 예명 짓기는 지역과 연관되어진 별별 이름이 쏟아졌고.

그러다가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어졌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형, 내 컬러가 핑크잖아.”

“그렇지? 덕후의 대표색이지.”

“그걸 이름에 넣어보면 어떨까?

정동희는 불안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혹시 핑크팬더처럼 ‘핑크XX’이런식은 아니겠지?”

“에이~ 난 트롯 가수야. 그건 아니지.”

그건 힙합 가수에게나 어울리는 거고.

난 두말 않고, 연습장에 적었다.

‘홍강’

“푸웁!”

“뭐야? 왜 웃어?”

“아, 미안. 너무 뜬금없어서.”

“아, 웃지 말고 잘 생각해 봐. 어때?”

정동희는 망설이지 않았다.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지 않냐?”

우리는 좀 더 상의하다가 너무 시간이 늦어서 결국 헤어졌다.

그다음 날에 다시 청담역에서 만났는데, 어제 상황의 반복이었다.

별별 말도 안 되는 이름을 쏟아 내다가 결국 시간이 다 가고, 집에 갈 시간이 되어 버렸다.

“큰일 났네. 이제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그러게 왜 그렇게 확정적으로 말했어?”

“지금까지 우리 둘이 머리 싸매서 안 풀리는 일 있었냐? 딱, 집중해서 하면 금방 될 줄 알았지.”

“휴우~”

난 한숨을 쉬었고. 정동희도 따라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근데 깨달았다. 우리가 작명에는 재능이 없다는 걸.”

번뜩!

그때 내 머릿속에 한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신바람.”

“뭐?”

“신바람 말이야, 그런 이름이면 되는 거 아니냐?”

정동희는 황당하다는 듯 날 바라봤다.

“뭔 소리 하는 거야? 그건 네 스승님 이름이잖아. 그걸 똑같이 쓰겠다는 거야? 아니면 신바람2?”

“아니, 아니. 도움을 청하자고.”

“아…….”

“선생님한테 나도 그런 이름 지어달라고 요청하는 건 어때? 신바람 같은 이름이면 괜찮잖아?”

“더할 나위 없지. 트롯 가수 이름으로는 최고지. 부르기 쉽고, 한번 들으면 머리에 꽂히고.”

“좋아. 그럼 내일 보자고 해야겠다.”

“잠깐만!”

정동희는 뭔가를 생각하고는 물었다.

“큰삼촌이 너 예명 만드는 거 아시니?”

“아니.”

“흠…….”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차라리 다 있는 데서 하자. 뒷말 안 나오게.”

오…… 회사 생활도 안 해 본 형이 이런 머리를 쓰네?

“그리고 이왕 다른 사람 머리 쓰기로 한 거, 한 사람보단 두 사람이, 집단지성이 낫잖아. 다른 사람도 부르는 게 어때”

“오케이! 그럼 정진 형도 부를까?”

“그래, 걔도 시간 되면 오라 그래.”

가방을 챙겨서 카페를 나서는데, 정동희가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신바람이 본명은 아니시겠지?”

“에이~ 설마.”

* * *

다음 날. 우리 집.

신바람과 정진이 왔다.

“본명인데?”

“네에? 진짜요?”

신바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왜? 내 이름이 어때서? 민증 보여 줘?”

정동희는 황당해하며 말했다.

“아니, 아버님께서는 아들이 트롯 가수 안 되면 어쩌시려고 이름을 그렇게 지으셨대요?”

“태어날 때부터 가수는 운명이었던 거지. 그리고 쟤 이름보다는 낫잖아.”

그는 턱으로 날 살짝 가리켰고.

약간 떨어진 곳에서 신문을 보고 있던 김 부장이 신문을 살짝 내리며 노려보자.

신바람은 바로 눈을 깔았다.

김 부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협조적이었다.

오늘 아침에 예명을 짓기 위해 사람들을 초대하겠다고 했더니.

굳이 예명을 해야 하냐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가.

‘아빠, 요즘 덕후가 무슨 뜻으로 쓰이는지 알지?’

이 말에 김 부장은 더 반대하지 않았다.

신바람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

“자, 빨리빨리 하자. 그냥 지 이름 쓰면 되지, 뭘 예명을 만든다고…….”

정동희가 주도를 했다.

“저와 덕후가 고민하다가,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이렇게 도움을 청하게 되었습니다. 떠오르는 이름 있으면 아무거나 던져 주세요.”

신바람은 고민도 없이 바로 던졌다.

“가수는 뒤에 ‘성’ 자가 들어간 예명 많이 쓰거든? ‘두성’이나 ‘고성’은 어떠냐? 음, ‘후성’도 괜찮고.”

정진이 말했다.

“성에 전문 용어를 붙여서 쓰는 이름도 있어요. 김석사, 김박자, 김비트…….”

바로 의견을 꺼내는 걸 보니 평소에도 생각을 했다는 건데. 생각한 게 이 정도인 걸 보면…….

괜히 불렀나 싶었다.

난 김 부장에게 말했다.

“아빠, 대중의 입장에서 방금 말한 것 중에 꽂히는 거 있어?”

절레절레.

대꾸도 안 한다. 전부 구리다는 것이다.

정동희가 말했다.

“약간 외국적인 이름은 어떨까요? 조지 킴, 조니 킴, 이런 거요.”

신바람이 중얼거렸다.

“패터 킴 누나 생각나네. 요즘 잘 지내고 계시려나?”

“…….”

그때, 할아버지가 방에서 나오셨다.

“애비야~ 뭐 하냐?”

“아, 아버지. 이쪽으로 앉으세요.”

김 부장은 본인이 앉아 있던 자리를 할아버지에게 내주었다.

집에 온 사람들은 모두 할아버지에게 인사했다.

“어째 이리 손님들이 다 오셨어?”

정동희가 웃으며 설명했다.

“덕후가 곧 방송 활동 하잖아요. 예명을 짓는 거 돕는다고 왔어요.”

“예명? 예명이 뭔데?”

정동희가 설명을 해 주자 할아버지는 날 바라보셨다.

“왜? 덕후가 어때서?”

약간 서운해하는 표정이어서, 난 설명해 주었다.

“할아버지, 이름을 바꾼다는 게 아니구요, 그냥 방송용 이름 하나 더 짓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러냐? 난 덕후 좋은데.”

그리고는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서 우리가 하는 얘기들을 잠자코 들으셨다.

우리는 난상토론을 계속하다가.

내 머릿속에 뭔가 번뜩하고 지나갔다.

“시원한 맥주…… 맥주 같은 청량함, 맥주 브랜드 이름 살짝 바꿔서 하이든 어때요?”

―엇?

―오…….

―맥주 맛은 어떻게 알았대?

이번엔 반응이 좀 달랐다.

예명 짓기에 돌입한 이후,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하이든! 이든이. 이든아~ 밥 먹자! 초대 가수 하이든! 소개합니다!”

정동희가 하이든을 몇 번 중얼거려 보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나쁘지 않은데?”

김 부장도 이번엔 반대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근데, 신바람이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말했다.

“근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 같은데.”

정동희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하이든이요. 교향곡의 아버지.”

“아~”

아, 어디서 들어 봤다 했더니 클래식이었구나?

그 생각이 들자 이 이름도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향곡의 아버지 이름이 먼저 떠오를 것 같아 이 이름으로 트롯 활동을 하고 싶지 않다.

근데 분위기는 하이든으로 좁혀 가고 있었고.

내가 제안한 이름이지만, 이걸 어떻게 번복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근데 예명을 정말 꼭 해야 하는 거니?”

갑자기 할아버지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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