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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리얼갑부-73화 (73/251)

# 73

73화 마음대로 하라고

“헐. 진짜네.”

강형우는 왈칵 짜증이 났다.

지성분식 정문에 승용차 한 대가 있었다. 야외 테라스 놓는 공간까지 약간의 턱이 있었는데, 밀고 올라와 주차를 했던 것이다.

덕분에 정문이 겨우 열리는 수준이었고, 공간도 간신히 사람 한 명 드나들 수 있을 정도였다.

“와! 이런 무개념을 봤나?”

이래선 영업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손님이 실수로 문을 확 열기라도 하면 차와 부딪힐지도 몰랐다.

문제는 이 상태라면 견인도 어려울 것 같았다. 견인차가 들어올 만한 공간이 전혀 나오질 않았으니까.

이건 차를 못 빼게 가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게 틀림없었다.

“진짜 상식이 없네! 장사하는 가게 앞에 이렇게 대다니.”

“이거 어떻게 해요?”

공지혜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차를 노려봤다.

“일단 통화부터 해야지.”

강형우는 곧바로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폰을 들었다.

신호음은 가는데, 상대가 받지를 않았다.

한 통, 두 통, 세 통.

짜증 지수가 올라가고 성질이 폭발하기 직전, 겨우 전화 연결이 됐다.

“여보세요.”

-예에~

막 자다 깬 목소리였다. 그래서 가능한 감정을 추스르고 조용히 물었다.

“혹시 육구구육 차주 되시죠?”

-그런데요?

“죄송한데 저희 가게 앞에 주차를 하셨거든요. 영업해야 하는데 차 좀…….”

뚜뚜뚜뚜~

“뭐야?”

솔직히 황당했다.

통화하다 말고 폰을 끊는 건 또 뭐란 말인가?

이게 나오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이~ 씨, 자는데.

욕부터 들리니까 머리 뚜껑이 열릴 것 같았다. 뭐, 이런 종족 보존의 가치도 없는 새끼가 다 있는지.

하지만 강형우는 손님이 눈앞에 있다 생각하고 다시 정중하게 말했다.

“깨운 건 죄송한데 차 좀…….”

“거, 몇 시에 영업하는데?”

“예. 열한 시에 오픈인데요.”

“에이 씨발, 시간 많네. 야! 나중에 걸어.”

뚜뚜뚜뚜~

뚜뚜 소리에 머리 뚜껑이 열리는 것 같았다.

“왜, 뭐라는데?”

“아니, 그게…….”

하도 열받으니 말도 잘 안 나오더라.

강형우는 심호흡을 한 뒤에야 방금 전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피식 웃은 강주혁이 말했다.

“가끔 그런 배 째라 새끼들 있거든. 완전히 자기밖에 모르는 놈들인데, 확 배를 한 번 째줘야 이런 짓 안 하거든. 그냥 견인해 버려.”

“근데 형, 이거 위치가 애매해서 되겠어요?”

“여기 앞에 도로 맞아?”

“예. 구분이 애매하긴 하지만 맞아요. 왕복 이차선인데 주택가라 단속을 안 할 뿐이죠.”

동네 사람들의 경우 맞은편 집 담벼락에 일렬로 주차를 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지성분식 라인 쪽이 상가라서 이런 적이 없었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이거였다.

“그리고 여기 안쪽은 사유지예요. 여기서 여기까지 주인집 땅이거든요.”

팔을 들어 가상의 선을 그었는데 운전석 절반, 그리고 보조석과 그 뒷좌석이 땅을 넘어온 상황이었다.

“그럼 법대로 하면 되겠네.”

“아무래도 그래야겠죠?”

결국 강형우는 다시 통화를 했다.

“여보세요.”

-이, 씨발. 왜 자꾸 전화질이냐고!

“그게요. 영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선생님 차가 가게 입구를 막고 있어서요.”

-그래서!

“차 좀 빼주세요.”

