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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리얼갑부-81화 (81/251)

# 81

81화 대신 조건이 있어

“끄응.”

입에서 저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어쨌든 첫 만남에서 쫓겨나듯이 나왔다.

강형우는 가능하면 관심을 접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부동산 삼촌한테 넌지시 이야기는 해놨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이다.

하지만 벌써 오 일째 연락이 없었다.

그러니 포기할 수밖에.

사실 수영로터리는 참으로 요상한 동네였다.

삼거리였는데, 북쪽으로는 유명한 팔도 시장이 있었고 왼쪽 아래에는 주택가, 큰 도로 반대편은 유흥가였다.

그게 뭐가 요상하냐 할 테지만 막상 이 동네를 돌아보면 그럴 법도 했다.

일단 북쪽의 팔도시장.

이름 그대로 재래시장이었다.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으로 인해 지붕을 씌웠고, 머지않아 야시장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과거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시장 구석으로 들어가면 오천 원 하는 명태 대가리에 막걸리를 팔았고 떡볶이에 소주 먹는 이들도 많았다. 만 원짜리 꽃게찜 가게도 있었고, 기사식당도 선술집도 아닌 식당들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지하철 입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그랬다. 시장 안쪽은 거의 90년대 분위기가 고스란히 났던 것이다.

그 너머에 강형우의 본가가 있었다. 지금은 여인천하가 되어버린 그 집 말이다.

다시 번화가로 내려와서 우측에는 완전 유흥가였다.

프랜차이즈 술집을 비롯해 양곱창 골목이 있었고, 맛집들이 쫘악 깔렸다.

특히 유명한 집이 있었는데, 전국에서 대패삼겹이 제일 비싼 집이었다. 100g에 이만 원, 세 명 기본 5인분 하는 작은 가게가 거기였다.

그 외에도 나름 이름 알려진 집들은 거의 이 동네였다. 게다가 성인 나이트까지 있어, 부산의 어느 번화가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였던 것이다.

여기는 거의 2010년대라 보면 된다.

강형우가 자리 잡으려는 건 이 맞은편이었다.

교차로를 중심으로 왼쪽 아래.

큰 병원과 학교, 원룸과 빌라촌, 아파트 단지가 있는 진짜 조용한 주택가가 여기였다.

실제로 입소문을 타고 성공한 맛집들은 거의 이쪽에 다 있었다.

1,900원짜리 초저가 돈짱 돈가스라든가, 엄마손 버거도 부산에서는 거의 여기서 시작했다. 유명한 고등어구이 식당도 여기였고, 2,500원짜리 칼국수 시키면 김밥 반 줄이 나오는 광안시장 맛집도 이쪽에 자리했던 것이다.

또, 명장이 운영하는 제과점과 이쁜 카페들도 여기 있었다.

그럼에도 조용한 주택가와 어우러져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옴에도 어수선하지 않았다.

딱, 2000년대 초반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진짜 수영 지하철을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면 각각이 그런 느낌이 났던 것이다.

해서 강형우는 조용한 주택가 일대를 위주로 틈틈이 돌아다녔다.

그러다 딱 그 카페에 꽂혀 버린 거다.

“하아. 진짜…….”

강형우는 자신도 모르게 자꾸 그 가게에서 장사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무려 30평대였다.

뒤쪽에 차 두 대가 들어갈 만한 주차장도 있었고, 거기서 주방까지 문도 뚫려 있었다.

안에 들어가 보니 먼지만 좀 쌓였을 뿐, 이미 인테리어는 완벽에 가까웠다.

주방 시설도 카페치고는 훌륭했고 무엇보다 예상치 못한 여유 공간까지 있었다.

아무래도 전의 사장이 다용도실을 만들어서 서재로 썼던 것 같았다.

여길 개조해서 음식 밑작업하는 공간으로 쓰고, 카페 카운터 뒤쪽의 뚫린 부분으로 음식을 주고받고 하면 아주 괜찮을 터.

“그런데 권리금이… 사람 미치게 만드네.”

만약 가게 얻었다가 임대 만료가 돼서 나가라고 하면, 권리금은 그냥 날아간다. 뒷사람에게서 시설비라도 받는다 쳐도 최하 이천만 원 정도는 손해 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장사가 안 되면 그 역시도 날아간다.

지성분식 반년치 수익이 증발하는 셈.

반대로 생각하면 물론 장사 잘해서 그 이상을 벌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위험 부담을 끌어안기에는 불안한 것도 사실이었다.

강형우는 한숨을 내쉰 뒤, 투정을 부렸다.

“에잇~ 잊자. 잊어!”

***

“메뉴판 잘 나왔네.”

