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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127화 (127/250)

127화. 차이를 보이다(2)

“…….”

“왜 쏜다고 하셨는지 물었습니다.”

남자 A는 뭐라고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야…… 친구들과 함께 먹고 싶어서.”

“여기 지금 사람이 몇 명인데, 떡볶이 2인분으로 해결이 될 거라고 보셨습니까?”

“아…….”

‘그거야 대본에 그렇게 적혀 있으니까.’

남자 A는 하고 싶은 말을 꾹 삼켰다.

“이걸 누구 코에 붙입니까? 생색을 내고 싶으셨던 걸까요?”

“아, 아니에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 주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떡 하나도 나눠 먹는…… 그런 거요!”

옆의 하뉘 대역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맞아! 선의로 행동한 것을 왜 안 좋은 쪽으로 몰아가려 하나요?”

김덕후는 살짝 미소 짓고는 말했다.

“과연…… 그럴까요?”

그리고 재판장에게 말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지금 원고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원고는 떡볶이 2인분 이상을 살 수 있는 돈을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그걸 어떻게?!”

남자 A의 놀란 반응에 김덕후는 혀를 삐죽 내밀고 말했다.

“아까 계산할 때 봤지롱.”

재판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허…… 거짓말은 안 좋은데. 그건 어린이들에게 최대 금기어인데…… 정직을 가르쳐야 하는 보하스쿨에서 거짓말을 하다니…… 쯧쯧.”

법정 분위기는 갑자기 도덕 시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하뉘는 손을 번쩍 들었다.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 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돈을 반드시 다 쓰라는 법은 없습니다! 피고 측은 억지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흠…….”

“원고는 본인이 쓰고 싶은 한도 내에서 떡볶이를 사 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런 마음조차 갖지 않는 친구들도 많은데…… 선의를 왜곡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재판장은 곧바로 수긍했고, 김덕후는 살며시 웃었다.

‘제법인데?’

하뉘 대역은 턱을 살짝 올리고 김덕후를 거만하게 바라봤다.

이래서 짬밥은 무시 못 하는 거다.

하지만 상대는 48년 묵은 김덕후였다. 재판장이 하뉘의 이의에 답하기 전에, 김덕후 스스로 인정하며 말을 이어갔다.

“인정합니다. 네, 좋습니다. 원고의 본심은 알 수 없으나, 뭐 충분히 그럴 수 있죠.”

뚜벅. 뚜벅.

피고 측 자리로 돌아가 있던 김덕후는 다시 원고 바로 앞까지 걸어갔다.

“그런데 말입니다.”

꿀꺽.

남자 A 침을 삼켰다.

그의 표정은 도저히 예능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진심으로 긴장한 것이다.

하뉘 대역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긴장하여 김덕후의 입을 주시했다.

“……왜 방관하셨습니까?”

“네?”

“왜 순대와 튀김 추가해서 시켰을 때 왜 가만히 있었냐고요.”

“아…….”

“막을 수 있었잖아요? 분식집 사장님에게라도 그 주문은 무시해라! 쏠 사람은 나다! 떡볶이 말고는 안 된다! 왜 말을 안 했습니까, 말을!”

“그, 그게…….”

남자 A는 당황하여 뭐라도 말하려 했지만, 할 말을 찾기가 어려웠다.

하뉘 대역도 열심히 머리를 굴렸지만…….

“주문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음식 나오고 나서 이의를 제기한다? 그리고 법정에 세운다?”

“어엇!”

이상하게 몰아가는 김덕후를 보며, 남자 A는 당황했다.

“재판장님.”

김덕후는 재판장을 향해 말했다.

“원고는 평소에 피고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갖고 기회를 벼르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

“피고의 행동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으나, 원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보하법정은 일순 조용해졌다. 모두 김덕후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정황을 봤을 때, 금전적 여유가 있음에도 떡볶이를 찔끔 사 준 행위를 과연 선의로 볼 수 있을까요? 뭔가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닐까요?”

“내, 내가 무슨 의도가 있다고 그러세요?”

“정황이 그렇습니다. 합리적 의심입니다.”

남자 A는 말문이 막혔다.

지 맘대로 튀김, 순대 시킨 녀석을 법정에 세웠는데, 도리어 본인이 나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니……!

“어, 억울하옵니다!”

남자 A는 완전히 이 상황에 이입했다.

* * *

조승헌은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말했다.

