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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아들은 트롯천재-19화 (19/250)

19화. 테스트(2)

꼬옥~ 한~ 버언~~!

이 부분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마치 우는 것 같았다.

그리고 끝 음을 어찌나 구슬프게 꺾는지, 듣는 사람으로 하여간 가슴 한구석을 연필로 파는 것 같았다.

만나알~ 수! 있다며어어언~!

이 꺾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송사무엘은 넋 놓고 생각했다.

‘‘바보’를 이런 식으로 부르는 사람이 있었던가?’

발라드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부르는데,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김덕후 노래의 특징은 꺾기였지만 그 못지않게 돋보였던 것은 강약 조절.

힘을 줄 때 주고, 뺄 때 빼는 걸 얼마나 기가 막히게 하는지, 정신을 못 차리게 했다.

휘몰아쳤다가, 살살 달랬다가.

안심시켰다가, 뒤통수를 두들겨 패다가.

당쉰을! 만난 이후 로오오…….

이런 김덕후를 보고 있는 정동희와 송사무엘은 그저 입만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김덕후의 노래는 계속 이어졌고, 어느덧 마지막 부분까지 왔다.

난 그거면…… 돼에…… 요오…….

마지막 ‘돼요’ 부분은 목소리가 아니라, 숨소리였다.

마치 낮은 휘파람 소리 같았다.

하아―

노래를 마친 뒤 김덕후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는데.

그것마저도 노래의 일부분 같았다.

“…….”

정동희와 송사무엘은 박수 치는 것도 잊었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감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김덕후를 바라볼 뿐이었다.

분명 그들 앞에 있는 사람은 7살 아이인데.

거대해 보였다.

나이를 떠나서 그 누구에게도 쉽게 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꿀꺽.

어디선가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고.

이제 김덕후는 고개를 들고, 환하게 웃는데.

그의 눈가에는 살짝 이슬이 맺혀 있었다.

“노래 끝났는데. 헤헤.”

짝짝짝.

정동희는 박수를 보냈고, 옆에 있던 송사무엘도 얼떨결에 따라서 박수를 보냈다.

“이제 끝난 거죠?”

김덕후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 * *

두근. 두근.

혼자 흥얼거린 적은 있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집중하여 노래를 불러 본 건 이번 생의 처음이다.

근데 이 희열은 뭘까……?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난 노래 ‘바보’의 이별한 남자가 되어 버렸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내가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곡도 곡이지만, 가사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아휴, 왜 자꾸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동희 형, 휴지 있어?”

지금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왜 가사를 그렇게 슬프게 쓴 건지.

가슴이 너무 아프잖아.

“어…… 그래. 휴지는 없고, 손수건 줄게.”

“고마워.”

형이 건넨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어느 정도 감정이 진정되었을 때쯤 두 형을 보았다.

“뭘 그렇게 봐요?”

입을 벌리고 있는데, 침마저 흘릴 것 같았다.

특히 송사무엘은 눈두덩이 시꺼멓다.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덕후야.”

정동희가 날 부르고는 말했다.

“너, 뭐냐?”

“…….”

갑자기 뭐냐니.

그리고 정동희는 송사무엘을 툭툭 건드리고 말했다.

“야, 너도 뭐라고 말 좀 해 봐. 요즘 영재들은 다 저러냐? 꼬마애들이 이런 식으로 감정을 잡아?”

“아니…… 이건 그냥 미쳤어.”

“…….”

송사무엘은 넋이 나간 듯 말했다.

“감정 표현이라고 부를 수준이 아니야. 이 정도면 거의 원곡 가수 못지않을 거야…… 게다가.”

송사무엘은 날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완전 다르게 부르잖아. 근데도 듣기가 좋고, 감정 전달이 되잖아.”

“응, 그렇지.”

정동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두 사람 다 내 노래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 하는 건 알겠다.

“고맙습니다. 좋게 들어 줘서요.”

“아, 맞다.”

정동희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너, 근데 ‘바보’는 어떻게 알아? 그게 2000년에 나온 노래일 텐데.”

송사무엘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정확하게는 1999년 12월에 발매했지. 나 박효X 좋아하거든.”

