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휘의 성자-216화 (216/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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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장. 참회

"암격"

"아이스 실드!"

다시 한 번 자신을 덮쳐오는 검은 월아를 보고 여유롭게 막아내는 카룬, 각종 버프로 인해 본래 MP량보다 2배 정도 늘어났기에 상당량의 마나를 사용해 구지 피하지 않고도 충분히 아이스 실드로도 검은 인영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홀리 스피어"

스킬이 막히거나 실패하면 완전히 드러나게 되는 허점, 그 틈을 놓치지 않는 카룬은 재빨리 홀리 스피어를 검은 인영에게 쑤셔 넣었다. 그리고 먼지가 되기도 전에 드랍된 아이템을 누가 볼세라 재빨리 챙기는 카룬이었다.

띠링

「욕망의 목걸이를 획득하셨습니다.」

어둠 속성에 대한 보너스를 부여하고 일정 확률 아이템 드랍율를 증가시키는 욕망의 목걸이! 간만에 제대로 된 레어 아이템을 챙긴 카룬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방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시 상황, 득템에 대한 기쁨은 잠시 미룬 카룬은 전황을 살피기 위해 주위를 살폈다.

"플레임 버스터!"

"뇌절"

카룬이 상대하면서 보아온 바로 검은 인영들의 레벨은 대략 200 초반, 이제 막 평균 150대에 들어선 카룬들이 상대하기에는 벅찬 상대임이 분명하였지만 대륙 전체에 위세를 떨치는 10대 길드, 그 중에서도 고위층에 속하는 이가 두 명, 사기 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카룬의 버프가 합쳐지자 거칠 것이 없었다.

초반에는 수적으로 밀린 카룬들이었지만 파죽지세로 삽시간에 모습을 드러낸 모든 검은 인영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나타나는 메시지.

띠링

「'프레이'의 지속 효과가 끝남으로 인해 20분간 모든 버프 스킬을 적용 받을 수 없습니다.」

"아슬아슬 했군"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몸을 은은히 비추고 있던 버프의 빛이 사라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카룬이었다. 프레이가 스킬 레벨로 올라감으로써 기도를 할 필요를 할 것 없이 곧바로 시전 되는 것은 환영할 바였으나 퍼펙트 실드와 같은 경우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강력한 스킬에는 그에 따른 패널 티가 부여되기 마련, 프레이의 지속 시간이 끝나는 시점으로 모든 버프가 해제되고 20분간 그 어떠한 버프도 적용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는 치명적인 결점이 생겨버린 것이다.

'뭐 사실 내가 생각해도 이런 패널 티가 없으면 사기지만 말이야'

사실 이러한 패널 티가 없었다면 퀘스트건 뭐건 한 마리 잡을 때마다 노다지인 숲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몬스터가 카룬의 먹잇감이 되었을 테지만 패널티이 존재함으로써 만만찮은 적을 상대로 전투중 지속 시간이 오버되어 모든 버프가 풀려버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최대한 전투를 피해왔던 것이다.

여튼 스킬 주인마저 이런 생각을 가졌으니 말 다한 셈이었다. 게다가 하루에 5번으로 지정되어 있던 횟수가 10번으로 늘어났으니 타이밍만 잘 맞추어 사용한다면 더욱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크윽……."

그러던 중, 퍼펙트 실드에 대한 패널티이 끝났는지 전투 중에서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카잔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예정되었던 10분보다 빠른 시간이었지만 각종 이상 상태에 대한 저항력을 늘려주는 디바인 블레스의 축복으로 패널티이 조금 줄어든 듯하였다.

"너는 도대체 누구냐."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들이었기에 감사의 인사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검을 겨누는 카잔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리는 카룬이었다. 기껏 귀한 버프까지 써서 도와주었더니 그 대가가 칼부림이라니 간만에 득템으로 들뜬 마음이 확 가라앉는 카룬이었다.

"아시다시피 카룬입니다만?"

"거짓말! 네가 이미 블랙 비 길드의 하수인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하수인?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생각해보면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 극적인 타이밍에 우리 도와주러 오질 않나, 어디선가 최종 목적지에 대한 정보를 덥석 가지고 오지 않나. 모두가 우리 레드 라이언 길드를 몰살시키기 위한 치졸한 수였군."

