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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리얼갑부-223화 (223/251)

# 223

223화 더 하시겠다고요

“그러니까… 그 가게 여섯 개가 전부 떡볶이집 거라고?”

“예. 그 친구가 말하길, 사장이 한 명이래요.”

강정우가 힘주어 말하는데, 방금 마신 알코올이 훅 하고 날아가는 것 같았다.

저게 핵심이었다.

동시에 많은 의문들이 단번에 풀리더라.

지성분식 3호점이 들어섰다.

당연히 새로운 음식점이 생기면 매출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근처에 식당들이 한두 곳도 아니고, 어느 정도 상권이 형성된 동네라 충격은 금방 분산된다. 게다가 원래 장사 안 되던 가게들이라 그 차이는 크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가게가 한 사람 거라면 이야기는 확 달라진다.

가게 한곳에서 몇백만 원씩 빠지면, 합쳤을 때는 수천만 원이다. 지성분식 하나 때문에 그만큼의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어째 더럽게 굴더니 이유가 다 있었다.

어쨌든 강정우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러했다.

그 사장은 거의 10여 년 전에 즉석 떡볶이집을 차렸다. 당연히 상권에는 없던 가게라 초반에는 나름 반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료 대부분을 공장에서 받아 썼고 특제 소스라고 직접 만든 게 캡사이신과 물엿 조합이었다.

2인분 기준으로, 공장 양념에 이 소스를 크게 한 숟가락 넣는 게 전부였단다.

황당한 건, 그딴 식으로 장사해도 그럭저럭 먹고살 정도는 되었다는 거다. 나름 이 상권의 유일한 떡볶이집이었고 학생들의 주린 배를 채워줄 수준은 되었으니까.

물론 그 대부분이 라면 사리라는 것은 함정이지만.

어쨌든 그렇게 놀면서 장사해도 한 달에 이백 이상은 벌었다고 했다.

그러다 옆 가게 사장이 가게를 내놓자 바로 인수해 버렸다. 크게 안 벌여도 손해는 안 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게 김밥집이란다.

떡볶이집 사장은 주방 이모 월급 조금 더 올려주고 가게를 맡겨 버렸다. 그랬는데, 거기서도 한 달에 이삼 백 정도가 나왔다는 것이다.

떡볶이 사장은 여기에 맛(?)을 들여 버렸다.

대충대충 장사해도 인질인 학생들이 있었다. 멀리 갈 수가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또, 막힌 상권이라 어지간한 프랜차이즈는 들어오지도 않는다. 게다가 장사로 돈 벌려는 사람들이 봤을 때도, 크게 벌 수 있는 동네가 아니었다.

마치 시골 읍내의 작은 상권 같은 수준이랄까?

어쨌든 떡볶이 사장은 그런 점을 빨리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런 식으로 지난 10년간 하나하나 인수를 해서 이제는 기업처럼 됐다는 것이다.

탱자 탱자 놀아도 한 달에 이천만 원 가까이가 꼬박꼬박 나오는 상황.

하지만 지성분식이 이런 꿀단지를 엎어버렸다. 기를 쓰고 방해하려고 했던 게 그래서였던 것이다.

“그게 다가 아니라요.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곳은 다 그 사장이 관리한다고 보면 된다네요.”

“설마? 그 정도까지는 어려울 텐데? 아무리 목 좋은 곳을 다 잡고 있다고 해도…….”

“그게, 방법이 참 교묘하다고 하더라고요.”

강정우가 입에 침을 튀겨가며 말하는데, 와~ 진짜 이런 식으로도 장사할 수 있구나 싶었다.

입구 앞을 장악한 상황이었다.

여기서 밖으로 나가는 길목은 세 곳.

그 안쪽에 뭔가 새로운 가게가 생기면 적당(?)히 훼방을 놓는다고 했다. 만약 만두집이 생기면, 자신도 같은 가게를 차리겠다고 협박한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근처 음식점들을 길들여서 적당히 나눠 먹자고 설득한다나?

“그런데 그게 되나?”

“충분히 된대요. 여기 사장이 워낙 악질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요. 돈 뿌린 게 많다네요.”

이 사장 별명이 한량이란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동네 당구장으로 출근, 거기서 포 커치고 놀다가 오후 늦게나 가게를 연다. 그런 다음 알바한테 맡기고 근처 식당들을 돌며 수금을 한 뒤, 술집으로 간다는 것이다.

동네 양아치들하고 조폭들 불러서 형님 대접받으며 유흥을 즐기다가 새벽에 집에 들어간단다.

