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휘의 성자-219화 (219/248)

0219 / 0248 ----------------------------------------------

21장. 참회

'많이 다쳤군.'

어색하기 그지없는 상황에서 코끝을 찌르는 비릿한 혈향에 인상을 찌푸리는 카룬이었다. 명색이 사제라 적지 않은 이들을 치료해 왔기에 굳이 HP 게이지를 확인하지 않아도 겉모습만 보아도 엘프 노인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진단 결과는 매우 심각, 어떠한 무기로 상처를 입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면 이대로 간다면 십중팔구 죽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큐어!"

아무 말 없이 회복 마법을 펼치는 카룬, 비록 평소에 양심에 모가 났다고는 하지만 NPC라고 할지라도 상처 입은 늙은이를 지나칠 만큼 양심이 없지는 않았다. 또한 쓰러져 있는 엘프 노인이 밖에 일어난 참사에 대해 아는 정보가 있을지 모르기에 한번 대화를 할 필요가 있었다.

'확실히 회복 량이 많이 늘기는 늘었군.'

현실에서라면 적어도 몇 달은 요양해야할 상처이것만 스킬 몇 번 썼다고 엄청난 속도로 회복하는 엘프 노인의 모습에 새삼스레 놀라움을 느끼는 카룬이었다.

저번 월랑 족과의 만남으로 얻게 된 광휘의 서의 두 번째 페이지를 획득함으로써 승격된 회복 스킬인 '큐어', 전 회복 스킬인 '힐'이 한번 사용한데 전체 HP에 10%를 채워주는데 비해 '큐어'는 20~30%를 단숨해 채워주는 것과 동시에 대상자에게 걸린 상태 이상도 확률적으로 풀어주는 효과로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에 따라 더욱 많은 MP량이 필요로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정도의 가치는 있었다.

'그나저나 다른 페이지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광휘의 서가 자신의 직업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그 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카룬이었다. 그저 대륙 어딘가에 있을 다른 페이지들을 찾는 것이 광휘의 사제라는 직업의 스토리가 아닐까 막연히 생각해 볼 뿐이었다.

"으음...헬오스님?"

"깨어나셨습니까?"

이내 HP가 완전히 회복됨과 동시에 정신이 든 엘프 노인 아니 장로 에스트라는 누군지 알수 없는 이의 이름을 부르며 힘겹게 눈을 떴다. 하지만 반기는 이가 자신이 기대하던 이가 아닌 자신의 동족을 학살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챈 에스트라의 눈이 노에 휩싸였다.

"아이스 스피어!"

"히익! 아..아이스 실드!"

정말 갑작스럽다 할 수 있는 기습 공격에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해 겨우겨우 아이스 실드를 펼친 카룬은 자신 앞에 나타난 얼음의 방패가 몇 초도 못버틸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밖으로 몸을 날렸다.

콰앙!

카룬의 몸이 결계가 있던 밖으로 나오자마자 들려오는 파성음, 일단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카룬은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뒤쪽을 바라보았다.

"뭔 놈의 파괴력이!"

방금까지 자신이 있던 곳이 모두 얼어붙어 있는 것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카룬이었다. 마법사들의 속성 마법들은 그 속성에 맞추어 각각의 고유 부가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파이어볼 같은 경우는 불의 속성을 가졌기에 무언가와 부딪치는 순간 화상을 입거나 그 일대가 불바다로 변한다. 그리고 마법에 담겨진 마나의 량의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카룬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해도 너무했다 싶을 정도로 남극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주변이 온통 얼음으로 변한 것이었다.

"역시 떨어져 있는 물건? 을 함부로 주우면 안 되는 거였어, 모두 경계 태세를 갖추세요!"

방금 전 파공음으로 인해 대부분의 파티 원들이 카룬의 주위에 모여 있는 상황이었기에 혹시나 하는 다음 공격에 대비해 경계 태세를 명하고 얼음 너머에 있는 이 상황의 원인은 에스트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모습을 드러내는 에스트라, 아직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았는지 움직이기 힘들어 보였지만 두 눈에 담긴 살기는 주변에 모든 이들의 등골을 서늘케 하기 충분하였다.

"우리는 결코 싸움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구지 고대의 대마법까지 써가며 이곳에 오는 것을 막았지. 하지만 결국 너희 인간들은 이곳까지 찾아와 우리 일족을 학살하였어!"

방금 전까지 혼수상태에 빠진 이가 맞는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는 에스트라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뒷걸음질 친 카룬은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일단 저 엘프의 말에 따르면 인간이 엘프들을 학살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벌써 블랙 비 길드가 이곳에 와서 일을 벌였단 말인가? 그리고 '메모리 리저섹션'이 엘프들이 발동한 것이고?'

"잠깐만요, 뭔가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는 엘프들을 공격한 이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관계가 있고 없고는 상관없다. 너희들과 그들이 같은 인간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까 말이야."

'제길 틀려먹었군,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듣도 못한 마법들을 주변에 만들어내는 에스트라의 모습에 식은땀을 흘린 카룬은 자신이 아는 욕을 총 동원에 블랙 비 길드에게 보냈다. 보통 엘프라고 한다면 인간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 기본이었고 「유니즌」의 존재하는 엘프또한 그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기에 처음이 중요하였다. 대륙 스토리상 탄생의 숲은 몇 천 년간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즉 숲 내에 존재하는 엘프들은 외부와의 접촉이 완

전히 없었다는 말이 되었다. 그리고 그 말은 기회와 같았다.

과거에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무려 몇 천 년이다. 아무리 오래 사는 엘프들이라고 해도 인간에 대해 무감각해 졌을 것이었기에 그 틈을 노려 호감 도를 산다면 충분히 감정을 좋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한발 먼저 앞서온 블랙 비 길드가 그 기회를 무참히 밝아버린 것이었다. 그 이유가 어찌되었든 인간인 블랙 비 길드 원들이 엘프들을 죽였으니 지금 눈앞에 있는 에스트라가 같은 인간인 자신에게 분노를 표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억울해 죽겠군.'

카룬들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뛸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들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에 의하여 상황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담담히 겉으로만 보아도 무지막지해 보이는 마법을 맞고 죽을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 결국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문제였지만 이미 카잔을 비롯한 다른 파티 원들 모두가 주변에 포진되어 있는 상황, 이내 엘프에 대한 것은 포기하고 공격 명령을 내릴려는 찰나 뜻밖에 말을 묻는 에스트라였다.

============================ 작품 후기 ============================

1.이번편 다쓰고 나니 코멘트 20...., 9k 이상 쓰겠다는 약속은 내일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2.내일은 선거날입니다. 학생들은 뒹굴고 혹시나 하는 성인들은 자신의 주권을 행하도록 합시다.

3.갑자기 독자님들의 성별 비율이 궁금해져 설문을 바꾸어 봤습니다. 그런데 기타가 제일 많은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일단 초기이니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dusckadlanjsl-그 점은 저 또한 인식하고 있는 점입니다. 요즘은 한글을 이용해 그런 오타가 적다고 생각합니다만 언젠가 날을 잡아 1화부터 잡아갈 예정입니다.

赤光-음...몇천살이 중년이라 할수 있나????

바람과 검-탈출할 것까지 ㅋ

researchers-과연 쪽박일까요? 후후후.

Lusia Silofe-여기 bl물 애독자 한명이요.

heavenflower-한명 더 추가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