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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리얼갑부-164화 (164/251)

# 164

164화 그거 믿었냐

-사건 종결됐다.

“예?”

-그러니까, 흐음. 이걸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나 싶은데, 네가 애도 아니고 하니까.

잠시 뜸을 들인 뒤에야 이병선의 목소리가 들렸다.

“피의자 사망에 의한 사건 종결이야.”

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고가 멈춘 것처럼 그대로 굳어버렸던 것이다.

-그러니까 어제 강원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는데, 해안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거든. 승용차하고 트럭하고 박았는데,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었대.

운전 부주의로 인한 사망 사고.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

추측하기로, 젊은 남녀가 탄 승용차가 갑자기 중앙선을 넘었다.

동시에 마주 달려오던 트럭을 박고 튕겨 나가면서 해안도로 아래로 추락했다.

트럭 운전사의 신고로 구급대가 도착했지만 이미 사망했단다. 낙하 충격으로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파고든 게 결정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신원 조회 결과, 남자는 전과 3범의 조폭에 여자는 실종 신고 상태였다.

맞다.

전에 최민지 뺨을 때리려고 했던 바로 그 여자였다.

그걸로 그치지 않고 폭행으로 신고하는 바람에 강형우가 이틀 동안 마음 졸여야 했었다.

결국 열 받아서 무고죄로 걸어버렸는데, 그게 차일피일 미뤄지고 말았다. 갑자기 사라졌고, 남편이 실종 신고를 냈음에도 찾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설마 강원도에 있었을 줄은 몰랐지. 설악산에서 낙산 가는 길목이었는데…….

어쨌든 상대가 사망했기에, 수사는 이걸로 끝이라고 했다.

안 그래도 강형우는 애써 잊으려 했다.

하지만 동네 아주머니들을 수다를 통해 간간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여자가 젊은 남자하고 바람이 나서 남편 통장에서 현금 다 빼 들고 날랐다나 뭐라나?

이후 관심을 끊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 남편이 우리 가게 단골이 된 거다.

이름이 백순일이라고 했던가?

대충 현기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애가 우리 식당 음식을 유독 좋아했단다. 게다가 최민지도 또래의 아들이 하나 있어서 챙겨주다 보니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어쨌든, 최민지가 애를 데려간 다음 날, 백순일이 가게로 연락을 했다.

사정이 생겨서 며칠만 더 봐주면 안 되겠느냐고.

처음에는 반대하려 했다.

하지만 최민지와 직원들의 반응에 결국 허락하고 말았다.

‘애가 무슨 죄’냐면서 말하니 안 된다고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며칠 뒤, 백순일은 핼쑥해진 얼굴로 지성분식을 찾아왔다.

죄송하다면서 과일 바구니를 놓고 현기를 데려갔고, 이후에도 일이 있었는지 종종 애를 부탁했다.

나중에 가게를 나오기 전에, 대략적인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여자가 얼마나 지독한지, 남편 몰래 담보 대출에 사채까지 끌어 썼단다.

전부 욕심 때문이었다.

남들 하는 건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나?

그렇게 사는 내내 백순일을 괴롭혔지만, 아들 때문에 마지못해 같이 살았다고 했다.

친권과 양육권 문제 때문에 이혼 협의도 풀리지 않았고.

그 와중에 백순일이 일을 그만뒀다. 집에 돈을 가져다주지 않으니 그 미친년이 폭발해 버린 것이다.

강형우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차라리 죽은 게 잘됐다 싶었다.

이후의 과정은 공지혜가 알려줬다.

백순일은 아파트를 팔아 빚을 정리한 뒤 근처에 작은 빌라를 얻었다고 했다.

심증으로는 최민지 때문이다 싶었는데, 그게 진짜였다.

이후 둘이서 만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얼마 전인데, 벌써 결혼이라니…….

“뭐, 서로 좋으면 됐죠.”

공지혜가 그렇게 말하면서 빤히 쳐다보니 강형우는 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긴, 돌싱이면 어떻고 애 있으면 어때. 요즘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는데 좋은 게 좋은 거지.”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죠?”

“그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쁜 일도 아니었다.

솔직히 최민지도 사연이 만만치 않았다.

