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목식당 리얼갑부-194화 (194/251)

# 194

194화 그래서요, 오빠

동네 오빠, 교회 오빠, 학원 오빠.

중학 동창, 초딩 동창, 유치원 동기라고 했다.

그 외에 학교 후배라는 애들도 있었는데, 일단 금설비 이하 나이는 미성년자에 학생들이라 모조리 돌려보냈다.

어쨌든 저 많은 남자 새끼들이, 전부 SNS 친구란다.

동시에 금설비의 열렬한 팬이라고도 했다.

“대체 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확실히 애가 이쁘긴 이뻤지만, 매력을 잘 모르겠다.

굳이 손꼽는다면 솔직하다는 거 정도?

그런데 SNS에선 동네 스타라고 했다. 팔로워인지 뭔지가 거의 수천 명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강형우도 그게 뭔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고, 일종의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인터넷으로 연결시켜 주는 서비스였다.

때문에, 소문이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퍼진다고 들었다.

실제로 폭립이나 냉라면이 대히트를 친 게 그래서였다. 오는 손님마다 사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데, 그게 순식간에 수백, 수천 명한테 퍼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동네에서 카더라 라는 소문 역시 그 네트워크를 타고 순식간에 퍼지는 시대가 되었다.

어쨌든, 금설비에 대한 의문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SNS에서나 인기 있는 거지, 실제로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으니까.

아! 생각해 보니 아니였다. 그 인기 때문에 알바 지원자들이 무지하게 몰렸던 것이다.

전부 남자 새끼들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아니, 진짜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미성년자 제외하고, 열 명이나 면접을 봤다.

그래도 전부가 이상한 건 아니었다.

일단 세 명은 평균 이하였다. 갓 스물, 혹은 스물하나에 알바 경력 하나 없었다. 외모는 뭐, 못 봐줄 수준만 아니면 되니까 평가하긴 그렇지만 일단 상식에서 많이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잠옷 차림에 코트 하나 걸치고 면접 온 학생도 있었고, 질문을 하면 대답 대신 눈만 야리는 놈도 있었다.

시종일관 껌을 씹으면서 반말 비스무리하게 대답하는 새끼한테는 욕도 나올 뻔했다.

하지만 더 독특한 녀석들도 있었다.

“제가 팬클럽 회장입니다.”

“예?”

“설비 사랑 카페지기도 하고 있고요. 현재 회원수는 천오백 정도 됩니다.”

처음에는 외계인이 와서 말하는 줄 알았다.

여고 축제에서 처음 보고 반해서 허락 맡고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그걸 인터넷에 올려서 유명인으로 만든 게 자신이라는 것이다.

뭐, 거기까지는 그냥 그런가 했다.

연예인 지망생이 한둘도 아니고, 얼짱 카페 같은 것도 아직 존재했으니까.

“설거지 같은 건 제가 다 하겠습니다. 청소나 잡일도 맡겨만 주십시오.”

“예?”

“대신 설비는 서빙만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건 유니폼인데요.”

팬클럽 회장이 꺼낸 건, 메이드복이었다. 그것도 가슴 쪽이 강조되게 푹 파인 그런 옷이었던 것이다.

중요한 건, 이 새끼가 그 옷을 보면서 입을 헤벌쭉 하고 있었다는 거다.

강형우는 진심으로 겁이 났다.

“그러니까, 설비랑 같이 일하는 시간만 맞춰달라 이거죠?”

“예.”

왼쪽 머리를 삭발한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도 꿈이 뮤지션이라고 했다.

올해 슈스케 6에 나갈거라면서 옆에 기대어 놓은 기타 케이스를 두드리는데… 아무리 봐도 글쎄였다. 입술 주위에 저렇게 뭔가를 주렁주렁 박아놓고 제대로 노래나 부를 수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제가 나중에 인기 가수가 되면, 사장님한테도 도움이 될 겁니다. 분명히 방송사에서 취재 나올 거구요.”

그런 이루지도 못할 희망사항은 제발 좀 접어뒀으면 좋겠다.

“제가 설비랑 잘돼서 같이 뜨면…….”

한참을 이야기하는데, 나오는 건 한숨이요, 가출하는 건 영혼이었다.

어쨌든 탈락이었다.

