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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106화 (106/250)

106화. 꽃을 문 남자(2)

와아아~

―김덕후! 김덕후!

체육관을 가득 채운 외침.

무대를 내려갔음에도 김덕후를 연호하는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최 피디는 김덕후의 무대, 그리고 관중들의 이런 반응까지.

그냥 넋을 잃고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바라볼 뿐이었다.

“와…… 여기가 무슨 MAMA도 아니고.”

“풉!”

옆에 있던 조연출은 이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아, 왜? 맞잖아? 전국민노래자랑에서 출연자 한 명이 이런 환호를 받은 적이 있었어?”

“아, 맞아요. 비유가 찰떡같아서 웃은 것뿐이에요.”

―김덕후! 김덕후!

최 피디는 관중들의 외침을 들으며 중얼거렸다.

“심사 위원들이 최우수상 뽑는 데 고민되진 않겠다.”

“그러게요. 예선전 때만 해도 이찬우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얘가 머리가 좋은가 봐요.”

“왜?”

“전략의 승리죠. 현장 분위기와 참가자들 하는 거 보고 막판에 선곡을 바꾼 거잖아요.”

“음…… 그럴까?”

“그게 아니면 뭐겠어요? 바꿔서 부른 곡이 어설프기라도 했다면 ‘뭔 일 있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훨씬 잘해 버렸잖아요.”

조연출은 자기 추측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 피디의 생각은 달랐다.

“곡 바꿔서 불러서 잘한 게 아니라, 무대 체질 아닐까?”

“에이~ 제 말이 맞다니까요? 피디님께서 눈썰미가 이렇게 없어서야, 원.”

“…….”

“보면 알죠~ 제 눈에는 저 아이의 영악함이 딱 보이는구만.”

조연출은 거들먹거리듯 말했고.

결국 한소리 들었다.

“그렇게 잘 알면 네가 피디 할래?”

“네? 아, 아니.”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확신 갖고 얘기하지 마라. 특히 사람의 성향에 대해서는.”

“…….”

“귀 얇은 사람들은 방금 네가 한 말 들으면 사실로 받아들이거든. 여론몰이가 대단한 게 아니야. 이런 게 여론몰이야.”

조연출은 입을 꾹 다물었다.

최 피디는 그를 힐끔 노려보고는 시선을 빈 무대 위로 두었다.

“난 덕후가…… 잔머리 쓰는 아이로 보이지 않거든.”

“…….”

“뭔가 사정이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잘 해낸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최 피디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름만 조금만 평범했으면 참 좋을 텐데.”

“왜요? 전 덕후 마음에 드는데.”

“그래?”

“네~ 딱 꽂히잖아요? 한번 듣고 기억 못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최 피디는 킥킥대며 웃었다.

“하긴~ 그렇긴 해.”

* * *

내 다음은 초대 가수 정성의 무대였다.

신바람과 라이벌 관계라고 들었던 유명한 트롯가수.

그의 무대를 보면서 옆의 신바람은 고소해했다.

“푸하핫! 짜식, 암만 애를 써 봐라. 노래 부르기 민망하지?”

사실 그랬다. 정성이 무대에 오르고, 노래를 부를 때조차도 관중석에는 ‘김덕후’를 연호하고 있었고.

정성은 열심히 노래를 불렀지만, 김빠진 콜라였다.

어느덧 초대 가수 무대가 끝났고, 정성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내려갔다.

“정성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관중들이 화답했다.

―김덕후! 김덕후!

초대 가수 정성이 내려간 뒤, 송회 선생님이 무대로 올라왔다.

그리고 관중들을 향해 손짓을 하며 익살스럽게 말했다.

“예끼~ 이 사람들아! 정성 씨가 노래 부르는데 자꾸 다른 가수 이름을 부르면 어떡해~? 짓궂기는.”

―하하!

―괜찮아요~!

관중들 속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송회는 큐시트를 펼치며 말했다.

“자 이제 수상 결과를 발표할 시간인데요.”

나와 출연자들은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왔다.

송회 선생님은 말을 이어갔다.

“수상 결과에 상관없이 오늘 출연한 모든 분들과 이 자리에 함께하신 관중 여러분. 이 모두가 우승자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 정말 행복했고요, 여러분도 행복하셨길 바랍니다.”

송회 선생님은 손을 높이 들어 박수를 쳤고.

―짝짝짝.

관중들과 출연자들도 다 함께 박수를 쳤다.

“하아~ 그럼.”

송회 선생님은 큐시트를 열었다.

“인기상부터 발표하겠습니다. 인기상 수상자에게는 70만 원 상품권이 수여됩니다.”