어릴 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고, 남편도 급사했다고 들었다. 이후 시장에서 할머니 장사를 도우며 애를 키웠다는 것이다.

특유의 씩씩함과 괄괄함이, 어쩌면 그런 아픔에서 나온 건지도 몰랐다.

서른도 안 된 젊은 여자 혼자서 애를 키우며 살기에는 사회가 그리 녹록하지 않았으니까.

어쨌든 해피엔딩이긴 했다.

조금 당혹스럽고 갑작스러운 일이긴 했지만.

***

“이게 말고기란 말이지?”

강형우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말고기로 유명한 식당이란다.

다꾸어 식당이라고, 가게 입구에서부터 향토음식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게다가 외지인들에게 알려진 건 올 초부터라는 것이다.

역시나 손님이 많기는 했다.

대부분 강형우처럼 모듬 한 상을 시켰다. 말고기 육회를 시작으로 육쌈과 구이, 찜이 나오는 구성이었다.

“육회는, 뭐라고 해야 하지? 쫀쫀하다고 해야 하나?”

처음에는 약간 질긴 듯했지만, 나중에는 훨씬 부드러웠다.

내가 고기다!

딱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풍미가 강렬했던 것이다.

맛은 소고기, 양고기도 아니었고, 돼지고기도 아니었다. 각각의 특수 부위가 섞인 미묘한 향이랄까? 그런 게 있었던 것이다.

강형우가 마음에 들었던 건, 말고기 찜이었다.

지성분식에서 만든 맛간장과 비슷한 맛이 골고루 배어 있어서 밥하고 먹기 딱 좋았다.

유일하게 아쉬운 건, 운전 때문에 술을 마실 수 없다는 것!

그렇게 한 상 푸짐하게 먹고 난 뒤, 두 사람은 목적지로 향했다.

원래 호텔이나 펜션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주혁 형이 귀신같이 연락이 왔다.

제주도에 장인어른 친구분 별장이 있단다. 성수기도 끝났고 해서 비어 있으니 거기서 지내면 된다는 것이다.

숙박료 대신 청소나 한 번 해주면 된다나?

해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뭐, 별장이라고 해봐야 얼마나 크겠냐는 생각에서였다.

“아~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진짜, 여기 맞아요?”

“어, 네비 주소를 보면 맞기는 한데…….”

바다가 보이는 작은 언덕이었다.

그 중간에 이층 집이 하나 있었는데, 담 길이만 어마어마했다. 중요한 건,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오, 오빠. 저기…….”

공지혜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대충 짐작이 되었다.

바다 너머 반대편에 해수욕장 같은 게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가 그 유명한 드라마 촬영지였던 것이다.

섭지코지라고 했던가?

“혹시 모르니까 전화 한 번 해볼게.”

폰을 들고 단축키를 눌렀다.

신호음이 20초 정도 지났을 때 주혁 형 목소리가 들렸다.

-어, 잘 도착했냐?

“예. 근데 형, 여기 주소가요…….”

-됐고, 근처에 그 집밖에 없어. 도어록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가면 돼.

“예?”

-미안, 바쁘니까 나중에 통화하자.

그렇게 전화가 끊기더니 더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강형우는 조금 난감해하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비밀번호를 눌렀다.

띠리리리 띵~

정말 문이 열리는데 무슨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원 크기만 지성분식 열 배는 넘어 보였던 것이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있는데, 오히려 공지혜는 신나 했다.

결국 강형우는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와~ 좋다.”

“어. 좋네.”

달리 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지성분식 식구들이 다 와서 자도 될 정도로 넓은 거실이었다. 그 너머로 테라스가 있었는데, 진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더라.

마치 거실 벽이 바다 그림으로 채워진 듯한 기분이랄까?

놀라운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벽난로도 있었고, 일 층에 방만 해도 여섯 개나 됐다. 게다가 이 층도 방 셋에, 다락방 올라가는 계단도 있었고 발코니까지 널찍했다.

“헐, 이걸 다 어떻게 청소하냐?”

이건 진심이었다.

아니, 무슨 별장이 영화 세트장 같은지.

잠시 후, 구세주가 전화를 걸었다. 바로 주혁 형이었다.

“형~”

-어. 그래, 아까 바이어 때문에 미안. 그래 잘 도착한 거 맞지?