응시 자격에 분명 용모 단정이라고 써놨고, 면접을 오라는 것도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강형우도 본인의 개성과 취향은 존중했다.

하지만 사장 입장에서는, 손님들의 불편함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알바 지원 동기가 불순한 것도 컸다.

무조건 설비랑 마치는 시간을 같게 해달란다.

그렇게 해주면 뭔 짓을 하려고?

어쨌든, 설 지나서 연락준다고 하고 뮤지션 지망생을 내보냈다.

“그러니까, 수요일하고 토요일은 못 나온다고요?”

“예.”

“아니, 왜요?”

“교회 가야 됩니다. 예배가 있어서 빠지면 안 됩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뭐 종교의 자유야 개인의 신념이니 뭐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주 6일 근무자를 원한다고 했는데, 무조건 빼달라니…….

대체 이걸 어떻게 평가해야 될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물론 다른 대체 인력들이 충분하다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 싶었다.

문제는 이거였다.

“예배 있는 날은 설비도 같이 빼주십시오.”

“예?”

“제가 전도해서 같이 교회 갈 겁니다. 그렇게만 해주시면 출근하겠습니다.”

강형우가 멍하게 있는데, 이 미친놈이 미래 계획을 펼치더라.

같이 알바하고, 같이 교회 다니면서 세상으로부터 지켜주고 싶단다. 자기가 신학대학 나와서 목사가 되면 그때 청혼할 거라는 것이다.

정신 멀쩡한 여자들이 들었다면, 기겁할 소리였다.

무슨 여자가 자기 장식물인 줄 아나?

사실 압축시켜서 표현하긴 했지만, 실제 이야기는 저거보다 더했다.

군대 가기 전에 약혼할 거고, 갔다 와서 몇 년 있으면 졸업할 거다. 그 이후 목사 생활 하면서 교회 물려받으면, 그걸 설비한테 바치겠단다.

후하~

장장 10여 분을 듣는데 없던 암도 생겨날 것 같았다.

특히나 황당한 건, 가장 마지막이었다.

“제가 사장님을 위해 축복 기도를 드려 드리겠습니다. 하늘에 계신…….”

정말 별의별 또라이도 다 만나봤다 싶었는데, 얘는 진짜 역대급이었다. 자기 신을 병신으로 만드는 출중한 재주가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전부 이상한 애들은 아니었다.

개중에 평범한 애들도 있었고, 알바 경력자도 두어 명이나 됐으니까.

강형우는 이런 상황이 정말 힘들었다.

오픈 초창기에는 손발이 잘 맞아야 한다. 사고라도 치면 그 이미지가 오래가고, 장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니까.

해서 면접을 보는데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게 이거였다.

일단 말이 통할 것!

지성분식은 부족한 상식과 예의를 배우는 곳이 아니었다. 최소한의 기본은 탑재하고 출근해야 일을 시켜먹을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말만 잘 알아들으면 일하는 걸 가르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대화 자체가 안 통하는 애들이 왔으니 무척 답답했다.

어쨌든 그 면접 과정을 통과한 사람은 일단 세 명이었다.

아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안 뽑을 수가 없겠더라.

여기에 추가로 한 명을 더 골랐는데, 일단 두고 볼 예정이었다.

강형우는 그렇게 2014년 설을 맞았다.

***

“그래서요? 오빠?”

“아니. 그냥 그랬다는 거지.”

강형우가 한숨을 쉬는데, 공지혜가 등을 토닥토닥해 줬다.

그 작은 행동이 위로가 되었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고 답답함도 가시는 것 같았다.

“확실히 사람 구하는 게 일이네요.”

“그러게.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은 몰랐는데…….”

아무래도 어려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아무리 이십 대 초반이라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하지만, 너무도 답답했던 것이다.

“그런데, 진짜 그 오빠들 쓰게요?”

“별수 있나? 사람이 없는데… 진짜 이럴 때는 홍태구 같은 놈 하나만 들어오면 딱인데.”

동네 제일의 일꾼이 홍태구였다. 일명 홍 반장으로 불리면서 온갖 공사와 잡일을 맡아서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투잡? 쓰리잡?

홍태구는 그 정도가 아니었다.

본업은 카페 겸 호프집, 잡일 담당이었다.

