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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74화 (74/250)

74화. 전공 분야

“네? 정산 비율을요?

조필승은 이 말에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대뜸 바로 얘기했다.

“죄송합니다만, 정산 비율 조정은 어렵습니다.”

정동희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너무 쉽게 대답하시는 거 아닙니까? 제가 말씀드리는 두 가지 조건은 받아들이시지 못하면, 계약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엇…….”

“계약 보류를 불사하더라도 정산 비율 조정은 안 된다는 말씀으로…… 이해하면 되나요?”

조필승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경험상 ‘정산 비율’만큼은 철벽 방어를 해야 했다. 조정해 주기 시작하면 선례가 되어, 이런 요구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을 그은 거였는데.

정동희가 이렇게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올 줄은 몰랐다.

협의가 안 되면 협상 테이블 밖으로 나가겠다는 거다.

‘하긴…… 이미 노래까지 만들었고, 대중의 관심도 확인된 마당에 나와의 계약에 목맬 필요가 없겠지.’

이들의 이렇게 나오는 이유가 이해는 되었다.

조필승은 자신의 철칙을 내려놓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김덕후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아…… 탐난다. 이게 지금 단순히 음원 판매만이 목적이 아니잖아? 일단…… 대화를 해 보자. 설득을 해 보고, 안 되겠다 싶으면 조금만 조정해 주지 뭐.’

조필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회사에서 정산 비율 조정한 사례가 없습니다. 다른 회사와 비교를 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정산 비율은 업계 표준입니다. 그리고 소속된 아티스트들과 형평성 문제 때문에…….”

정동희는 그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덕후 말이 맞구나. 우리가 유리한 위치이니, 얘기가 안 되면 돌아간다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하라더니. 진짜 이렇게 하니까 태도가 달라지네?’

정동희는 김덕후가 말해 줬던 대로 얘기했다.

“저희가 이 곡을 처음부터 필승엔터테인먼트와 시작했습니까?”

“아니죠.”

“그러면 혹시 이 곡을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귀사에서 도움이나 홍보를 해 준 게 있습니까?”

“…….”

조필승은 입을 꾹 다물었다. 정동희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짐작이 되었다.

‘젊은 녀석이 제법이네.’

“곡의 컨셉, 작사, 작곡, 편곡 등 모두 자체 제작, 아침마당놀이 출연도 저희가 직접 했고요. 대중들에게 이미 꽤 알려져 있어서 성공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죠.”

“…….”

“근데 정산 비율을 귀사의 소속 아티스트들과 동일하게 가자고요? 필승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음반 제작과 유통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그리고 정동희는 사전에 김덕후와 말을 맞춘 대로 행동했다.

“이 정도면 앉아서 그냥 돈 버는 건데…… 오히려 우리가 돈 좀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덕후야?”

“내가 잘은 모르지만~ 그런 거 같아. 친구들이랑 가게 놀이할 때도, 이렇게 욕심부리는 친구한테는 손님이 안 모이더라고.”

“…….”

“나도 절대 안 가. 그런 친구한테는.”

흡!

이 말에 조필승은 얼굴이 하얘졌다.

“흠…… 정동희 씨 말씀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네요. 그렇죠, 저희가 관여하지 않은 부분이 꽤 있으니까요.”

“…….”

“그렇다면 생각하시는 정산 비율은 얼마를 원하십니까?”

정동희는 김덕후와 약속된 대로 말했다.

‘처음에는 일단 크게 부르라고 했었지.’

“플랫폼 비율은 저희가 어쩔 수가 없는 거죠?”

“네, 그건 제 소관 밖이라서요.”

“그러면 60:40로 하시죠.”

“아…… 그러면 27%를 40%로 조정하신다는…….”

“아니요.”

정동희는 황당한 표정으로 조필승을 바라봤다.

“저희가 60%죠. 좀 전에 다 얘기했는데도 그러시네. 필승엔터테인먼트는 한 게 없잖아요. 왜 자꾸 욕심부리세요?”

“아직까지는 한 게 없죠. 근데 앞으로 할 거잖아요.”

“그래서 40%를 드린다고요.”

“…….”

‘정산비에서 회사 몫은 73% 고정적으로 해 왔다. 근데 이걸…… 40%만 받으라고?’

정동희와 조필승의 기 싸움.

패는 이미 모두 던져졌고. 조필승은 고민 중이었다.

김덕후는 옆에서 이를 가만히 지켜보며 생각했다.

