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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리얼갑부-246화 (246/251)

# 246

246화 넌 장사를 왜 하니

-하하하, 하하하. 이 나쁜 새끼야!

주혁 형은 미친 사람처럼 웃다가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강형우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형?”

-이 썩을 놈의 새끼. 너 헛소리하지 말고 당장 넘어와.

“아니, 밑도 끝도 없이 왜…….”

원래 주혁 형 스타일이 이런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다짜고짜 욕부터 하다니.

그때 수화기 너머로 대화 소리가 들렸다. 비서한테 오늘 저녁 약속 다 취소하란다.

뭔가 있나 싶은데, 주혁 형이 최종 통보를 내렸다.

-당장 넘어와라. 형이랑 한잔하자!

***

“미친놈아. 쪽팔리게 그게 뭐냐?”

“쪽팔릴 게 어디 있어요? 당장 급해 죽겠는데.”

강형우가 볼멘 소리를 내자 강주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형우야. 철진 기획은 그런 의도로 만든 게 아니라고 했잖아!”

안다.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울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철진 기획은 애초에 돈 벌려고 만든 회사가 아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외식업 관련한 업종을 우회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방식 중의 하나였다.

어려운 가게에 저렴한 이자로 지원해 주고, 두루 컴퍼니의 인력풀에 포함시킨다.

장사가 잘되면 그건 그거대로 이자를 회수할 수 있고, 망하면 그 인재들을 적당한 가격(?)에 데려온다. 취직시켜 주고 빚 갚아주는 조건으로 충성 직원을 늘리는 식인 것이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기존의 음식점을 인수하려면 권리금이 많이 든다.

자리가 좋거나 영업 실적이 있을 경우 웃돈이 붙는 경우가 흔했고, 특정 지역 같은 경우는 아예 임대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저렴한 가격에 음식점을 가져오는 게 가능했다. 땡처리 업자들보다 넉넉하게 쳐주기만 하면, 서로 간에 충분히 만족할 만한 인수인계가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조건은 있었다.

두루 컴퍼니의 자체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

“그걸 아는 놈이 철진 기획을 찾아가냐? 그럼 내 입장은 뭐가 되냐?”

“예?”

“네가 내 동생인 거 다 아는데, 거기 가서 그러면 난 어떻게 하라고.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내가 너 망하길 기도하는 줄 알겠다.”

“아니, 그게 왜 그렇게 돼요?”

강형우가 어이없어하는데, 강주혁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전에 말했잖아. 너, 내가 찍었다고.”

“헐.”

“막말로 대출받아서 빚 갚으면 좋지만, 못 갚으면 어떻게 할 건데?”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그냥 가게 팔아서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하고만 있었는데, 그 이후는 그려보지 못했었다.

“너 돈 못 갚고 나한테 가게 넘기면 그다음은? 또, 망해서 빌빌대는 놈, 내가 데려다 쓴다고 하면 다들 이해하겠냐? 그리고, 차라리 나한테 전화하지 그랬냐?”

“아니, 그건…….”

강형우는 당황해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가까운 사람들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었다.

하지만 사총사 형들도 허덕이고 있었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어머니네 국밥집도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했다. 지성분식 2호점 근처의 음식점들 일부는 직원들을 내보냈고, 아예 당분간 문 닫는 집들도 몇 개나 된단다.

편의점 사장님이 말하길, 길에 사람이 안 보일 정도라더라.

3호점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한 다리 건너서 듣기로, 황도양이 식당들을 절반 가격에 내놨단다. 그래도 문의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절망적이라고도 했다.

평석이 형도 그러더라. 식자재 도매하면서 지금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연산 로터리 쪽의 식당들 절반 정도가 죽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동래 번화가 쪽 밥집이나 술집들도 손님들이 뚝 끊긴 상태였고, 심지어 시청, 경찰청 근처 식당들도 임시 휴업을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음식 장사하는 사람들한테 최악의 상황이란다.

사람이 다녀야 붕어빵이든 호떡이든 팔아먹을 게 아닌가?

그만큼 이번 메르스 사건은, 그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다.

마지막으로 평석이 형이 말하길 식자재 매출이 30%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해서 강형우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가능하면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핑계였다. 그리고 강주혁은 그걸 꿰뚫어보았다.

“너, 내가 어렵냐?”

“그건 아니죠.”