일석이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 녀석, 진짜 기대하는구나.

하아,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쉽지 않을 텐데.

“자, 인기상!”

두구. 두구. 두구.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날 잡은 일석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기덕이는 거만한 표정으로 무대 중앙으로 달려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노래를 잘 불러야 인기상 타는 건 아니니까.”

조그만 게 독심술이라도 있는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중얼거렸다.

송회 선생님이 큰소리로 외쳤다.

“태권하리! 축하합니다!”

―우와아~!

태권하리는 손을 번쩍 들고 껑충껑충 뛰었고.

뒤돌려차기, 앞차기, 뒤후리기, 560도 발차기.

무대 위에서 시키지도 않은 발차기를 하며 발광했다.

그렇게 기쁨을 마음껏 표출했다.

그리고…….

기덕이는 주저앉았고. 일석이의 손은 내게서 살며시 풀렸다.

“에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

일석이의 낙담한 목소리를 들으니, 약간 마음이 불편했다.

위로하려고 토닥여 주고 있는데…….

송회 선생님은 뭔가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다 했어? 으응, 기쁘지? 그래~ 축하해, 축하해. 이제 좀 진정하자~ 응~?”

송회 선생님의 말에 태권하리는 멋쩍게 웃었다.

“자~ 오늘은 특별히 인기상이 한 팀 더 있습니다. 큰 웃음을 준 팀이죠?”

엇? 한 팀 더 있다고?

설마……?

쎄한 느낌이 들면서, 나와 일석이 기덕이와 종권이. 우리 모두는 숨을 멈추고 송회 선생님의 말을 기다렸다.

흡!

“땅꾼과 뱀돌이! 축하드립니다! 하하!”

송회 선생님의 외침에 우리는 방방 뛰었다.

“우와악!”

“우와! 우와!”

“우리가 상을 탔어~!”

일석이와 기덕이 종권이는 앞구르기로 데굴데굴 구르며 무대 중앙으로 나갔고.

관중들이 크게 웃었다.

―하하!

―귀엽구만~ 너희들 잘하더라!

―맞아~ 재밌었어! 그러면 인기상 타야지!

‘땡’이었다가 송회 선생님의 도움으로 ‘딩동댕동댕’으로 바뀐 땅꾼과 뱀돌이. 극적으로 생존하여 인기상까지 수상했다.

어떻게 보면……. 이 팀이 수상을 한 건 송회 선생님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일석이가 꾸벅 인사를 하자, 송회 선생님은 윙크로 대답을 대신했다.

기덕이가 자연스럽게 마이크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송회 선생님 마이크를 입에서 뗀 후 물었다.

“뭐 하니?”

“수상 소감은 제가 하려고요.”

“인기상은 수상 소감 없단다.”

“쩝…….”

기덕이는 민망함에 머리만 긁적였다.

송회 선생님은 피식 웃고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다음~ 장려상입니다! 수상자에게는 80만 원 상품권이 수여됩니다.”

두구. 두구. 두구.

“전국민노래자랑의 역사와 같은 참가자죠? 칠전팔기라더니, 오늘 결국 수상까지 하는군요. 하하!”

멈칫.

다른 출연자들과는 달리 수상 결과는 듣지도 않고, 딴짓하고 있던 카우보이가 얼어붙었다.

“하재춘 씨! 축하드립니다! 여러분!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우와아~!!

―아저씨! 축하드려요!

―재춘 형님! 이번엔 될 줄 알았다니까!

이번엔 관중보다 출연자들의 함성 소리가 더 컸다.

모든 출연자들은 하재춘의 장려상 수상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좀 전에 ‘땅꾼과 뱀돌이’가 불렸을 때와는 달랐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마, 맙소사……!”

하재춘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내, 내가 상을 탔다고? 전국민노래자랑에서?!”

얼떨떨한 모습으로 무대 중앙으로 떠밀려 나온 하재춘.

송회 선생님은 그를 꼭 안아 주며 말했다.

“아우, 축하하네.”

“형님, 고맙습니다.”

상장과 상패를 받은 하재춘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너무 기뻐서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전국민노래자랑의 참가 장인 하재춘.

20년의 역사. 4번째 본선 진출만에 드디어 상이라는 걸 타 봤다.

송회 선생님은 상패를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하재춘을 토닥여 준 후 발표를 이어갔다.

“자~ 이제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남겨 놓고 있는데요.”

난 힐끔 이찬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미동도 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수상 먼저 발표하겠습니다.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100만 원 상품권이 수여됩니다!”

두구. 두구. 두구.

