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휘의 성자-243화 (24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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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장. 부하 찾아 삼만리

눈앞에 뜬 여러 개의 메시지를 다 읽은 카룬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크게 소리치며 좋아하고 싶었지만 에스트라의 진지한 분위기에 그럴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군!'

페이지를 얻을 때 마다 새로운 스킬을 나타났기에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설마 여기서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스킬이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카룬은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으며 재빨리 스킬 창을 열어 확인 하였다.

「리저섹션 초급 1 숙련도 00.00%」

설명 : 자신의 모든 MP를 소모하여 다른 이를 부활시키고 HP의 10%를 회복시킨다. 현실 시간으로 하루에 한번만 사용할 수 있으며 스킬 단계가 올라갈수록 더 많은 이를 부활 시킬 수 있고 회복하는 HP량이 늘어난다.

간단한 설명이었지만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뜻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부활! 누구나 목숨을 소중히 하는 가운데 이 단어를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특히 위험한 전투나 모험중 목숨의 여분이 있다고 한다면 그 어떠한 방어구보다 든든할 것이 분명하였다.

게다가 일회용인 피닉스의 깃털에 비해 '리저섹션'은 하루에 한번이라도 계속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가만하면 그 가치를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물론 자신의 MP를 모두 사용하고 부활한다 하더라도 회복되는 HP량이 10%밖에 안 되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수백 배 나았다.

'한 번 사용해 주는데 적어도 몇 백 골드는 받아내야겠지!'

이 스킬을 사용해 앞으로 해나갈 일들에 대해 장밋빛 환상을 펼치고 있던 카룬은 문득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막 사용해서는 안 되겠군.'

무척 매력적인 스킬이라는 점은 틀림없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현재 대륙에서 누군가를 부활시킬 수 있는 방법은 피닉스의 깃털과 같은 아이템을 제외하고 대사제급의 사제들만이 쓸 수 있는 리저섹션이 유일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수준의 대사제들은 왕만큼이나 엉덩이가 무거워 자신의 소유의 대신전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았고 현재 유저들 사이에서 리저섹션을 사용할 수 있는 유저가 있다는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즉 이러한 상황에서 카룬이 마구잡이로 리저섹션 스킬을 사용하여 유저들 사이에 알려지게 된다면 여러 가지 의미로 파란이 일어나게 될 것이 분명하였다.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행동할 생각인가?"

"뭐 어디로든 가겠죠."

우울해진 자신의 마음도 모른 채 말을 거는 에스트라에게 투명스럽게 대답한 카룬은 샐쭉한 표정을 보였지만 여전히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에스트라였다.

"이번 일도 있고 하니 어둠의 신의 추종자들의 공격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네. 자네가 아무리 전도사라고는 하지만 힘들어 지겠지."

"그렇겠지요."

확실히 이번에 다크니스가 탄생의 숲에 나타난 이유가 어떠한 계획 때문이라는 것을 들었던 카룬이었기에 그것을 방해한 것을 알고 카룬을 더욱 더 괴롭힐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앞으로 빛의 사제들의 힘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네."

"네?"

"뭐 그리 놀라나, 빛의 교단은 교단 중에서도 최고의 크기와 힘을 자랑한다네, 충분히 그들과 맞설 전력을 갖추고 있지. 그 중심인 자네가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

뭔가 단단히 착각하는 듯 한 말에 카룬은 지금까지 자신이 알아온 빛의 교단에 대한 정보를 말해주자 심각한 표정을 짓는 에스트라였다.

"흐음, 시간이 꽤나 지났다고는 하지만 그 빛의 교단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니 믿을 수 없군. 루마 평원에서도 무언가 발견하지 못한 건가?"

"루마 평원이요?"

"그렇네, 루마 평원은 본래 빛의 교단의 총본부가 있던 곳, 그 곳에서라면 적어도 무언가 발견할 수 있을 터인데 말이지……."

"하필 이면……."

루마 평원의 위치가 어딘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다름 아닌 현재 레드 라이언 길드의 총본부가 있는 루마 영지가 예전에 루마 평원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낸 카룬은 귀찮게 되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버프에 대한 대금을 받기 위해 한번은 가야했지만 곧바로 가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없는 카룬이었다.

