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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리얼갑부-201화 (201/251)

# 201

201화 그만두겠습니다

후우,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사실 3호점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일단 여기가 막힌 상권이었다. 아마 2호점 시작할 때 이상으로, 몇 배나 시장조사를 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오가는 것부터, 가게에 몰리는 시간까지. 그리고 주요 손님들의 나이와 성격 시간까지 파악하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계산 많이 했었다.

그럼에도 헛갈린 건 기존의 가게들 때문이었다.

진짜 이게 장사하는 게 맞는 건지 싶을 정도로 엉망이고 개판이었다. 그럼 당연히 망하겠거니 했는데, 진짜 맛없는 떡볶이집도 4년 가까이 장사를 했다고 하더라.

진짜 어이가 없었다.

어릴 때 학교 앞 떡볶이를 먹는 수준이라면 모를까, 대놓고 캡사이신과 설탕을 마구 뿌려서 파는데 그걸 누가 먹겠는가?

그럼에도 장사가 잘된단다. 먹고살 만하니 배짱 장사도 이만 저만이 아닌 것이다.

때문에 판단하기까지 많은 혼란을 겪었다.

과연 저렇게 장사해도 되려나? 아니, 진짜 저렇게 하는데도 돈을 벌어간단 말인가?

하다못해 먹는 사람한테 미안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너무도 강하게 들었다.

그렇게 따졌을 때, 지성분식, 아니, 내가 너무 까탈스러운 기준을 가지고 장사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손님들이 나에게 돈을 지불하는 이상 거기에 맞게 열과 성의를 다해야 한다.

그 깨달음은 주혁 형 때문이었다.

그때 손님을 거지로 보냐고 크게 호통을 쳤다. 장사하면서 마음가짐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았는데 그걸 고쳐먹은 것이다.

아마 3호점의 행운은 그것 때문일 거다.

동대표 사모님이 많은 배려를 해준 것도, 너무도 순탄하게 오픈한 것도 말이다.

어쨌든 그런 기준으로 봤을 때, 다른 가게들은 너무한다 싶었다. 최소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내 식구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팔면 안 된다.

해서 강형우는 완벽한 오픈을 위해 많은 시간을 미뤄가면서 여러 준비를 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인성식품이나 다른 문제를 해결한 것도 있었지만, 알게 모르게 많은 투자를 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터질 줄은 몰랐다. 정식 오픈도 아니요, 어떤 홍보도 이벤트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실제로 지혜가 맘카페에 글 올린 게 전부였을 뿐.

“가만? 김밥 재료를 몇 줄이나 준비했더라?

저녁까지 팔 걸 감안해서, 대충 이백 줄 이상 잡았던 걸로 기억했다. 돈가스 역시도 대략 이백 인분 정도였고.

이것만 계산한다 치자.

김밥의 경우 이천오백 원만 잡아도 오십만 원, 돈가스만 백삼십만 원이다.

그 외 기타 라면과 덮밥 종류를 치면 점심 매출만 이백오십이었다. 고작 점심 두 시간에 그만큼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말도 안 돼지.”

진짜 말이 안 된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보통 저녁 장사를 두 배로 잡는다고 했을 때, 하루 매출만 칠백만원이 넘는다는 이야기였다.

이걸 한 달 25일 계산하고, 기타 잡다한 거랑 미리 마신 김칫국을 뺀 뒤 나름 냉정하게 계산하면…….

“월 매출, 일억 오천!”

다시 한 번 계산해도 그 이상은 충분히 나올 것 같았다.

여기에 식자재비가 35%선이니 오천, 아니, 통 크게 육천을 잡고, 인건비 넉넉하게 팍팍 뿌린다고 했을 때 삼천이었다.

물론 본인 월급 제외였다.

여기에 기타 월세나 잡비 공과금도 넉넉하게 계산한다 치자.

“최소 월에 오천은 남네.”

이런 상황이면 월급 더 주는 건 일도 아니었다. 알바들 넉넉히 뽑아도 충분히 감당할 만했던 것이다.

“헐, 미쳤구나.”

계산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이모네 식당에서 한 달에 천만 원 넘게 남는다. 물론 손님들이 꾸준히 늘고 있었으니, 길게 봤을 때는 이천, 삼천도 가능했다.

