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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장. 참회
"크윽!"
띠링
「마기가 깃든 공격에 맞으셨습니다. 직업 특성에 따라 받은 대미지가 200% 증가합니다!」
「'칠흑의 낫'의 특수 효과로 일정 시간 모든 능력치가 10% 하락합니다.」
「남아있는 HP가 10% 이하입니다. 빠른 시간 내에 휴식및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출혈로 인해 사망할 수 있습니다.」
'무.무슨'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서 맞았다고는 하지만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 빈사 상태에 빠져버린 카룬은 빈사 상태 특유의 어지러움에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자신의 방어력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무슨 스킬을 쓴 것도 아닌 일반 공격에 즉사 직전까지 떨어져버린 것을 믿을 수 없는 카룬이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을 말로 내뱉기도 전에 자신의 목숨을 취하러 오는 마기 넘쳐나는 낫의 모습에 살기위해 땅바닥에 널브러질 수밖에 없었다.
"흐음, 운이 좋네요. 방금 한방에 죽으실 줄 알았는데 말이죠."
"너 말이야, 아무리 게임이라고 해도 사람 목숨 함부로 하는거 아니다."
겉으로나마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카룬이었지만 계속해 경고 메시지가 뜨는 자신의 상태에 막막해지는 것은 당연하였다. 완벽히 준비한 상태에서도 승산이 없는데 스치기만 하여도 바로 사망할 지금의 상황에서 자신의 취할 수 있는 행동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였기 때문이었다.
"에휴, 이것 참."
"이번에야 말로 죽여 드리죠."
단념한 듯이 서 있는 카룬의 모습에 조금 흥이 빠진 듯 한 표정을 짓은 마리아는 이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낫을 휘둘렸다.
챙!
"뭣?!"
상대가 별다른 반격의 기세가 보이지 않았기에 자신의 낫에 의해 두 동강 날것이라고 의심치 않던 마리아였지만 날카로운 날이 살을 베는 섬뜩한 소리가 아닌 뜻밖에 소리와 함께 카룬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합!"
그리고 카룬의 기합과 함께 마리아에게 쇄도하는 빛줄기!
하지만 그 찰나의 시간에 위험을 인식하고 재빨리 뒤로 물러서는 마리아였다.
"쳇, 역시 아직 익숙지 않은 건가."
별다른 상처가 없는 마리아를 보고 혀를 찬 카룬은 어느새 손에 들려있는 한 자루의 검을 바로 잡았다. 별다른 특징 없는 보통 검이었지만 검 날로부터 피어오르는 신 성력은 결코 무시할것이 아니었다.
"당신의 직업은 사제가 아니었나요?"
설마 완전한 원거리 직업군이라고 생각했던 카룬이 직접 검을 들고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마리아는 아직도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다가 이내 카룬의 손에 들려있던 검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신성력,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건가.'
별다른 효능은 없어 보이는 평범한 검이었지만 검 날을 감싸고 있는 신성력만큼 현재 마리아에게 있어 두려움을 주는 존재는 없었다.
성(聖) 속성의 직업을 가진 카룬이 마기에 대하여 더욱 큰 대미지를 입듯이 마(魔) 속성이 분명할 마리아에게 있어서도 신성력은 아무리 미미한 피해라고 해도 무시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카룬의 예상대로 방어력과 HP가 높지 않은 마리아였기에 까닥하다가는 상황이 반전될 수 있었다.
'역시 재미있어!'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무척 흥미롭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보인 마리아는 알 수 없는 감정을 숨긴 눈빛으로 카룬을 바라보았다.
"요즘 시대는 한 가지 직업으로만은 먹고 살기 힘드니까 말이야, 적어도 몇 가지 부업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런 마리아의 심기도 눈치 채지 못한 채 호기롭게 말을 내뱉는 카룬이었지만 그도 사실 호언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공격을 가한 것은 좋았지만 어찌 보면 전보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리아가 떨어진 순간을 놓치지 않고 큐어를 사용해 출혈 상태를 멈추기는 했지만 그래봤자 남아있는 HP는 20% 가량, 전의 공격을 가만하였을 때 살짝만 잘못 맞아도 그대로 사망할 수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카룬의 검술 실력.
