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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리얼갑부-188화 (188/251)

# 188

188화 너 믿고 맡기는 거야

딱!

“아욱.”

김민석이 머리를 움켜쥐었다. 번개처럼 움직인 강형우가 꿀밤을 때렸던 것이다.

“아~ 왜요?”

“야! 내가 음식 쉽게 보지 말라고 했지? 니가 쉽게 생각하는 그 과정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무척이나 엄격해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김민석은 조금은 특이한 코스를 밟았다.

지성분식에서 사고 치고 덕수 형한테 팔려갔다.

이후 형님네 버거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음식들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건 요리의 영역이 아니었다.

햄, 치즈, 멸치, 참치, 떡갈비, 닭갈비, 불고기, 제육, 돈가스 등등의 재료들은 기본적으로 덕수 형이 납품을 했다. 양념까지 다해서 주기에 볶거나 데우기만 하면 끝나는 것이다.

물론 최종적으로 맛을 보고 간을 더하기는 했지만 그걸 음식 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때문에 지난 몇 달간 빡시게 굴렸다.

화끈 오뎅에서 육수를 가르쳤고, 우리 통닭에서 염지를 공부하게 했다. 태성반점에서도 기본기를 수련했으며 그 외 부수적인 건 강형우가 철저하게 가르쳤다.

하지만 실력이 늘었음에도, 아직도 본인이 음식을 만든다는 자각이 부족했다.

위생복만 해도 몇 번이나 지적을 해야 했고, 가끔 화장실 갔다 와서 손 세정하는 걸 잊기도 했었으니까.

어쨌든 지금은 기본은 잘 지키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누님 직원들이 들어오면서 행동이 부쩍 조심스러워졌던 것이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어쨌든 그런 부분은 더 이상 터치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음식 하는 것에 대한 진지함이었다. 좀 더 자각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강형우는 한숨을 내쉰 뒤,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네가 만드는 거 하나하나가 그냥 나온 게 아니야. 화끈 오뎅 육수만 해도, 창주 형이 십여 년을 고생해서 만들어낸 거라고.”

어머님한테 베이스는 물려받았지만, 그걸 개량한 건 창주형이었다. 더 깊이 있는 맛을 만들기 위해 원물 거래처를 바꾸면서까지 다양한 시도를 했던 것이다.

“그, 그건 잘 알죠.”

“그리고, 태성반점 육수도 혁기 형 아버님이 무려 삼십 년 동안 연구해서 만들어낸 거다. 그냥 계산해도 너보다 나이가 많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료가 바뀔 수밖에 없었다.

어떤 건 갑자기 비싸지기도 하고 구하기 어려워지기도 해서 그때그때 변형이 필요했었으니까.

무엇보다 입맛이 바뀌는 경우도 있어 원래의 육수만을 고집할 수 없었다. 때문에 끊임없이 손님들의 의견을 묻고 조금씩 바꾸어갔단다.

그런 육수를 쉽게 말하니, 괜히 짜증이 났다.

“야. 알면… 개껌 같은 소리는 하지 말았어야지.”

강형우가 눈을 부라리며 인상을 썼다.

순간 김민석이 쪼그라들자 강형우가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두드렸다.

“다른 건 몰라도, 음식 만드는 거 쉽게 생각하지 마! 네가 실수하면 여러 사람 죽어나가는 거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해줬잖아.”

“죄송합니다.”

“생각해 봐. 막말로 네가 실수했다 치자. 그러니까… 형님 버거에 납품하는 제육볶음이 상했어. 그럼 어떻게 되겠어?”

상상이 되는지 김민석의 얼굴이 하얗게 물들었다.

“하루에 팔리는 제육 밥버거를 천 개만 잡는다 치자. 그 사람들이 식중독 걸리면… 덕수 형은 죽어!”

가게 문 닫는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손님들한테 배상해야 할 거고, 그동안의 투자금이 전부 날아간다.

그건 다른 가게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통닭의 경우 염지하고 보관할 때 온도 조절만 잘못해도 닭이 상한다.

듣기로 1, 2호점 합해서 하루 평균 이백 오십 마리 이상이 나간다고 했다.