‘동희 형이 여기서 잘해 줘야 하는데. 근데 조 사장님이 워낙 경험이 많을 테니…….’

근데 그때. 정동희가 갑자기 선빵을 날렸다.

“자, 자, 서로 힘들게 이럴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정동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 세상에 기획사가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가수가 저희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

“자신의 기준을 바꿔 가면서 무리한 협의는 안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저희나 필승엔터테인먼트나요.”

“저, 저…….”

당황한 조필승을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사장님, 무리하지 마세요. 저희도 무리하지 않을 테니.”

정동희는 나와 정진에게 말했다.

“얘들아, 일어나자. 내일은 학교 가야 하고, 너희들 시간 없잖아. 빨리 다른 기획사로 가 보자.”

“잠깐만요!”

조필승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방울형제는 하나밖에 없잖아요!”

“…….”

“이 세상에 가수는 많지만, 방울형제는 하나잖아요!”

조필승은 결심을 했는지, 정동희에게 다가와 서명한 계약서를 건네었다.

“제안 주신 대로 하겠습니다. 어서 계약하고 녹음하시죠.”

* * *

녹음실.

조필승의 안내에 따라서 들어왔다.

좁은 방 안에 소파가 하나 있고, 투명한 유리로 구분된 건너편 어두운 공간에 마이크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굉장히 복잡한 장비가 있는데, 수많은 콘솔들이 좌판처럼 펼쳐진 장비였다.

그 앞에 헤드폰을 낀 여성분이 앉아 있었고, 우리는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조필승이 말했다.

“소파에 앉으시죠. 가이드 트랙( Guide track) 가지고 오셨죠?”

“네?”

조필승은 피식 웃고는 말했다.

“아니지, 가이드 트랙이라고 할 것도 없겠네. 이미 방송에서 노래를 하셨으니. 어쨌든 주세요.”

정동희는 못 알아들은 듯싶었다. 사실 우리 중 누구도 못 알아들었다.

조필승은 멀뚱멀뚱 정동희를 바라보다가, 다시 말했다.

“노래 음원 파일 달라고요.”

“아~ 그렇게 얘기하시지.”

정동희는 USB를 건네었고.

조필승은 그걸 여직원에게 주면서 말했다.

“반주는 그대로 쓰고, 노래만 녹음할 거야.”

“알겠습니다.”

조필승은 우리를 향해 말했다.

“노래 연습은 이미 많이 되어 있을 테니, 바로 가면 되겠죠?”

“…….”

우리는 말 그대로 얼어 있었다.

녹음실…… 이 생소한 방에 들어와서 조필승에게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겼다.

계약 얘기를 먼저 하길 정말 잘한 듯싶었다.

난 신바람을 툭툭 건드렸다.

“선생님.”

“응?”

“레코딩 안 해 보셨어요?”

“해 봤지.”

“근데 왜 처음 온 사람처럼 가만히 계세요?”

“10년도 더 됐어.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도 안 나.”

“…….”

“가만있어 봐, 지금 버퍼링 중이니까.”

조필승은 나와 정진을 향해 물었다.

“둘 중에 누가 먼저 들어갈래?”

정진이 대꾸했다.

“저희는 팀인데요?”

“알어, 누가 먼저 들어갈 거냐고.”

“팀은 함께하는 거죠. 같이 들어가야죠.”

조필승은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일 시작하니까, 약간 까칠해지는 거 같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묻는 말에 대답하고 시키는 대로 해라. 난 이런 기본적인 거까지 설명해 줄 자신이 없다.”

“…….”

“빨리 말해. 누가 먼저 들어갈 거야?”

난 눈치로 알 것 같았다.

녹음실은 1인용이라는 걸. 그리고 팀 곡이라고 해도 따로 부른 뒤에 합치나 보다.

“제, 제가 먼저 할게요.”

정진이 머뭇거리면서 손을 들었다.

“그래, 들어가.”

정진이 녹음실로 들어간 뒤, 조필승이 물었다.

“디렉팅은 신 선생님이 하시나요?”

“그래야겠죠. 아니면 좀 해 주실래요?”

조필승은 이 말에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어이없는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정진은 녹음실 마이크 앞에 멍하니 섰다.

―정진, 헤드셋 껴.

―아, 네!

조필승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에휴, 일찍 끝나기는 어려울 것 같네. 저녁 약속 있는데.”

초짜들 데리고 일하려니 짜증 나는 거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너무 티 내는데?