“아까는 핑크빛 로맨스더니 이젠 떡볶이, 튀김, 순대로 법정 드라마 찍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분위기 심각해지네.”

조승헌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탁 피디님은 원고와 피고 중 누구 편을 드시겠습니까?”

“음……. 처음엔 당연히 원고였는데, 덕후 말이 일리가 있어서 마음이 좀 바뀌네. 피고가 좀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의 말에 조승헌도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다시 세차게 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말리면 안 돼!”

“뭐가?”

“이건 누가 봐도 피고가 잘못한 겁니다. 김덕후에게 말리고 있는 거라고요!”

“…….”

“단순하게 생각해서 쏘겠다는 사람이 말도 안 한 걸 지 맘대로 추가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렇긴 하지…….”

조승헌은 보하법정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덕후가 애드리브 좋고, 법정 서사도 잘 이끌고 있긴 한데…… 원고가 이겨야 하는 법정입니다.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어야 하니깐요.”

“흠…….”

“혹시, 덕후가 인성에 문제 있는 건 아니겠죠?”

보하법정 재판장은 남자 A를 보며 고심에 빠졌다.

“억울합니다! 저는 정말 그런 게 아닙니다. 저는 그냥…… 떡볶이만 사 주고 싶었을 뿐인데. 친구가 추가 주문할 때 당황해서 못 말렸을 뿐이고요.”

재판장은 원고 측 하뉘 대역에게 물었다.

“순대와 튀김이 주문하면 바로 나오나요?”

“……아닙니다, 약간 시간이 걸립니다.”

“뱉은 주문을 주워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은 아니죠?”

“……네.”

이 질문에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음…….”

재판장은 다시 생각에 잠겼고.

하뉘 대역과 피고 측 남자 B는 멀뚱멀뚱. 남자 A는 억울해서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재판장은 결심이 선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원고 측.”

“네.”

“최후 변론 하세요.”

하뉘 대역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배심원 여러분, 현명한 판단 부탁드립니다.”

그 한마디 하고 들어가 버렸다.

“야~ 변호인이 그러면 어떡해! 뭐라도 말을 해야지!”

남자 A는 당황하여 하뉘 대역을 향해 소리쳤지만 하뉘 대역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패배를 직감하고 포기한 것이다.

“피고 측. 최후 변론 하세요.”

재판장의 부름에 김덕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뚜벅. 뚜벅.

김덕후는 법정 앞으로 걸어갔고.

“힉!”

남자 A는 또 김덕후가 다가오는 줄 알고 지레 겁먹었다.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

김덕후는 카메라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피고가 잘못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양심선언에 법정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랐다.

―으응?

―뭐야, 갑자기?

―내가 잘못이라고?

김덕후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피고에게 악의는 없습니다. 하지만 눈치는 없었죠. 아무리 악의가 없어도 잘못은 잘못입니다. 본인 돈도 아니면서 멋대로 그렇게 주문을 해서는 안 되었죠.”

남자 B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제가 원고 측을 몰아세웠던 것은 피고인을 불쌍하게 봐 달라는 의도였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잘못하지 않도록 돕는 것도 친구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김덕후는 남자 A를 바라보았다.

“담부터 사소한 일로 소송 걸지 말자.”

남자 A는 눈을 끔뻑였다.

‘뭐야, 사소한 일로 소송 거는 게 이 코너에서 할 일인데……?’

남자 A를 보며 말은 했지만, 사실 김덕후의 이 말은 제작진과 시청자를 향한 것이었다.

김덕후는 이제 카메라를 바라봤다.

“배심원 여러분, 현명한 판단 부탁드립니다. 제 변론 때문에 헷갈리시면 안 됩니다.”

김덕후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들어갔고.

짝 짝 짝

스튜디오에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 현실에서 봤으면 하는 장면이다.

―근데 변호인이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뭐 어때? 예능이잖아~ 아~ 훈훈하네.

그럴 만한 보하스쿨의 보하법정.

대본과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다.

김덕후가 각본, 연출까지 다 한 코너가 되어 버렸지만.

어찌 됐든 보기 좋고 훈훈했다. 그리고 대본이 의도한 결론대로 되었다.

“흠!”

진행은 해야 하기에, 판사는 나와서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시청자 배심원 여러분, 잘 보셨죠? 2차 최종투표 진행하겠습니다.”

