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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132화 (132/250)

132화. 후회는 없다

90초 프로필 영상.

카메라 앞에 선 김덕후는 자연스럽게 준비한 걸 해 나갔다.

“친구들~ 지금부터 ‘대신 전해 드릴게요’ 시간입니다~ 어떤 친구가 전화했을까요?”

김덕후는 자연스럽게 보뉘하뉘의 간판 코너 ‘대신 전해 드릴게요’를 진행했다.

보뉘로서의 진행 능력을 시청자들에게 보여 주겠다는 의도였다.

“하나, 둘, 셋 뿅~ 여보세요~”

실제 보뉘가 하는 것처럼, 고정 멘트를 그대로 했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혼자서 하뉘의 역할까지 다 한다는 것.

[여보세요? 진짜 보뉘하뉘예요?]

앳된 음성이 들렸고.

김덕후는 고개를 숙이고 귀를 카메라를 향해 기울고 말했다.

“네~ 보뉘하뉘 맞아요, 전 보뉘예요~”

[아, 네. 보뉘 형이 이렇게 이쁘게 생겼었나요?]

“하하. 고마워요. 더 멋져 보이도록 노력할게요.”

[에이~ 아니에요. 지금도 충분히 멋져요.]

김덕후는 웃으며 말했다.

“자기소개 부탁해요~”

김덕후는 아주 능숙하게 보뉘 역할을 수행해 갔다.

이 역시 수 차례 외우고 연습한 결과였다. 약간의 더듬거림도 없었다. 심지어 웃음소리까지도.

[넵! 저는 하민 초등학교 6학년 정진이라고 해요!]

“아~ 네, 정진 군. 반가워요.”

* * *

어느 가정집.

한 아이가 엄마와 함께 평소처럼 보뉘하뉘를 시청 중이었다.

“엇?! 엄마! 정진이래!”

“뭐?”

“왜~ 네바퀴에 고정으로 나오는 형아 있잖아, 가끔씩 트롯도 부르고.”

“에이~ 설마 진짜 그 정진이겠니? 목소리가 완전 다른데?”

“그런가? 아닌가?”

“흠…….”

아이와 함께 보고 있던 어머니는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다, 좀 더 보면 알겠지. 근데 쟤가 보뉘니?”

어머니는 아이처럼 매일 보뉘하뉘를 보지는 않았다.

“애가 아주 똑 부러지네. 초등학생처럼 보이는데, 말도 재밌게 잘하고. 뉘 집 아들인지 엄마는 아주 뿌듯하겠네.”

아이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한마디 했다.

“이거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이지?”

엄마는 당황하여 말했다.

“응? 에이~ 아니야. 쟤는 연예인이잖아. 비교가 되니?”

그리고 엄마는 속으로 생각했다.

‘연예인인 쟤가 당연히 훨씬 더 멋있지.’

엄마는 냉정한 스타일이었다.

“훗. 역시 우리 엄마야~”

아들은 엄마의 속마음은 모른 채, 그녀의 팔에 볼을 비비며 TV에 집중했다.

엄마는 그러거나 말거나 화면 아래에 번호를 보고, 문자 보낼 준비를 했다.

‘3번 김덕후’

* * *

화면 속에서 김덕후는 웃으며 말했다.

“정진 친구~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인데요? 흔한 이름은 아닌데.”

[헤헷,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김덕후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혹시 제일 좋아하는 곡이 ‘흙장난’은 아니죠?”

“엇! 어떻게 알았지?! 보뉘 형 대다나다~!”

40, 39, 38…….

김덕후와 시청자 정진은 말을 굉장히 빠르게 했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할지 다 아는 것처럼, 서로의 말을 받아치는 데에 텀이 없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꽉 찬 내용이 물 흐르듯 흘러갔다.

“자, 정진 군! 그럼 누구한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가요?”

김덕후는 허공에 손을 뱅글뱅글 돌린 후, 귀에 갖다 대며 물었다.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절대로 손동작을 놓치지 않았다.

이 또한 연습으로 몸에 익은 행동이었다.

[오늘 제가 가장 사랑하는 형아가 중요한 시험을 치르거든요.]

“아~ 그래요?”

[네~ 반드시 잘될 거니까, 긴장하지 말고 힘내라고. 전해 주셨으면 해요.]

“네~ 그 형이 누군가요?”

[덕후 형이요~]

꿀꺽.

김덕후의 목울대가 흔들렸다.

수백 번을 연습했지만, 막상 카메라 앞이라 그런지 감동해서 약간 울컥한 것이다.

15, 14, 13…….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김덕후는 재빨리 감정을 추스르고, 카메라를 향해 웃었다.

