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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리얼갑부-191화 (191/251)

# 191

191화 진짜 너무해요

여긴 진짜 희한하게도 상가인데 그 흔한 입간판 하나 보이질 않았다.

혹시나 싶어 주인 아주머니한테 물어보니 몇 년 전부터 집중단속이 들어왔단다.

결국 단지 상가들은 밖에 내어놓는 입간판을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

벌금이 최대 130만 원까지 나온다나 뭐라나?

그럼에도 의문점은 남아 있었다.

맞은편 동네 식당들은 가게 앞에 줄줄이 입간판을 세워놨었으니까.

해서 얼마 전에 홍태구한테 자문을 구했었다.

“그게, 여기는 도로고 저긴 사유지라서 그래.”

“그게 무슨 차이냐?”

“단지 상가 앞에 노란 줄 보이지?”

“어.”

“저 도로 표시선 안쪽은 보도블록으로 보행자 통로로 구분되어 있잖아. 법으로 거기는 입간판 설치하면 안 되게 되어 있거든.”

이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맞은편도 비슷해서 무슨 차이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저쪽은 그게 아니지. 도로 표시선 안쪽에도 주차 가능하게 되어 있잖아. 보도블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 경계를 보면 저긴 사유지야.”

“사유지?”

“그러니까 도로는 국가 땅, 보도블록도 나라에서 돈 들여서 까는 거고. 근데 저기는 그냥 시멘 바닥이잖아.”

설명을 하고 들으니 확실히 그랬다. 주차 공간과 보행자 통로의 경계가 없었고, 바닥이 가게까지 바로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저긴 지들 땅이라서 가게 주인들이 알아서 하는 거야. 그러니까 입간판을 내놓든 똥을 싸든 지들 마음대로지. 사유지라 단속 근거가 없거든.”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법이 그렇다니 그런가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원래 개발 안 된 옛날 동네가 다 그래. 아마 지적도 확인하면 저긴 건물주 땅으로 나올 거다. 반대로 여기는 국가 땅으로 나올 거고. 그래서 입간판 불가.”

그때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럼, 저쪽 사장들이 민원 넣었을 수도 있다는 거네?”

“100%지. 이런 경우가 한두 번도 아니고.”

홍태구가 말하길, 이런 건 흔하디흔한 일이란다.

어쨌든 심증이긴 하지만, 맞은편 상가들이 줄줄이 신고를 한 것 같았다.

실제로 비슷하게 영업하는 식당끼리는 보이지 않는 싸움이 정말 많았다.

서로 민원 넣고 고발해서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었고, 위생 관련으로 신고하는 일도 여러 번이었으니까.

주혁 형한테 들었던 이야기 중에도 황당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일부러 경쟁 가게만 빼놓고 주변을 빙 둘러서 방역을 한단다.

결국 인근의 벌레들은 경쟁 가게에 출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에 맞춰서 위생 신고를 한다는 것이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는가 싶었는데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참 많더라.

게다가 어떤 사람은 옆 건물 식당에서 창문을 활짝 열었을 때, 창문 끝이 자기 땅 침범한다고 소송을 걸었단다.

그러면서 창문을 막든가, 튀어나온 몇 센치티미터를 잘라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입간판 신고 정도는 애교 수준에 가까웠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지성분식의 나무 간판에는 조명이 없었다. 일반적인 간판들은 내부에 전등을 달아 빛을 밝혔지만, 나무 간판에는 그러기가 쉽질 않았던 것이다.

결국 외부 조명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데, 뭔가 어울리지가 않아 보였다.

고유의 질감이라든가 하는 게 죽어버리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강형우는 오랜 고민 끝에 추가 간판을 생각했었는데, 입간판이 안 되니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구청에 연락해 어디까지가 허가되는지를 알아봤다.

기준은, 가게 들어가는 입구 계단까지였다. 그보다 튀어나오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것이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LED 간판이었다.

가로 40센티미터, 세로 1미터 20센티미터, 그리고 두께는 5센티미터였다. 사람들이 걸으면서 볼 수 있는 딱 그 위치의 기둥에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색상은, 간판과 어울리는 레몬색 바탕에 검은 글씨였다.

그리고 문구는 이러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그 문구에서 따와 가게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 정성 그대로, 손님들을 맞겠습니다.

