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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리얼갑부-143화 (143/251)

# 143

143화 공부하고 있죠

“근데, 오빠. 저는 어떻게 해요?”

“어?”

강형우는 무슨 뜻인지 몰라서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니까, 신원이 오빠가 점장이고, 은주 언니가 주방장 하면… 내가 가게 나오는 게 두 사람한테 불편할 것 같은데요?”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미 공지혜랑 사귀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상황.

사장이 가게 관리를 위해 심어놓았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건 반대로 말하면 점장인 강신원을 못 믿어서라고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강형우는 대략적으로 생각한 게 있었다.

“당연히 나랑 움직여야지. 어차피 가게 넘긴다고 다른 일 안 할 것도 아닌데.”

“진짜요?”

“어. 대신 월급 많이 줄게.”

순간 공지혜의 얼굴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싶었다.

“가끔 보면, 오빠는 참… 사람 마음 모른다 싶어요.”

“뭐?”

“그냥 그런 게 있어요.”

아무래도 이 즈음에서 뭔가 당근을 내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팍! 왔다.

해서 강형우는 다급히 말했다.

“우리 여행 갈래?”

***

음식 장사란 그런 거였다.

매일 출근해서 음식을 만들고, 매일 새로운 손님들을 만난다. 그러다 음식에 익숙해지고, 손님들에게 익숙해지면 문제가 생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간격이 흔들린다고나 할까?

실제로 지성분식은 단골들이 많은 편이었다.

본점의 경우 대부분이 그랬는데, 최근에는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근처 재개발 때문에 외부 사람들이 많이 다니기 시작해서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많이 느슨했다.

손님들과 서로 안부를 묻기도 했고, 몇몇 이들과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진짜 동네 장사였다.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들이었고, 학원 강사나 학생들의 경우 같이 식사하러 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순이 이모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동네 친구들하고 단체로 오기도 했고, 그 부모님들과도 함께 들리는 경우도 자주였던 것이다.

때문에 적절한 친분 관계가 중요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호점의 경우는 좀 달랐다.

대략적으로 60% 가까이가 단골이었고, 40% 정도는 인터넷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폭립과 냉라면을 신메뉴로 올린 직후에는 그 비율이 뒤집혔다.

때문에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해서 강형우는 수시로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손님들과의 간격을 꼭 지키라고.

하지만 단골손님들은 대수롭지 않게 그 경계를 불쑥 넘어버렸다. 여직원들 폰 번호를 묻기도 했고, 어떤 단골손님은 마치고 술 한잔하자고도 했던 것이다.

특히 어려운 것이 아주머니 손님들이었다.

조리법 물어보는 건 예사였고, 테이블이나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다면서 구입처를 궁금해하기도 했다.

뭐, 이 정도는 그래도 장사와 관련된 거라 적당히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 묻는 건 정말 불편했다.

나이는 몇이냐?

결혼은 했느냐?

이 정도까지는 웃으면서 대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선을 허락한 이후, 아주머니들은 여기서 더 나가 버렸다.

특히, 제일 많이 들은 질문이 이거였던 것이다.

장사 잘되는 것 같은데, 한 달에 얼마나 버느냐?

물론 호의에서 시작된 말이었다. 괜찮은 여자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결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분식집 사장이 벌어봐야 얼마나 번다고. 그런 생각을 미리 바닥에 깔아놓고 말했던 것이다.

솔직히 한 소리 하고 싶었다.

내가 힘들게 일해서 열심히 벌어가는 거다!

어지간한 회사 부장들보다는 많이 번다!

연봉으로 치면 몇억은 넘을 거다!

하지만, 끝끝내 참을 수밖에 없었다.

좋든 나쁘든 그 말이 소문이 나는 순간, 매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전에 주혁 형이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어떤 식당 사장님이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니까, 안 좋은 소문이 퍼졌다.

우리가 음식 팔아줬더니 배가 불렀다고. 고작 식당 사장 주제에 외제차가 말이 되느냐고.

