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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리얼갑부-123화 (123/251)

# 123

123화 얼마 정도 받으면 좋을까요

“주문하신 라면 김밥 세트 나왔습니다.”

강형우가 라면과 김밥을 내려놓자, 아주머니는 바로 냄새부터 맡았다. 그러자 맞은편의 미희 어머니가 웃음을 터뜨렸다.

“넌 집에서는 라면 냄새도 맡기 싫다면서, 여기 오면 맨날 라면이야?”

“언니는 몰라서 그래요. 울 신랑이 신혼 때 맨날 요리해 준다고 하면서 생색낸 게 라면이예요. 근데 그 라면도 제대로 못 끓여서 얼마나 기겁했는데요.”

“어이쿠, 남편 잘 만났네. 우리 아저씨는 라면은커녕 설거지도 못 하더라. 하도 그릇 깨더니 나중에는 혼수로 해온 거 반은 날렸어, 이것아!”

“그래도 울 신랑은 설거지는 잘했는데… 아니, 언니. 그게 아니고요. 호호호, 원래 라면은 남이 끓여준 게 제일 맛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면발을 들어서 후후 부는데, 미희 어머니가 코를 내밀었다.

“확실히 이 집 라면이 좋네. 고급스러워 보이는 게 그냥 라면은 아닌 것 같고…….”

미희 어머니는 슬쩍 고개를 돌려 가게 안을 살폈다.

하지만 강형우는 이미 카운터 앞에 있었다. 뭔가 확인하려는 듯 공지혜와 이야기한 뒤, 주방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사이 최민지가 하와이안 돈가스를 들고 미희 어머니네 테이블에 놓았다.

“하와이안 돈가스 두 개 나왔습니다.”

“아가씨, 고마워요.”

“헤헤, 맛있게 드세요.”

최민지가 물러나려는데, 미희 어머님이 살짝 붙잡았다.

“나중에 안 바쁘면, 사장님 좀 불러줄 수 있어요?”

“예. 그런데 무슨 용건이시죠?”

“뭐 좀 물어보려고 그래요. 어쩜 음식들이 다 맛있는지 궁금해서요.”

“아, 잠시만 기다리세요.”

최민지가 가게를 둘러보는데 강형우가 보이지 않아 카운터로 향했다.

“매니저, 사장님은?”

“오빤 주방에 잠깐 들어갔어요. 언니, 왜요?”

“아, 저기 저 손님들이 사장님 찾더라고.”

“제가 이야기할게요. 그리고 언니, 저쪽 손님 알죠?”

공지혜의 시선에 따라 고개를 돌린 최민지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걱정 마요. 우리 귀여운 매니저니임~ 제가 알아서 할게용.”

애교 넘치게 웃은 최민지는 곧 쟁반을 들고 빈자리를 치우러 갔다.

그사이 공지혜는 이것저것 계산하기 바빴다. 강형우가 내려준 미션(?)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그건 바로 원가율 확인이었다.

그렇게 다들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강형우가 다시 홀로 나왔다.

손에 들린 쟁반에선, 모락모락 김이 나는 폭립이 있었다.

강형우는 공지혜의 지시대로 미희 어머님 모임 쪽으로 향했다.

“저기, 이게 아까 말씀드린 신메뉴인데. 서비스니까 한 번 드셔보세요.”

그러면서 폭립을 내려놓자, 작은 탄성이 터졌다.

커다란 접시에 돼지 등갈비가 먹음직스럽게 올라가 있었다.

그 옆에 양배추 샐러드, 오이 피클과 단무지, 방울토마토, 그리고 옥수수와 마카로니가 보였다.

특히 등갈비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겉은 살짝 그을린 듯 했는데 붉은 소스가 듬뿍 올라가 있었고, 위에 파슬리와 통깨가 점점이 뿌려져 있었다.

“드시기 편하게 칼집은 내놨습니다. 요기 요쪽 부분만 잘라서 드시면 됩니다.”

강형우는 그렇게 말한 뒤, 시범을 보였다. 포크로 중간을 누르더니 돈가스 나이프로 제일 끝부분만 가볍게 썬 것이다.

“어머나, 잘 잘리네요.”

“예, 푹 삶아서 부드러울 겁니다. 드셔보시고 평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강형우가 공손히 인사를 하고 물러나려는데 아주머니들이 붙잡았다.

“사장님, 근데 이건 어떻게 만들었어요? 어렵지 않으면 집에서 애들 해주고 싶은데…….”

“아, 이게 폭립이란 건데. 일단 편하게 드시면서… 예. 일단 돼지 등갈비를 삽니다. 정육점 가서 립 해 먹을 거라고 하면서 밑에 삼겹 부위를 빼고 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예? 삼겹살을 빼요?”

“아! 그게 삶을 때 기름이 너무 많이 나오거든요.”