저번 쉐도우와의 전투에서 느낀 너무나도 취약한 근거리 전투를 보안하기 연습을 하기는 했지만 직업 특성과 낮은 힘 스탯으로 인해 기본적인 스킬조차 배우지 못하였고 마르코의 도움을 받아 겨우 자세 정도만 익힌 카룬에게 있어 갑작스러운 실전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무슨 검이라도 좋아 특별한 효과라도 가지고 있으면 모를까 훈련용 검 살돈도 아까워 상단의 호위병으로부터 억지로 뺏어온 평범한 검에 그런 것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래도 이 스킬이라도 있어 다행인가.'
검술 초짜인 카룬이 오러를 사용할 수 있을리 만무, 지금 카룬의 검이 신 성력으로 뒤덮혀 있는 이유는 순전히 인챈트 스킬인 '홀리 웨폰' 덕분이었다.
아직 능력이 부족해 신 성력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없어 그저 마(魔) 속성의 상대에게 있어 1.5배의 대미지를 주는 효과 밖에 없었지만 겉으로 들어나는 시각 효과만으로 마리아에게 충분히 위협을 줄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카룬의 예상대로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자신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는 마리아를 볼 수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귀찮게 되었군요. 하지만 이런 접근전도 대환영이죠!"
"흡!"
뭐가 좋은지 미소를 그치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돌진해 오는 마리아의 행동에 맞대응하듯이 기합과 함께 뛰쳐나간 카룬은 횡으로 베어져 오는 낫을 재빨리 검을 돌려 잡아 막아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카룬의 반격! 하지만 특유의 스피드로 재빨리 옆으로 피해간 마리아는 다시 한 번 낫을 휘둘렀다.
챙!
'역시 익숙한 것은 아니군.'
재빨리 검을 들어 올려 방어한 카룬은 마리아의 공격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보통을 뛰어넘는 그녀의 몸놀림은 무척 위협적이었지만 낫을 쓰는데 그다지
익숙하지 않는 듯 단조로운 공격만을 해오는 것으로 보아 초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세자리채 안 되는 힘 스탯을 가진 카룬의 근력으로도 공격이 힘겹게나마 막아지는 것으로 보아 정신 줄만 놓지 않는다면 충분히 버틸만한 수준이었다.
'잘 만하면 이길 수 있겠군.'
비록 기본적은 전투력은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전투 경험 쪽에 있어서는 카룬의 우세였기에 적당히 기회를 노리며 승기를 잡고 있는 마르코가 타나토스를 해치우고 자신을 도우러 온다면 충분히 해치울 수 있다고 생각되자 자신감을 되찾은 카룬이었다.
"어딜 한 눈 팔고 계시는 거죠? 다크 스피어!"
"홀리 스피어, 홀리 스피어, 홀리 스피어!"
거대한 크기의 어둠의 창에 비하면 볼품없는 카룬의 빛의 창이었지만 그것도 여러 개가 모이자 어느 정도 비슷한 힘을 발휘했는지 그대로 파쇄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카룬의 공격!
채챙!
자신의 심장을 향해오는 검을 재빨리 낫대로 막아낸 마리아의 순발력은 기겁할 만 했지만 아직 카룬의 공격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뒤가 비었군."
카룬의 말과 함께 정면을 방어하느라 빈틈투성이인 마리아의 등을 꿰뚫는 빛의 창!
방금 전 다크 스피어를 막기 위해 만들어 놓았던 빛의 창 중 하나를 남겨두었던 카룬이었고 빈틈이 생기자 숙련된 조작으로 곧바로 공격을 가한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아름다운 얼굴을 찡그리는 마리아의 얼굴에 남자라면 누구나 마음이 약해질 법 하지만 카룬에게 한에 예외였다.
"홀리 에로우"
무방비 상태에서 맞아서 그런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마리아의 주변의 수십 개의 빛의 화살을 만들어낸 카룬의 얼굴에 이내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이걸로 역전이…….!"
카룬이 자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고 공격 신호를 내리던 찰나 믿을 수 없는 메시지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띠링
「날아온 화살이 급소에 맞았습니다.」
「크리티컬 히트! 받은 대미지가 200% 증가합니다.」
「HP가 0이 되어 사망하셨습니다.」
============================ 작품 후기 ============================
한편 쓰기가 힘들군요.
이럴떄야 말로 관심어린 댓글 하나가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