그런 험한 말들이 동네를 돌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식당 사장은 두어 달도 안 돼서 국산 중형차로 바꿨단다. 소문이 이상하게 퍼지면서 매출이 반토막이 나버렸다는 것이다.

설마 그랬을까? 그렇게 반응했다가 주혁 형한테 잔소리 좀 들었다.

동네 장사의 경우 겉으로 보여지는 게 무척이나 중요하단다.

대로변의 큰 가게가 아닌, 골목식당이기에.

해서 강형우는 적절한 때를 기다렸다.

그게, 추석 이후였다.

문제는 그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거다.

“정말 살인적인 스케줄이네!”

이 주 동안 장사하고 17일 화요일 날은 8시까지만 영업하기로 했다.

일단 그날 저녁은 분석이 형네 들릴 예정이었다. 그리고 연휴 첫날은, 오전에 박첨기 어르신네를, 저녁은 신원이 형네 식구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추석 당일이야 비우는 게 맞았고.

이후,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는 하루 두어 탕씩 뛰어야 될 정도로 약속이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배산회 모임이 없다는 거였다.

몇몇 가게들이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정상 영업을 하기로 해서였다.

“에휴, 어쩔 수 없나?”

입에서 나오는 건 한숨이었다.

통칭 자영업자로 칭해지는 이들은 평일과 주말이 따로 없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평소에 약속 잡기가 어려워 인간관계가 소홀해지는 것이다.

그걸 만회할 기회가 바로 이번 연휴 같은 때였다.

강형우도 마찬가지였다.

월화수목금금금, 거의 이렇게 삼 년을 일했다.

‘내 밥상’에서 월급 받고 일할 때는 주말이라도 있어 가끔 식구들과 친구들을 보기는 했다.

하지만, 지성분식 오픈하고서부터 정말 잊을 만하면 겨우 연락만 하고 지냈었다.

가끔 어떤 친구 놈이 그러더라.

너 죽은 줄 알았다고.

“그건 그렇고, 중요한 게 하나 남았는데…….”

강형우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일단 추석 때 정식으로 어머니하고 영지한테 이야기할 예정이었다.

공지혜랑 잘 만나고 있다고.

이후, 둘이서만 잠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위기 탈출을 위해 했던 말이긴 했는데, 공지혜가 너무 좋아했던 것이다.

하긴, 일 중독 남자 친구 때문에 제대로 된 데이트조차 못했으니…….

그렇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의욕만큼 잘 풀리지는 않았다. 인터넷으로 유명한 곳이나, 맛집 같은 걸 찾아봤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강형우는 PC를 내버려 두고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휴우, 벌써 이 년하고도 칠 개월인가?”

아니다.

내 가게를 차리겠다고 결심하고 준비한 시간까지 치면 무려 4년이 넘었었다.

그 긴 기간 동안, 제대로 된 휴식이 없었다. 하루 서너 시간 자고 정말 장사에만 매진했던 것이다.

가장 큰 위기는 조성기였다.

지성분식을 망하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김밥천왕을 차렸고, 차용증도 업자한테 팔아넘겼다.

아마 그때가 인생 최악의 상황이었다. 살인 충동을 느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스트레스를 받았고, 하루에도 수십 번 장사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했었으니까.

하지만 끝끝내 이겨내었다.

어묵 국밥을 시작으로 파스타, 돈가스와 김밥, 폭립, 마지막으로 냉라면까지.

제대로 된 좋은 음식을 하나하나 만들어내면서 여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 증거가 여기 있었다.

바로 은행 카드였다.

“하하, 하하하.”

그냥 보기만 하는데도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꿈의 결실이 이 한 장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으니까.

맞다.

이번 달, 드디어 잔고가 1억이 넘었다.

직장 생활하면서 악착같이 아끼고 아껴서 모았다면 10년 뒤에나 가능할까 하는 그런 금액이었다.

그걸 나이 서른도 안 돼서 모았다.