아니면 좀 전에 계약 건 때문에 이러는 건가?

―준비됐니?

―네!

흠! 흠!

정진은 안에서 헛기침을 한 후, 심호흡을 했다.

신바람이 마이크를 잡았다.

―자, 첫 번째 파트부터 간다. 비트 주세요!

두구 두. 두구 두. 두구 두.

말발굽 전주.

정진은 눈을 감고 몸을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막상 곡이 시작되니, 긴장이 풀리나 보다.

빠바바 밤!

우리 엄만 매일 내게 말했어

언제나 세균 조심하라고

정진은 날카롭게 첫 소절을 뱉었다.

무대에서 노래해 본 곡이라서일까?

원래도 잘했지만, 여유가 더해졌다.

“와우!”

조필승은 놀라는 표정이었다.

―오케이, 다음 파트.

정진은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을 받은 뒤, 다음 파트로 넘어갔다.

* * *

정진은 녹음을 10분 만에 끝냈고.

이제 녹음실에는 김덕후가 들어가 있다.

기다려 기다려 NOW

이렇게 날 애태우고 있잖아

이따 만나

놀이 시작은 흙장난!

유리창 너머로 김덕후의 노래를 들으며, 조필승이 중얼거렸다.

“아…… 그냥 끊지 말고 계속 부르게 하면 안 돼요?”

“…….”

“미쳤다, 진짜. 너무 잘해.”

이 말에 정동희는 싱긋 웃었고.

정진 또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신바람만은 심각한 표정으로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덕후야, ‘있잖아~’ 부분 있지? 그 부분 꺾는 걸 좀 줄여 볼래?

―알겠어요.

―그리고 ‘흙장난!’ 부분은 약간 생소리 나더라도 힘차게 찍는 게 좋아. 그 부분은 이쁘게 부르는 거 아니야.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오케이, 다시 가 보자.

조필승은 정동희에게 작게 소곤거렸다.

“듣기 좋기만 한데 왜 저래요?”

정진은 10분 만에 끝냈지만, 김덕후는 지금 30분째였다.

별것도 아닌 부분 때문에 반복을 계속했다.

“훗, 글쎄요.”

하지만 정동희는 신바람이 왜 이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정진과 김덕후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 더 끌어낼 수 있는 역량을 고려하여 디렉팅을 하는 것이다.

―덕후야, 자꾸 아마추어처럼 노래할래? 끝 음 처리 디테일하게 못 잡겠어? 노래 잘 부르는 동내 가수 되고 싶냐?

―다시 할게요!

좁은 녹음실에서 김덕후는 땀을 뻘뻘 흘리며 노래를 불렀다.

정동희로서는 지켜보기가 좀 안쓰러울 정도였다.

‘덕후에게만 유독 기준이 높은 거 같긴 해. 8살 나이를 고려하면 이 정도면 정말 잘하는 건데.’

한참 뒤에 김덕후는 녹음을 끝마치고 나왔고.

마지막으로 마스터링(믹싱벨런스와 음압을 맞춰서 감상하기 좋게 마무리하는 작업)을 다 함께 감상했다.

이런 날 멈추지 말아 줘요.

놀이터에서 오늘을 날려 버리게 싸아~

노래가 끝나자.

모두 흡족한 표정이었다.

“잘된 거 같네요.”

조필승은 웃으며 말했다.

“제조사와 유통사는 결정되는 대로 알려 드릴게요. 트롯 전문 유통사들은 제 전문이니까 염려 마시고요.”

정동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작권 등록을 해야 하거든요? 양식 보내 드릴 테니까 작성해서 보내 주세요. 나머진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네.”

조필승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럼 저 먼저 일어나 볼게요. 미팅이 있어서.”

“네~ 수고하셨습니다.”

조필승은 밖을 나서려다가 뒤돌아서 김덕후와 정진을 불렀다.

“얘들아!”

“네?”

“또 보자!”

그리고 조필승은 바로 나가 버렸다.

“우리도 가야지. 내일 학교 가야 하잖아.”

정동희가 앞장서서 나가려 하는데.

“형, 잠깐!”

김덕후가 그를 막았다.

그리고 신바람과 정진을 보았다.

‘전화하기도 힘들고, 오늘 만나면 또 언제 볼지 모르는데…… 지금 얘기하는 게 낫겠어.’

“선생님, 정진 형.”

두 사람은 의아한 눈빛으로 김덕후를 바라봤다.

“우리 할아버지 칠순 잔치에 와 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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