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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조각
"……."
"왜 그러십니까?"
카룬의 명에 따라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 갑자기 카룬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가자 의문을 가지고 물어보는 리벨이었다. 하지만 리벨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채 교황이 도망쳤던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린 카룬은 크게 침을 삼키며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전 병력은 즉시 뒤로 물러난다!"
"네?, 그게 무슨."
"잔말 말고 빨리 움직여!"
갑작스러운 후퇴 명령에 당황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리벨이었지만 자신을 비롯한 병사들의 명령권을 가지고 있는 이는 카룬, 카룬이 하라고 하면 할 수밖에 없었기에 급히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짐을 챙기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하였다.
'뭔가 온다...,범상치 않은..'
자신의 앞으로부터 느껴져 오는 막연한 기운, 도망쳤던 교황도 아니거나 지금까지 만나왔던 마수들의 기운도 아니었다. 다만 절대로 마주치면 안 될것 같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차 있었다.
"하아…….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병사들과 함께 물러나고 있던 카룬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오늘 하루만 하여도 성전에 참여하였고 마계에서나 존재한다는 마수들과 싸워보았고 사상 처음 교황청에 쳐들어가 정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볼수도 없다는 교황까지 만난 치명상까지 입힌 카룬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보통 사람이라면 숨이 턱턱 막힐 터인데 또 무언가 일어난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것을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할 것 같은 자신의 신세에 한탄만이 나오는 카룬이었다.
'적어도 본대와 합류해야겠지'
현재 자신이 이끌고 있는 병력의 무력은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카룬의 적절한 판단과 사제들의 치료가 없었다면 이미 전멸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일단 물러난다고 물러났지만 어차피 이 교황청 안에 있다면 한번 만나야 하는 절체불명의 존재, 어차피 만 날거라면 최대한 이쪽의 힘을모아 대항할 필요가 있었다.
"카룬님!, 저기 정면에 군세가 보입니다!"
"드디어 왔군."
리벨과 함께 자신의 옆을 보좌하고 있던 기사 중 한명 정면을 향해 가리키자 어렴풋이 보이는 바룸 왕국의 깃발에 일단 한숨 놓았다는 표정을 짓는 카룬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가오던 군세와 마주친 카룬이었고 앞서나가 있던 카르페 공작은 나서 말했다.
"너희들은…….그렇군. 교황청의 정문을 뚫고 사라졌다는 그 선발대인가?"
카룬들의 정체에 물어보려던 카르페 공작이었지만 카룬 뒤에 위치해 있는 성기 사들과 사제들의 모습에 그들이 사라졌던 선발대임을 알아채고 동시에 아직까지 대부분 살아있다는 사실에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엄하신 국왕 폐하의 명을 받아 부족하지만 부사령관이라는 직책과 함께 선발대의 지휘관을 맡은 사제 카룬이라고 합니다"
"흐음!"
그리고 자신에 앞에 있는 자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재빨리 앞서나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카룬, 그런 카룬의 모습을 지켜보던 카르페 공작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자가…….'
성기 사들과 사제들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 수는 한정되어 있었고 병사들까지 다 합쳐보았자 500 조금 넘는 수였기에 이미 그들은 생사는 이미 결정났다고 생각했던 카르페 공작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눈앞에 살아있는 카룬을 비롯한 대부분 살아있는 그의 병사들의 모습들.
'만용이 아니였군'
바룸 왕국에서도 병사들의 통솔 능력으로 일가견이 있는 카르페 공작이었지만 과연 자신이라면 카룬과 같이 행동해 이들의 목숨을 살려낼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드는 그였다. 그것도 직접적인 전투에 참여하는 전투직이 아닌 사제가 이루워 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웠다.
"이번 전투에 총사령관을 맡고 있는 카르페 공작이네, 용케 살아남았군."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저 하나만의 힘이 아닌 용맹스러운 바룸 왕국의 병사들이 함께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자가 총사령관임과 동시에 한 나라의 공작이라는 사실에 재빨리 무릎을 꿇고 살살 아부를 떠는 카룬이었고 그런 카룬의 말에 흡족하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 카르페 공작이었다.
"그나저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정문이 뚫린 후 교황청에 들어선 저희들은 이곳 지리가 밝은 성기 사들의 안내를 받아 곳곳에 매복되어 있던 마수들과의 전투를 거치며 교황실 가까이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교황이라고 추측되는 노년의 남성을 발견, 요격해 중증상태까지 빠트렸지만 교황실안에 무엇이 있을지 몰라 추격을 중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군."