2호점은 여전히 삼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일 년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니, 매출이 거의 떨어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었다.

특히 여름, 냉라면을 팔 때는 수익이 거의 20% 가까이나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인성식품을 더하면?

“한 달에… 못해도 일억이 벌리는구나.”

믿기지 않는 액수에 허허, 웃음이 나왔다.

청년 강형우, 나이 서른에 월급 일억!

순간 지난 7년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막 제대해서 막막했을 때, 무작정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 들어갔다.

거기서 분석이 형을 만난 게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음식 장사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었고, 삼 년간 내 밥상에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

그러면서 철저히 준비했다.

힘들게 지성분식 간판을 달았을 때, 남몰래 울기도 했었다.

그렇게 했음에도, 망하기 직전까지 갔다. 조성기 때문에 정말 목을 매야 하나 고민까지도 했던 것이다.

역시 장사는 쉬운 게 아니었다.

동시에 더욱 악착같이 살아남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다.

천경 어르신의 많은 조언, 그리고 지금까지 버틸 수 있게 한 장백호의 기억들.

창주 형한테 어묵 국물 내는 걸 배웠고, 튀김을 새로 만들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또, 덕수 형한테 밥버거를 가르치면서 요리에 대한 기준을 다시 점검할 수 있었고, 현우 형을 돕기로 하면서 치킨에 대해 많은 배움까지 얻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나는 건 주혁이 형이었다.

매번 바쁘다면서도 맛을 봐주러 왔고, 욕설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너무 직설적이고 위협적이기까지도 한 충고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다.

“휴우~”

주혁 형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한숨이 앞섰다.

이제는 좀 일어나 주면 좋으련만, 아직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진짜 나한테만은 아낌없이 다 주었는데.

어쨌든 지난 4년은 지금껏 살아왔던 26년보다 다양하고 급격한 변화를 겪었었다.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고 일도 쉽게 풀리지 않았으며 쉬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랬지만 그 힘든 과정을 다 이겨냈다.

“아니지, 아니야.”

강형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떡 줄 사람도 없는데 너무 일찍부터 김칫국물을 마시지 말자.

오늘만 반짝하고 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달그락달그락.

냉커피의 마지막 남은 얼음 하나가 소리를 내었다.

몇 개를 씹어 먹긴 했지만, 남은 얼음이 다 녹았다는 증거였다.

“휴우, 일단 저녁 장사부터 준비해야 겠지?”

강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로 들어갔다.

재료 부족에 의한 강제 휴식.

게다가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기까지는 거의 세 시간이 남아 있었다.

강형우는 폰을 들었다.

상대는 당연히 김민석이었다.

***

“배달 왔습니다.”

차인철이 환하게 웃으며 박스를 가져왔다.

그걸 입구에 놓는데, 짐이 많았는지 한겨울에도 땀을 뻘뻘 흘릴 정도였다.

강형우와 홍성구가 그걸 받아서 나르는데, 다들 눈치를 보더라.

확실히 이런 상황이 처음이니 경험이 없겠지.

“무거우니까, 조심스럽게 날라.”

다행히 한 시간을 넘게 쉬어서인지 다들 어느 정도 회복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너무 미안해서 약속까지 했었다.

내일 일 끝나면, 소고기 회식!

역시 한우는 만병통치 회복약이었다. 박카스 한 박스를 들이부은 것처럼 팔딱팔딱 일어난 것이다.

고생에는 보상을.

이게 강형우의 모토였다.

그렇게 박스를 옮기고 냉장고에 넣을 건 넣으면서, 재료 준비를 마무리하는 데 김진설이 슬며시 다가왔다.

“사장님.”

“어?”

“저, 죄송한데요. 힘들어서 더는 못 할 것 같습니다.”

역시나 짐작하고 있던 말이 나왔다. 공지헤가 말하길 홀 서빙 하면서 그릇만 다섯 개를 깨먹었고, 덕분에 돈가스도 그만큼 더 나가야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이 위축됐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이 바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고 해서, 그걸 따지지는 않았다.

“많이 힘들었어?”

김진설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살짝 숙였다.

강형우는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고자 환하게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뭐가 힘들었냐고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내가 방법을 찾을 수 있잖아.”

