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휘의 성자-211화 (211/248)

0211 / 0248 ----------------------------------------------

20장. 블랙 비(Black Bee)

"궁귀(弓鬼) 레인이라……."

무척 오랜만에 들어보는 자신의 옛 별칭과 이름, 그리고 그 이름 속에 담겨진 의미와 기억을 상기하는 듯 한 루인은 찬찬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내 전쟁터에서 살다시피 만 피 묻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는 쓴 웃음을 지었다.

전직 조폭이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해도 자꾸만 과거의 전적이 발을 잡듯이 알게 모르게 과거의 의한 속박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던 루인이었다.

요 근래 카룬이라는 색다른 존재를 만나 그 속박을 잠시나마 잃고 새로운 마음으로 이 대륙에서 살아갈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과거가 지워지는 것도 속박이 사라

지는 것도 아니었다.

'어찌되든 이렇게 됐으니 속이 시원하기는 하군'

하지만 더 이상 꾸질꾸질한 초보 궁수의 모습이 아닌 최상위 랭커의 패기가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에 마음 한구석으로 속 시원한 마음도 드는 루인이었다.

그 날 이후 대륙 곳곳에 퍼져있는 블랙 비 길드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의 완전히 숨길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모습이나 전투 스타일은 이미 대륙 내에서 거의 모르는 이가 없다는 점에서 그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분명하였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아예 「유니즌」이라는 세상을 떠나면 되는 것이었지만 마약에 한번 빠진 이가 다시는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또 다른 세상이나 다름없는 「유니즌」은 마약보다 더하면 더했지 뭇사람들로 하여금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루인 또한 다르지 않았고 아직 이 세계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떠날 수 없었다.

그러기에 본래 사용하던 장비 템을 모두 봉인해 둠과 동시에 일부러 사용하면 오히려 능력치가 깎여지는 아이템을 사용해서까지 최대한 전력을 낮추고 한 계정당 단 한번, 몇 십만 골드가 드는 특수 아이템을 이용해 이름까지 바꾸는 치밀함으로 레인이 아닌 루인이라는 또 다른 사람으로 살아왔던 것이었다.

그러나 본래 인간이라는 생물이 다른 이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 마음껏 쓰고 싶은 것이 정석, 대륙 내에서 그 누구나 알아주는 강력한 힘을 마음껏 방출하

기는 커녕 반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동안 계속 속으로만 삼키고 있던 것이 이번 기회로 하여금 한꺼번에 방출되었으니 속이 시원해 질만도 하였다.

수적으로나 전력 면으로나 모든 면에서 불리했던 방금 전의 싸움에서 루인 자신도 놀랄 만큼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아마 자신도 모르게 계속 모이고 있던 욕망이 한꺼번에 폭발하여 본래 그 이상의 힘을 낸 것일지도 몰랐다.

"뭐, 일단 끝을 내야겠지, 워커"

이것저것 생각하기에 꽤 시간이 흘렀건만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채 그 자리 그대로 서있는 워커에게 활시위를 당기며 말하자 문득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올리더니 갑자기 씩 미소를 짓는 워커였다.

"레인,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뭐가 말이지?"

"내가 왜 이렇게 서둘렀는지 말이야"

"……."

'너라면 무슨 뜻인지 알겠지'라고 말하는 워커의 눈빛에 루인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사실 루인이 처음부터 이상하게 여겼던 것이 그 점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워커라면 그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완벽히 이루기 위해 그에 반하는 것들을 철저히 배제해 버린다. 한 마디로 자신의 승률이 100%가 아니면 절대 자신이 직접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승률이 높기는 했지만 카룬이나 레드 라이언 길드등 아직 남아 있는 실패의 확률을 나비 두고 직접 자신이 나섰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나 여기있소'라고 알리듯이 주위산만하게 말이다.

물론 그러기에 손쉽게 워커를 비롯한 블랙 비 길드 원들의 위치를 찾고 완벽한 기습을 성공할 수 있었지만 의문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혹시라도 네가 이 안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냥 포기했겠지, 뭐 그런 일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뭘 말하고 싶은 거지?"

"어둠이 오고 있다."

"!!"

모든 것을 포기한 듯이 내뱉는 워커의 말에 눈을 부릅뜨는 루인이었다. 만약 지금 워커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가 이렇게까지 무리하면서 재빨리 퀘스트를 완료하려고 했는지 이해가 된 그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이 숲안에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시간이 너무 지체 되었어."

"그런가."

이내 워커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인식한 루인은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고 결론짓고 잠시 멈추었던 활시위를 워커에게 겨누었다.

"워커, 부마스터에게 전해라. 이 일이 끝난 뒤 내가 직접 찾아가겠다고"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짜증나는 녀석이로군."

부정적인 워커의 말투 속에 긍정의 뜻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아챈 루인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활시위를 놓았다. 그리고 조금의 오차도 없이 쏘아진 화살이 워커의 심장을 관통하자 그대로 먼지로 변하는 워커였다.

"……."

먼지로 변해 없어지는 워커는 잠시 말없이 지켜보던 루인이 재빨리 몸을 움직이려는 찰나 온 몸에서 울리는 경고음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고요하고 평화롭던 숲에 갑작스럽게 감도는 음습하고 어두운 기운…….

"핫, 너무 늦었었나?"

이내 인식하고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검은 인영들, 바로 방금 전 블랙 비 길드 원들한테 둘러쌓였을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조금은 여유있던 그 때와 달리 식은땀을 흘리며 기다려주지 않은 시간을 원망하는 루인이었다.

그리고 그런 루인을 깊게 덮어쓴 검은 망토 안에 붉은 안광을 빛내며 쳐다본 던 검은 인영들은 조금씩 움직였다.

마치 세상을 밤으로 물들게 하는 칠흑의 어둠처럼…….

============================ 작품 후기 ============================

아!, 이런 용량 조절 실패해버렸다

용량 늘린다고 말한게 바로 어제인데 OTL...

더 쓴다면 더 쓸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뭔가 안맞을거 같아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ㅠ

그리고 왜 주인공이 전투할때 직접 전투가 아닌 말이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냐는 말이 있어서 인데요.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카룬의 직업은 사제입니다. 물론 앞에 광휘라는 접두어가 붙었기는 하지만 그래봤자 사제에 불가합니다.

즉 서포트형 캐릭터란 말이죠, 물론 일단 주인공이기에 최대한 전투 장면을 넣어보려고 하지만 솔직히 좀 그렇잖아요?

그리고 독자분들도 직접 전투하는 카룬보다는 말과 협상으로 적을 구워 삶아 먹는 것을 더 좋아하는것 같은데 아니 그렇습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