“아니, 가정이 없나? 집에서 그걸 놔둬?”

“이혼했대요. 부인 명의로 아파트 하나 주고, 딸이 하나 있는데 가끔 용돈 타러 온다네요.”

“그럼 잠은 어디서 자는데?”

“그냥 원룸 하나 얻어서 지낸대요. 그게 홀가분하고 속 편하다나?”

왜 한량 소리 듣는 줄 알겠다.

보나마나 집도 개판이겠지.

“어쨌든 조폭들하고 친하게 지내서 건물주들도 월세 함부로 못 올린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나 되니 근처 사장들도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흐음.”

안 그래도 최성만이 이야기해 준 게 있었다.

소개 때문에 일을 거절하기 어려워서, 한 번 확인하러 왔다는 거였다.

아무래도 동네 조폭이 일 좀 해달라고 했던 모양이다.

“근데, 그 친구 뭐 하는 녀석인데 그렇게 잘 알고 있냐?”

“원래 부길마요?”

“어. 걔.”

갑자기 강정우가 피식 웃더니 한 마디 하더라.

“떡볶이 사장 딸하고 잠깐 사귀었다네요.”

“헐.”

“완전 개싸가지에 생긴 것도 못생겼는데, 어쩌다 그렇게 됐대요.”

그 친구가 떡볶이집 알바를 반년 정도 했단다. 근데 얼굴이 좀 반반하게 생겼는지 딸이 계속 들이댔다는 거다.

결국 사장 눈치도 있고 해서 잠깐 만나는 척했는데, 집안 이야기 듣고 군대로 도주(?)했단다.

상종할 사람들이 아니다 싶어서라나?

“말로는 다 해줄 것처럼 해놓고, 월급도 안 올려주고 그것도 제 날짜에 안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출근하면 주머니에 있는 대로 십만 원씩, 이십만 원씩 줬다고 하더라고요.”

“헐. 그건 좀 너무하다.”

그때 지금까지 잠자코 듣고 있던 강인우가 슬쩍 끼어들었다.

“아! 맞다. 그걸 깜빡했어요. 그게, 이 친구가 다 알려주는 조건으로 취직 좀 시켜달래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동네 살거든요.”

이건 또 무슨 소린가 했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몇 년 전 모 영화에서 배우 최민식이 이랬다.

-느그 서장 남천동 살재?

덕분에 지성분식 3호점이 있는 곳은, 전 국민이 다 아는 그런 동네가 됐다.

한마디로 우리 가게 근처에 산다는 소리였다.

“내년 초에 제대하는데, 우리 가게에서 알바하고 싶대요. 원래 꿈도 그쪽이라서 취사병 하고 있다네요.”

“오오~ 그래?”

안 그래도 몇 달 있다가 가게 하나를 더 내볼 계획이었다.

3호점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자금 여유도 충분했다.

무엇보다, 창업공신 두 녀석이 제대한다.

이강석과 백창호.

얼마 전 부대 전화로 연락이 왔는데 형님 아직도 장사 잘하십니까, 하고 묻더라.

사회 나와서 큰돈 벌기가 어렵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어쨌든, 대략적인 내용은 다 들었다.

이 정도라면 그 떡볶이집 사장이 훼방 놓는 걸 포기할 리가 없었다.

황금 알 낳는 거위 배를, 내가 째버린 상황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한다?”

***

이름 황도양.

나이 62세.

별명은 한량이고, 상가 모임 회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즉석 떡볶이, 김밥천국, 칼국수 파는 분식 식당과 배달도 하는 돈가스 전문점, 여기에 오뎅과 튀김, 닭꼬지를 파는 작은 가게에 마지막으로 편의점까지.

이게 황도양이 소유한 가게였다.

메뉴가 겹치는 듯하면서도 서로 다 달랐는데, 학원 쉬는 시간대에는 이 일대가 금세 북새통이 될 정도였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학생들 때문에 가게마다 꽉 차기 일쑤였던 것이다.

최성만을 통해 들어보니, 중간중간 호프집도 했고 삼겹살집도 운영했다더라.

“하지만 술집은 망할 수밖에 없지. 저런 식으로 장사하는 가게에 누가 간다고.”

사람들 심리가 그렇다.

한 끼 때울 때는 귀찮아서 멀리 안 나가지만, 술 마실 때는 달랐다. 조금 걷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찾게 되는 게 당연했던 것이다.

어쨌든 업종을 바꾸고 바꾸다가 결국 학생들 코 묻은 돈으로 방향을 바꾼 게 지금의 형태란다. 덕분에 최근 수년간 편안하게 장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동네 음식 맛이 개판이 된 게 그래서였다.

