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휘의 성자-230화 (23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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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장. 참회

"지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요?

"그게 무슨 말이지?"

한참 전투중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경계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긴장감 없이 들고 있는 낫을 양손으로 주고받는 마리아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리는 카룬이었지만 마치 자신의 속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 듯 한 그녀의 말투에 식은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당황해 하는 카룬의 표정이 재미있는지 연신 미소를 얼굴에서 짓는 마리아는 또 한 번 카룬을 놀라게 말을 내뱉었다.

"'어떻게 하는 공격마다 전부 통하지 않는 거지?' 정도 말이예요."

"허, 독심술을 가능하게 해주는 스킬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지?"

마리아의 말에 장난스럽게 대답하는 카룬이었지만 그의 얼굴은 점차 흙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카룬이 강대한 적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거나 타고난 전투 센스가 있기보다는 단순히 머리를 사용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확실하지 않지만 상대가 자신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그것은 최고의 장점이자 최후의 방법이 막혀버린 것과 마찬가지였다.

"스킬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것은 가지고 있지요, 당신에게 한에서."

"..?"

의미심장한 마리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룬이었지만 그 이상 생각할 수 없었다. 곧바로 마기를 머금은 낫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스 실드!"

이미 경계를 충분히 하고 있던 터라 재빨리 반응해 방어막을 펼친 카룬이었지만 이중으로 쳤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버터 잘리듯이 잘려나가는 얼음 방패의 모습에 기겁하고 뒤로 물러났다.

'저건 오러인가? 아니 오러라기 하기에는 모양새가 허술한데.'

반듯한 모양새인 보통 오러와 달리 삐죽삐죽한 마리아의 낫의 모습에 그저 마기를 두른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오러 못지않은 파괴력을 보여주는 그 위력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싶기는 하지만 당신의 친구가 생각보다 강 하군요."

정말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 마리아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카룬은 어느새 승기를 잡아 타나토스를 압도하고 있는 마르코를 볼수 있었다.

흑마법사들의 각종 저주로 불리한 상태에 빠진 마르코였지만 타나토스를 상대함과 동시에 조금씩 자리를 이동하면서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차례차례로 흑마법사들을 일합에 처리하는 신위를 보여주며 어느새 상대를 압도하고 있던 것이었다.

"여기서 타나토스가 죽어버리면 무척 곤란해서 말이지요, 당신의 친구가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지만 주인이 죽으면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겠지요."

"칫!"

마리아의 낫의 머금고 있는 마기의 량이 더욱 늘어난 것을 확인한 카룬은 혀를 차며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자신의 직업을 생각하자면 누군가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카룬이었지만 마르코의 경우 말할 것도 없고 시론들과 레드 라이언 길드 같은 경우는 마리아의 이상한 스킬로 계속 나타나고 있는 검은 인영을 이쪽으로 보내지 않은 것도 고맙게 생각해야 할 지경이었다.

'역시 직업을 잘못 골랐어.'

쉬이잉!

불평할 틈도 없이 곧바로 공격해 오는 마리아의 낫을 위태롭게 피해낸 카룬은 재빨리 빛의 화살들을 만들어 쏟았다. 자신을 직접 공격해올 만큼 가까운 거리에 쏟았기에 어느 정도 대미지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카룬이었지만 마치 나무젓가락 뿌려트리듯이 들고 있던 낫으로 두 동강 내버리는 모습에 다시 한 번 혀를 찰수 밖에 없었다.

"홀리 스피어!"

"다크 스피어"

그에 굴하지 않고 다시 한 번 공격을 감행해보는 카룬었지만 같은 종류의 공격, 그것도 그 위력자체가 달라 자신의 스킬을 묵살시키는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날아오는 어둠의 창을 씁쓸한 마음으로 피할 수밖에 없던 카룬이었다.

"어떠한 공격을 해도 소용없습니다. 저와 당신의 힘을 같으면 모를까 제가 훨씬 강한 이상 당신에게 이길 수는 없습니다."

"잘도 내뱉는군."

평소에 얍싹빠진 일들만 벌이는 카룬이었지만 그도 명색의 남자, 남에게 이런 말을 듣고 호승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였다. 하지만 그 호승심이 냉정하게 돌아가야 할 그의 머리를 식혀버린 점이 문제였다.

'지금 저 여자는 자신의 승리에 대해 의심이 없다. 그 틈을 이용해 단 한번만 제대로 먹일 수 있다면 승산이 있어.'

재빠르게 상황을 정리한 카룬은 전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며 최대한 마리아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카룬의 변화에 놀랐는지 공격을 하지 않고 방어에만 집중하는 마리아의 모습에 더욱 신이나 공격하는 카룬이었다.

그리고 이내 마리아가 거대한 나무뿌리에 가로막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때!

"나타나라, '새벽녘의 수도원'! 명광 발동!"

띠링

「'새벽녘의 수도원'의 전용 필드 스킬 '명광'이 발동되었습니다.」

「스킬이 지속되는 동안 새벽녘의 수도원을 기준으로 반경 50M 지역이 빛의 신의 고유 성역으로 선포됩니다.」

「모든 물리, 마법적 힘이 제약되며 광(光) 속성에 관련된 모든 공격에 대한 대미지가 200% 상승합니다.」

「신호의 가호가 주어집니다. 스킬이 지속되는 동안 시전 자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스탯이 20% 증가합니다.」

「모든 조건이 만족되어 스킬 '신창-롱기누스'가 사용 가능합니다.」

"와라, 롱기누스! 광폭(光爆)!"

눈앞을 가리는 메시지들을 재빨리 치워낸후 마리아의 향해 휘황찬란한 롱기누스를 겨눈 카룬은 필승의 단어를 외쳤다. 스페셜 몬스터인 스텀프 킹마저 단 한방에 보낸 버린 스킬이었기에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오세요. '황혼의 신전'이여……."

주위가 어두워졌다. 새벽녘의 수도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소환될 때 마다 항상 환한 빛을 내뿜고 있기에 있을리 없는 어둠이 주위를 잠식해 가고 있었다.

띠링

「'새벽녘의 수도원'이 '황혼의 신전'과 상응하며 파쇄 되었습니다. '새벽녘의 수도원'이 강제 소환 해제됩니다.」

「스킬 '명광'이 강제 취소됩니다.」

「'신창-롱기누스'가 강제 소환 해제됩니다.」

「스킬의 강제 해제로 인해 1분 동안 어떠한 행동도 할수 없습니다.」

"제가 말했었죠? 저에게 이길 수 없다고."

멍하니 서있는 카룬에게 속삭이듯이 말한 마리아의 마기 머금은 낫이 카룬의 향해 조용히 휘둘러졌다.

============================ 작품 후기 ============================

무슨 한주에 연속으로 체력장과 축제가 있으니 힘이 드는군요.

어떻게든 한편 써내어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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