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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리얼갑부-142화 (142/251)

# 142

142화 정말 그럴 거예요

3월, 6월, 9월, 12월.

일년에 네 번, 저 달 1일에 보너스를 주기로 했다.

이건 일종의 성과급이었다. 정해진 액수를 주는 게 아니라 그 분기의 매출에 따라 일정 비율로 추가되는 것이다.

사실, 본점 매출이 조금씩 주춤하고 있었다.

순이 이모가 여름 메뉴가 필요하다고 졸랐던 게 그래서였다.

덕분에 대박이 터졌다. 냉라면이 생기면서 손님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조사해 보니 그럴 만도 했다.

배산역 인근에는 딱 한 곳을 제외하고 유명한 밀면집이 없었다. 그 하나 역시 부산 사람들이 먹는 평균적인 밀면과 많이 다른 편이었다.

한마디로 더운 여름을 나기 위한 음식 전문점이 없다는 의미였다.

한데, 처음으로 냉라면이 생겼다.

첫째는 호기심이었고, 둘째는 맛이었다. 셋째는 중독성 있는 국물이 자꾸 땡긴다고 했다.

그 결과 냉라면은 지성분식 본점의 시그니처 메뉴로 등극하고 말았다. 놀랍게도 지금껏 판매 1위를 지켰던 하와이안 돈가스까지 밀어내 버린 것이다.

5,000원짜리 냉라면이 하루 백오십 그릇 가까이 나간다.

일 매출 75만 원 잡고, 주말 매출이 더 높으니 한 달에 대략 이천만 원이었다. 여기에 다른 메뉴들 포함하니 거의 사천만 원이 넘게 나온 것이다.

그건 2호점 역시 마찬가지였다.

냉라면을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그래도 삼주 내내 미친 듯이 팔았다.

덕분에 매출이 구천만 원을 돌파했다.

본점하고 합치니 총합이 대략 일억 삼천!

“이런 미친…….”

분명 여름 한철 반짝이기는 했지만, 정말 충격적인 수익이 아닐 수 없었다.

때문에 보너스도 왕창 뛰고 말았다.

“헐, 거의 삼천이 넘네.”

일단 보너스를 받는 정직원이 많이 늘었다.

본점에는 순이 이모와 홍성구, 정은혜가 있었고, 5월부터 일했던 임정은과 박호성도 정직원으로 올렸다. 둘다 꾸준히 계속 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이다.

특히 박호성의 경우, 홍성구의 수족을 자처하고 있어 한동안은 떠날 것 같지 않았다.

그다음 2호점에는 공지혜와 강신원, 이은주, 이영제와 은선경, 거기에 최민지와 히토미가 추가되었다.

얼마 전 들어온 알바 두 명을 제외하고 전부가 정직원인 셈.

해서 계산을 해보니, 월급만 사천만 원이 넘어갔다.

월급과 보너스를 합치니 순이 이모가 350만 원 정도였고, 공지혜도 400만 원이 넘었다.

또, 강신원과 이은주가 300만 원이 넘었고, 홍성구와 정은혜가 250만 원이나 되더라.

이영제와 은선경도 200만 원으로 맞췄다.

특히 일정 조율상 늦게 첫 보너스를 받게 된 박호성과 임정은의 경우는 10여만 원을 더 추가했다.

둘다 180만 원으로 맞췄으니까.

그건 최민지와 히토미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계산을 해놓고 보니, 맞는가 싶었다.

강형우는 몇 번이나 다시 한 끝에 확실히 삼천만 원이 넘게 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전에 계산했을 때, 인건비가 많이 나가는 만큼 순수익도 많이 남는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설마…….”

계산기에 찍힌 숫자는 예상을 웃돌았다.

3,884만 원.

이게 식자재비와 월세, 인건비, 공과금을 비롯한 기타 비용들을 제외하고 무려 한 달 동안 벌어들인 수익이었다. 세금 나갈 것까지 빼놓고 말이다.

그러니 대략 사천만 원을 번 거다.

“에이~ 말도 안 돼.”

강형우는 현실을 부정했다.

믿기지가 않아서였다.

하지만 계산기가 열받을 정도도 두드렸음에도 수치는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만약 보너스로 천만 원 정도가 더 나가지 않았다면 강형우는 무려 오천만 원을 버는 셈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돈이 아깝지는 않았다.