사실 붙여서 통으로 조리해도 된다.

하지만 가격이 두 배로 뻥튀기가 되고, 조리 시간이 길어진다. 게다가 기름도 문제였고, 만드는 과정에서 비계가 뭉개지면서 모양도 엉망이 된다.

그런 부분까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싶었다.

“이걸 찬물에 담가서 핏물을 뺍니다. 그리고 끓는 물에 한 번 삶아 불순물을 제거하죠.”

“그냥 핏물만 빼면 안 돼요?”

“그래도 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다른 부위랑 다르게 뼈가 있어서 그 안쪽에 핏물도 있고, 뼈를 자르면서 그 조각들 일부가 살에 붙어 있기도 하거든요.”

강형우는 그렇게 설명한 다음, 아예 먹기 편하게 나머지 부위들도 썰어버렸다.

“그렇게 불순물을 제거한 걸 본격적으로 삶습니다. 이건 돼지 수육하고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강형우는 이 과정을 짧게 넘겼다.

실제로는 이게 제일 힘들었다. 전에는 이것저것 다 넣었는데 지금은 딱 필요한 만큼만 넣었다.

된장, 통마늘에 통후추, 양파, 대파, 그리고 커피 가루하고 수시로 가격이 변하는 배 대신에 배즙을 사용했다.

금액 문제도 있지만 맛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어쨌든 이렇게 삶으면서 잡내를 제거한다.

이게 중요한 것이, 여기서 실수하면 수비드 과정에서 돼지 냄새가 훨씬 진해져 버린다. 누리끼리한 잡내 때문에 먹지도 못하고 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 번 삶은 걸, 소스와 함께 진공 포장해서 수비드 기계에 넣고 네 시간 돌리거든요. 그럼 육즙이 잡혀서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워지게 됩니다.”

“아! 그래서 이렇게 잘 뜯어지는구나.”

아주머니 한 분이 그렇게 말하면서 커다란 살덩어리 하나를 크게 베어 물었다.

“예. 그렇게 크게 드셔야 맛있습니다. 원래 폭립은 두툼한 살코기 맛하고, 뼈 사이에 있는 육즙을 즐기는 거거든요. 그리고 살짝 물리는 것 같으면 샐러드하고 소스 듬뿍 얹어 드시면 좋습니다.”

“언니, 근데 진짜 맛있지 않아요?”

“그러네. 만드는 게 번거롭긴 한데…….”

그냥 번거로운 정도가 아니라 더럽게 과정이 많았다.

수비드에서 나온 걸, 냉장실에서 하루 식힌다. 그걸 다시 오븐에 구워서 내놓는 것이다.

그 과정에도 작업이 있는데 오븐에 넣기 전에 소스를 한 번 바르고, 꺼내고 또 바른다.

그런 뒤, 손님 자리 나가기 전에 또 붓기까지 했다. 그래야 씹을수록 은은한 맛이 배어 나오고, 제대로 바비큐 소스 맛을 즐길 수 있으니까.

그때, 미희 어머니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집에선 못 하겠네요?”

“아닙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가정용으로 수비드 기계 저렴한 거 많이 나오거든요. 요즘은 집에서 진공 포장기도 많이 쓰잖아요.”

“그럼 그냥 거기 넣고 기다리면 돼요?”

“예. 물론 저희는 설명드린 것 외에 다른 작업이 추가되기도 합니다만, 생략해도 됩니다.”

사실, 수비드는 익숙해지면 정말 편했다.

일단 요리의 중요 포인트인 불 조절, 물 조절, 시간 조절이 무척 쉬웠다.

또, 진공 포장의 특징 덕에 장시간 보관이 가능했고, 실제로 냉동시켰다가 해동해서 데워 먹어도 맛 차이가 크게 나질 않았다.

“그런데 들어보니 진짜 손이 많이 가네요.”

“맛있게 만들려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강형우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가장 중요한 걸 물었다.

“이거, 이 인분 양인데, 얼마 정도 받으면 좋을까요?”

***

연이은 맛 호평에 새로운 고민이 추가되었다.

역시나 문제는 가격이었다.

처음 생각한 금액은 2인분에 만육천 원이었다.

또, 조리 방식 때문에 주문도 2인, 4인 식으로만 받을 예정이었다.

그랬더니 다들 과하다고 평가를 내렸다.

따지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었다. 1인분으로 치면 팔천 원에 불과했으니까.

사실 폭립을 먹으려면 외식 레스토랑이나 스테이크 전문점 같은 데를 가야 한다.

최하로 잡아도 기본 1인 만 원 이상이었다.

물론 식전 빵도 있고, 샐러드도 좀 다르게 나올 거다.

거기에 분위기도 있으니 금액이 더 나오는 것도 당연하겠지.

해서 강형우는, 처음으로 공지혜와 단둘이서 패밀리 레스토랑을 방문하기로 했다.