“그런데 왜, 제일 먼저 찾아오지 않았어?”

“그야… 다들 어렵다고 하니까. 그러고 전에 형이 그랬잖아요. 한 달 사이에 몇백억 날아갔다고…….”

“그건 맞아. 대충 두 달 동안 수익 제로다. 마이너스로 팔백억 정도가 휙 하고 날아갔지. 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너 요즘 은근 이상하게 변했어!”

그 지적에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말이기도 했으니까.

확실히 사람 피가 마른다는 게 이런 느낌이었다.

손님이 없어 가게는 파리도 안 날린다.

하루 이틀 간격으로 남는 음식을 폐기해야 했고, 매출 찍어보면 백만 원도 되지 않았다.

여기에 월세, 인건비, 공과금, 가스비 등등… 생각하면 할수록 숨통이 조이는 것 같았다. 그러니 사람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읽었던 것일까?

“아니야. 아니라고 새끼야. 정신 차리고 똑바로 들어.”

“예?”

“내가 몇 번이나 제안했지? 그런데, 넌 스스로 네 길을 가겠다고 했잖아.”

주혁 형 입에서 첫만남 때부터의 이야기가 나왔다.

대출 허덕이는 거 조건 바꿔줘.

네 친구 건물도 내가 사줬지.

너한테 장사하는 법도, 운영하는 시스템도 가르쳐 줘. 커피 때문에 손님하고 치고받을 때도 조언해 줬지.

그 외 무수히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심지어, 두루 컴퍼니에 들어오라고도 여러 차례 말했었다.

“솔직히 너 대출 받아가면 나는 좋아. 망하면, 너 내 사람이 되는 거잖아.”

“아!”

“그리고 너, 니 친구 어떻게 사는 줄 알아?”

“누구… 설마, 조성기요?”

“그래. 그 빌어먹을 날강도 같은 새끼.”

강주혁은 그렇게 말한 뒤, 맥주 컵에 소주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단숨에 들이켠 다음 한숨을 내쉬었다.

조성기.

사기당하고, 주혁 형한테 팔려(?)갔다.

이후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염전 노예로 끌려가서 어느 섬에 있다느니, 산골 오지의 물 맑은 동네에서 감자 캐고 있다고도 했다.

나중에 전해 듣기로 중국에 있단다.

표고 650m인, 높은 산에서 고랭지 배추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두루 컴퍼니에서 운영하는 김치 공장 직원으로 말이다.

“앞으로 3년만 고생하면 빚 다 갚는다.”

“예?”

“4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니까 관리자로 승격했어. 거기에 동상으로 손가락 두 개 자르는 바람에 보험금까지 빵빵하게 나왔더라.”

완전 산속 오지라서 돈 쓸 일이 없는 동네라고 했다. 일하고 자고만 반복하다 보니 제법 돈을 모았다는 것이다.

당황스러운 건, 얼마 전 조선족 처녀와 결혼까지 했단다. 벌써 애도 둘이나 있다는 거다.

주혁 형이 욕했던 건 그래서였다.

“가정을 꾸렸으니 별수 없더라. 결국 내 돈 들여서 거기 집 하나 지어줬다. 그래도 네 친구이기도 하고. 원래 내 스타일이 그렇잖아. 난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도와줘.”

“잘… 됐네요.”

“본인이 행복하다면 그런 거지. 어쨌든, 그 새끼가 그러더라. 돈 벌어서 너한테 가게 하나 차려주고 싶다고. 그게 인생의 목표라기에 열심히 하라고 했지.”

시간이 많이 지나서일까?

갑자기 기분이 묘해졌다.

한때는 때려죽이고 싶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덤덤하게 들렸다.

아니, 녀석이 날 그토록 생각하고 있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녀석 나름의 속죄요, 깨달음이지. 그런데 넌 왜 그러니?”

“예? 제가… 요?”

“어. 넌 왜 스스로 깨우치지 않는 거냐?”

주혁 형은 정말 심각하게 같은 말을 되물었다.

“넌. 장사를 왜 하니?”

***

장사를 왜 하니?

솔직히… 모르겠다.

아니, 어쩌다가 여기까지 온 건지도 쉽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하다 보니 된 거라 생각했는데, 주혁 형은 그게 아니라고 했다.

사람이라면 목표가 있어야 한다.

물론 나도 어느 정도 보는 게 있었다.