그럼 못해도 칠팔백 명 이상이 먹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사람들이 치킨을 먹고 아프다고 한다?

아마 인터넷에 기사 뜨고 맘카페에 퍼지고, 뉴스에도 나오고 할 거다.

결국 통닭집은 문 닫고, 현우 형은 경찰서를 들락날락해야겠지.

벌어놓은 돈은 전부 보상금으로 물려줘야 할 테고.

마지막으로 지성분식의 돈가스도 있었다.

예전에는 수시로 부부정육점에 들렸다. 강형우가 정형 전문가가 아니기에 친구 정재일한테 배우기 위해서라도 직접 찾아갔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물량이 늘면서 차인철이 직접 받아오고 있었다. 여기 인성식품에서 간을 하고 두들기고 해서 지성분식으로 납품했던 것이다.

만약 그게 잘못된다?

강형우 입장에선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3년을 내밥상에서 일하면서 힘들게 모은 돈으로 차린 가게였다.

조성기의 괴롭힘 속에서도 굳게 마음을 먹고 지켜냈으며, 지금은 그 힘든 과정을 거쳐서 3호점 오픈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돈가스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난 과거가, 그 많은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다. 20대 인생의 절반이 허무하게 스러지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민석아. 내가 널 왜 뽑았겠니? 널 제일 믿어서잖아.”

“아? 예.”

“다른 건 실수할 수도 있어.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하지만 이건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거다. 음식 대하는 거? 쉽게 생각하면 실수가 나온다고.”

“죄, 죄송합니다.”

김민석은 잔뜩 긴장했는지 그대로 굳은 상태였다.

강형우는 그런 김민석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 잘하고 있는 건 알아. 그러니까 형들이 다 너 믿고, 이렇게까지 일을 진행시키고 있는 거잖아.”

다행히 단순해서 좋았다. 다들 믿는다는 말을 하니 순식간에 눈빛이 바뀌었던 것이다.

“자! 파이팅하고. 모레까지 할 수 있지?”

“예?”

“찌개 육수 다 가르쳐 줬잖아. 그러니까, 확실하게 만들어놓으라고.”

“어? 그게요. 일정이 있는데…….”

김민석이 얼떨떨해하는데, 강형우는 피식 웃었다.

그런 뒤, 어깨를 두드리며 쐐기를 박았다.

“민석아, 아니, 우리 민석 부장님. 저는 부장님만 믿고 가겠습니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강형우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슬그머니 도망쳤다.

혼자 남은 김민석은 일정표를 확인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야근 확정이었다.

***

“그래도 하나씩 정리되고 있는 건가?”

강형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야 꼬였던 게 술술 풀리는 느낌이었다.

사실 지난 며칠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일단 인성식품은 예상 이상으로 잘 돌아가고 있었다.

김민석을 메인으로 누님 직원들이 의외로 열심히 하고 있었다. 오히려 일의 노동강도만 따졌을 때는 양산 공장보다 훨씬 쉽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게, 강형우가 메뉴얼을 확실하게 만들어 놔서였다.

지성분식 차리기 전, 내 밥상에서 일을 했다.

그러면서 거의 3년 간, 하루 수천 인분의 음식을 만들었다.

강형우가 인성식품을 차리기로 결심한 건, 그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서였다. 게다가 각각의 가게에서 레시피도 받아왔기에 양념 계량도 쉬웠고 대량(?) 생산이 가능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차인철이 빨리 적응해서 수월했다.

하루 배달 시간은 고작 다섯 시간이었다.

제일 바쁜 건 오전, 화끈 오뎅에 육수를 가져다주고 우리 통닭에 염지닭을 납품했다. 그리고 점심 이후에 지성분식과 형님네 버거를 돌면 끝이었다.

그 남는 시간에, 뭐라도 하나 배우겠다면서 김민석과 함께한다고 했다. 누님들과도 친해져서 이제 스스럼없이 어울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짐도 날라주고, 청소도 하고 뒷정리까지 돕는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해프닝이 하나 있었는데, 김민석이 용감하게 차인철한테 팔씨름 도전을 했단다.

