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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리얼갑부-237화 (237/251)

# 237

237화 응애, 응애

“사골탕면하고, 새우탕면 있잖아. 이거 화끈한 형제에서도 팔았으면 하는데?”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강대용이 먼저 말을 꺼냈다.

강형우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예? 이걸요?”

“어. 난 그래야 한다고 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듯 강대용이 주변을 돌아봤다.

하지만 생각한 적이 없는지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삼촌, 왜 그런 생각 하셨어요?”

“그야 당연히 내가 먹고 싶어서… 험험, 그게 아니고, 지성분식이 좁잖아. 화끈한 형제들이 훨씬 넓고, 아무래도 떡볶이, 오뎅, 순대, 튀김하고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일종의 시너지라고나 할까?”

강대용은 짧게 한숨을 내쉰 뒤 말을 이었다.

지성분식은 빠른 회전율을 자랑한다. 손님이 다 먹고 일어나 카운터에서 계산을 마칠 때 즈음에 자리가 다 치워지는 것이다.

그건 바로 손님을 받기 위해서였고, 홀 직원이 많은 것도 그래서였다.

때문에 빨리 먹고 나가야 할 것 같은 묘한 압박(?)감 같은 게 있단다.

밖에 줄 서 있는 손님들 보면 괜히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랄까?

반대로 화끈한 형제들은 그렇지 않았다.

좀 더 느긋한, 카페 같은 분위기였다. 알아서 먹고 수다도 떨다가 자기가 직접 그릇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때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테이블만 닦으면 끝이었다.

그런 방식이라 자리가 넉넉한 편이었고, 점심과 저녁 피크를 제외하면 절반 정도가 남았다.

“문제는 지성분식이 포화 상태라는 거야. 냉라면 때도 한참 줄을 서더니, 요즘도 라면 때문에 한참을 서 있더라고. 가게는 작지 손님은 많지… 그건 아무래도 손님들한테 예의가 아닌 것 같더라.”

강대용이 말하는데 몇몇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이걸 더 많은 사람들이 먹었으면 한다는 거지. 진짜… 요즘 말로 힐링이라고 하나? 딱 그런 게 있어. 왜 배고플 때 든든한 거 한 끼 딱 먹으면 후아~ 하는 거 있잖아.”

개인적으로 사골탕면 한 그릇 하면, 몸이 녹아나는 게 있다고 했다.

마치 머릿속에서, 하늘에서 서광이 내려오고 천사들이 나팔을 불면서 축복해 주는 그런 기분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강형우가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거기서 사골라면하고 새우탕면 만들 수는 없잖아요. 안쪽에서 만들기에는 인력도 부족하고요.”

“아, 그게… 여기서 김밥 가져가잖아. 어차피 분식집 뒷문으로 나르는 건데,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거든.”

여기 아파트 상가가 그렇다.

뒤쪽으로도 문이 하나씩 있었는데, 직원들이 화장실을 가거나 휴게 공간으로 가는 용도로 썼다.

여길 통해 이동하면 화끈한 형제들까지는 고작 30초 거리.

실제로 김밥 주문이 들어오면 10줄 단위로 이쪽으로 나르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라면이라는 거죠. 라면 그릇을 한 번에 몇 개씩 날라야 되는데…….”

“한정식 집에 가면 밑에 바퀴 달린 거 있잖아? 그거 쓰면 안 될까?”

“식당 카트요?”

“어, 그거.”

그제야 직원들도 상상이 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강형우는 다른 의견도 들어보자는 듯, 가만히 있었다.

그때 오병헌이 말했다.

“됩니다. 계산해 보니까 3단짜리로 나르면 한 번에 열두 그릇까지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전에 알바한 데서 그렇게 했거든요.”

강형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주방에서 그 주문량을 소화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금은 다 붙으면 한 번에 열 그릇씩 나갈 수 있어요. 보통 5분에서 7분 정도 걸리니까 한 시간에 백 그릇 이상도 가능하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데, 조금은 이해는 됐다.

두 라면의 인기 덕에 이기섭과 오병헌은 거의 두 달 동안 라면만 끓였다. 다른 음식들도 거의 만들 수 있게 됐지만, 사정이 사정인지라 거기에 우선했던 것이다.

“흐음, 지금 주방이 좀 많기는 한데…….”

현재 홍성구와 인정둥이, 이기섭과 오병헌, 여기에 정문창까지 가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만간 인정둥이는 뺄 거였다.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솔직히 이건 직원들이 모를 수밖에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강형우는 슬슬 결론을 내렸다.

“삼촌이 봤을 때, 사골탕면하고 새우탕면을 화끈한 형제들에서도 팔아야 한다는 거죠?”