건강하고 안심할 수 있는 음식.

집밥 같은 편안함이 있는 가게.

지성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문구였지만, 글자체를 줄이고 하니 어찌어찌 다 들어가긴 했다. 게다가 홍태구가 무척 신경 쓴 덕에 오밀조밀하면서도 이쁘고 깔끔하게 나왔던 것이다.

“확실히 잘 나왔네.”

홍태구가 자화자찬하듯 말하자, 강형우는 피식 웃었다.

“야, 이게 돈이 칠십만 원짜리인데… 잘 나와야지.”

“근데 너무 과소비 아니냐?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 안날 것 같은데, 굳이 비싼 LED로 할 필요는 없잖아?”

강형우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너 밤에 여기 와본 적 없지?”

“그야… 올 일이 있나? 아는 사람 사는 것도 아니고, 차가 지나가는 것도 아닌데.”

이게 막힌 상권의 문제였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절대 외부에서 사람들이 올 이유가 없는 동네였다.

때문에 많은 상가들은 타성에 젖어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번화가만 가봐라.

진짜 이름 알려진 유명한 집 아니면, 대부분 2~4년 주기로 간판을 교체한다. 내부 전등은 놔두더라도 꼭 천갈이는 했던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간판에 붙이는 건, 외부용 시트지 혹은 실사출력이었다.

실사출력의 경우, 2년이 지나면 표면의 잉크가 흐려지기 시작해 좀 더 지나면 빛이 바래진다. 멀리서 봤을 때, 가게 이름 글자가 안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시트지는 오히려 다른 경우였다.

실사보다 수명이 오래가긴 하지만 장시간 외부에 노출되면 붙인 부분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비바람 같은 것에 시달리면서 접착 성분이 약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말 보기가 싫어진다.

한마디로 망해가는 가게 같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게 있어서 신규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때문에 번화가 상가들은 간판에 무척 신경을 많이 썼다.

간판이 곧 가게의 얼굴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동네는 아니었다.

전에 시장조사 하면서 확인한 결과는 이랬다.

신규 점포 대여섯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간판들은 시인성이 좋지 못했다. 자세히 안 보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낡고 오래되었던 것이다.

사오 년을 그대로 쓰는 건 예사였다.

어떤 간판은 식당 글자가 떨어져 나갔고, 어떤 실사 간판은 초록색 산천초목이 단풍색으로 보일 정도였다.

가장 심한 곳은 전에 말라붙었던 김밥을 팔던 집이었다.

김밥천국 특유의 주황색이, 노란 오줌색으로 보이더라.

대체 몇 년을 그대로 쓴 건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던 것이다.

사실 천갈이 비용은 비싸다고 할 수 없었다.

직접 하면 20만 원 이하로도 할 수 있었고, 진짜 큰 간판이 아닌 경우는 100만 원이 넘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시트 1미터 가격은 돈 만 원 이하, 실사출력은 3만 원 수준이었다. 그러니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 정도만 지불하면 천갈이는 금방인 것이다.

대충 수명을 2년 잡으면 한 달 2~3만 원만 투자하면 된다.

하지만, 광고 안 해도 손님들이 오니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강형우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작은 돌출 간판이 확실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

“크흐, 취한다. 취해.”

술이 달면서 썼다.

그동안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기에, 이 한 잔은 일종의 위로주나 마찬가지였다.

그건 강형우뿐만이 아니었다.

이제 백창호와 이강석으로 보내야 했다. 바로 다음 주가 설연휴기 때문에 휴가 마무리였던 것이다.

그건 인정둥이도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강형우의 짐작이 맞았다.

이 네 녀석들은 휴가를 맞춰서 잡았다. 그리고 괘씸하게도 나한테 용돈을 뜯어내서 여행도 같이 가기로 했었단다.

휴가 첫날부터 지성분식에 들른 게 그래서였다.

물론 그 계획은 이영제 때문에 물거품이 됐지만, 일단 절반은 성공이었다. 진짜 남은 며칠 신나게 놀기 부족하지 않도록 든든하게 용돈을 줬으니까.

그러고도 미안함이 있어서 주말을 겸해 모두를 불렀다.

복귀 전에 든든하게 먹고 마시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놈들은, 그런 형의 깊은 마음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야. 너 진짜 너무하다.”

