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휘의 성자-220화 (22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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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장. 참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금방이라도 공격할 것 같은 살기를 내뿜어내던 에스트라의 입에서 나오는 뜻밖에 말,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기회라는 것을 눈치 챈 카룬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헬오스라는 인간을 알고 있는가?"

'헬오스?'

자신을 지목하며 묻는 에스트라의 행동에 순간 흠칫한 카룬이었지만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지금 호명된 이름이 에스트라가 정신을 차릴 때 불렀던 누군가라는 것을 기억해낼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 뿐, 정확히 헬오스라는 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모르겠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너한테서 그 분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 그 힘은 결코 함부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뷰 마나 스캔(View mana scan)"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을 에스트라의 말에 머리가 복잡해 질려는 찰나 갑작스럽게 마법을 영창하는 에스트라, 그것이 공격 마법인줄 알고 재빨리 몸을 사리던 카룬은 별다른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을 뜨자 보이는 자신의 몸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환한 빛, 분명 강렬한 빛임이 분명했지만 이상하게 눈이 부시지 않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늑함과 편안함이 느껴지는 신비로운 빛이었다.

"그 빛이 지금 너의 안에 깃들어 있는 힘, 그리고 그 빛을 소유할 수 있는 세계에서 단 한명 뿐, 이제는 잊혀진 신의 대리자뿐이다."

'빛의 신 라이나'

에스트라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카룬은 그 잊혀진 신의 이름을 상기해냄과 동시에 자신의 직업의 정체성을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끝에 있는 것은 빛의 신 라이나, 몇 천 년 동안 그 이름조차 봉인되어 있었지만 카룬의 등장으로 약간의 봉인이 풀리고 카룬을 자신의 대리자로써 임명했었다. 물론 전작 카룬 본인은 지금까지 빛의 신의 안위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너는 도대체 누구냐? 어째서 그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보는 에스트라의 모습에 카룬은 순간 흥미가 동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다짜고짜 마법을 날리던 때가 방금 전인데 그저 자신의 힘에 대한 근원이 궁금해 대화를 원하고 있다니 말이다.

게다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듯 한 에스트라였다. 아직 광휘의 사제라는 직업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는 카룬이었기에 다른 의도를 접고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하였다.

"그럼 당신이야 말로 도대체 누구십니까?"

"뭐?"

"일단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면 먼저 통성명부터 하는 것이 기본 상식 아닙니까? 그런데 아무리 인간을 싫어한다고 해도 인사는커녕 얼음 덩어리부터 날리다니, 이게 싸움을 멀리하고 평화를 가까이 한다는 엘프의 진정한 모습이란 건가요? 그렇면 도대체 인간과 엘프가 뭐가 다르단 말입니까!"

하지만 이미 일반적인 대화는 불가능한 상황, 그러기에 먼저 대화를 나누는데 우위를 차지할 필요가 있었기에 처음부터 강하게 치고 나가는 카룬이었다. 상대인 에스트라가 인간에 대해 큰 악의를 가지고 있기에 함부로 말을 꺼내면 단박에 위급한 상황까지 갈수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열쇠일수도 있었다.

"크흠, 그건 그렇군. 아무리 인간이라고 해도 기본예절은 지켜야겠지."

인간과 엘프를 비교한 그럴싸한 말이 통하였는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 에스트라는 그와 동시에 뭔가 속아 넘어간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지금 여기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자신이 증오하는 인간과 같아지는 것이기에 입을 아니 열수 없었다.

"내 이름은 에스트라, 빛의 나무 일족을 이끄는 장로다."

'역시'

가지고 있는 힘이나 겉모습으로만 봐도 어렴풋이 눈치 챌 수 있었지만 에스트라의 말로 하여금 확신을 얻은 카룬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바로는 엘프중에서도 소수로 존재한다는 하이 엘프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계급이 존재하지 않고 가장 연장자인 엘프가 장로 직으로 주위의 엘프들을 이끈다고 했었다. 한마디로 지금 카룬 앞에 있는 엘프가 이 숲에 존재하는 모든 엘프의 대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즉슨 에스트라를 잘만 조절할 수 있다면 지금의 상황은 물론 더욱 나아가 퀘스트에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 이제 너의 정체를 밝혀라!"

자신이 정체를 밝혔으니 너도 밝히라는 에스트라의 당연한 논리였지만 잠시 고민에 빠지는 카룬이었다.

'그냥 말해도 좋은 걸까?'