“예. 그런데 뭐가 이렇게 커요? 와~ 진짜 이런 집은 처음인데…….”

-하하하. 좀 크긴 크지. 어차피 이야기 다 되어 있으니까 며칠 편하게 놀다 와라.

폰 너머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일이 잘 풀리는 모양인지, 아니면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건지 한참이나 이어졌던 것이다.

강형우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 근데, 여기 청소는 어떻게 해요?”

-뭐? 아오 병신아~ 그거… 믿었냐?

“예?”

-그 넓은 집을 둘이서 어떻게 청소하냐? 거기 관리하는 업체 따로 있으니까. 그냥 많이 어지르지만 않으면 돼.

순간 안도감이 들면서 동시에 한숨이 나왔다. 진작 그렇게 말해줬으면 걱정하지 않았을 것을.

잠시 생각해 보니 놀리려는 게 분명해 보였다.

울컥하는데, 주혁 형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마! 남자가 좀 대범해져라. 크게 보고, 언제까지 쫄보처럼 그렇게 살래?

“아니거든요? 그냥 너무 커서…….”

-그래, 너도 인마. 돈 많이 벌어서 그런 데도 살아보고 그래야지. 팍팍 벌고 팍팍 쓰고, 그렇게!

대체 기를 죽이려는 건지, 기를 살려주려는 건지 헛갈리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렇게 통화가 끝이 났다.

주혁 형은, 뭐 박살 내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했다. 사고 치고 도망가면 전직 검찰 총장님이 잡으러 갈 거라나?

근데, 농담이라고 생각했던 게 진짜더라.

***

제주도 여행은 일종의 여유이자 일탈이었다.

강형우와 공지혜는 성산 일출봉에도 올라가 봤고, 하루 날 잡아서 한라산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날씨 때문에 일출도 못 봤고, 한라산도 근처만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우도 가는 날이 화창해서 다행이었는데, 맛대가리 없는 짜장면에 놀랐고 가격이 팔천 원이나 한다는데 충격받았다.

아무리 관광지라지만 너무하다 싶었다.

그렇게 마지막 날이 되자, 두 사람은 최종적으로 유명한 흑돼지 돈가스집으로 향했다. 이거 먹고, 차 반납하고 비행기 타는 걸로 여행을 마무리 짓기로 한 것이다.

물론 중간에 선물도 골라야겠지만.

“와~ 이쁘다.”

공지혜가 진심으로 감탄을 하는데, 강형우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돈가스집은 지방 국도에서 한 블록 정도 올라간 곳에 있었다. 높은 언덕은 아니었고 그저 사람 키 정도 높이에 주차장이 있었던 것이다.

그 경계가 TV에서나 보던 검은색 돌담이었다.

그것부터가 운치가 있었는데, 평상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보는 바다도 아름다웠다.

첫날 도착했을 때 봤던 그런 감동이 다시 되새겨지는 기분이랄까?

하여간 그런 게 느껴졌다.

“오빠, 우리 차례예요. 들어가요.”

다행히 고기국수 집처럼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손님들이 많이 몰렸음에도, 가게가 커서였다.

사실, 이 가게를 고른 건 공지혜였다. 무슨 생각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여기 가보고 싶다고 졸랐던 것이다.

강형우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잠시 후, 커다란 돈가스가 두 개 나왔다.

강형우가 시킨 건 흑돼지 왕돈가스, 공지혜가 시킨 건 흑돼지 하와이안 돈가스였다. 놀랍게도 여기도 지성분식과 같은 메뉴를 취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쉬운 건, 가격이 두 배라는 점.

역시 관광지는 관광지구나 싶더라.

어쨌든 돈가스는 지글지글 끓고 있는 철판에 나왔는데 확실히 여자들이 좋아할 만했다. 샐러드도 푸짐했고 방울토마토 같은 걸로 이쁘게 해서 내놨으니까.

게다가 먹기도 좋게 이미 다 썰어져서 나왔다.

강형우는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씹다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 공지혜가 물었다.

“오빠, 맛은 어때요?”

“어, 괜찮기는 하네. 그런데 바빠서 그런가? 기름이 덜 빠진 것 같은데?”

강형우가 돈가스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감상을 이야기하자, 공지혜가 풋 하고 웃었다.

그러다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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