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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장. 참회
"과연……."
자신의 부하들이 손도 못쓰고 순식간에 전멸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당황해 하기는커녕 감탄의 탄성을 지르며 이제 자신을 향해 활시위를 겨누고 있는 루인을 쳐다보는 마리아였다.
"하면 얼마나 하기에 그렇게 불리는지 궁금했는데, 과연 궁귀(弓鬼)라고 불릴 만하군요."
"어차피 다 예전 일이뿐, 지금은 그저 네놈을 죽일 생각뿐이다."
"당신의 실력이라면 저를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죠. 하지만 여기서 저를 처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걸 아실 텐데요? 저 또한 한 명의 유저인 이상 그 이후 언제라도 당신의 정체를 알릴 수 있는데 말이죠."
"애당초 그럴 이유 없다면 모습을 드러낼 이유도 없었겠지, 그만한 각오도 했다. 그리고 너를 죽임으로써 적어도 이 숲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끝낼 수 있을 테니 말이야."
"그렇군요……."
루인의 말에 여전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시론들을 슬쩍 훑어본 마리아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이라고 불리는 분 치고는 정이 많으시군요."
비꼬는 것이 분명한 마리아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순식간에 앞으로 도약한 루인은 빠른 속도로 마리아를 향해 나아갔다.
예상을 뛰어넘는 루인의 행동에 완벽하게 일격을 가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검은 무언가에 반응해 옆으로 빠져나갔다.
"귀찮게 됐군."
방심한 틈을 타 순식간에 상황을 끝내려던 루인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방해한 것의 정체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새까만 로브를 뒤집어쓰고 붉은 안광을 내뿜는 말 그대로 사신과도 같은 모습을 한 타나토스가 바로 그 정체였다.
카룬이 사망함과 동시에 마르코 또한 소환 해체 되어 자유로워진 타나토스였고 자신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마리아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루인을 막아선 것이었다.
이미 마르코와 전투를 치루는 것은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봐온 루인으로써는 까다로운 상대가 늘어났다는 상황에 곤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히……."
하지만 루인의 행동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미처 대응도 못하고 다른 이의 도움을 받은 것이 분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계속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마리아가 앞으로 나선 것이었다.
"당신 쉽게 죽을 생각 하지 말아요."
섬뜩한 목소리와 함께 들고 있던 낫을 고쳐들은 마리아의 몸에서 대량의 마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 나타나는 여러 개의 마법진!
"데스 스니커!"
그리고 그녀의 외침과 함께 수십 개의 검은 칼날이 루인을 향해 쇄도하였다. 그리고 어느새 루인의 뒤에 나타나 타나토스가 마기를 머금은 거대한 낫을 휘둘렀다.
"은영(隱影), 속박의 화살, 오연시"
전후방이 막혀버린 겉으로 보자면 절대 피할 수 없는 공격이지만 원래 그 곳에 없었다는 듯이 그대로 사라진 루인은 타나토스의 뒤에 나타나 5발의 화살을 꽂아 맞추어 속박시켰다.
상대의 뒤을 잡고 잡는 수준 높은 고도의 전투!
"아직 멀었어요, 체인 드레인!"
한숨 돌릴 시간 없이 곧바로 자신을 덮쳐오는 칠흑의 사슬들에 얼마 남아있지 않은 MP량을 확인한 루인은 그대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쉐도우 워크"
빈틈없어 보이는 사슬 사이를 종이 한 장으로 피해 앞으로 나선 루인은 화살 하나를 잡아들고 마나를 응집하며 그대로 마리아에게 달려들었다.
설마 그 공격을 피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다가올 줄은 상상도 못했는지 경악에 찬 표정을 짓고 있는 마리아의 얼굴에 루인은 그대로 내리 꽂았다.
퍼억!
"크헉..."
소름 끼치는 파격 음과 함께 숲에 울러 퍼지는 누군가의 단말마
"이런.제길..."
겨우 한 뼘 길이였을까? 마나가 응집되어 시퍼런 파란색으로 물들어 잇던 화살촉과 마리아의 거리가…….
자신의 배을 꿰뚫은 거대한 날을 확인한 루인이 힘겹게 고개를 돌리자 붉은 안광을 내뿜는 타나토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분명 메시지를 통해 타나토스가 속박되는 것을 확인한 루인 이었기에 어떻게 된 건지 의문이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떠한 상황에도 한 두수를 숨겨 놓는 것이 저희에 특기라고 했었죠?"
루인의 표정에 즐거운 미소를 지은 마리아는 들고 있던 낫을 땅에 내리쳤다.