카룬의 물 흐르듯 매끄러운 상황 정리에 고개를 끄덕이는 카르페 공작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리벨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카룬의 말이 틀린것은 아니었지만 자신들이 교황청에 들어와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는 두개의 성물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던 것이다. 양심에 찔릴 법도 하지만 그저 평온해 보이는 카룬의 표정에 뭐라 말할 수 없었던 리벨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정문을 뚫고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되온데 아무리 적들의 기세가 강했다고 한들 이렇게 늦게 도착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흐흠.그것이"
예리한 눈초리로 자신을 향해 물어보는 카룬의 모습에 곤란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카르페 공작이었다. 왕명이나 교황청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범상치 않은 마기 때문이라는 것은 솔직히 변명에 불과하였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보통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판단하고 군세를 움직이지 않았다면 이들 모두가 죽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자기 멋대로 겨우 500 남짓한 병사들을 이끌고 적진에 쳐들어간 카룬의 잘못이 매우 컸지만 따가울 정도로 매서운 카룬의 눈초리는 그 사실조차 잊게 하였다.
"!!"
"!!"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진 카르페 공작을 살려준 것은 다름 아닌 카룬이 왔던 쪽으로부터 확연히 느껴져오는 마기!, 이번에는 카룬이나 성기사들, 마나를 느낄 수 있는 기사들은 물론 보통의 병사들 또한 느낄 수 있는 정도로 강력한 마기가 교황청 전체를 퍼져나갔다.
"이런 제길 잊고 있었군!"
카룬과의 만남으로 잠시 잊고 있었던 매우 중대한 사실, 지금 자신들이 있는 복도 전체에 펴져있는 마기로 볼 때 이미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날 수도 없었다.
"카룬 부사령관!, 지금부터 자네의 부대는 본대에 합류에 같이 행동한다."
"네?, 아..네"
갑자기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에게 명령하는 카르페 공작에 살짝 당황한 카룬이었지만 자신 또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이대로 이 기운의 중추라고 생각되는 교황실로 돌입한다, 다만 교황 실에 돌입하는 것은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기사들을 한한다, 나머지 병사들은 교황실 밖에 대기해 혹시라도 다가올지 모르는 적을 교황 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어, 수비한다."
""명!""
역시 괜히 한 나라의 공작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위엄 있는 목소리로 명령을 내린 카르페 공작이었고 그에 예를 취한 뒤 재빨리 군세를 정비하는 부지휘관들이었다.
"……."
겉으로는 용맹한 맹장의 모습을 보이는 카르페 공작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카르페 공작과 가까이 있던 카룬은 그의 눈빛에 어렴풋이 담겨져 있는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공포란 지휘관이 가지면 안 될 절대 요소 중 하나였지만 그것을 그저 묵인한 카룬은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광휘의 서를 꽉쥐었다.
한때 아름다웠던 풍경을 자랑하였지만 한바탕 전투로 인해 말 그대로 난장판이 되어버린 교황청 정문 거리, 바룸 왕국의 군대는 모두 교황청으로 돌입하였고 근처에 주거하는 백성들은 모두 피신한 상태였기에 남아있는 것은 거리에 널부러져 있는 이름 모를 누군가의 시체 위를 지나쳐가는 씁쓸한 바람뿐이었다.
그런 가운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으며 교황청 정문을 향해 들어서는 한 인영, 등치와 입고 있는 딱 보아도 무거워 보이는 갑옷에 맞지 않게 그의 발걸음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고요한 주변 거리는 그 소리조차 크고 웅장하게 들렸다.
"……."
정문 바로 앞에 멈추어선 인영은 한참동안 고개를 올려 큰 전투가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웅장하고도 신비로운 모습을 뽐내고 있는 교황청을 바라보더니 전보다 더욱 강한 기운을 내뿜으며 교황청으로 들어섰다.
============================ 작품 후기 ============================
아아..~~~~
몇주간만에 찾아뵙습니다~~~
뭐 이미 통보했다 시피 지금 제 나이가 나이때라 쓸 시간이 거이 나지 않네요, 다다음주면 중간 고사이기도 하고요..쩝
에라이 몰라, 그냥 지르고 보는 거죠 뭘 하하하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