물론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지성분식 본점과 2호점이 있었다. 보증금만 해도 오천이었고, 권리금까지 치면 일억 이상의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누가 물어본 적도 있었다.

가게 팔 생각 없느냐고.

강형우는 웃으면서 거절했지만, 진짜 속으로 욕을 수십 번도 더 했다.

솔직히, 누가 십억을 준다고 해도 팔고 싶지 않았다. 돈을 떠나서 목숨 걸고 지켜온 가게였기 때문이었다.

“가만?”

갑자기 뭔가가 머리를 스쳤다.

주혁 형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지성분식에 정체성이 없다고 했나?”

평소라면 스치고 지나갈 이야기였지만, 가게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가볍게 넘기기 어려웠다.

갑자기 모독 비슷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물론 주혁이 형이 그런 뜻에서 한 말은 아니라는 건 알았다.

더 잘되길 원해서 남긴 조언이었으니까.

강형우는 벌떡 일어나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명함을 꺼내 뒤집어 보니 메모가 보였다.

감전동 백원 오뎅.

선자네 천원식당.

“대체 이게 무슨 가게지?”

강형우는 바로 인터넷 창을 띄웠다.

하지만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고, 인터넷 기사는 쓸데없는 광고 투성이었다.

“한 번 가보기는 해야 하는데…….”

시계를 보니 오늘은 이미 늦었다. 게다가 일요일이니 영업을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상황.

“이번 일만 정리되면, 꼭 가보자.”

***

“와, 여름 다 지나갔는데도 이렇다니.”

추석이 코앞이라 그런지 아침저녁으로 쌀쌀했다.

하지만 낮은 아직 여름이었다.

실제로 부산 사람들 중 상당수는 9월 말까지를 여름으로 보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낮에는 반팔만 입고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해서, 아직도 냉라면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이러다 우리 라면집으로 바뀌는 거 아니야?”

신원이 형이 웃으며 말하는데, 오히려 강형우는 불안해졌다.

진짜 그렇게 될까 봐서였다.

“됐고요. 형 제가 공부하라는 거 하고 있죠?”

“어? 어… 그게.”

강신원이 더듬더듬거리자 강형우는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다.

“뭐, 처음부터 저도 다 알았던 건 아니고요. 하다보면 익숙해지겠죠. 중요한 건 개념이에요.”

“그래, 개념.”

강신원은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음식 기술 쪽으로는 알려줄 게 많지가 않았다. 어차피 이은주한테 따로 배우고 있었고, 밑 준비 같은 경우는 이미 충분히 능숙했기 때문이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건 사람 대하는 거였다.

대인기피증이 나아가고 있었고, 이미 영업직 경력도 상당했으니 큰 문제는 없었다.

단지 필요한 건 시간일 뿐.

하지만 점장이 되기 위해선 그것만으로도 불가능했다. 천장에 단 카메라처럼, 가게 전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해서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개념을 추가로 강조했다. 직접 지성분식에 들려서 식사를 한다는 느낌으로 가게 전체를 둘러보라고 했던 것이다.

입구 문을 열고, 안내를 받는다. 여기서 필요한 건 직원들의 서비스 교육이었다.

그다음, 손님이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한 뒤 가게를 돌아보면서 기다린다.

당연히 시선이 닿는 부분은 청결해야 했다.

음식이 나오면?

그릇도 깨끗해야 했고, 보기에도 그럴듯해야 했으며, 맛도 좋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주방에서 음식 나가기 전까지의 과정을 전부 머릿속에 떠올려야 했다.

그 외에도 강형우가 이야기한 건 무수히 많았다. 거의 삼 년을 직접 뛰면서 깨달은 것이라 결코 양이 적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거의 이 주 동안 강신원은 공부 아닌 공부를 해야 했다.

“그건 그렇고, 메뉴판은 생각해 놓은 거 있어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고민 많이 했거든. 사실, 이런 식으로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강신원은 기다렸다는 듯, 노트북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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