“덕후 군~ 정진 군이 전해 달래요.”

빛 때문인지, 물기 때문인지.

김덕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10, 9, 8…….

“반드시 잘될 거니까, 긴장하지 말고 잘하세요. 화이팅!”

김덕후는 카메라를 보고, 자신을 향한 말을 한 뒤.

“그럼 정진 군~ 전화 고마워요!”

[네~ 보뉘 형아~ 파이팅]

6, 5, 4…….

김덕후는 카메라를 향해 밝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친구들~ 보뉘하뉘 ‘대신 전해 드릴게요’였습니다. 친구들도 덕후 군을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3, 2, 1…….

“친구들~ 안녕~ 안녕~”

픽!

영상이 끝나고.

보뉘와 하뉘 얼굴로 화면이 바뀌었다.

두 사람은 한 대 맞은 듯한 표정이었다.

* * *

“와…… 대박.”

하뉘는 프로필 영상이 끝나고도 한참이나 중얼거렸다.

“감동을 주네? 이 후보자 뭐죠?”

보뉘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대신 전해 드릴게요’라니…….”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덕후…… 김덕후, 얘가 보뉘가 되면 난 완전히 잊혀 버리겠는데? 보통 녀석이 아니네.’

보뉘가 생각하기에 김덕후는 다른 후보자들과 차원이 달랐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저런 생방송 상황을 실제처럼 보이게 연기한다는 건…….

끼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게다가 얼마나 반복 연습을 했으면 이렇게 능숙하게…….

“보뉘, 방금 전화한 친구요. 진짜 정진 군이었을까요?”

성공한 가수라 하기에는 어렵지만, 성공한 연예인 반열에 오른 정진.

나이는 어리지만, 네바퀴 고정 출연자 정진을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을 것이다.

“그러게요? 저도 너무 궁금한데요, 지금 바로 1차 자기소개 영상과 2차 오디션. 프로필 영상 뒷이야기까지 확인하겠습니다.”

방금 말한 보뉘의 말투는 전혀 보뉘답지 않았다. 너무 경직되고 진지했다.

픽!

화면이 바뀌고.

김덕후의 1차 자기소개 영상과 2차 오디션 영상, 그리고 90초 프로필 촬영 뒷이야기 순으로 자료 화면이 나왔다.

보뉘와 하뉘는 집중해서 김덕후의 영상을 감탄하며 보았는데.

특히 2차 오디션의 ‘그럴 만한 보하스쿨’은 압건이었다.

보뉘는 생각했다.

‘이미 뽑혔어야 하는 친구네.’

그리고 90초 프로필 촬영이 끝난 후.

화면 속에 김덕후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진 형~ 고마워.]

[고맙긴~ 당연히 해야지! 내 동생 김덕후가 SOS 청하는데, 형이 안 도와주면 쓰냐?]

전화 음성의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진짜 정진이었고, 프로필 촬영 때는 어린아이 목소리를 흉내 내어 말한 거였다.

[형~ 이따 전화할게.]

[그래~ 밤새 연습했더니 피곤해 죽겠다. 형은 이만 자야겠다. 으휴~ 지독한 놈. 그럼 수고해라~]

[응~]

픽!

영상이 꺼지고.

보뉘는 황당한 표정이었다.

‘진짜 정진이구나? 되게 친해 보이던데. 김덕후…… 얘 뭐지?’

보뉘와 하뉘로 화면은 이미 돌아왔지만.

“…….”

팡팡 터져야 하는 보뉘하뉘답지 않게, 자꾸 중간에 정적이 생겼다.

급기야 스태프가 빨리 진행하라고 손짓을 했고.

먼저 본 보뉘가 말했다.

“흠! 자, 그럼 마지막으로 세 후보자의 프로필 영상 주요 장면 한번씩 더 보고…….”

하뉘가 급하게 끼어들었다.

“잠깐! 그전에 현재까지 투표상황 확인해야죠!”

“아~ 맞다!”

보뉘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고.

하뉘는 카메라를 가리키며 외쳤다.

“보여 주세요! 쑝! 쑝! 쑝!”

<득표 현황>

1번 섹시보뉘 신건 5,572표

2번 깜찍보뉘 송이수 4,721표

3번 진짜 보뉘 김덕후 5,321표

하뉘는 넋 놓고 중얼거렸다.

“안 돼……! 3번 뭐야? 흡!”

하뉘는 급하게 자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김덕후의 득표수가 신건을 거의 다 따라잡았다.

프로필 영상 시작부터 지금 잠깐의 대화까지 약 5분.

그 짧은 시간에 2,000표가 넘는 차이를 따라잡은 것이다.