“아! 저기 그게…….”

막 말로 하려니 대답이 생각 안 나는 모양이었다.

물론 바쁘게 일한 건 알고 있었다.

오늘 처음 와서 한 시간 동안 설명 듣고 움직인 게 전부였고, 실수도 많이 했었다.

맞다.

알기는 다 안다.

하지만 지금은 가오픈 기간, 말 그대로 손발을 맞추기 위해 장사하는 거였다. 그랬기에 최대한 의견을 들어봐야 했던 것이다.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데 그거였다.

“그게요. 사실 이렇게 바쁠 줄은 몰랐거든요. 제가 생각한 거랑 너무 차이가 많아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는 걸 보니, 딱 느낌이 왔다.

아무래도 분식집 알바라 가볍게 생각하고 나온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일이 너무 고되니 더는 하기 싫었겠지.

이미 마음 떠난 게 보였지만, 강형우는 한 번 더 물어보기로 했다.

“일, 힘들지?”

“예. 솔직히,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미안해. 나도 몰랐어.”

강형우의 진심에 김진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뭐, 이런 사장이 다 있느냔 그런 얼굴이었다.

“그래서 그만하고 싶다는 거야?”

“예.”

“아쉽네. 내 입장에서는 저녁까지 해줬으면 좋겠는데. 일단 알았어. 고생했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들어가 봐. 저녁은 어떻게든 할 테니까.”

“예. 사장님. 근데요.”

“어.”

“저 일한 건 언제 받을 수 있어요?”

이건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물론 일을 했으니 그에 대한 걸 물어보는 건,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을 할 타이밍은 아닌 것 같은데.

“흐음, 일단 10시부터 나왔으니까 거의 네 시간이네. 고생한 것도 있으니까… 잠시만.”

강형우는 지갑에서 사만 원을 뺐다. 그리고 김진설의 손에 쥐어주면서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오늘 고마웠어. 진심이야. 원래 음식점이란 게 사람 손 하나 있는 거 없는 거 차이가 크거든. 네 덕분에 조금은 편해졌다.”

김진설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사만 원과 강형우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저기… 사장님.”

“왜?”

“이거 맞아요?”

순간 돈이 적어서 그런가 싶었다.

강형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되물었다.

“맞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법정 최저 시급이 5,210원이잖아. 네 시간 계산하면 이만 원이 조금 넘는데, 난 그렇게 빡빡하게 계산하지 않거든.”

“그래… 요?”

“어. 기섭이가 이야기 안 하든? 아! 아니다. 미안하다. 내가 미처 못 챙겼다.”

“예?”

“원래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는데, 하도 정신이 없어서 그 이야기를 빼먹었네.”

강형우는 한숨을 내쉰 뒤, 머리를 긁적거렸다.

“원래 알바 수습이라도 근로계약서는 작성해야 하거든. 그러면서 설명을 해줬어야 하는데…….”

아침 10시 출근, 밤 10시 퇴근.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 두 시간 포함하면 거의 12시간을 일하는 셈이었다.

“일단 수습 기간은 일당 6만 원으로 계산하고, 주휴수당 포함하면, 첫 월급은 160만원 정도? 한 달 이후부터 석 달 동안은 대략 7만 원 잡거든.”

“정말요?”

순간 김진설의 눈빛이 격하게 흔들렸다.

강형우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왜, 적게 주는 것 같아?”

“아니, 그건 아니고요.”

“아! 그리고 일단 우리 밥부터 먹자. 배고프지?”

“아… 그게요.”

“아냐, 오늘 고생했으니까 밥은 먹고 가야지. 안 그래?”

일 끝나고 바로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재료가 없었다. 라면만 먹고 저녁까지 일할 수는 없다 싶어서 잠시 쉬자고만 했던 것이다.

다행히 다들 입에서 단내가 풍기고 있어서 오케이했다. 게다가 금설비는 밥 먹을 기운조차 없다고 투덜거리기까지 했었다.

“자, 정리 마무리됐으니까. 가서 앉아 있어.”

강형우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김진설은 슬그머니 한쪽 테이블로 돌아갔다.

피식 웃은 강형우는 홍성구를 불렀다.

“성구야, 오늘 점심은 김치찌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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