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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장. 부하 찾아 삼만리
탄생의 숲이 유저들에게 완전히 개방되었던 날, 10대 길드를 비롯한 대륙의 영향력 있는 단체들 간의 회의가 열렸다.
겉으로는 '앞으로 어떻게 마을을 발전시켜 유저들에게 이익이 되게 할 것인가'가 주제의 회의였지만 그에 대해서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결국 회의에서의 최종 목적은 하나, 엘프의 마을에 대한 소유권이 누구의 것인가 정하는 눈치 싸움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쓸데없는 말로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회의는 그리 길어지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하게 로얄 상단의 상단주인 미즈네가 탄생의 숲 자체를 중립 지역으로 하자는 의견을 확고하게 제시하였고 시그 마저 찬성하는 모습을 보이자 다른 이들 또한 눈치를 보며 결국 찬성표를 던졌다.
자신의 이익이 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남들도 먹지 못하게 하자는 마음도 있었지만 대륙 최고의 상단주와 대륙 최강이라는 이름값은 상상 이상으로 컸던 것이
었다.
이러한 결정은 평범한 유저들에게 있어서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현재 대륙 유저들이 소유할 수 있는 대부분이 10대 길드가 각자 소유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의 텃세가 무척 심하다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신경은 쓰일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 새로 발견된 마을이 중립 지역으로 결정 나자 유저들의 유입은 점점 많아져갔고 투자도 늘어나면서 단 며칠 만에 눈부신 발전을 이룬 엘프의 마을이었다.
그리고 마을 한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거대한 나무의 중심 안, 거대한 나무뿌리를 따라 움직이고 있는 두 명의 인영이 있었다.
'도대체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지?'
마리아와의 전투 이후 축적된 피로로 휴식을 취하고 며칠 만에 접속한 카룬이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발전한 마을에 놀라고 있을 쯤 한 엘프 NPC가 찾아와 에스트라가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곧바로 그를 찾아간 카룬이었고 따라오라는 한 마디와 함께 말없이 계속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그다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혹시 자신이 무슨 잘못된 행동이라도 했던 곰곰이 생각하던 찰나 떠오르는 한 가지.
‘혹시 내가 퀘스트를 포기했다고 앙심을 품고?’
그 당시 퀘스트를 포기할시 패널티를 얻게 된다는 메시지가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짝 긴장하는 카룬이었다.
"다 왔네."
하지만 걱정과 달리 별 다른 일 없이 이내 나무뿌리에 감싸여 있어 잘 보이지 않았던 낡은 문에 멈추어선 에스트라는 잠시 카룬의 얼굴을 바라보고더니 문을 열었다.
"이 곳은……."
열린 문을 통해 에스트라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 카룬은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무슨 금은보화가 산더미처럼 있다던가. 전설의 무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볼품 없어 보이는 낡은 상자 하나가 안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상자로부터 강하게 느껴지는 미묘한 기운에 카룬은 놀랄 수밖에 없었고 이내 에스트라가 왜 자신을 이곳에 데려온 것인지 직감할 수 있었다.
"내가 자네와 처음 만났을 때 얘기 하였었지. 우리 엘프들이 수천 년의 시간동안 이 숲에서 살아간 이유를 말이야."
"인간들에 대한 불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 하지만 그 외에도 우리 일족이 이곳에 있는 이유가 또 있다네. 바로 어떠한 물건을 보관하고 지키기 위해서지."
"물건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것이라네."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어 내용물을 꺼내 내용물을 보여주자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짓는 카룬이었다.
에스트라의 손에 들려있는 한 장의 종이, 일단 확인은 해 봐야겠지만 십중팔구 광휘의 서의 페이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종이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네. 그저 헬오스님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언젠가 자신의 뒤를 이를 전도사가 이곳에 찾아오면 우리들의 의지와 함께 건네주라는 부탁만 들어 보관하고 있었을 뿐."
"그렇군요."
에스트라가 무슨 말을 하든 그저 그의 손 안에 들려있는 종이에만 관심이 솔려 대충 대답하는 카룬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페이지를 얻음으로써 비약적으로 강해져 왔기에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그 어떠한 것보다 필요한 아이템이기에 탐욕에 물들기 충분하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자네가, 아니 더 자세히 말하면 전도사가 오지 않기를 바랬네.'
"네? 그게 무슨……."
뜻밖에 말에 깜짝 놀라는 카룬이었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에스트라의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헬오스님으로부터 부탁 받은 이후 여러 가지 상황이 악화되면서 수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부족은 다른 종족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진 상태에서도 이 탄생의 숲에서 이것을 보관하는 것을 의무로 하는 것을 당연시하며 살아왔지. 그것에 대한 의문은 없었어.
"……."
