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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리얼갑부-204화 (204/251)

# 204

204화 동업은 하지 마세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운을 띄운다.

자기가 아닌, 친구 일이란다.

그럼 열에 아홉은 본인의 이야기가 맞더라.

방금의 대화가 그랬다.

정인규는 친구 일이라고 말했지만, 아무래도 음식점을 해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갑자기 살짝 불안해졌다.

혹시 내 전세금으로 식당을 차리는 게 아닐까?

요즘 경기도 안 좋고, 이 일이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데…….

강형우는 잠시 만일에 만일까지 떠올려 봤다.

“가능하면 음식 장사는 말리고 싶습니다. 정말 장사 안 되면 피가 마르거든요. 거기에 워낙 손님 같지도 않은 손님들이 많아서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합니다.”

그릇 깨뜨려서 음식 못 먹게 되어도, 그 손해는 고스란히 주인 몫이었다. 변상받기는커녕 새로 내가야 했으니까.

그래도 그 정도는 양반이었다.

멀쩡한 음식 입에 안 맞다고 돈 못 내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았고,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는 경우도 며칠에 한 번씩이었다.

“라면 스프에 보면 건더기 있잖아요. 거기 검은 게 있는데 그거 보고 벌레 들어갔다고…….”

“예?”

“확인해 보면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자기 기분 나빠서 병원 가봐야겠다고 돈 내놓으라고 합니다.”

“진짜, 그런 손님들이 있습니까?”

“한둘이 아니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그렇게 말하니 정인규의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

강형우는 좀 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음식 장사의 장점은, 경력이나 이력과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충분한 자본만 있으면 진입하기는 쉽죠. 하지만 살아남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일단 돈만 있으면 시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장사를 쉽게 하려면 목 좋은 곳에 자리를 내면 된다.

맛이 부족하면 뛰어난 요리사를 고용하면 되고, 손님들에게 알리고 싶으면 돈 들여서 광고하면 된다.

“문제는 그렇게 하려면 어마어마하게 든다는 거죠. 아파트 한 채 값은 그냥 나가요.”

“그, 그러면요?”

“간단합니다. 없는 만큼 몸으로 때우세요.”

“예?”

정인규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강형우는 가볍게 웃었다.

“위치가 안 좋으면 전단지 들고 직접 발로 뛰어야 하고요. 홍보나 이벤트도 꾸준히 해야 합니다.”

2호점 할 때 했던 방식이었다.

다소 지출이 있기는 했었지만, 손님들만 붙잡을 수 있으면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다.

그걸 알기에 시도한 것이고.

“능력 있는 요리사들은 월급도 많이 줘야 합니다. 못해도 월 삼백에 부가로 나가는 금액도 적지 않거든요. 그게 어려우면 직접 배우셔야죠. 학원도 다니고, 자격증도 따면 됩니다.”

“그러면 가능할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한 반년 정도 배우면 이제 기초 배웠다 생각하셔야죠. 그런 뒤에야 하고 싶은 음식을 본격적으로 배우러 다녀야 합니다.”

강형우는 잠시 머리를 긁적거렸다.

“보통은 분식집하면 김밥하고 라면을 떠올리는데, 저는 김밥 하나 제대로 만드는 데 석 달을 매달렸습니다. 맛보러 다닌 가게가 수십 곳이고, 그중 한 곳에서 운 좋게 몇 가지를 배울 수 있었죠.”

왕김밥 사장님이 힌트를 주지 않았다면 정말 많이 헤맸을 거다.

동시에, 방송이나 인터넷 블로그 같은 데 나오는 조리 방식을 전부 믿으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제대로 된 진짜는 거의 드물었던 것이다.

“아마 김밥 만든다고 날린 재료비만 몇백만 원 될 겁니다.”

“그렇게나 했습니까?”

“예. 그렇게 했음에도 아직 부족하다 싶은 게 있습니다. 어쨌든 어느 정도 음식에 자신감 생겨야 비로소 장사의 기본을 갖춘 겁니다.”

“허, 그렇군요.”

정인규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아직 멀었다.

“그때부터 필요한 건 공부입니다. 시장도 알아야 되고, 물건값도 알아봐야 하고… 간단히 말하면 손님이 먹은 뒤, 음식값을 지불하죠?”

“보통은 그렇죠.”

“그럼 그 시작과 끝까지를 전부 공부하고 계산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가령…….”