어째 술도 약한 주제에 넙죽넙죽 마시더니, 백창호가 갑자기 야자타임을 시전했다.

동시에 기회를 잡았다는 듯 이강석도 따지고 들었다.

“그래. 너, 진짜 나쁜 놈이다. 휴가 나온 군바리 등골을 빼먹어도 분수가 있지.”

“맞아. 휴가 절반을 일시키는 게 어디 있냐고.”

두 녀석이 취한 척 깽판을 부리는데, 확 한 대 칠 것 같았다.

그때 강인우가 나섰다.

“내가 우리 형이라서 하는 말인데, 악덕 업주지. 노예상인보다 더해. 더하다고!”

그렇게 세 녀석이 따지고 드는데, 솔직히 미안한 감정도 있었다.

휴가 첫날부터 일을 시켰고, 한우를 사줬다.

은주 형수와 신원이 형이 며칠 휴식을 하는 동안, 주방을 맡겼고 그 대신 일당에 용돈을 추가해 60만 원이나 줬다. 게다가 주말 내내 끌려다니면서 밥과 술을 샀으며 비싼 돈 들여서 먹여주고 재워주기까지 했던 것이다.

가만?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더 손해인데?

그때 강정우가 말했다.

“야. 니들이 인간이냐? 우리 형, 그만 좀 벗겨 먹어!”

“어쭈? 형이라고 편드는 거냐?”

“그래. 넌 항상 배신자 포지션이었어.”

이강석과 백창호가 버럭하자 강인우도 따라했다.

“솔직히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나 군대 휴가 받으면 덜컥 겁부터 나더라. 또 이번에는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 생각부터 먼저 들더라고.”

“그건 나도 인정!”

강정우는 이 부분에서만큼은 내 편을 들지 않았다.

쩝, 생각해 보니 거의 그랬다.

인정둥이 녀석들은 참 기가 막힌 타이밍에 휴가를 나왔다. 일복을 타고났는지, 진짜 필요할 때 나타나서 구세주 역할을 했던 것이다.

기특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하지만 인정둥이 입장에서는 좋지 못했을 거다. 얼마 안 되는 휴가 대부분을 나한테 바쳐야 했었으니까.

그런데 어쩌냐?

너희들 제대하면 바로 3호점 출근인데.

강형우는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하지만 음흉함을 내비치지 않고, 동생들 달래기에 들어갔다.

“강석아, 너도 제대하면 돈도 벌고 연애도 해야지.”

순간 이강석이 입을 다물었다.

강형우는 인정둥이를 쳐다봤다.

“요즘 같이 취업난이 심한 시대에 너희들은 운 좋은 거야. 공무원 경쟁률이 100 대 1이라는데, 적어도 너희들은 취직 걱정은 없잖아.”

“그래도 선택의 자유는 있죠.”

강정우가 딱 부러지게 말하는데, 역시나 이 녀석은 이럴 땐 꽤 얄미웠다.

“야. 형이 제대하고 취직했을 때, 어쨌는 줄 아냐? 말이 좋아 삼교대지, 추가 근무 치면 이교대였어. 하루 열두 시간 일하고 나면 밥 먹고 자기 일쑤였다고.”

“그거야 뭐…….”

인정둥이가 시큰둥하게 말하자, 속에서 울컥 하는 게 올라왔다.

진짜 공돌이 생활할 때는 너무 힘들었다. 체력적인 버거움도 문제였지만, 정신적인 여유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냥 먹고 자고 일하고, 먹고 자고 일하고가 전부였었다.

그러다 분석이 형을 만나서 미래 계획을 세울 수 있었는데, 그 전까지는 진짜 암흑이었던 것이다.

“이 시키들이. 이 형이 그렇게 힘들게 벌어서 니들 중학교 고등학교 마쳤으면 고마워할 줄 알아야지. 그리고 세상일이 너희 생각대로 쉽게 되는 줄 알아?”

“형, 그거 꼰대 마인드예요.”

“군대 왕고나 할 만한 말인데.”

이강석과 백창호가 그렇게 말하자, 강정우가 재빨리 눈치를 줬다. 팔꿈치고 옆구리를 툭하고 쳤던 것이다.

한마디로 너무 나갔다는 이야기였다.

강형우는 짧게 한숨을 내쉰 뒤, 말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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