“어, 자리도 넓고 좀 더 여유 있게 먹을 수 있다고 봐!”

“그럼, 이왕 말 꺼낸 김에 삼촌이 하세요.”

“뭐?”

“어차피 이제 음식도 배워야 하잖아요.”

“아, 아니, 그게…….”

강대용은 진심으로 당황했는지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강형우는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원래 음식은 하다 보면 늘어요. 안 그래도 튀김 주방을 기웃거린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이참에 한 번 해보세요.”

“주… 주방이 그게…….”

“화구 여섯 개나 있어요. 타이머도 있겠다 어차피 빨리 할 필요는 없고요. 요령만 알면 돼요.”

강형우는 결정이 난 듯 손뼉을 쳤다.

동시에 직원들 역시 박수를 치면서 축하한다고 말했다.

지성분식에서 음식을 다룰 수 있게 된다는 건 하나의 진급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오히려 강대용은 당황해했다.

화끈한 형제들 안쪽을 장악(?)하게 되면서 언제고 음식을 만들게 될 줄 예상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사골탕면 때문에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때 강형우가 말했다.

“이제 삼촌은 브레이크 타임 때마다 이쪽으로 와서 배우세요.”

“아, 아니 그게… 그런 내 자리는…….”

“그건 제가 다 알아서 하고요. 자, 그럼 삼촌이 낸 의견은, 삼촌이 직접 해결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강대용이 당황스러워하는 가운데, 강형우는 그렇게 결론을 내려 버렸다.

“하여간 입이 원수라니까.”

강대용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강형우가 주방으로 불쑥 들어왔다.

“삼촌, 사골라면 하나, 새우탕면 둘이요.”

“아니, 네가 거기서 왜 나와?”

“아, 잠깐 들른 건데 부탁받아서요.”

강형우는 실실 웃으면서 천장을 확인했다.

그 순간 기계가 지잉거리면서 주문표를 뱉기 시작했다.

“에휴,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건지.”

강대용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주문표를 확인하고 큰 중화팬을 올렸으며 불을 켜고 육수부터 담기 시작했다.

“야, 이거 진짜 쉽게 생각했다가 개망했네.”

또다시 투덜대면서 한쪽에서 면을 삶고, 다른 쪽에는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정말 보지도 않고 착착착 움직이는데 강형우도 놀랄 정도였던 것이다.

“근데, 진짜 신기하긴 하다. 다 네 말대로 되네?”

“뭐가요?”

“그게 애들 말이야.”

강대용이 뭘 말하는지 바로 이해가 되었다.

일단, 박호성은 이모들 식당 이후 스스로 화끈한 형제들에 가고 싶다고 했다.

현재 오후 타임, 주방 보조를 하고 있었는데 이미 경력면에서는 최고참이었다. 게다가 오히려 몇몇 부분에서는 압도적이어서 튀김 주방과 밥버거 주방을 오가며 조율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건 임정은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주방 보조인데, 그리고 버거 쪽에서 일하고 있었는데도 가끔 카운터 애들까지 통솔하고 있었다. 가게 전체를 보고 일했던 경험 때문에 능숙함이 빛을 발한 것이다.

물론 중간에 매니저 이주영과 잠깐의 툭탁거림이 있었다.

하지만 이모들하고 오래 일한 경력 때문에 금세 정리가 되었다. 둘이 같이 의논해서, 같이 시키기로 말이다.

어라?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 굴러가고 있었다. 오히려 유능한 경력자가 컨트롤하니, 알바들도 훨씬 편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주영은 신경 쓸 거 하나가 줄어들었다고 좋아했다.

사실… 가장 충격적인 따로 있었다.

작년 망년회 때부터 수상쩍기는 했는데, 진짜 홍성구랑 사귄단다.

임정은이 말하길, 솔직히 얼굴은 긴 고구마란다. 게다가 잘생긴 것도 아니었고 너무 순진해서 답답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농담처럼 이야기하는데 자기가 먼저 덮쳤다나?

어쨌든, 살면서 저렇게 성실한 남자는 처음 본다고 했다. 거기에 반해서 사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국 충성노예 1호에, 동반자가 딸린 셈.

해서 강형우는 잠정적으로 임정은에게 주방 매니저를 맡길 생각이었다.

잘못(?)되면 홍성구만 조져 버려도 되니까.

어쨌든, 두 사람 때문에 화끈한 형제들은 한결 여유가 생겼다. 강대용을 아예 빼버려도 괜찮을 정도로 말이다.

“삼촌은 그거 신경 쓰지 말고, 음식에 집중…….”

“다 됐다.”

“예? 벌써요?”

“타이머 울리잖아. 딱 맞지.”