에스트라가 빛의 신 라이나와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연관이 좋은 쪽인지 안 좋은 쪽인지 알 도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만약 여기서 카룬이 자신이 광휘의 사제라는 사실을 밝혔다가 또 다시 다짜고짜 마법을 날린다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저는……."

"듣자하니 무례하군."

이내 안전한 방법을 택해 카룬이 정체를 숨겨 밝히려는 찰나 바로 옆에서 이 모든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마르코의 입으로부터 무형의 기운이 담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분이 감히 누군지 알고 일개 엘프가 그런 막말을 내뱉는 것인가!"

'이런…….'

바로 옆에 마르코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던 카룬은 마르코의 행동에 골치가 아픈 듯 머리를 가로저었다.

마르코의 전생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한 기사였다. 그리고 기사 최대의 임무는 자신의 주인을 지키는 것!

예전 번개의 신 라젠을 모시던 때와 달리 홀리 나이트로 다시 태어난 마르코의 현재 주인은 카룬이었다. 그리고 예전 그 성격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자신의 목숨보다 카룬의 안위를 더욱 소중히 여기는 것을 그리 많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전투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즉 지금 마르코는 자신의 주인인 카룬에게 무례하게 구는 에스트라을 적으로 인식하고 한팔 걷고 나온 것이었다.

물론 행동 그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어느 누가 자신을 지켜준다는데 불만을 가지고 있겠는가, 그것도 마르코와 같은 실력자한테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강철같은 충성심이 카룬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 리 없는 마르코는 계속 말을 이었다.

"여기계신 분은 위대하신 그 분과 가장 가까우신 분이며 그 분의 대리자이시다."

"그.그 분?"

엄숙하고 힘 넘치는 마르코의 기새에 밀려버린 에스트라는 자신도 모르게 질문했다. 이미 홀리 나이트로 새롭게 태어나며 빛의 신 라이나의 존재를 알아버린 마르코였기에 그 입을 틀어막으려던 카룬이었지만 손이 입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빛의 신 라이나님의 신도이자 대리자이신 카룬님이시다!"

"……."

완벽하게 떠벌린 마르코의 말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젓는 카룬이었다.

"흐음, 이곳에는 재밌는 얘들이 많네."

탄생의 숲 어딘가, 아름다운 미모를 소유한 은빛 머리의 소녀가 소풍이라도 나온 듯 무척 여유롭고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앉은받이가 되고 있는 흉악한 인상을 가지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거대한 몬스터.

다름 아닌 숲에 부활된 수많은 몬스터 중에서도 수위를 차지하는 데드 루쿠, 각종 여러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높은 지능과 미스 릴과 비견될 정도의 강도를 자랑하는 발톱 그리고 무엇보다 오러와 같은 마나 응집체로도 흠집 내기 어려운 질긴 가죽, 유저들이 상대하기 가장 꺼려하는 3박자들을 모두 갖춘 명실상부 숲의 지배자가 자그마한 소녀 아래에 서서히 먼지로 변해가고 있었다.

"……."

그리고 어디서 언제 나타났는지 소녀의 주변에 모습을 드러낸 수십의 검은 인영들, 그들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어보인 소녀는 그녀의 몸집과 어울리지 않은 거대한 낫을 꺼내들더니 자신의 어깨에 들쳐 멨다.

"음, 이대로 좀 더 주변에 있는 얘들과 놀고 싶기는 하지만 할 일은 해야겠지?"

"……."

소녀의 말에 맞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검은 인영들, 이미 원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건만 소녀의 고집으로 인해 계속 시간을 끌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의 마음대로 일을 저지를 수 없는 일, 그랬다가는 저 아름다운 모습으로부터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방해물이 나타났다고?"

"……."

검은 인영들한테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어떻게 대화가 이어지는지 알수 없었지만 검은 인영의 무언의 말에 마치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듯 한 눈빛을 취하는 소녀였다.

============================ 작품 후기 ============================

1.독자님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2.요즘 말년이라 이곳저곳 돌아다닐 곳이 많네요 하하!!<-퍽

3.제 소설에서 엑스트라 인물을 제외하고 함부로 등장하는 이는 없습니다!

4.설문에 많은 참여를!

ordeal- 잡았다 요놈!

크흡-설마 선거날까지 학교에 나오라고 할줄이야...

소마광랑-오랜만입니다!

KagamineLen-뭐 비슷하게 넣어봤습니다요, 그리고 현대 판타지라 할지라도 엘프가 등장한다 해도 이상할것은 없죠.

아시엘lune-정주행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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