북소리가 울릴 때, 이찬우는 천천히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아직 발표도 하지 않았는데.

내 앞을 지나치며 한마디 했다.

“덕후야, 축하한다.”

이찬우가 무대 중앙에 거의 다다랐을 때쯤. 송회 선생님이 큰소리로 외쳤다.

“이찬우 군! 우수상입니다! 축하합니다!”

―와아아~!

* * *

꽉.

일석이와 기덕이가 내 양옆에서 내 팔을 꽉 잡았고.

‘화이팅.’

무대 바로 아래서 정진이 날 향해 입 모양만으로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옆에 신바람과 정동희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자! 이제 최우수상만 남겨 놓고 있습니다!”

송회 선생님의 힘찬 목소리.

나도 모르게 다리가 떨렸다.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150만 원 상품권이 수여되고요, 연말 결선 참가 자격이 주어집니다.”

난 생각했다.

연말 결선? 연말이 이제 몇 달 안 남았는데? 이 변성기의 목 상태로는…….

이 무대가 내 마지막 ‘전국민노래자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우수상 수상자가 ‘전국민노래자랑’에 다시 참가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은 없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시상은 구청장님께서 해 주시겠습니다.”

난 선글라스를 벗었다.

많이 울었다. 이제 더 이상 흘릴 눈물은 없다.

“최우수상!”

두구. 두구. 두구.

송회 선생님이 내 쪽을 향해 손을 쭉 뻗으며 소리쳤다.

“김덕후 군! 축하드립니다!”

―꺄아아악!

내 이름이 호명될 때.

관중석에서 들리는 환호 소리는 다른 수상자들과는 좀 달랐다.

뭔가 비명에 가까웠다. 까마귀 소리 같기도 하고.

기괴한 환호성에 출연자들은 잠시 멈칫했고.

난 무대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가려는데, 내 몸이 하늘로 올라갔다.

“어엇?!”

카우보이 아저씨가 내 다리 사이로 머릴 쏙 집어넣더니 무등을 태운 것이다.

그리고 그는 주먹을 관중석으로 뻗으며, 크게 외쳤다.

“김덕후! 김덕후!”

―김덕후! 김덕후!

체육관의 모든 사람이 내 이름을 연호했고.

카우보이는 날 무등 태운 채로 무대를 돌았다.

―김덕후! 김덕후!

당혹스럽기도 하고, 사타구니가 간지러워서 무대를 도는 동안 한없이 웃었다.

한참을 돌다가, 카우보이 등에서 내리며 말했다.

“하하! 아저씨~ 깜짝 놀랐잖아요.”

“웃으니까 얼마나 보기 좋냐?”

“네?”

“웃어, 인마. 네가 여기 1등이야. 어두운 표정 지을 이유가 없어.”

아…… 카우보이 아저씨한테는 보였던 걸까?

“……네, 웃을게요. 고맙습니다.”

구청장에게 상을 받은 후.

송회 선생님이 다가와 어깨를 토닥이며 나만 들릴 만할 목소리로 말했다.

“얘야, 축하한다.”

“할아버지, 정말 고맙습니다.”

“목 안 좋다며? 앵콜 곡 부를 수 있겠니?”

난 활짝 웃고는 씩씩하게 말했다.

“어떻게든 해야죠, 가수니까요.”

아까보다 목이 더 잠겼지만, 예정된 무대를 어떻게 피할 수 있겠나. 그것도 앵콜 무대인대.

“그래, 조금만 더 힘내 보자. 한 곡이니까?”

“네!”

송회 선생님은 마이크를 잡고 큰 소리로 말했다.

“최우수상 수상자인 김덕후 군의 앵콜 무대로 오늘 전국민노래자랑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송회 선생님이 인사를 한 후.

빠바바밤 빠밤~ 빠밤~

빠바바밤 빠밤~ 빠밤~

꽃을 문 남자의 전주가 시작되었고.

“흠! 흠!”

난 어떻게든 마무리를 잘하고 싶어서 힘주어 목을 풀었다.

아무래도 목소리가 갈라질 것 같은데, 그렇다 해도 지금은 무대다.

반드시 불러야 한다.

빠밤~ 빠밤~

전주가 끝나고 노래를 시작하려는데,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나아는~~

꽃을! 문 남자아~~

어느새 정진이 마이크를 잡고 무대 위로 올라온 것이다.

“형……?”

빠바바밤 빠바바바밤

간주 중에 정진은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다정하게 말했다.

“우리 같이 부르자. 형이 이 노래 너무 좋아하거든.”

뭉클.

아니야, 이제 안 울 거야.

난 꾹 참고, 말했다.

“형,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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