"맞는 말이예요."
그리고 그와 함께 그녀의 뒤에 나타나는 검은 물체, 다름 아닌 타나토스였다.
"본래부터 2명 이었던 건가……."
"한 명이라고 말한 적은 없잖아요?"
별거 없다는 듯이 가볍게 말하는 마리아의 행동에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루인 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말했놓고도 그대로 당해버린 것에 대해 헛웃음을 흘릴수 밖에 없었다.
"죽여라."
살아날 방도가 없다고 결론 내렸는지 고개를 숙이는 루인의 말에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젓는 마리아였다.
"제가 말하지 않았나요? 쉽게 죽을 생각하지 말라고……."
음산한 미소와 함께 지금까지 보다 더욱 짙은 마기를 내뿜은 마리아는 자신의 낫을 루인의 목에 댄 마리아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하였다.
"그렇군요. 이제야 당신이 자신의 손으로 광휘를 죽인 이름을 알겠네요. 이 낫으로 죽는 패널티를 생각해서 였죠?"
자신의 말에 침묵으로 답하자 정답이라고 생각한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죽는 건 똑같은데 그까지 패널티가 얼마나 더 하겠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이 마기를 머금고 있는 무기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기는 쉽게 말해서 신성력에 반대, 생명력의 반대인 죽음의 기운을 의미하고 있다. 신성력을 사용해 다른 이의 HP를 회복시키듯이 마기를 이용해 누군가를 죽이면 유저의 경우 보통의 죽음 패널티보다 2배에 달하는 패널티를 가지게 된다.
게다가 죽은 뒤에도 계속 마기가 시체에 남아 최고의 신성 마법이라 할 수 있는 리저섹션을 비롯하여 소생이 아예 불가능 해지는 것이다.
"꽤나 감동적인 진실이군요. 죽은 그가 알게 된다면 감동하겠는 데요?"
'목숨 값이라도 내놓으라고 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만…….'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튀어나온 말에 피식 미소 짓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채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마리아는 이내 결정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저 쪽도 끝나가는거 같으니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겠군요."
마리아의 말처럼 겨우 버티고 있던 레드 라이언 길드은 대장인 카잔을 비롯한 몇 명만 살아남았고 시론들 또한 한계에 다다른 거 같았다.
"나오세요, 황혼의 신전이여."
띠링!
「'황혼의 신전'의 전용 필드 스킬 '흑월'이 발동되었습니다.」
「스킬이 지속되는 동안 황혼의 신전을 기준으로 반경 50M 지역이 어둠의 신의 고유 성역으로 선포됩니다.」
「모든 물리, 마법적 힘이 제약되며 마(魔) 속성에 관련된 모든 공격에 대한 대미지가 250% 상승합니다.」
「신의 저주가 내려집니다. 스킬이 지속되는 동안 성역에 위치한 모든 적들의 스탯이 40% 감소하고 최대 HP가 하락합니다.」
"나타나세요, 마창 '게이볼그'"
자신의 앞에 나타난 믿을 수 없는 메시지를 힘겹게 지워낸 루인은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검은 창에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말해도 상관없겠지만 저의 임무는 이 마창을 사용해 저 거대한 나무을 파괴하고 씨앗을 심는 거랍니다.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그 씨앗을요."
"……."
전부 포기한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루인의 모습에 신이 났는지 계속해 말을 이어가는 마리아였다.
"솔직히 저도 처음에는 놀랐답니다. 설마 이곳에 광휘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요. 아무리 저라도 황혼의 신전을 소환할 수 있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니 자칫 잘못하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수도 있었네요."
"그 임무를 실패하면 곤란한 모양이지?"
"그렇죠, 제가 위층에 깨지는 것은 물론이고 계획 중 하나가...?"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대화중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마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지금 자신은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그 상대는 루인도 다른 누구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그 목소리에 설 마하는 표정을 짓는 마리아였다.
"그것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와라! 새벽녘의 수도원!"
띠링!
「'황혼의 신전'이 '새벽녘의 수도원'과 상응하여 파쇄 되었습니다. '황혼의 신전'이 강제 소환 해제됩니다.」
「스킬 '흑월'이 강제 취소됩니다.」
「'마창-게이볼그'가 강제 소환 해제 됩니다.」
「스킬의 강제 해제로 인해 3분 동안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습니다.」
「연속된 스킬 사용으로 패널티가 부과됩니다. 일정 시간 동안 모든 스탯이 50% 감소합니다.」
============================ 작품 후기 ============================
뿌린대로 거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