부업으로 간판, 인테리어, 인쇄 관련 일을 했고, 디자인 알바도 하고 있었다.

여기에 PC방 네트워크 공사 같은 기타 잡다한 일거리도 빠지지 않고 받아왔다. 올해 애 아빠 되려면 정말 미친 듯이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틈틈이 소설도 쓰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꼭 내보고 싶다나?

때문에 일하는 것에서만큼은 다들 홍태구를 인정하고 있었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다방면으로 재주가 있고.

단점은 아직 한 곳에 정착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이 일하던 형들한테 착취당한 뒤 뒤통수를 맞았다. 몇 년을 준비해서 회사를 차렸는데 알짜만 빼먹고 도망갔던 것이다.

홍태구의 거래처들이 그렇게 날아가 버렸다.

또, 어떤 회사에 취직했다고 들었는데 큰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자마자 쫓겨났다. 당연하게도 윗사람이 자신의 실적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어떤 회사는 홍태구가 디자인 작업한 걸 빼앗아가기도 했었다.

지금까지 프리랜서로 남아 있는 게 그래서였다.

그쪽 업계가 워낙 믿을 놈 하나 없단다.

“우리 회사에 취직시킬 수는 없죠?”

“전에 술 마시고 이야기했다가 까였어. 아직은 자기 전공 살리고 싶다더라.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월급 주는 건 문제가 없었다.

인성식품은 애초에 적자를 볼 수 없는 형태였다. 수익은 적지만, 인건비 이상은 꼬박꼬박 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통닭에 납품하는 치킨만 해도 수익이 장난이 아니었다.

2,000원이 조금 못 되는 가격에 생닭을 받아와서 손질하고 염지한 뒤, 숙성까지 거친다. 그걸 납품하는데, 단가는 5500원이었다.

마리당 수익은 고작 800원 수준.

하지만 하루 삼백 마리 가까이 나가고 주말에는 물량이 더 많았다. 한 달 평균 계산하면 여기서만 600만 원 정도가 벌리는 셈이었다.

그 외 기타 이것저것 하는 거 계산하면 한 달 수익은 사천만 원 수준이었다. 직원 여섯 명 월급 주고, 월세를 내고 기타 공과금 내도 거의 천만 원 정도가 남는 것이다.

이중 절반이 강형우 몫이었다.

대신 형들은 수익이 주는 대신 평화를 얻었다. 매일 가게 출근해서 힘들게 하는 작업들이 사라진 만큼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쨌든 홍태구가 원한다면 데려오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뭐, 평양감사도 자기 싫다면 그만이니.

“그건 그렇고, 진짜 괜찮은 거야?”

“그럼요.”

“그래도 과일이라도 사 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집 슈퍼 한다니까요. 그리고 엄마가 아무것도 사오지 말라고 했어요.”

공지혜가 이렇게까지 말을 했음에도 솔직히 불안했다.

아니, 세상 모든 남자들에게 가장 당혹스러운 일이 코앞에 있었다.

오늘 강형우는, 지혜 부모님을 만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

-따님을 저에게 주십시오.

***

경남 양산시 덕계.

여기에서 외각으로 십여 분을 빠지면 작은 공장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

그 마을 입구에 평화 슈퍼가 있었다.

강형우는 그 외관을 보고 조금 놀랐다.

도시의 그런 슈퍼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나 봤던 그런 가게가 있었던 것이다.

오래된 스텐 샷시로 된 미닫이 문.

손님들이 쉬다 갈 수 있게 편의점 테이블과 몇 개의 의자가 보였고, 안주도 파는지 종이로 써붙인 메뉴들이 보였다.

노가리 구이에 막걸리 한 병이 오천 원이란다.

강형우가 들여다보니 쥐포도 보였고, 어릴 때 문방구에서나 보던 불량 식품 같은 것도 있었다.

황당한 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였다.

반찬가게도 겸하고 있었는지 바깥 유유 냉장고에 여러 가지가 글자가 보였다. 일미무침, 멸치조림, 견과류볶음, 장조림에 동그랑땡 등등이 보였고, 수육이나 백숙도 주문받는다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강형우가 잠시 주저하는데, 공지혜가 말했다.

“오빠.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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