"허나 천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 '만약 언젠가 전도사가 나타나 물건을 건제 준 후에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말이야. 이미 이 종이는 우리 부족의 구심점과 같네. 새로운 것 없이 매일같이 반복되어가는 일상에서 이것을 보관하고 지키는 것이야 말로 의무이자 삶의 의미를 가질 수 있었지. 그러한데 언젠가 나타날 전도사가 우리들의 삶의 의미를 가져가 버린다면 그 다음은 일족의 장로로써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기에 차라리 오지 않기를 바란 것이지."
한 일족을 이끄는 이에 고뇌가 담긴 심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결국 카룬의 귀에는 넘겨주기 싫다고 밖에 들리지 않았다.
강요한다면 못 줄 것도 없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에스트라와의 관계가 껄끄러워 질 것이 분명하였다. 한 일족의 수장인데다가 자신의 직업과 연관이 있고 8서클 마법사라는 메리트를 가지고 있는 그와 사이가 나빠진다면 여러 가지 불이익이 될 수 있기에 결국 말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카룬이었다.
"괜찮습니다. 에스트라님! 제가 설사 그 종이를 가져간다고 해도 이곳의 엘프들은 충분히 자신만의 삶을 찾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자신할 수 없다네."
"지금 밖을 형성되어 있는 마을을 보세요. 겨우 수일 만에 인간들과 엘프들이 힙을 합쳐 어디에 놓아도 뒤쳐지질 않을 도시를 만들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엘프들도 각자 자신들이 할 일을 찾아 열중하고 있고요."
물론 유저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엘프들은 그저 NPC로써의 기능을 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었지만 딱지고 보면 딱히 틀리 말은 아니었다.
"그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네, 나 또한 며칠 동안 그 모습을 보고 희망을 찾은 듯 한 기분을 느꼈지. 하지만 솔직히 아직 믿기 어려운 것이 진심이더군."
"아직도 인간을 믿지 못한다는 말이신가요?"
"그렇다네. 자네나 헬오스님과 같은 인간이 있다는 것은 잘 안다네, 하지만 인간들로 인해 이 땅에 목숨을 잃은 동족들을 결코 잊을 수 없어. 그리고 지금이야 이러게 지내고 있지만 나중에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기라도 한다면 우리 입장으로써는 끝이 아닌가."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허나……."
"전도사인 저의 이름을 걸고 결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자신의 이름까지 걸고 확고한 의지를 보이는 카룬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에스트라였다.
카룬이 이렇게 자신하는데 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었다.
탄생의 숲이 중립 지역으로 결정되었다는 것은 어느 세력의 소유권도 아닌 쉽게 보자면 공동 소유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었다. 그러한 가운데 만약 어떠한 세력이 탄생의 숲을 혼자 독차지 하려고 수작이라도 보인다면 다른 세력들에게 몰매 맞을 일이었다.
즉 탄생의 숲은 어느 세력도 손대지 못하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가한 것이었다.
나중에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써 엘프들에게 피해가 가게 될 점은 전혀 없었다.
카룬의 말 이후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에스트라는 이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뭐랄까, 다른 인간이 분명한데 무척이나 닮았군. 같은 전도사라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자네와 이야기하다 보면 헬오스님과 마주한듯한 느낌이 들어."
"그 말씀은?"
"태초의 라이나님께서 우리 종족을 창조하시며 특별한 능력을 내리 주셨지. 그것은 바로 조화, 우리 엘프들이 수천 년이라는 시간동안 숲 속에서 계속해 명맥을 이어가며 부족함 없이 살아갔던 있었던 이유는 언어를 가지지 못한 생명들과 교감하여 서로를 이해하며 조화를 이루어 살아갔었기 때문이라네."
"전도사여, 언제나 기억해 주기를 바라네. 신을 모시는 사제로써 이 세계를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체로써 모든 이들과 구별 없이 조화롭게 살아간다면 분명 그들 또한 보답을 한다는 것을. 그럼 부탁을 이행하겠네."
에스트라의 말과 끝남과 동시에 환한 빛무리를 뿜어내는 광휘의 서! 그와 같이 에스트라의 손에 들려있던 종이에서도 같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한줄기의 빛이 되어 광휘의 서에 흡수되었다.
띠링!
「광휘의 서의 세번째 장인 '엘프의 조화'가 광휘의 서에 흡수되었습니다.」
「광휘의 서의 완성도가 증가하였습니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엘프의 조화'가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리저섹션'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홀리 필드'가 생성되었습니다.」
「신성력과 신앙 스탯이 대폭 증가합니다.」
============================ 작품 후기 ============================
일단 업글 한번 하고 갑시다.
그나저나 내일이 아니 오늘이라고 해야겠군요.
고등학교 졸업식이네요. 뭔가 감개무량하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