식자재를 받는 것도, 그걸 가지고 음식을 하는 것도, 거기에 필요한 설비들도 알아야 했다. 잘 모르면 몇십에서 몇백만 원 가까이 손해를 볼 수 있었으니까.

그런 뒤에야 겨우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손님이 먹고, 돈을 지불했다고 해도 끝이 아니었다.

집세, 인건비, 전기세, 각종 공과금을 빼고 여기에 세금까지 완전히 정리한 다음에 남는 게 진짜 수익이었다. 그전까지는 대략적으로 얼마를 벌었나 추측만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더 있습니다.”

“아직도요?”

“예. 시설에 대한 감가상각 같은 것도 필요하고, 월세와 인건비가 꾸준히 오르는 것도 감안해야 하죠. 그 외에도…….”

꾸준히 장사를 오래하려면 알아야 하는 것들이었다.

강형우가 최대한 요약해서 말했지만, 벌써 시간이 2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만큼 지난 4년간 겪어온 게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커피가 식은 지 한참이었다.

정인규는 목이 타는지 그거라도 홀짝 비워 버렸다.

“그럼, 혼자 안 하고… 그러니까 프랜차이즈 같은 건 어떻습니까? 회사에서 전부 다 해준다고 하던데…….”

“당연히 다 해줍니다. 프랜차이즈는 일종의 창업 매니지먼트니까요.”

“매니지… 먼트요?”

“예. 연예인 활동하는 거 지원해 주는 것처럼, 사장님들 장사하는 걸 도와주죠. 그걸로 먹고사는 게 그들의 일이니까요. 중요한 건, 연예인도 뜨는 사람이 있고 못 뜨는 사람도 있잖아요?”

경우가 다르긴 했지만 쉽게 이해하라고 연예인 말을 꺼낸 거였다.

“매니지먼트가 아무리 잘해줘도 본인 능력이 안 되면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재수 없게 본사 갑질이라도 당하면 사람 미치죠.”

가게 차리는 데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다. 최소 몇천에 많이 들면 몇억씩 들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악독한 프랜차이즈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망하든 말든 이미 뽑아먹을 건 다 뽑아먹은 뒤니까.

“아는 형님이 그러는데, 좋은 매니지먼트도 있지만 나쁜 놈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사장님들이 돈 벌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그쪽도 돈 벌기 위해 회사 차린 거거든요.”

“그, 그거야…….”

“예. 단지 대상이 다를 뿐이죠. 손님 돈을 받아서 사느냐, 점주 돈을 뽑아서 사느냐.”

너무 냉소적으로 말해서일까?

정인규는 기가 죽은 것처럼 푹 고개를 숙였다.

그때 부동산 삼촌이 말했다.

“쯔, 매사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건 없다. 아직 세상은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해요. 손님 숫자에 비하면 진상은 진짜 몇 명 안 되니까요.”

“그럼 됐지. 뭘 더 따져?”

“그런데 장사하다 보니 그게 안 돼요. 이게 돈이 오가면 사람들이 달라지더라고요.”

강형우가 씁쓸하게 웃는데, 차마 부동산 삼촌도 반박은 하지 않았다.

황당하게도 그때, 정인규의 폰이 울렸다.

“아, 잠시만요.”

밖으로 나가서 통화를 이어가는데 순간 섬뜩했다. 들리지 말아야 할 게 들렸던 것이다.

-더 생각해 본다니까. 퇴직이 쉬운 것도 아니고…….

-돈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닌데, 좀 알아보고 해야지.

-너 협박하냐? 됐어! 됐다고!

잠시 후, 정인규가 들어오는데 호흡이 거칠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당장 결정하지 않았다는 거다.

강형우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다 들으셨어요? 허허, 죄송합니다. 제가 원래 목소리 큰 사람이 아닌데…….”

정인규는 잠시 강형우가 준 명함을 매만졌다.

“사실, 친구가 자꾸 동업하자고 하더라고요. 그게 바로 뚝딱 되는 것도 아니라, 좀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부동산 삼촌은 그렇게 말한 다음 계약서를 내밀었다.

“일단 다 끝났습니다. 봉투에 넣었으니까 잘 보관하시고, 문제 생기면 연락 주시면 됩니다.”

“예. 감사합니다.”

일이 마무리됐음에도 정인규는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뭔가 아쉬운 듯 빈 커피 잔만 매만졌던 것이다.