결과는 이십 초 완패!

역시나 강형우의 예상대로였다.

그 외에 또 하나의 희소식이 있었으니, 경리 직원이 구해진 거였다.

평석이 형이 납품하러 왔다가 속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단다.

계산을 해야 하는데, 죄다 현장 직원이었다. 그나마 부장이라고 있어서 이야기하려 했는데 김민석이 그쪽으로는 완전 깜깜이었던 것이다.

결국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평석이 형이 직원 한 명을 소개시켜 줬다. 자기네 부장의 막냇동생이라면서 일 하나는 딱 부러지게 한단다.

정성희라고, 작년에 전문대를 졸업했다나?

어쨌든 강형우는 면접 다음 날 바로 출근을 부탁했다.

“일단 회사는 됐고.”

지성분식 본점은 순이 이모한테 전적으로 맡기기로 했다.

설 연휴 지나서 두 이모가 합류하면, 일단 정은혜는 2호점으로 출근시키기로 했다.

은주 형수랑 짝짝쿵이 잘 맞았고, 본인 희망도 그러했으니까.

“가만? 그럼 2호점은 신원이 형 빼고 전부 여자네?”

뭔가 조금 요상하다 싶었지만, 딱히 문제 될 건 없을 것 같았다.

마찬가지로 홍성구와 인정둥이는 3호점 직행이었다. 이후 알바들만 보충되면, 바로 오픈하면 되는 것이다.

“하아~ 진짜 먼 길 돌아온 느낌이다.”

고작 두어 달 사이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

회사 차리고, 3호점 계약을 했을 때만 해도 금방이라도 진행될 줄 알았다.

하지만 자꾸 일이 꼬이더라.

“그나저나 역시 설 연휴가 문제네.”

인정둥이가 일찍 휴가 나온 게 그래서란다.

복귀하고 바로 설 연휴, 그다음이 혹한기 훈련이라고 했다.

그게 끝나야 제대라나?

게다가 그것 때문에 알바들도 구해지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그때까지는 지금처럼 갈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자꾸 영제가 걸리네.”

마치 본능이 경고하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자꾸 찝찝했던 것이다.

해서 주혁 형에게 연락을 해볼까 몇 번 고민했다.

하지만 포기하고 말았다.

저번 일을 겪은 뒤로, 이상하게 연락하기가 어려웠다. 몇 번 전화가 왔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약속을 잡지 않았던 것이다.

전화 벨이 울린 건 바로 그때였다.

-주혁 사부님.

원래는 그냥 이름만 있었는데, 주혁 형이 술 먹고 폰을 뺏어서 고쳐 버렸다.

“헐, 진짜 이 형 양반 못 되네.”

강형우는 대수롭지 않게 전화를 받았다.

놀랍게도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아! 형수님. 예. 예?”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 주혁 형이, 건물에 깔렸다는 것이다.

***

남산동 침례병원.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이 병원은 장례식장을 같이 운영했다. 그래서 진짜 죽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동시에 심장이 덜컥 멎는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주혁이 형이었다.

실제 싸운다고 해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유일한 상대였다. 소주는 수십 병을 마셔도 끄떡 없었고, 양주 한 병 정도는 그냥 원샷이었다.

힘도 무지막지하게 좋았다.

강형우가 팔씨름으로 이기지 못한 유일한 상대였으니까.

무엇보다, 주혁 형은 진짜 멘토였다. 가장 성공한 사람이기도 했으며, 그에 맞는 능력까지 보여주었던 것이다.

따지면 인생의 롤모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사람이, 생사를 헤매고 있단다.

“중환자실이라고 했지?”

강형우는 다급히 택시에서 내려 병원 입구로 뛰어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마침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유리 형수님과 김상일 이사였다.

강형우가 그쪽으로 다가가려는데, 갑자기 한 무리의 사내들이 나타났다. 하나같이 커다란 덩치에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다.

그중에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약간 살이 오른 얼굴이었는데, 몸은 전체적으로 날렵했다. 게다가 인상도 평범하지 않아 보통 사람이 접근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강형우가 망설이는데, 상대가 먼저 물었다.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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