보뉘는 심호흡을 하고,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자,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아직 투표 못 한 친구들, 힘내 주세요!”

하뉘는 마음이 급했다.

‘내 옆에 신건이 서면 좋겠는데.’

사실 그녀는 제이스트림의 그냥 팬이 아니라 골수팬이었다.

김덕후가 아무리 보뉘 후보자로서 최적격의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마음을 신건에게 뺏긴 지 오래였고, 그와 함께 보뉘와 하뉘로서 프로그램 진행을 하고 싶었다.

“여러분! 힘내셔야 해요! 힘을 보여 주세요! 곧 잡혀요!”

그리고 보일 듯 말 듯 빠르게 검지 하나만 펼쳤다가 접었다.

1번 찍으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보뉘가 외쳤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세 후보자의 프로필 영상 주요 장면 보시겠습니다~”

* * *

청담역 김밥헤븐.

“우와악~!”

중간 투표 결과를 보고 나와 정동희는 얼싸안고 좋아했다.

신건과 표 차이는 약 200표.

90초 프로필 영상이 끝남과 동시에 거의 따라잡았다.

“어이구, 지랄들을 하네.”

영문을 모르는 아주머니로서는 교육 방송 보며 난리 치는 우리를 향해 한마디 하셨지만.

난 지금 다른 시선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너무 흥분되고 긴장해서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다.

“휴우~ 자~ 침착, 침착.”

정동희는 손을 아래로 누르는 시늉을 하며 심호흡을 했고.

난 그의 손 모양에 따라서 깊이 호흡을 내뱉었다.

“가수가 목 관리해야지. 소리 지르지 말고.”

“알았어, 형.”

“그래, 아직 안 끝났어. 침착하게 지켜보자.”

두근. 두근.

5분 새에 2,000표 넘게 따라잡았다.

아직 뒤지고 있긴 하지만, 충분히 희망적이다.

[자, 그러면 세 후보자의 프로필 영상 주요 장면 보시겠습니다~]

보뉘의 멘트와 함께 각 후보자의 90초 프로필 주요 장면이 나왔다.

집중해서 보는 중에.

옆에서 정동희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덕후야.”

“어, 형.”

“결과가 어떻든 우리, 웃자.”

“…….”

“우리 할 수 있는 건 다 했잖아.”

그리고 정동희는 날 바라보며 물었다.

“후회되는 거 있니?”

후회?

90초 영상을 만들기 위해, 대본을 짜고 반복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자다가도 중얼거릴 정도였으니.

조금의 실수가 없도록. 어느 순간에도 누가 시키면 숨 안 쉬고 90초 프로필 말할 수 있도록.

정말 지겹도록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아니, 없어. 할 만큼 했어.”

본인이 한 일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아는 법.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후회 없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그래, 그러니까. 웃자.”

“응. 형.”

“나도 후회되는 거 없어.”

곧 TV 속 영상이 바뀌고.

보뉘와 하뉘의 투 샷이 나왔다.

보뉘가 큰 소리로 말했다.

[자~ 아직 투표 못 하신 분들. 마음 정하셨나요? 이제 10초 후에 투표 마감하겠습니다!]

화면 정중앙에 숫자 ‘10’이 나타나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보뉘와 하뉘는 큰소리로 외쳤다.

[십! 구! 팔!…….]

꿀꺽.

난 두 손을 꼭 모았다.

되어야만 한다. 됐으면 좋겠다.

[삼! 이! 일! 네~ 이걸로 투표 마치겠습니다!]

곧바로 스태프가 결과지를 보뉘에게 전해 주었고.

보뉘는 힐끔 내용을 본 후,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가 돌아왔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하뉘, 보실래요?]

하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아니요! 떨려서 못 보겠어요. 어서 발표해요.]

휴우~

보뉘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한숨을 쉬고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큰 소리로 말했다.

[‘보뉘를 찾아라!’ 1,000명이 넘는 분들이 지원하여 세 번에 걸친 오디션을 거쳐, 최종 보뉘가 되신 분은요!]

두구. 두구. 두구.

보뉘는 카메라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 말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새로운 보뉘에게도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자! 이제 발표하겠습니다! 새로운 보뉘는요~ 축하합니다!]

보뉘의 입에서 이름이 호명됨과 동시에.

두둥실.

김밥헤븐에서 내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정동희에게 목마가 태워져서 김밥헤븐 안을 몇 바퀴를 돌았다.

“우와악~!”

터질듯한 기쁨에 목 관리고 뭐고, 그냥 목이 쉬어라 소리쳤다.

“우와아악~!”

우리 두 사람은 좁은 테이블 사이를 뛰어다니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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