열심히 하든, 놀면서 하든 수익은 별 차이가 없었으니까.

“참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하네.”

한 달에 거의 이천만 원을 가져간다고 했다.

일주일에 서너 번 유흥주점을 가고, 장사도 했다 안 했다 마음대로였다. 근처 bar 마담을 꼬이려고 명품 백을 몇 개나 선물했다고도 했고 어떨 때는 이 동네 유지처럼 행사에 나서기도 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빈털터리라는 거였다.

버는 족족 탕진한 것도 있지만, 얼마 전 구의원 선거에 나갔다가 십억 가까이 날렸다는 거다.

뒷돈 받고 밀어주기로 한 의원이 안면몰수했단다.

덕분에 공탁금도 날리고 선거 비용도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지난 몇 달간 지성분식이 편안하게 장사할 수 있었던 게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참 파란만장하다. 그렇게 뻔뻔하게 살 수 있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야.”

실제로 황도양이 망하게 한 가게가 한두 곳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구의원 배지를 달겠다고 나서다니, 참 기가 막혔다.

“그건 그렇고.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잖아.”

며칠 인성식품을 들려 회의를 했고 돈 계산도 때려봤다.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 계획대로 하는 게 가능한지를 고민했던 것이다.

결론은 한 번 해보자! 였다.

사실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처음이었다.

주혁 형이 일러주길, 난 방어형이라고 했다. 거북이가 머리를 숨기듯, 바짝 낮은 자세로 버티고 버텨서 상대가 먼저 지쳐 떨어지게 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그렇게 버텨서 될 일도 아니었고, 이대로라면 질질 끌려갈 것 같았으니까.

“주문하신 냉라면 나왔습니다.”

“여기 하와이안 돈가스 둘, 냉라면 둘이요.”

아주 가게가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얼마 전 늦은 장마가 끝나고, 미친 폭염이 찾아왔다.

덕분에 냉라면을 찾는 손님들이 폭주하고 있었다. 판매 1위 하와이안 돈가스를 밀어내고 매출 1등을 찍어버린 것이다.

많이 나갈 때는 하루 500그릇을 가볍게 넘기는 수준.

결국 차인철이 브레이크 타임에 육수를 한 번 더 가져오는 일까지 종종 생겼다.

“와, 손님 겁나 많네.”

“그래도 음식 빨리 나오니까 좋다.”

최대한 대기 시간을 줄이려고 했지만, 손님들 식사 시간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바로 바로 내가는 게 전부.

게다가, 손님들 대기줄 때문에 임시 그늘막을 쳤는데 이틀도 안 돼서 민원이 들어왔다. 불법이라면서 철거하라고 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범인은 황도양 일당이겠지.

물론 김밥집에서도 여름 메뉴 밀면을 무려 3,000원에 내놨고, 칼국수집에서도 냉콩칼국수를 메인으로 걸었다.

또 돈가스 집에서도 냉소바를 팔기 시작했다.

그러면 뭘 하나? 맛이 없는데!

단골손님들 말로는 집에서 해 먹는 비빔면보다 못한 음식이라고 했다. 초등학생 아들놈이 더 맛있게 해 가지고 올 정도라는 것이다.

해서 강형우는 마음을 놓았다.

결국 음식 장사는 최종적으로 맛에서 판정이 나니까.

그때였다.

딸랑 소리가 들리고, 손님 줄을 무시하고 누군가가 가게로 들어왔다.

“저기 사장님.”

“아! 예.”

“지금 혹시 시간 되세요?”

“잠시만요?”

현재 시각 2시 35분.

지금 손님들이 나가면, 마지막 주문만 남아 있었다.

강형우는 카운터 주문 현황을 확인하고, 주방도 살핀 다음에야 방문자를 찾았다.

“예.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잠시 시간 좀 내주세요.”

강형우는 상가 관리 아가씨를 따라 지성분식을 나섰다.

도착한 곳은 바로 옆옆의 헤어숍이었다.

지성분식 단골손님이자, 설비가 직접 배달 가는 몇 안 되는 가게였다.

“어머! 사장님 오셨어요?”

말투는 여성스러웠지만, 헤어숍 사장님은 우락부락한 남정네였다. 강형우와 비슷한 근육질 과 였던 것이다.

덕분에 더욱 친근하게 대해주기도 했었다.

잠시 후, 안쪽 사무실로 안내받은 강형우에게 사장님이 먼저 물었다.

“진짜 하나 더 하시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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