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휘의 성자-228화 (228/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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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장. 참회

"하아, 이거 또 원."

현재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깊이 한탄한 카룬은 의외의 상황에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겉보기만 보자면 순진무구한 미소녀에 불구하지만 방금 전의 정체불명의 기술도 그렇고 본능적으로 상대하기 꺼려함을 느끼고 있었기에 결코 나서고 싶지 않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저 할배가 죽어버리면 내 보상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처음과 달리 계속된 갱신으로 인해 무척 애매모호해진 퀘스트였지만 이제 막바지에 이르러 조금만 더 하면 그 결실을 얻을 것이 분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보상을 건네줄 이가 죽어버린다면 말 그대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 분명하였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에스트라를 살리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던 카룬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만용 아닌 만용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멀리 있을 때도 느낄 수 있었지만 더욱 가까이 다가서니 그녀의 몸 주위에 피어오르는 짙은 마기는 금방이라도 카룬의 목숨을 노리듯이 날카로웠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카룬에게 있어 한 가지 무척이나 위로가 되는 점이 있다면 이곳에 있는 이들 중 가장 전투력이 높은 마르코가 카룬 옆에 꼭 붙어있고 자신에게 절대 충성한다는 점이었다.

에스트라의 몸을 구속하고 있는 사슬을 끊은 것도 마르코의 공이었는데 그냥 보기에도 단단하기 그지없는 사슬을 일합에 끊어버린 그의 검술은 카룬에게 희망이 되어주기 충분하였다.

"아까전만 하여도 별 상관하지 하더니,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나요?"

"이쪽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 말입니다. 이 분이 죽어서는 제가 무척 곤란해서 말인데, 어떻게 그냥 넘어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곧바로 공격해 올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평범하게 대화를 걸어오는 소녀의 태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대화를 이어볼려고 하는 카룬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상대의 행동에 그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싫은데요?"

얄밉기 그지없는 목소리와 함께 어느새 다가온 소녀의 낫이 섬뜩한 소리와 함께 카룬의 목을 목표로 휘둘러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챙!

그 모습을 본 모든 이들이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있을 때 타고난 순발력으로 재빨리 쇄도하는 낫을 칼등으로 막아낸 마르코는 팔 힘을 이용해 그대로 받아쳤다.

본래 사기적인 능력치를 가진 마르코였기에 그 무지막지한 힘에 몇 미터까지 밀려 날아간 소녀는 칫하고 혀를 차더니 들고 있던 낫을 땅에 박고 주위에 퍼져있던 마기를 응집하며 캐스팅을 시작하였다.

"체인 드레인(Chain Drain)"

그리고 다시 한 번 나타난 칠흑의 사슬들! 게다가 이번에는 꽤 공들였는지 전보다 사슬의 수가 더욱 늘어나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서 무척 혼란 상태에 빠진 카룬이었지만 방금 저 사슬로 인해 에스트라가 어떻게 되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본 터라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뒤로 물러나며 전투태세에 돌입하였다.

'아무리 레벨 차이가 난다고 한들 저 마법의 속성은 마(魔), 그렇다면.'

"홀리 에로우!"

상당량의 MP를 이용해 자신의 주위에 수십 개의 빛의 화살을 만들어낸 카룬은 그대로 자신의 정면을 향해 쏘았다.

보통 같았으면 세밀하게 까지는 아니더라도 효율성 있게 어느 정도 좌표를 맞추어 쏘았겠지만 화살과도 같은 스피드로 움직이는 사슬을 맞출 정도의 능력은 없었기에 물량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

콰쾅!!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칠흑의 사슬에 비해 볼품없는 카룬의 빛의 화살이었지만 마(魔)의 한정하여 200%의 효과를 발휘하는 성(聖) 속성의 효과가 컸는지 부딪치는 족족 사슬이 파쇄되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따져봐야 몇 개 뿐, 여전히 흉흉한 기운을 내뿜는 칠흑의 사슬들이 먹이를 노리는 독사처럼 날아들었지만 카룬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무엇보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마르코!"