정동희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어쨌든 간에 말이야. 덕후 너, 두 살 때 나온 노랜데, 어찌 그렇게 잘 알아?”

“…….”

“완전 곡 전체를 이해하고 부르는 것 같은데. 대충 알고 부르는 수준이 아니야.”

“그러니까! 하여간 진짜 이상하다니까?!”

옆에서 가만히 있던 송사무엘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그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피식.

예상했던 질문이라 난 코웃음을 쳤다.

“와~ 동희 형이야 학교만 다녀서 그렇다 치지만, 송 선생님은 좀 너무하시네요. 아이들 선생님 하신다면서 이런 의구심은 좀 성의 없지 않아요?!”

“뭐?!”

난 그의 눈을 보며 웃었다.

“아까 박자 테스트 연주했던 곡이 쇼팽 어쩌고 하던데. 쇼팽이면 옛날 사람 아니에요?”

“그렇지.”

“그럼 선생님은 그 시대에 태어나서 그 곡을 아는 거예요? 쇼팽 친구?”

“뭐어?”

이 말은 약간 내 나이에 맞는 톤으로 했다. 놀리듯이 말이다.

“헛, 그렇네?! 하하.”

정동희는 곧바로 수긍하며 크게 웃었고, 송사무엘은 입술을 깨물었다.

정동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와~ 형이 진짜 바보 같은 질문을 했어. 하하! 맞네, 맞아. 태어나기 전의 노래도 아는데, 2, 3살 때 나온 노래면 적어도 태어난 이후잖아? 하하.”

나 또한 정동희를 향해 씩 웃었다.

“사무엘아!”

정동희는 송사무엘을 불렀다.

“어쨌든 덕후는 영재냐? 아니냐? 테스트 결과 얘기해 봐.”

송사무엘은 파일철을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우리 영재 학원에 김덕후 같은 애는 없어.”

“엥? 그게 무슨 말이야.”

“영재는 아닌 거 같아.”

그의 말에 난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영재?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내가 무슨…… 그냥 오늘 재밌었을 뿐이다. 노래 부르고, 피아노도 치고.

“영재가 아니라고? 덕후 같은 애가 영재가 아니면 도대체 뭐야? 영재라는 애들은 도대체 어떻다는 거야?”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야. 내 생각에 덕후는…….”

송사무엘은 피곤한 얼굴로 읊조리듯 말했다.

“천재가…… 아닐까 싶어.”

* * *

천재?!

송사무엘의 말에 나와 정동희는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천재라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우리 학원에 있는 영재들보다 수준이 현격히 높으니까…….”

꿀꺽.

송사무엘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근데 덕후야, 어릴 적 재능으로 꼭 잘되라는 법은 없어. 내가 아이들 성장하는 거 봤을 때 가장 중요한 거는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그다음이 감정 표현이거든?”

“네.”

“넌 감정은 정말 타고났더라. 노래도 요상하게 부르는데, 그 감정 때문에 우리가 어쩌지 못하고 빠져드는 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정동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 약간 감이 오는 거 같은데?”

“…….”

그리고 정동희는 날 물끄러미 보며 말했다.

“덕후야, 넌 노래를 해 보는 게 어떠냐?”

노래…….

“음악에 대한 이해, 악기는 피아노밖에 보지 못했지만 다 좋아. 피아노 치는 것도 배우지도 않은 사람치고는 수준급이고. 그것도 타고난 부분이 분명히 있어.”

“…….”

“근데…… 노래는 정말 압도적이었어.”

옆에서 송사무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아, 인정.”

정동희는 웃으며 날 바라봤다.

“너도 노래 부를 때가 더 좋지 않았니? 형이 봤을 때는 그렇게 보이던데?”

난 이 강의실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 봤다.

박자를 타고, 피아노를 쳤으며, 노래를 불렀다.

다 재밌었지만 결국 눈물이 날 정도로 푹 빠져서 했던 것은 분명…… 노래였다.

“맞아, 형. 노래가 제일 재밌었어. 하하.”

내 대답에 정동희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고.

송사무엘도 어느새 표정이 좀 풀려 있었다.

* * *

그렇게 정동희와 며칠 동안 계속 함께 다녔다.

그는 정말 착한 형이었다.