확인해보니, 그릇 세 개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게다가 위에 올린 토핑까지 완벽했던 것이다.

“와, 삼촌 미쳤다!”

“미치긴 뭘 미쳐? 내가 소시적에 발차기 연습할 때는 샌드백에 모눈종이 붙어놓고 했거든. 그래놓고 4A 이러면 딱 거기 엄지 발가락을 찍었단 말이야.”

강대용은 말하면서도 쟁반에 그릇을 옮겨서 바깥으로 내밀었다. 그 동작의 신속함이 진짜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다.

“발차기처럼 원래 단순 반복이라도, 무작정 열심히만 하면 안 돼. 머리를 계속 굴려야 한다고.”

처음에 허둥지둥 만들었는데 나중에는 과정을 수십, 수백 번 복기했다. 그러다 보니 동선이 짧아지고 효율적으로 일하게 됐다는 것이다.

“면 넣고 훅훅, 재료 준비하고 훅훅, 다진 양념 넣고 파팡. 이러면 끝!”

아주 춤 추듯이 움직이는데, 진짜 또 하나의 요리 천재가 탄생한 것 같았다.

그 천재가 나를 보고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다.

“확실히 형우 너 대단하다.”

“예?”

“난 음식을 이렇게 쉽게 만들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 왜 달인 같은 방송 보면 재료 준비만 며칠에, 고기 하나도 이삼 일씩 숙성하고 그러잖아.”

“아, 그야 그렇죠.”

“근데, 너한테 배우고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

“아! 그건…….”

사실, 제일 중요한 육수나 기타 재료들은 인성식품에서 다 만들어서 온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정성을 들여야 하는 것도 거의 완제품에 가깝게 가져오는 것이다.

솔직히, 올해 초 인성식품을 차릴 때는 고민도, 개고생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일단 갖춰지고 나니 달랐다.

보통 가게 하나를 오픈하는 데 최소 석 달은 준비해야 했다.

일단 상권 조사하고, 임대차 계약을 하기 전 소문도 확인해야 했다. 게다가 동네 분위기도 봐야 하고 인테리어 콘셉트도 잡아야 하며, 고객층도 분석해야 했다.

그렇게 조사가 끝난 뒤 공사 기간 동안 식자재 업체하고 조율도 해야 했다.

하지만 화끈한 형제들의 경우 바로 뚝딱이었다. 공사가 문제였지 진짜 장사에 필요한 모든 음식 준비는 인성식품이 해결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보급 창고가 생겼다고나 할까?

해서 강형우는 지금 고민하고 있었다.

너무도 좋은 곳에서, 너무도 좋은 제안이 하나 들어왔으니까.

“삼촌, 이건 그냥 시스템화된 거라서 그러는 거예요. 진짜 음식 제대로 만들려면 정말 힘들어요.”

“아. 미안. 그게 그렇게 들렸나 보다. 내가 말한 건… 그러니까 이렇게 쉽게 할 수 있게 만든 게 대단하다는 거였어. 나이 서른에 이렇게 한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거든.”

“그건… 그냥 열심히 하다 보니 되더라고요.”

“새끼, 겸손해하기는. 어쨌든 사장님… 주문이 또 들어왔네요. 이거 이러다가 지성분식 라면 손님 다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강대용이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는데, 강형우는 피식 웃었다.

“삼촌이 하루에 백 그릇 만들고요. 저쪽은 최소 사백 그릇 나가거든요?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요.”

“헐, 진짜? 와~ 이제 나도 좀 하는 게 했는데, 아직 멀었네.”

“그래도 잘하고 있어요. 일주일 만에 이 정도면, 다음 단계로 올라가도 되겠는데요?”

“정말?”

“일단, 지금처럼 여유 있지는 않을 텐데… 괜찮을까요?”

“난 오케이. 저 주방에 설 수 있으면 뭐라도 좋다. 아주 그냥 죽으라는 거 아니면 다 괜찮다고.”

강대용이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두드리는데, 글쎄다.

진짜 주방에 선다는 게 뭔지 안다면 저렇게 말하지는 못할 텐데.

강형우는 잠시 주저하다 말했다.

“일단, 삼촌 한테 맞게 한 번 고민해 볼게요. 안 그래도 요즘 머리가 복잡해서… 시간은 좀 걸릴 것 같네요.”

***

진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할 일은 많았다. 그런데 막상 할 일은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하면…….

“응애, 응애.”

12월 26일.

예정보다 조금 일찍, 강형우 주니어가 태어났다.

무려 4.86㎏.

아주 우량아도 이런 우량아가 없단다. 그러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강형우는 인간 파도에 휩쓸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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