모두가 열심히 해서 이만큼이나 매상이 오른 것이니까.

***

강형우는 평소보다 느긋하게 본점에 들렸다.

오늘은 토요일, 게다가 주말 알바가 출근하기에 조금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모! 저 왔어요.”

강형우가 손을 들자, 다들 아주 반갑게 맞이했다.

역시나 이게 월급날의 힘이었다. 원수처럼 빡시게 일시키던 사장도 인기스타 못지 않는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원래라면 월급날은 내일이었다.

하지만 일요일이라 오늘 입금해 준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전에 한 번 돌아보기 위해 왔던 거다.

정말이지 이른 시간임에도 예상과 다르게 손님이 그득그득 했다.

“이모, 많이 바빠요?”

“아니, 괜찮아.”

말과는 다르게 홀서빙과 오픈 주방은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빈 테이블이 하나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강형우가 잠시나마 도우려고 소매를 걷는데, 순이 이모가 다급히 주방 안쪽으로 불렀다.

“이모, 무슨 일 있어요?”

“우리도 주말 알바 한 명만 구해주면 안 될까?”

순이 이모가 어렵게 말하니까 괜히 미안해졌다.

이모가 비록 본점 점장이긴 하지만, 인건비는 결국 강형우의 지갑에서 나간다.

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게 분명했다.

“이모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사람 써야죠.”

“정말 그래도 돼?”

“예. 있다가 알바 사이트에 올려놓을 게요. 그런데 어떤 쪽으로…….”

“홀 서빙 한 명만 있으면 돼. 사실…….”

냉라면 판매가 늘면서 황당하게도 김밥 판매가 껑충 뛰었단다. 가게에 사람이 많으니 포장해서 가져가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해서 임정은이 서빙 일을 많이 돕지 못해 박호성만 죽어나고 있었다.

“간간히 돌려서 서로 돕기는 하는데, 이러다가 애들이 쓰러질까 봐 그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한마디로 여유가 없다는 의미였다. 손님들이 너무 늘어나는 바람에 체력적인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추석 지나서 뽑아야 할 것 같아요.”

“추석?”

순이 이모는 생각도 못 했다는 듯 달력을 확인했다.

“어머나? 그러네?”

올해 추석은 셋째 주 수요일부터였다.

평균적으로 주5일 근무인 걸 감안하면 무려 오 일 연휴인 셈.

하지만 과거와 달리 요즘 식당은 그렇게 쉴 수 없었다. 대부분 추석 당일 하루만 쉬고 영업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리도 연휴 쉬어버릴까요?”

“뭐? 그래도… 돼?”

“사실 올 여름 무지하게 힘들었잖아요. 휴가도 없었고, 게다가 가게도 많이 바쁘고.”

“그렇기는 했지.”

순이 이모는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일당이 아닌 월급제였다. 장사를 적게해서 수익이 줄어도 지출은 그대로인 셈이니 결국 사장만 손해 보는 것이다.

그걸 알기에 마냥 좋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모, 저 괜찮아요. 올 여름에 엄청 벌었거든요. 그리고 사람이 기계처럼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다른 날도 아니고 민족의 명절 추석인데.”

강형우는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그 과장된 행동은 순이 이모를 웃게 만들었다.

“아휴~ 몰라. 나도 쉬면 좋기는 하지. 근데 그게 마음대로 되나?”

“이모가 하자면 그렇게 할 건데요?”

“진짜로?”

“예.”

이건 진심이었다.

말이 좋아 주 6일이지,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특히 강형우나 공지혜, 강신원과 순이 이모의 경우 가게에 살다시피 해야 했다.

그렇게 휴일이 돌아오면 휴식은 고사하고, 집안일하기 바빴다. 밀린 빨래에 청소, 장도 봐야 했고, 냉장고도 치워야 했으며 이것저것 정리해야 했던 것이다.

쉬어도 제대로 쉬는 느낌이 아니랄까?

언제부턴가 그런 기분 때문에 같이 일하는 식구들을 볼 때마다 괜히 미안해졌다.

진짜 큰돈은 혼자 다 벌고 있었다. 보너스로 그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있었지만, 약간의 아쉬움 같은 게 있었던 것이다.