몰래 조사를 해본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그러다가 괜히 염탐 병으로 오해 받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결국 가야 겠군.'

저번 새벽녘의 수도원을 발견 했을 때 남아 있는 빛의 사제들을 찾으라는 퀘스트을 받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했던 가운데 이러한 정보를 그냥 놓칠 수는 없었다.

카잔이 했던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는 말이 집히기는 했지만 잘만하면 조사하는데 도움을 받을지도 모르니 마음이 찝찝한 것 빼고는 그다지 나쁠 것은 없었다.

엘프의 마을 로얄 상단 지부, 마을을 발전시키는 대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매매하고 있었기에 다른 지부 못지않게 성황을 이루고 있는 지부 최상층에서 두 남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설마 당신이 내 의견에 찬성 할 줄은 몰랐어."

"뭐, 흔히 있는 변덕이랄까, 재미있어 보여 말이지."

장난스럽게 대답하는 시그의 모습에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고 있는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지는 미즈네였다. 명색이 대륙의 최강자라는 호칭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에 따른 위엄은 조금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솔직히 나도 네가 그렇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어. 언제나와 같이 서로 먹으려고 달려드는 늑대들 사이에서 조용히 무엇이 더 이득일까 저울질 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누가 주인이 되던 그다지 이익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 뿐이야. 차라리 그럴 바에는 어느 누구도 밀어주지 않는 것이 나중에 마찰 생길 일도 없겠지."

"그저 무언가 조사하고 싶어서가 아니고?"

"……."

장난스러운 분위기속에서 날아온 날카로운 시그의 질문에 움찔거린 미즈네는 당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록 지역 전체가 개방됨으로써 한번 리셋되었다고 해도 발록이 나올 만큼의 난리를 쳤으니 무언가 흔적이 남아있겠지.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이곳에 주인이 된다면 조사를 하는데 방해가 될 것이고 그렇다고 자신이 직접 가지기에는 보는 눈이 많아. 그렇다면 차라리 아무도 못 가지게 하여서 눈치 볼것없이 새로운 지역을 탐색한다는 명목 하에 수색대를 꾸민다. 랄까?"

"난 당신의 그런 점이 싫어."

다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 한 시그의 눈빛에 시선을 피하며 사실을 인정하는 미즈네였다.

"미즈네 너는 평소에는 무척 냉정하지만 다크니스의 일이라면 너무 눈에 보이는 게 탈이야. 그러다가 나중에 후회 할지도 몰라."

"당신이 상관할 바는 아니야. 그저 내가 하고 싶어 할 뿐이니까."

자신의 진심어린 충고해도 차갑게 대답하는 미즈네의 행동에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은 시그는 문득 무언가 생각났는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카룬이라고 했나? 저번 바룸 왕국의 교황청 사건을 비롯해 이번 일의 핵심 인물이 말이야."

"그래."

"로얄 상단 소속이라고 들었는데 한번 만나 볼 수 있으라나?"

"어째 서지?"

순간 더욱 차가워진 미즈네의 태도에 반짝 눈을 빛낸 시그는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와 같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냥 흥미가 있달까? 왠지 재밌어 보여서 말이지."

"그라면 이미 이곳에 없어. 루마 영지로 갔거든."

"루마 영지로?"

"그래, 본래 이곳에 남겨 계속 일이라도 시킬 생각이었지만 레드 라이언 길드와의 약속을 들먹여 도망가듯이 나가더군."

"흐음, 레드 라이언 길드란 말이지, 레드 라이언 길드……."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레드 라이언 길드란 말을 반복하는 시그의 태도에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뭐냐는 듯 한 시선을 보내자 미소를 유지하며 입을 여는 시그였다.

"저번에 레드 라이언 길드의 길드 마스터와 만났는데 말이야, 그 남자에게 무척 관심이 많은 모양이야. 그녀가 유독 모험 같은 걸 좋아하는 그런 게 있잖아?"

"......"

"혹시라도 둘이 만난다면 자신의 길드에 영입하려고 할지도 몰라?"

"크흠……."

상관없다는 듯 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불편함이 가득한 미즈네의 표정을 본 시그는 웃겨 죽겠다는 듯이 크게 웃다가 그대로 퇴출당했다.

============================ 작품 후기 ============================

뭐랄까 지금이라도 히로인 늘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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