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8 / 0248 ----------------------------------------------
17장. 조각
"무슨 일이죠?"
자신 앞에 떠있는 여인, 아니 십중팔구 자신의 직속 상사되는 빛의 신 라이나를 보고 카룬은 뚱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보통의 사제들이 지금과 같은 자신이 모시던 신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된다면 기쁘다 못해 좀 과장해 기절할 상황이겠지만 그다지 신앙심이 깊지 않은 카룬이었고 무엇보다 그녀가 자신에게 해준 것이라고는 그저 직업 하나 준 것 외에 없었기에 그다지 좋은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금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녀였기에 지금까지 자신이 겪어온 상황으로 짐작해 왠지 모를 불안감이 피어오르는 카룬이었다
.
"……."
그런 카룬의 대답에 묵인한 채 그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 라이나의 모습에 순간 발끈해 한마디 하려던 카룬은 어렴풋이 그녀의 온몸을 조이고 있는 사슬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아직 봉인중이라는 건가…….'
잠시 동안 카룬이 잊고 있었던 사실, 자신이 모셔야 할 빛의 신 라이나는 어둠의 신 라크엘과 함께 몇 천 년 전 5대 신들로 인해 봉인되어 있는 상태였다. 카룬이 처음 광휘의 사제라는 직업을 얻었을 때의 보았던 그녀의 조각상도 봉인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일단 말이라도 해야지 이야기가 진행될 것이기에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던 중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의 무의식적으로 라이나를 쳐다보는 카룬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생각될 쯤 다시 한 번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귀로부터 들려오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부터 들려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음으로군."
카룬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맞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라이나였다. 카룬 또한 들어보기만 하여도 직접 뜯어보기는 경험해 보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유저들만 사용할 수 있는 속삭임의 깃털에 효과와 같이 직접 말하지 않아도 남에게 말을 걸수 있는 일종의 마법이었다.
속삭임의 깃털의 경우 깃털을 가지고 있을 때만 그리고 선택한 단 한명에 한해서 적정 거리에 있을 때만 말을 걸 수 있는 것에 비해 전음의 경우 그런 모든 제약에 상관없이 자신의 말을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기에 전음을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은 고위 생물체라 불리는 유니콘이나 드래곤, 그리고 전능한 신외에는 없었다.
「저의 전도사가 된 이후 이렇게 만난 것은 처음이지요?」
"아…….네"
봉인되었다고는 하였지만 역시 신은 신이라는 것일까, 직접 귀로 듣은것도 아님에도 그녀의 목소리에 경계심과 적대감은 모두 사라지고 자신도 모르게 경외심이 느껴진 카룬은 고개를 까지 숙이며 긍정하였다. 그런 카룬의 모습이 재밋다는 듯이 다시 한 번 황홀한 미소를 지은 라이나는 계속해 말을 이었다.
「먼저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런 자리를 마련한 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봉인만 되지 않았더라면 더욱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아니요, 지금 이 상태로도 좋은데요, 뭘."
자신의 몸에 걸려있는 사슬을 어루만지며 슬프다는 듯이 말하는 라이나의 모습에 마치 자신이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부정하는 카룬이었다.
「인사는 이 정도로 해두고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본래 다른 신들의 봉인으로 인해 저는 당신과 같은 전도사를 선택할 때 외에는 그 어떠한 힘도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이변이 일어났지요…….」
"번개의 교단에서 벌인 일 때문인가요?"
「그들이 직접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맞는다고 할 수 있겠죠, 하여튼 그들로 인해 라크엘의 조각중 하나가 봉인에서 깨어났고 힘을 제어하지 못해 폭주해 버렸지요 그리고 봉인이 해제되면서 생겨난 힘의 파장으로 저 또한 잠시나마 봉인이 느슨해져 이렇게 전도사인 당신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겁니다.」
"무엇을 원하는 거죠?"