해서 공지혜하고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

일단 사대 보험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설득이 끝난단다. 당장은 아니고 내년부터 시작하는 걸로 마무리 지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상황 봐서 알바를 더 뽑기로 했다.

본점도 체력적인 한계에 이르렀지만, 그건 2호점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강형우는 순이 이모에게 그 외에 몇 가지 이야기를 더 꺼냈다.

***

입금날이, 곧 회식날이었다.

보너스도 두둑히 들어왔겠다, 내일 휴일이겠다, 게다가 사장이 맛있는 거 산다고 하니 다들 신이 났다.

그리고 회식날 그랬듯이, 강형우는 갈굼을 받았다.

이 못된 악덕 사장아~ 로 시작되어, 왜 브레이크 타임을 없앴느냐~ 까지.

온갖 잔소리를 들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정말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으니까.

신원이 형이 결혼 소식을 알렸다.

다들 예상하고 있었는지 소란은 금방 가라앉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은주가 중식도를 빼 들려 했던 것이다.

정말이지, 누가 요리사 아니랄까 봐.

이은주는 항상 전용칼을 가방 안에 넣어 다녔다. 세트로 네 개인가 되는데도 분신인 것처럼 챙겨 다녔던 것이다.

그렇게 1차가 가볍게 끝나고, 2차로 이어졌다.

강형우는 여기서 중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 추석 연휴에, 오 일을 쉬겠습니다. 당연히 유급 휴가입니다.”

다들 살짝 술에 쩔어 있었는지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

곧, 눈치 빠른 홍성구가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사장님, 나이스 샷!”

얘가 아무래도 스크린 골프장과 노래방 모니터를 헛갈려 하는 모양이었다. 종종 박호성과 다닌다고는 들었는데, 하필 이 자리에서 그렇게 소리를 지르다니.

강형우는 그것 말고도 몇 가지를 더 이야기했다.

추석 이후, 2호점이 확 바뀔 거라고!

“오빠? 정말 그럴 거예요?”

공지혜는 많이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강형우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 생각 많이 해봤거든. 그냥 이대로 해도 좋다 싶었는데… 뭔가가 자꾸 아쉬운 거야.”

일부러 고민하지 않았던 거였다. 억지로 생각하지 않으려 했고, 지금에만 집중하려 했다.

하지만, 욕심이란 게 그렇다.

억누르고 억눌러서 재웠다 싶었는데, 또 어느 순간 고개를 빼꼼 쳐들더라.

그 계기는 강주혁이었다.

지점 두 개를 더 내라는 것.

강형우는 그때 가슴이 뛰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 그럼에도 냉라면에 집중한다는 핑계로 모른 체했다.

그때 이은주가 불길을 지폈고, 마침내 강신원이 허락했다.

맞다.

강형우는 2호점을 떠날 생각이었다.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새로운 도전, 그걸 위해서 잠시 휴식을 선언한 것이다.

일단 추석 연휴 이후에 강신원이 2호점 점장이 된다.

그렇게 되면 이은주도 떠나지 못하게 되겠지.

물론 거기까지 생각하고 한 일은 아니었다. 둘이 결혼할 거라는 걸 짐작조차 못 하고 있었으니까.

또, 메뉴판을 수정하고 가격을 조금씩 올릴 계획이었다.

강주혁의 조언도 있었지만, 지금이 그 적기라는 판단이 들었다.

부산 물가는 다른 대도시에 비해 많이 저렴한 편이었다.

그건 음식 가격 때문이었다.

분명히 작년까지는 한끼가 5,000원 선이였다. 기사식당을 기준으로 거의 대부분 메뉴가 이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올해부터 바뀌었다.

국밥 골목의 돼지국밥이 6,000원으로 올랐다.

식당도 저렴한 찌개 종류가 5,000원대였는데, 육류와 생선이 포함되면서 6,000원대 메뉴들이 대폭 늘어났다.

좀 괜찮다, 고급스럽다 싶으면 7,000원대였다.

곰탕, 설렁탕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됐고, 반찬 많이 나오는 식당도 가격을 올렸다.

물론 저렴한 식당들도 올해 들어서 대부분 500원가량 올린 상태였다.

즉, 한 끼 가격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이다.

무엇보다 가격을 올려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2호점을 떠나기 전에 완전히 정리해야 할 일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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