지금은 일단, 일 년에 가게 하나씩을 확장할 생각이었다.

여기에 올해 세운 목표가 연 매출 백억이었다.

일단 화끈한 형제들 서면점이 잘되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였다. 게다가 여길 기반으로 인지도를 얻으면 확장도 수월했고 그걸 바탕으로 직영점을 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10년만 하면, 적어도 내 이름으로 된 건물 하나 정도는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사이 어머니 집 사드리고, 우리 영지 결혼시키고, 인정둥이도 가게 하나씩 맡겨서 자기들 살길 챙겨주면 되겠지.

딱 거기까지가 꿈이고 미래였다.

하지만, 서면 확장에서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아니, 잡힌 정도가 아니었다.

이건 완전히 늪이었다. 어떻게든 살아나려고 발버둥치고 허우적대는데도 계속 푹푹 빠지기만 했던 것이다.

현재 화끈한 형제들은, 벌써 적자가 3억이 넘었다.

투자금까지 계산하면 거의 10억 가까이를 쏟아부은 셈이었다. 지난 5년 간 벌어놓은 돈 대부분이 여기서 증발한 것이다.

그럼에도 회복될 조짐은 보이질 않았다. 그게 하루하루 수명을 갉아먹고 있었던 거다.

그 초조함이 날 죽여가던 상황.

왜 사업 망해서 자살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그날 많은 이야기를 했다.

주혁 형은, 진심으로 서운해했다. 애초에 자기 찾아와서 돈 빌려달라고 했으면 끝났을 일을, 괜히 소문만 요란하게 키운다고 타박을 했던 것이다.

몰랐는데 주혁 형은 올해까지만 두루 컴퍼니를 운영하겠다고 한 상황이었다.

전문 경영인, 혹은 실적을 인정할 수 있는 후계자를 고르고 있단다.

하지만 그 상당수가 이번에 나가리가 됐다고 했다.

바로 메르스 때문이었다.

해서, 이 난관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 중에 고르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아직 후보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했다.

그냥 진심을 깨달으면 될 일을.

순간 주혁 형이 정말 큰 사람처럼 보였다. 이대로 한 달만 지나면 천억이 날아간다고 하면서, 그러면서도 호쾌하게 웃었던 것이다.

대체 사람이 얼마나 대범한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때 난 깨달았다.

난 옹졸했다. 어느 순간 성공했다 싶었기에 나도 모르게 주혁 형을 질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주혁 형이 말하길, 중요한 건 자신이 일러주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깨닫는 거라고도 했다.

동시에, 철진 기획 일은 잊으라고 했다.

돈은 자신이 알아서 빌려줄 수 있다고, 대신 담보는 확실하게 받겠다고 했다.

역시 이래야 주혁 형이었다. 방금까지 동생이라고 했음에도, 한 푼도 손해 볼 생각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결정은 조금 미루었다.

난 이걸 최후의 보루로 삼기로 했다.

일단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 번 죽을 동 살 동 매달려 볼 생각이었다. 하는 데까지 해보다 안 되면 그때 도와달라고 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그날 주혁 형이 취한 척하면서 내 등짝을 대여섯 번이나 후려갈겼다.

그러면서 헤어질 때 그러더라.

독한 새끼라고.

***

“끄응.”

강형우는 머리가 뽀개질 것 같았다.

일단은 행동하기로 결정을 내렸는데, 아직 그 명확한 방향을 잡기가 어려웠다.

솔직히 메르스는 강형우도 처음 겪는 거였고, 그건 사총사 형들뿐만 아니라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네는, 돼지국밥은 팔팔 끓여서 나가기 때문에 균이 살 수 없다고 했다.

화끈 오뎅의 경우도 비슷했다.

튀김은 고온에서 튀겨 나가니까 괜찮단다. 어묵 국물도 매일 새로 만들고, 남은 건 버린다고도 했다.

혁기 형도, 현우 형도 그런 식으로 우리 가게는 메르스에서 안전하다고 적극 홍보를 했다.

덕수 형은 아예 한 술 더 떴다. 자신이 직접 손님들 앞에서 밥버거를 꾸역꾸역 먹어가면서 안전하다고 이야기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손님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정부 발표도 명확하지 않았고 지침도 없었다. 그냥 무성한 도시 괴담만이 인터넷을 휩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감염자와 사망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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