고화질 실사 출력으로 뽑은 걸, 이전 메뉴판에 덧붙이는 식이었다. 돈 더 들이더라도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왔으니 따로 제작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벽에 거는 건 일부를 바꿔야 했다.

“쩝, 뭘 하기만 하면 돈 십만 원은 그냥 깨지네.”

이번에도 사진 찍고 출력하고 붙이는 건 홍태구가 해줬다.

인건비는 술값으로 퉁치고, 인쇄비만 들었음에도 십이만 원 정도가 나간 셈이었다.

다행인 건, 그래도 제법 마음에 들게 나왔다는 거다.

어쨌든 현재 김밥은 이러했다.

기본 김밥은 천오백 원이었다.

처음에는 맛간장으로 조리해 우엉을 메인으로 햄, 단무지, 맛살, 계란, 시금치 등등을 넣었다.

하지만 조리하면서 간을 맞추다 보니 몇 가지 재료를 빼는 게 맛의 밸런스가 더 좋았다.

한마디로 과유불급이라고 해야 할까?

그 덕에 깨달은 게 있었다.

무조건 속재료를 많이 넣는다고 좋은 게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재료들이 적어야 참치나 치즈, 돈가스가 더 부각이 되었다. 짠맛에 감춰졌던 본연의 맛이 훨씬 맛이 더 살아났던 것이다.

이제 각자의 존재감이 확실한 김밥이 된 셈.

깨달음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아! 그래서 남는 거구나.”

전에 평석이 형이 그랬다. 손미 왕김밥은 받아서 쓰는 재료가 하나도 없다고.

지성분식은 그렇게까진 할 수 없었다. 김밥이 메인도 아니니, 거기에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긴 어려웠던 것이다.

해서 일부만 받았는데, 속재료를 줄이다 보니 받는 양이 적어져 버렸다.

황당하게도 그러니 돈이 남더라.

천오백 원짜리 김밥 팔면 무려 이백 원이나 남았다.

미끼 상품으로 손해만 안 보면 좋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이득이 됐던 거다.

이천 원 라인의 참치 김밥이나 치즈 김밥도 한 줄에 무려 오백 원이나 남았다.

물론 예외도 있었는데, 그게 돈가스 김밥이었다. 두툼하게 넣다 보니 인기 메뉴가 됐는데 거의 본전에 가까웠던 것이다.

어쨌든 김밥은 그렇게 해결됐는데, 이제 라면이 남았다.

하지만 이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왜냐?

원래 지성분식은 라면 맛집으로 시작했다.

특히 강형우가 자신 있는 분야가 이쪽이었으니 메뉴 늘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역시 보편적인 수준 정도만 하기로 했다.

형님 밥버거 집에서 천 원짜리 라면을 만들 때처럼 파기름을 냈고, 특제 양념장을 만들었다. 여기에 맛간장 베이스가 되는 기본 육수를 일부 섞는 것으로 국물 맛을 냈던 것이다.

메뉴는 치즈가 들어가면 치즈 라면인 것처럼 그 외 떡 라면과 만두 라면이 있었고, 오징어 라면으로 끓이는 짬뽕 라면과 너구려 라면도 올렸다.

그렇게 놓고 보니 메뉴가 많았다.

하지만 강형우는 수십 차례의 연습 끝에 주방에 부담을 주지 않는 조리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

“오, 민석아!”

강형우는 간만에 보는 얼굴이 나름 반가웠다. 버스를 타기 위해 평소와 다른 길로 내려왔는데, 아침부터 근처 골목길을 청소하던 김민석과 딱 마주친 것이다.

“예, 형님! 오랜만입니다.”

김민석이 환하게 웃는데, 어째 인상이 조금 변한 것 같았다.

“여기까지 청소하냐?”

“하는 김에 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김민석이 쑥스럽게 웃으니,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덕수 형을 통해 들었는데, 천 원 라면이 제법 쏠쏠하다고 했다. 밥버거 주문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팔았는데도 하루에 백여 개 가까이 나간다는 것이다.

들어보니 그럴 만했다.

최근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었다. 세트에 나오는 국물보다, 라면 시키는 게 훨씬 푸짐했으니 너도나도 시킨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서 밥버거 둘에 라면 하나면 딱이라나?

특히 비 오는 날은 세트보다 라면이 훨씬 많이 나간다고 했다.

어쨌든 그런 메뉴 덕에 형님네 밥버거 본점도 제법 장사가 잘되고 있었다.

그러니 저렇게 신이 났지.

물론 그것 말고도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윤다정이 임신 오 개월이란다. 벌써 혼인신고에 도장은 찍었고, 신혼여행 겸 얼마 전 이박 삼 일로 동해를 다녀왔다는 것이다.