-아, 몰라. 니 알아서 하라고. 씨발, 좆같은 동네 이사 가든가 해야지. 주차 좀 했다고 별것도 아닌 일로 새벽부터 전화질이고.

순간, 이성이 저 멀리 날아가려는 게 느껴졌다.

욱, 하는 게 올라 왔지만 강형우는 일단 참았다.

“새벽이 아니고, 아침입니다. 조금 있으면 출근 시간이고요. 차 안 빼시면 신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견인을…….”

-크큭, 그 차 뺀다고? 지랄하네. 할 수 있으면 해보든가.

“예?”

-아, 됐고. 전화하지 마. 새끼야.

뚜뚜뚜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게 벌써 세 번째였다.

강형우는 확~ 열받아서 차를 노려봤다.

보통 승용차보다 조금 큰 사이즈에 반짝반짝한 게 거의 새 차 수준이었다.

하지만 순간 고철로 보였다. 해머 하나 들고 와서 폐차 수준으로 만들고 싶다는 충동까지 느껴졌던 것이다.

“후우, 하아~ 후우, 하아~”

몇 번 심호흡을 하자 가슴이 진정되는 게 느껴졌다.

다시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 새끼가 아예 폰을 꺼놔버린 모양이었다.

“하아. 별수 없네.”

강형우는 일단 연제구청에 신고했다.

마침 돌아다니는 중이었는지 10분도 안 돼서 직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나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직원이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 동네 재개발 때문에 차량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근데 주차 공간 해결이 안 되서 요즘 이런 일 많습니다.”

직원이 친절하게 말하니 조금은 안심이 됐다. 그런데 위치를 보자 표정이 좋지 않았다.

“왜 그러시죠?”

“그게 위치가 참 애매하네요. 이러면 업체들도 쉽게 못 가져갑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그게. 일단 신고 접수는 넣겠습니다. 과태료는 나올 거고요. 차주가 뺄 때까지는 손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국 이대로 방치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나?

강형우가 한숨을 내쉬는데 강주혁이 피식 웃었다.

“배 째라 나오는 게 이유가 있었네.”

“그러네요. 확 성질대로라면 그냥 집어 던졌으… 아!”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었다.

강형우는 잠시 둘러보다가 간격을 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형? 힘 좀 쓰죠?”

***

“헐, 이게 되네요?”

구청직원이 황당해했다.

안 그래도 요즘 무척 조심하고 있었다.

새벽 수련에 이은 꾸준한 운동 덕에 몸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었다. 힘든 주방 일을 하루 종일해도 피곤하지 않았고, 체력도 무척 쌩쌩했던 것이다.

안 그랬다면 벌써 피 토하고 쓰러졌겠지.

솔직히 정확히 측정해 보진 않았다.

하지만 정상인이 평균 범주는 어느 정도 넘었으리라 생각했다.

냉동실 치킨 사건 때도, 그전에 강남스타일 난리 때도 애들을 때리지 않고 운동시킨 게 그래서였다.

툭 쳤다가 억 하고 죽을 수도 있었으니까.

해서 한 번 시험해 봤다.

공지혜가 봐주는 사이 힘을 써봤는데, 승용차가 들리긴 들리더라.

바로 견인차를 부른 게 그래서였다.

놀라운 건 주혁 형이었다.

호리호리한 체형인데도, 힘이 정말 장사였다.

농담 삼아 말하길 형수님 성화 때문에 과자 대신 홍삼을 매일 씹어 먹는다나?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힘이 좋아졌단다.

어쨌든 낑낑대면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자 승용차를 겨우 뒤로 뺄 수 있었다. 대충 2m 정도 들어 옮긴 뒤 앞부분을 길가 쪽으로 돌린 것이다.

그 직후, 견인차가 재빨리 낚아챘다.

“헐. 이런 건, 인터넷으로나 봤는데……”

직원 한 명이 황당해하는데, 상사로 보이는 다른 직원이 갑자기 호탕하게 웃었다.

