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휘의 성자-208화 (208/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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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블랙 비(Black Bee)

'아직 이 세상에 남아 있었나......,워커'

결코 잊을 수 없었던 얼굴을 보게 되어 도저히 진정되지 않은 가슴을 겨우 쓸어낸 루인은 마음속으로 무건조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제 더 이상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 했건만, 세상은 자신의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루인 이었다.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건가'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블랙 비 길드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다른 이도 아닌 워커였기에 지금까지 숨겨왔던 모든 것이 들통날것이 분명하였다. 물론 지금이라도 당장 퀘스트를 포기한다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겠지만 퀘스트의 내용에 따라 자동으로 카룬들은 이번 퀘스트에서 제외돼 강제 퇴출당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카룬의 보복도 무섭기도 했지만 다시 한 번 찾게 된 동료들을 결코 배신하고 싶지 않은 것이 루인의 심정이었다.

"하아……."

공허한 한숨 소리를 크게 내쉰 루인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자신의 활을 꽉 지어보였다. 방금 카룬의 정보가 맞는다면 최종 목적지는 숲 중앙에 있다는 거대한 나무가 분명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루인 이었다. 다른 이라면 함정이라고 의심해 볼수 있지만 누구보다 그를 잘 알고 있는 루인 이었기에 워커가 함부로 전력을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또한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승산은 없겠지'

현재 다른 이들은 숲에 존재하고 있는 블랙 비 길드의 전력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치밀함 또한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여기서 누구에게 명령할 수 없는 입장이기에 해결책을 알려준다고 한들 의미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짜고짜 정공법으로 치고 나간다면 승산이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이번 싸움에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절대 카룬들을 끌어드리고 싶지 않은 루인 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한 가지…….

'홀로 갈수 밖에 없겠지'

미쳤다고 할 수 있는 생각, 상위 랭커만 모여 있다고 할 수 있는 레드 라이언 길드 또한 승산이 없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제 막 초보자 티 벗은 일개 궁수가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

었다. 하지만 장난이 아니라는 듯 루인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이대로 간다면 워커를 비롯한 블랙 비 길드와 만날 수는 있겠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분명할 상황이었다. 무언가 상대의 뒤통수를 제대로 칠만한 강력한 패가 필요하였다.

'마지막인가'

이내 마음속으로 무언가를 결정내린 루인은 자기네들끼리 모여 무언가 수군덕대고 있는 카룬들을 보고 작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짧다면 짧았고 길었다면 길었다 할 수 있는 소중한 인연, 하지만 지금 자신이 이곳에서 모습을 감추는 순간 그 인연은 끊어질 것이었다.

"더 이상 고민할 필요는 없겠지, 영은(影隱)"

은신 스킬이 최상급에 도달해야지 얻을 수 있다는 최상급 스킬을 조용히 입 밖으로 내뱉은 루인의 이름은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없었다는 듯이 완벽히 사라졌다. 그림자에 숨는다는 의미처럼 모습을 완전히 숨기는 것은 물론 상급에 달하는 통찰 스킬이나 특별한 아이템이 없는 이상 기척은 물론 움직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없기에 유유자적 빠른 속도로 카룬들을 앞지른 루인은 어렴풋이 보이는 숲 중앙 거대한 나무를 향해 달려 나갔다.

"아이스 필드!"

"포이즌 에로우!"

"모두 쓸어버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제길, 설마 이런 장애물이 있을 줄이야'

무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빠르게 전력을 움직여 숲 중앙으로 모은 워커였고 보고된 정보대로 빌딩처럼 큰 거대한 나무 주변으로 강대한 마나가 유동되고 있는 거대한 마법 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리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 또한 미리 움직임 빠른 몇 명을 뽑아 다른 곳으로 유인하였고 나무 주변에 별다른 위협 요소가 보이지 않아 별다른 걱정 없이 다가간 워커였지만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수백에 이르는 엘프들이 공격을 가해오고 있었다.

쉬이잉!!

"크윽, 화살들을 막아!"

"마나로 덮혀진 화살들이다! 맞으면 안 돼!"

근접전이라면 블랙 비 길드가 유리하겠지만 엘프하면 활이라는 단어가 먼저 생각나는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대부분의 엘프들이 후방에서 활로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위력조차 심상치 않아 아무리 강력한 장비들로 무장한 블랙 비 길드 원들이라고 하여도 쉽사리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희생이 있더라도 뚫고 나간다! 모두 상대할 필요는 없다, 마법진에 도착만 하면 돼!"

퀘스트 내용상 그저 마법진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의 소속 세력이 퀘스트를 완료하는 것으로 나와 있기에 블랙 비 소속 그 누구라도 한명만 마법진에 도달할 수 있다면 이 퀘스트는 끝나게 될 것이 분명하였다. 하지만 그런 블랙 비 길드의 생각을 눈치 챈 것인지 어느새 뒤에 마법사로 추정되는 엘프들이 나무 주위로 진입하지 못하게 보호 마법 진을 펼치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이러다가는'

웬만한 위협 요소를 모두 제거했다고 생각해 빨리 끝날 것이라는 예상했지만 너무 시간을 지체한 것에 대해 다급함을 느끼는 워커였다. 생각지도 못한 전투로 인해 그 소음이 주변까지 퍼질 것이 분명하였고 혹시나 남아 있는 잔당 세력이나 몬스터들이 그 소음을 듣고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할 수 없지"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고 생각한 워커는 자신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최상위에 속한 유저들은 웬만하면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 강력함 때문에 적들의 집중 공격을 받기 쉽고 혹시라도 목숨을 잃게 된다면 받게 될 패널티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안정하다고 판단되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결코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워커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척살한다."

워커의 한마디와 함께 후방에서 함께 대기하고 있던 블랙 비 길드 원들이 각자 무기를 빼들며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더욱 커지는 전장의 소음과 비명 소리! 그리고 그 광경을 멀리서 그리고 날카롭게 바라보는 눈동자, 그 눈동자의 주인은 자신의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언제라도 목숨을 빼앗을 수 있게…….

============================ 작품 후기 ============================

최대한 연재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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