이렇게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동생과 함께해 주었고, 많은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넌 아직 어리니까 즐기면서 하는 게 중요해. 필요한 건 형이 도와줄게.”

“형은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 줘?”

“글쎄다…… 하하, 그냥~ 너랑 있으면 즐거운데? 기분이 좋아지고.”

형은 나 때문에 음악에 대한 동력이 생겼다고 말했었다.

난 아직 입문자에 가까워서, 그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진 못하지만 대략 뉘앙스는 알 것 같다.

회사 생활 오래 해서 매너리즘에 빠졌는데, 열정적인 신입사원의 모습을 보며 다시 근무할 의미를 찾았다는…… 뭐 대충 그런 뜻이 아닐까.

음악에 빠져서인지 시간이 정말 빨리 흘러갔다.

어느덧 내일이면 집에 돌아가야 한다.

오늘도 형과 함께 학교에 갔다가 늦은 오후에 들어왔는데.

“다녀왔습니다.”

큰 고모가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너희 둘, 요즘 뭐 하고 다니니?”

이 집에 처음 온 날 외에 큰 고모를 마주한 적은 거의 없었다.

더욱이 점심, 저녁을 대부분 밖에서 해결하고 오니까.

“아~ 엄마, 모르겠구나?”

정동희는 웃으며 말했다.

“덕후가 음악에 재능이 있어요~!”

“안다.”

“그게 어느 정도냐면요…… 네?!”

나도 깜짝 놀라서 큰 고모를 바라봤다.

안다고?

“그래서 네가 덕후 데리고 학교 가서 연습하고 오는 거니?”

그 말엔 내가 대답했다.

“큰 고모, 연습이랄 것도 없어요. 그냥 악기 다루고, 노래 부르면서 논 거예요.”

“덕후야, 난 형한테 물어봤단다.”

쌩―

찬 바람이 분다.

정동희는 어색한 미소를 짓다가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네, 엄마. 어차피 방학이고 하니까요. 시간 여유도 좀 있고요.”

“넌 왜 그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니? 응?!”

큰 고모의 언성이 살짝 높아졌다.

내가 남인가? 친척이면 남에 가까운 건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네 거나 잘 챙겨. 엄마가 언제까지 네 옆에 있는 게 아니라고.”

“…….”

“동희, 넌 들어가고, 덕후는 여기 앉아 봐라.”

“네.”

정동희는 방으로 들어갔고, 난 큰 고모 옆 소파에 앉았다.

“내가 널 왜 우리 집에 오라고 했는지 아니?”

“의도는 모르겠으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뭐가 감사하니?”

“음악을 하고 싶었거든요.”

“호호.”

큰 고모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참 솔직하구나, 열정도 있고.”

“네, 저도 제가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그녀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뭔가 좀 불안했지만, 어쨌든 난 지금 상황에 충실했다.

“정말 비슷하단 말이야. 진하도 꼭 너 같았었는데…….”

큰 고모는 말을 흘리듯 말하고는.

“어머! 얘야, 방금 건 못 들은 거로 해라.”

진하?

김진하 부장?

“큰 고모, 방금 제 아빠 말씀하신 거예요? 아빠가 음악을 했었다는 건가요?”

“호호.”

그녀의 눈빛이 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래~ 네가 참 좋아하는 느이 아빠 말이다.”

‘좋아한다’는 말을 강조하는 걸 보면 내가 김 부장을 싫어한다는 걸 알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그렇게 원했지만 네 아빠는 결국 포기했었는데, 역시 핏줄은 어디 안 가는구나?”

젠장…… 핏줄!

그놈의 핏줄.

내가 그토록 끌려 하는 음악이…… 이 또한 결국은 김 부장 영향이란 말인가?

그의 핏줄이라서?

김 부장 핏줄의 영향으로 공부 머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때는 미련 없이 공부는 안 하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내가 음악을 원하고 있다.

큰 고모에게 이런 말을 들었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아니길 바랐다.

핏줄의 영향이 아니기를.

“어머, 표정이 왜 그러니?”

큰 고모는 이런 날 보며 웃었다.

“큰 고모…… 말 돌리지 마시고요.”

나도 모르게 말이 날카롭게 나갔다.

“다 얘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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