가격이 적합한지 보려는 의도였다… 는 건 개뿔이고.

공식적인 첫 데이트였다.

사실 사귀기로 했지만,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아침에 본점 갔다가 2호점에 들리면 거의 대부분 신원이 형이 주방에 있었다. 그리고 오전 식사를 준비를 할 때 공지혜가 출근했다.

이후, 둘이서 매상 확인하고, 식자재 필요한 거 체크하고, 가게 필요한 거 찾아서 주문하고…….

그러다 보면 직원들이 한두 명씩 출근을 한다.

이후에는 장사, 브레이크 타임, 또 장사였다.

그런 뒤, 마치면 퇴근!

그나마 달라진 건, 집까지 바래다주는 것 정도였다. 그 외에는 정말 지난 이 년 동안과 거의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순간, 느꼈다.

아! 이래서 천경 어르신이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여자 만나기 어렵다고 한 거구나.

실제로 지혜랑 같은 공간에 있는데, 장사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게 맞다 싶었다.

일은 일이고, 연애는 연애니까.

그런데 상황이 이러다 보니 연애는 뒷전이고 둘이서 하루 종일 장사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며칠 지나서 생각해 보니 정말 미안했다.

연애가 아닌, 같이 장사하는 부부 같다는 느낌만 들었던 것이다.

해서 강형우는 일 핑계 대고 나오라고 했다.

“오빠!”

공지혜가 뛰어오는데, 역시나 힘을 잔뜩 준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영지 옷을 입고 나온 거지?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하늘색 원피스가 조금 작았다. 그래서 더 타이트하게 느껴졌고, 그전에는 몰랐던 굴곡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머리도 일할 때와 다르게 풀어서 가슴까지 내려왔고 그 중간에 하얀색 핸드백 줄이 보였다.

순간, 아! 노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지나가던 남자들이 힐끗힐끗 쳐다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확실히 이렇게 보니까, 이쁘긴 이쁘네.

심지어 다이어트 실패 부작용으로 58㎏나 나간다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질 않았던 거다.

“오올, 오빠! 멋진데요?”

“나?”

“예. 역시 몸이 좋으니까 가볍게 걸쳐도 멋있어요.”

“그래? 정말 괜찮아?”

참 바보 같은 게, 맨날 가게 유니폼만 입으니까 옷이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따로 나가서 살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결국 제일 만만한 청바지에 흰 셔츠만 걸쳤다.

다행히 한때 근육 돼지였다가, 근육질로 바뀐 덕에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는 것 정도?

그게 다 장사하면서 개고생해서 그런 거였다. 덕분에 따로 다이어트도 안 하고 마구 먹고 있음에도, 절대 100㎏는 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 어디 가요?”

“시장조사.”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심장이 살짝 두근대고 있었다. 공지혜가 팔짱을 끼면서 달라붙었서였다.

“예, 예약해 놨으니까, 빠, 빨리 가자.”

강형우는 태연한 척 걸으면서 생각했다.

아무래도 다음 달, 차부터 사야겠다고.

“폭립에 샐러드, 파스타면…….”

역시 장사꾼 버릇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메뉴판을 보는 순간, 자동으로 금액이 계산되었던 것이다.

“여기에 음료수까지 추가하면 오만 원 정도 나오겠네?”

“땡. 이런 데는 부가세 따로거든요. 오만 사천팔백 원이랍니다.”

공지혜가 웃으면서 말하는데, 이게 부창부수라는 건가 싶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일단 시키자.”

직원이 무릎 꿇는 게 조금 걸렸지만, 어쨌든 주문은 무사히 마쳤다.

곧 식전 빵과 샐러드가 나왔고 음료수가 더해졌다.

“그런데 지혜야.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요?”

“혹시 성구랑 뭐 했어?”

공지혜는 대답 대신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강석 이 개노무 새끼 때문에 며칠 마음을 졸였다. 그러다 이은주가 쉬면서 대타로 데려왔을 때 살짝 물어봤다.

혹시 지혜랑 따로 만나는 거 있느냐고.

그랬더니 애가 절대 아니라고 손을 마구 저었다.

확인 사살 겸, 지혜 좋아하냐 물어봤더니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랬다가는 홍태구한테 맞아 죽는단다.

아! 생각해 보니 그럴 만도 했다.

공지혜가 나 좋아하는 걸 제일 먼저 알려준 사람이 태구였으니까.

어쨌든 홍성구 쪽의 의문은 풀었는데, 공지혜의 생각이 궁금했다.

“성구 오빠가 뭐라고 이야기 했는데요?”

“아니, 얘가 아무 말이 없어서… 그래서 물어보는 거지.”

최대한 태연히 말한다고 했는데, 내가 듣기에도 많이 어색해 보였다.

그때 공지혜가 헤헤 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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