챙챙!

카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은 그야말로 섬광과 같은 칼놀림으로 사슬을 베어 넘긴 마르코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달려 나가 소녀의 목에 자신의 칼을 겨누었다.

어떻게 보면 왕실의 기사보다 기사도를 중시하는 신전 기사, 그 중에서도 가장 성실했던 마르코였기에 여성에게 칼을 들이댄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미 마기를 사용한 것부터 완전히 적으로 인식했는지 오러까지 방출하며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숙녀를 상대로 다 큰 남자 두 명이 한꺼번에 덤비다니 신사답지 못한 행동 아닌가요?"

"갑자기 남의 목숨을 해하려고 한 여자를 숙녀라고 하지는 않지."

이미 대화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해 퉁명스럽게 소녀의 질문에 대답한 카룬은 다시 한 번 주위에 빛의 화살을 만들어 소녀에게 겨냥한 후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지금 곧바로 마르코에게 명령해 소녀의 목숨을 취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검은 인영들이나 그들에 정체 같은 언짢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에 쉽사리 행동할수 없었다.

"이 제와서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너는 도대체 정체가 뭐지?"

"알고 싶나요?"

자신에게 있어 무척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괘념치 않는다듯이 여유로운 대답에 인상을 찌푸리는 카룬이었다. 그런 카룬의 태도가 재밋다는 듯이 살짝 미소 지어보인 소녀는 그대로 뒤로 점프에 자리에서 물러섰다.

"어?"

분명히 마르코에게 경계당해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곧바로 반 토막 날 상황임에도 분명할것인데 당연하다는 듯이 손쉽게 움직이는 소녀의 행동에 당황한 카룬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서있는 마르코를 바라보았다.

마르코역시 지금의 상황이 무척 당황스럽다는 듯이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쉐도우 라이즈."

그리고 어느새 무언가 캐스팅을 완료한 소녀의 주위에 마기가 모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사방으로 퍼져 스스로 형체를 갖추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저.저건!"

남아있던 흑마법사와 검은 인영의 잔당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던 레드 라이언 길드 원 중 한 명은 그 모습에 보고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된 전투로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검은 인영들이 갑자기 괴이한 형상과 함께 새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크윽, 제길 도대체 얼마나 쏟아져 나오는 거야!"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그 수가 마치 분열하듯이 계속 늘어났기에 이미 계속된 전투로 만신창이가 된 레드 라이언 길드 원들은 연신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변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아직까지도 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마르코의 그림자에서 마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더니 검은 덩어리가 쏟아나 꿈뚫거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검은 덩어리가 움직이지 못한 원인이었는지 다시 몸이 움직여지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오러를 활성화시켜 검을 휘두른 마르코였지만 무언가에 부딪쳐 막혀버린 그의 검이었다.

마르코의 검은 너무나도 쉽게 받아낸 검은 덩어리는 의지를 가진 듯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소녀의 옆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점차 뚜렷해지는 검은 덩어리의 형체, 간담을 서늘케 하는 붉은 안광과 기분 나쁠 정도로 새까만 로브, 무엇보다 시퍼렇게 날이 선 거대한 낫을 든 그 모습은 말 그대로 사신이었다.

"제 이름은 마리아, 이쪽은 제 친구인 사신 타나토스"

"그리고 이쪽에서 다시 만나게 되서 반갑습니다. 광휘의 사제여, 아닌 카룬."

============================ 작품 후기 ============================

무척 오랜만입니다. 거의 2달만 인가요...괜히 좋지 않은 말과 함께 공지도 없이 연중한점 한없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험 끝나고 5월달에는 우리 학교 전통으로 쉬는 날이 많기에 연재좀 해볼려고 했는데 2달의 공백이 크긴 큰 모양입니다.

3~4일또한 쓰다가 지우다가 쓰다가 지우다가를 반복하다 겨우 겨우 한편 썼네요.

운동인든 뭔든 끊지않고 계속 이어서 하는게 중요하다는 말이 맞는가 봅니다 하하하!

그나저나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계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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