이야기를 모두 들은 카룬은 계산 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라이나를 향해 물었다. 번개의 교단의 탈세와 그로 인한 어둠의 신 라크엘의 조각중 하나의 해방 그리고 그로 인한 대륙에 미칠 파급력, 이것만으로도 모든 결과는 나와 있었다. 명색이 어둠의 신의 조각인 만큼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을 마몬이었고 그것은 카룬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마몬이 교황청만이 아니라 이레네 더욱 넓게 잡아 대륙을 휩쓸고 다닌다고 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선택된 것이 다름 아닌 빛 좋은 개살구처럼 빛의 신의 전도사라는 타이틀을 쥐고 있는 카룬이라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선택이 괜히 일 커지기 싫은 운영자의 농락인지 메인 컴퓨터에서 사태를 막기 위한 수단인지는 알수 없었으나 이미 자신에게 선택권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카룬이었다. 괜히 여기서 눈치없게 싫다고 하였다가 뭔일을 당할지 모르니 말이다.
「요는 간단합니다, 지금 봉인이 해제된 존재는 본래 저와 같은 신이 봉인시켜 놓은 것」
"즉, 다시 한 번 신이 나타나 그 녀석을 봉인시키면 해결된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아쉽게도 저는 얼마 안 있어 다시 모든 힘이 봉인되는 신세랍니다, 다른 신의 도움을 받아야 갰지요.」
"하지만 저는 딱히 다른 신과의 인연이……."
신의 도움을 마치 100원 넣어주면 되는 불우이웃 돕기 같이 손쉽게 말하는 라이나의 모습에 반론하려던 카룬은 무언가 짚이는 것이 있는지 입을 다물었고 카룬의 생각이 맞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라이나였다. 언젠가 도움이 될 것 같아 신앙 관련 서적을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믿기 힘든 사실, 그 사실을 떠올린 카룬은 잠시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말했다시피 자신에게 선택권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정말 시간이 되었군요…….」
어느새 어렴풋이 보였던 사슬은 더욱 선명해짐과 동시에 더욱 그 수가 늘어나 라이나를 조임과 동시에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하자 확연히 힘들어진 목소리로 라이나는 급하게 말을 이었다.
「당신은 저의 권능으로 하여금 태초신의 원칙을 어기고 또 한 번의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다만 또 한 번의 생명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생명을 잃을시 그에 대한 불이익은 더욱 클 것입니다」
돌려 말해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대충 해석해 보면 '다시 한 번 기회 줄 테니 잘 해라, 잘못해 또 죽으면 보통에 몇 배에 달하는 패널티이 부여될 테니 말이다' 라는것 같았다. 그러던 중 어느새 라이나의 몸을 감고 있던 사슬이 더욱더 늘어나 반쯤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을 때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음 라이나는 더 이상 전음이 아닌 굳게 닫쳐 있던 입을 열었다.
「기회를 잃은 영혼에게 또 한 번의 기회와 함께 영광을 주노니…….,부활하라! 어드밴스트 리저렉션(Advanced Resurrection)!!」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강대한 기운과 마법이 발동되자 자신의 몸에 활력이 넘쳐나다 못해 흘러넘치는 기분을 드는 카룬이었다. 대상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함과 동시에 일정 시간동안 본래의 힘에 3배까지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궁극 마법!, 그것이 대륙의 그 어떠한 고서에도 기록되지 않아 잊어졌던 신들의 마법 어드밴스트 리저렉션(Advanced Resurrection)이었다.
============================ 작품 후기 ============================
결국 죽이지 않은것으로 했습니다..
판을 이렇게 크게 벌어놓고 퇴장하는 것은 매너가 아니겠지요,
결국 카룬만 더욱 굴릴 상황이 될거죠, 뭐 그것을 저나 독자님들이 더 원한테니까요~~~
그리고 하나 말해보자면 마몬은 말그대로 인간의 7대 죄악중 하나인 탐욕,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신들조차 봉인한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마몬이 들고 있는 금괴까지 꿈꾸지 말라까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후후..
P.S : 오늘은 시간 관계상 리리플은 생략!<-퍽 (그러니까 코멘트가 점점 줄어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