<순대와 튀김을 추가한 게 잘못일까?>

1) 잘못이다 : 65%

2) 아니다 : 35%

실제 시청자 투표는 아니며, 스태프가 넣은 수치지만.

1차 투표에 비해 분명 격차는 좁혀졌을 거라고 보았다.

스튜디오 조명이 바뀌고, 하뉘는 통통 튀는 텐션으로 변신했다.

“친구들~ 원고 측 승리가 되었는데요!”

“힝~ 져서 슬퍼요!”

김덕후는 우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하지만 잘못한 건 인정해야겠죠? 두 친구~ 어서 화해하세요!”

남자 A와 남자 B는 무대 중앙으로 나와 서로 화해하고 포옹했다.

“그럼 친구들! 그럴 만한 보하스쿨은~”

“하뉘, 잠깐만요!”

“네?!”

김덕후는 대본에 없는 걸 너무 잘한다.

“우리 즐겁게 노래 부르면서 끝내면 어떨까요? 친구들의 우정을 보니 노래가 하나 떠오르는데.”

하뉘 대역은 김덕후를 보았다.

‘갑자기 노래를?!’

김덕후는 스태프를 향해 크게 말했다.

“‘있을 때 잘해’ 가겠습니다~!”

김덕후 무대 중앙에 서서 대기했고, 다른 출연자들을 옆에 세웠다.

스태프들은 당황했다.

―뭐야? 갑자기.

―있을 때 잘해 검색해 봐!

―트롯인데요? 아~ 이 노래!

―쟤가 우리까지 당황시키네?

바바밤 바밤 밤바바바바 밤바!

바바밤 바밤 밤바바바바 밤바!

곧이어 흥겨운 네 박자 리듬이 스튜디오를 울렸고.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망설이지 말고.

김덕후는 무대를 휘적이며 능숙하게 노래를 불렀고.

다른 출연자들도 다 함께 스텝을 밟으며 함께 불렀다.

똑같은 가사가 반복되어 따라 부르기 쉬웠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그냥 좀 잘해.

김덕후는 몸을 빙글빙글 돌면서 소리쳤다.

“친구들~ 있을 때 잘하세요~!”

약 1분간의 짧은 노래와 함께.

코너 진행 미션 ‘그럴 만한 보하스쿨’은 끝이 났다.

* * *

“와…… 찢었다.”

조승헌은 무대를 휘저으며 ‘있을 때 잘해’를 부르고 있는 김덕후를 넋을 놓고 보았다.

“이건 진짜 역대급이야! 그럴 만한 보하스쿨이 이 정도 완성도를 보인 적이 있었나?”

조승헌은 탁 피디를 향해 물었다.

“피디님, 그렇지 않습니까? 저, 지금 약간 감동도 받은 거 같은데 제가 이상한 거예요?”

탁 피디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이상한 거 아니야. 쟤, 확실히 잘해.”

2차 오디션은 모두 끝이 났지만.

김덕후의 잔상이 남아서 그 여파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제 ‘보뉘를 찾아라’ 최종 오디션에 올라갈 3명을 선발해야 한다.

2차 오디션에서 압도적인 퀄리티를 보여준 지원자.

탁 피디와 조승헌은 한 명은 쉽게 정할 수 있었다.

나머지 두 명의 후보가 문제였는데.

두 피디는 고심을 거듭하다가. 이렇게 결론 내렸다.

“계급장 다 떼고, 기억에 남는 지원자로 선발하자. 공개 오디션이니까.”

* * *

이틀 뒤.

EBC ‘생방송 톡톡 보뉘하뉘’ 시간.

난 TV 앞에 앉았다.

오늘 방송에서 최종 후보자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친구들 안녕하세요~ ‘보뉘를 찾아라~!’ 최종 오디션 후보자가 결정되었어요~]

하뉘의 말에 보뉘가 멘트를 이었다.

[제 뒤를 이을 친구가 너무 궁금한데요!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 보뉘가 되기 위해 멋진 모습을 보였다고 해요~]

‘휴…… 됐으면 좋겠다.’

하뉘가 말했다.

[아마, 지원자 여러분 기다리고 계실 텐데요. 친구들도 어떤 지원자가 최종 보뉘 후보자가 되었는지 궁금하죠? 총 3명입니다! 지금 바로 발표하겠습니다아!]

보뉘는 큐 시트를 보았다.

[첫 번째 최종 후보자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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