강형우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혹시나 궁금한 게 있으시면 저희 가게 한 번 들러주십시오. 요즘은 3호점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이쪽으로 오시면 될 겁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경험에서 나온 건데요.”

“예?”

“동업은 절대 하지 마세요.”

잠시 부들거리던 부동산 삼촌은 결국 빵 하고 웃고 말았다.

제길, 진심이었는데.

***

“오빠, 이거 어디 놔요?”

“일단 서재로 갔다 놔. 정리는 나중에 할 테니까.”

강형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걸레를 비틀어 짰다.

어제 급하게 대청소를 했는데, 막상 짐을 옮기고 보니 구석구석 거슬리는 데가 보였다. 그래서 꼼꼼하게 하자고 다시 닦는 중이었다.

“휴우~ 해도 해도 끝이 없네.”

건물만 28평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체감이 거의 40평 정도였다. 분석이 형네 집보다 훨씬 넓게 느껴졌던 것이다.

실재로 짐을 놓고 보니, 서재로 쓰기로 한 중간 방만 옥탑 자취방 크기였다.

작은 방은 절반 정도였고, 안방은 그보다 더 훨씬 컸다.

여기에 작은 마당과 옥상까지 있었으니 넓어도 너무 넓었다.

“오빠, 가구점에서 전화 왔어요.”

“어? 벌써?”

강형우는 서둘러 폰을 받았다.

“예. 여기 주소가요. 망미 번영로 10X번길인데요. 예. 삼십 분 뒤요? 예. 알겠습니다.”

“왜요? 벌써 온대요?”

“어. 안방부터 정리하자.”

강형우는 서둘러 걸레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 놓기로 한 자리를 한 번 더 닦았다.

이 집에 들어오면서 유일하게 구입한 가구가 침대였다. 자취방에 있는 걸 들고 오기가 애매해서 이참에 새 걸로 사자고 했던 것이다.

해서 어제 가구점에서 골랐는데 오기로 한 시간보다 일찍이었다.

그렇게 안방을 닦고 정리하는데 또 전화가 왔다.

“예. 인터넷이요?”

이번에는 통신회사였다. 인터넷과 TV 결합 상품을 신청했는데 오늘 오후에 방문한다는 것이다.

강형우는 정신없이 움직였다.

청소하고, 옷을 정리하고, 그렇게 서재에 있는 짐들을 치우고 나니 겨우 컴퓨터 올릴 공간이 나오더라.

이 역시도 홍태구가 아침 일찍 조립해서 가져다준 거였다.

전에 샀던 게 이 년이 넘었다면서 이참에 새로 맞추라고 했던 것이다.

무려 39인치 모니터였다.

PC방용 제품이라는데, 화면이 시원시원해서 정말 좋았다.

여기에 최신 사양 게임도 된다는 컴퓨터까지 연결하니 정말 광활하더라.

물론 게임할 시간은 없겠지만.

“후아, 정신없다. 정신없어.”

거실에 TV를 설치하고, 안방에 침대를 넣고, 서재에 인터넷을 연결했다. 그리고 남은 짐을 정리하는데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헥헥, 지혜야, 잠시 쉬자.”

“오빠, 소파에 누워요.”

“그래.”

진짜 말이 더 나오지 않을 정도로 빡센 하루였다.

대체 뭐가 이렇게 정신없이 몰아치는지.

사실 임대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날, 정인규가 먼저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0604, 1122였다.

아들과 딸의 생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들어가게 되면 바로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했다. 아직 날짜가 남았고, 잔금도 이번 주까지만 주면 되니까 먼저 정리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둘렀는데, 일이 이렇게 한꺼번에 몰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래도 거의 다 했네?”

“하는 김에 다 하는 게 낫죠. 하루만 힘들면 되잖아요.”

강형우가 방바닥과 거실, 서재에 힘을 쓰는 동안 공지혜는 옷장과 주방 정리를 마쳤다. 여기에 다용도실과 냉장고 청소까지 끝냈으니 거의 마무리된 것 같았다.

“그런데 오빠.”

공지혜가 바짝 다가앉으니 느낌이 독특했다. 땀 냄새 한두 번 맡아본 게 아닌데, 뭔가 새로웠던 것이다.

그래서 살짝 끌어안으니 부끄러워하더라.

초인종이 울린 건 그때였다.

아오~ 인정둥이가 분위기를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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