다른 건 모르겠고, 그게 제일 부러웠다.

“근데, 형님. 이렇게 쫙 빼입고 어디 가십니까? 혹시 데이트?”

“데이트는 맞는데, 여자는 아니란다.”

“그럼 남자요?”

“죽을래?”

“죄송합니다. 큭큭.”

소리 죽여 웃으니 예전의 밉상스러운 얼굴이 고스란히 보였다.

확 뒤통수를 후려갈길까 보다.

그런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김민석이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근데 요즘 현우 형님 소식 들었습니까?”

“안 그래도 궁금하긴 한데, 통 연락이 없네? 찾아가기도 좀 애매하고.”

지성분식에서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이긴 했다.

버스로 한 정거장 반 정도인데, 거기서 약간 올라가면 망미시장이 나온다.

그 애매한 상권에 현우 형의 우리 통닭이 이었다.

문제는 이 형이 원래 말이 많은 편이 아니라는 거다.

무엇보다 먼저 연락을 주기로 해놓고, 이제껏 전화 한 통 없었다. 궁금해서 몇 번 해보기는 했는데 그 역시도 연결이 되질 않았던 것이다.

솔직히 강형우도 바빠서 자주 못한 건 사실이지만.

“혹시 무슨 일 있어?”

“저야 모르죠. 근데 덕수 형님 표정이 안 좋더라고요. 이야기할 만하면 해주실 거라 생각해서 먼저 못 묻고 있습니다.”

“하긴, 나도 그렇기는 한데…….”

강형우는 잠시 망설였지만, 막상 바로 전화하기는 애매했다. 이 시간이면 다들 자고 있을 때였으니까.

무엇보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황당한 약속이 잡혀 있었던 것이다.

강형우는 김민석과 헤어지고 바로 택시를 잡았다.

아침 7시였다.

새로운 건물주가 될지 안 될지 모를, 강학희에게서 뜬금없이 연락이 왔던 것이다.

“미안하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강형우는 혹시나 이전 같은 일이 있을까 봐 바른 자세를 취했다. 막 자대배치 받은 신병처럼 각 잡고 앉았던 것이다.

“아침 일찍 부른 건, 좀 있다가 강원도 가네.”

“예?”

“커험, 두 달 반짜리 공사가 잡혀서… 험험! 그래, 그 부동산 하시는 분이 몇 번 연락이 왔더라고. 자네가 꼭 이 가게를 하고 싶다고 했나?”

“그랬습니다.”

강형우가 꼿꼿한 자세로 대답하자, 강학희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보증금 삼천에 월세 백. 그리고 권리금이 문제이긴 한데, 어떻게 생각하나?”

다시 연락이 왔을 때 진지하게 생각했다.

정말 천경 어르신 말대로, 이게 운명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다.

“잠시 봐도 되겠습니까?”

이미 전에 보고 폰으로 사진까지 찍어갔다.

하지만 한 번 더 확인해 보고 싶었다.

강형우는 주방을 보고, 뒤편을 확인했다. 그런 뒤 다용도실을 보고 홀로 나왔다.

조금만 꾸미면 바로 장사가 가능할 정도로 손을 댈 게 없었다. 카페 할 때 쓰던 것 일부만 정리하면 열흘 안에 오픈도 가능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 정도의 인테리어를 하려면 못해도 이천만 원 정도는 깨진다.

순간 강형우는, 머릿속에서 사천만 원을 지워 버렸다.

그런데 강학희가 빨랐다.

“자재비만 받겠네. 삼천만 주게.”

“예?”

“여기 공사할 때 들어간 돈이 딱 사천이야. 아들이 장사한다고 해서 내가 직접 자재 하나하나 다 골랐어. 거기서는 한 푼도 못 깎네.”

별말도 안 했는데, 천 만원이 훅 떨어졌다.

근데 혹이 하나 붙었다.

강학희는 진짜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이라뇨?”

“그게… 크흠. 그러니까……”

딱 부러지는 성격이라 봤는데, 아니었나?

잠시 뜸을 들이던 강학희는 정말이지 의외의 말을 꺼냈다.

“우리 아들. 일 좀 시켜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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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리플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하고, 또 고맙습니다.

사실 할 이야기는 참 많은데, 복잡한 사정상 다 못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연재를 하면서 몇 번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문제도 있고, 외적인 문제도 있고, 업계 아는 사람은 알지만 독자님들은 모르는 그런 사정들이 있습니다.

일부는 정리가 됐고, 아직 안 된 것도 남아 있네요.

그런 여러 이유 때문에 답장을 달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독자님들의 성원과 리플에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연재는 당분간 주6일 형태로 계속 될 겁니다.

그럼 월요일 날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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