작가도 아닌 것만 소설을 써나가는 그것도 자신을 악역으로 만드는 카잔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카룬이었다. 물론 자신이 카잔을 속이고 있지 않다고 당당히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레드 라이언 길드에게 피해를 주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게다가 하수인이라니, 그보다 더 듣기 싫은 단어도 찾기 어려울 것이었다.

"방금 후방에 대기하고 있던 본대에서 통신이 왔었지, 갑작스럽게 나타난 어둠이 자신들을 공격했다고 말이야. 그리고 바로 얼마 뒤 우리 또한 공격 받았지"

"후방에 있던 본대는 모르겠지만 방금 전에 공격은 저 또한 맞을 뻔 했다고요, 또 그렇다면 제가 왜 일부러 그 녀석들과 전투를 벌 여잖습니까!"

"흥, 방금 보여준 버프와 같은 스킬이라면 충분히 버티고도 남겠지. 그리고 생각지도 못하게 공격이 막히자 정체를 들킬 것을 염려해 도와주는 척 한 것이고 말이야."

"허허……."

점점 절정을 향해가는 자작 소설에 어이없다 못해 헛웃음이 나오는 카룬이었다. 하지만 카잔의 심정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자신 또한 갑작스럽게 나타나 도움을 주고 희귀한 정보를 아무런 대가도 없이 준다면 고마움보다는 경계심이 먼저 일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잠깐,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닌데?'

어차피 한번은 풀어야 했을 카잔과의 관계, 현재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기는 했지만 오히려 속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될 계기가 될 수 있었다.

"흠! 과연 레드 라이언 길드를 이끌어 가는 선두 주자인 카잔님이라 할까요? 그 선경지명에는 도저히 당할 수가 없군요."

"네가 블랙 비 길드의 하수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아니 이제 그렇다고 할 수 없겠군요."

"그게 무슨 말이지?"

"카잔님의 말대로 저를 비롯한 일행들은 퀘스트에 참가한 다른 팀에 접촉, 잘못된 정보를 심어주며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몰살시키는 일을 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카잔님에게 모든 것을 들킨 이상 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것이죠"

"그렇게 되는군."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다름 아닌 그 악명 높은 블랙 비 길드입니다, 만약 저희들이 임무가 실패했다는 것을 알았다가는 게임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올지 모릅니다. 그러기에 저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줄을 잡은 것이죠. 바로 레드 라이언 라는 이름의 줄을요"

"그 말은 이번에는 우리 쪽으로 붙겠다는 말인가?"

"일단은 블랙 비 길드에 붙어 있었기에 그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저기 보이는 커다란 나무가 이번 퀘스트의 최종 목적지라는 것은 거짓없는 진실입니다."

"……."

"저희의 조건은 간단합니다. 처음과 같이 저희는 이번 퀘스트에 대한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전력으로 레드 라이언 길드를 도울 것입니다. 방금 전 보셨듯이 저와 제 동료들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그 대신 레드 라이언 길드가 저희를 블랙 비 길드로부터 지켜주십시오"

카룬의 생각은 간단했다. 이미 카잔은 자신을 블랙 비 길드와 관련되어 있다고 단정 짓고 있는 상황, 여기서 일부러 아니라고 대꾸해 보았자 더욱 자신을 불신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상대의 착각대로 놀아주자는 것이었다.

확실히 일반 모험가라는 신분보다 블랙 비 길드의 하수인이라는 신분이 신원 조회가 더욱 확실할 것이고 카잔에게 알려준 정보중 틀린 것은 없었기에 그를 잘만 조절한다면 카잔의 경계심을 손쉽게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었다.

"으음……."

카룬의 조리 있는 말에 넘어가 최후의 고민이라도 하는 듯 신음성을 터트리는 모습에 아예 쐐기를 박기위해 다시 한 번 입을 여는 카룬이었다.

"허락하신다면 그 검 좀 치워주시겠습니까?"

부드러운 말투와 함께 어느새 자신의 옆에 서있는 마르코에게 슬쩍 눈치를 주는 카룬, 홀리 나이트가 되기 전부터 카룬과 알고 지낸 그였기에 카룬의 눈치에 담긴 뜻을 알아챈 마르코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서 신 성력을 뿜어내 위압감을 뿜어냈다.

본래 대륙에서도 손 뽑히는 실력자이었던 데다가 홀리 나이트의 능력까지 합쳐져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마르코였기에 상대가 유명한 랭커라 한들 고양이 앞에 쥐가 될 수밖에 없었고 슬며시 검을 내려놓는 카잔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랜만에 월척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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