“아우, 진짜! 속이 다 후련하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반응을 보니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 직후, 명함을 받았다.

“생각나면 전화해 주세요. 제 권한으로 바로 취직시켜 드릴 테니까요.”

그러면서 구청 직원들이 사라지자, 강주혁은 대놓고 놀렸다.

“공무원, 좋지. 정년 보장에 월급 제 날짜에 딱딱 나오니까.”

“형, 장난해요?”

“크큭. 아니, 아니야. 그게 아니라 새로운 적성을 찾은 것 같아서 말이야.”

강주혁이 축하한다고 박수까지 치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일단 오픈 준비부터 하죠.”

강형우는 제대로 한 끼로 돌아와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야채를 썰고 밑준비를 했고, 5인분 팩도 일부를 미리 꺼내놨다.

뚝배기 해물된장과 돼지고기 김치찌개도 바로 나갈 수 있도록 블록들을 바로 쓸 수 있게 까놨고, 거기에 맞춰서 두부도 썰었다.

점심시간에만 최소 100인분이었다. 거기에 맞추려면 할 일이 무척 많았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주방 직원과 보조 알바가 출근했다.

강형우는 혹시나 싶어 강주혁과 고지우에게 부탁까지 한 다음, 시계를 힐끗 봤다.

벌써 10시 23분이었다.

***

“뭐야? 차 어디 갔어?”

목소리를 들어보니 딱 그놈이었다.

세 번이나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더 잔다고 폰까지 꺼놓은 바로 그 개새끼 말이다.

나이는 거의 오십대 초중반으로 보였고, 구겨진 회색 정장이었다. 근데 찬란하게 빛나는 대머리를 가지고 있어 멀리서도 확 눈에 띄었다.

근데 말끝마다 욕이었다.

그러면서 주변을 몇 번이나 돌아다니다가 다시 지성분식 앞에 와서 섰다. 그런 뒤, 갑자기 방방 뛰더니 울분에 찬 고함까지 몇 번이나 내질러 댔다.

그러면 뭐하냐? 차는 이미 끌려갔는데.

강형우는 그 광경을 보면서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괜히 가게 들어와서 해코지할까 봐 와 있는 거였다. 나가서 시비 붙을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사실 감정대로라면 멱살 잡아서 번쩍 든 다음에, 아주 그냥 탈탈탈 털어버리고 싶었다.

상식이 없는 것도 정도가 있지.

조금만 입장 바꿔 생각하면 어제의 주차는 절대 못할 짓이었다.

그래놓고 통화하면서 배 째라 했으니, 진짜 째는 수밖에.

근데 아쉽기는 했다.

구청 직원이 말하길, 불법주차 과태료에 견인비, 보관비 해봐야 10만 원 정도란다. 업체에서 덤터기를 쓰는 경우라면 모를까 보통은 그 정도 이하로 나온다는 것이다.

아침부터 열받은 거 생각하면 몇백만 정도는 물렸으면 좋으련만.

하여간 우리나라는 법이 너무 무른 것 같았다.

사기 치다 걸리면 징역 30년씩, 50년씩 팍팍 때리면 좋을 텐데 말이다.

“역시. 그냥 안 가네.”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회색 정장의 반짝 대머리 아저씨가 씩씩거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오려 했으니까.

강형우는 일부러 입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지성분식 안에서 욕설이 울리는 걸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뭐라고 할지 궁금했었는데, 첫마디가 이거였다.

“야! 아침에 전화한 새끼가 너지?”

“예?”

“씨발, 차 빼라고 지랄한 거 너잖아!”

대머리 아저씨가 버럭버럭 하는데, 살짝 열이 받았다.

그래도 가게 앞이라 일단 눈에 힘을 풀었다.

“저기, 아저씨.”

“왜.”

“저 아십니까?”

“뭐? 내가 널 어떻게 알아?”

“근데 초면인데 왜 반말하시는 거죠?”

나름 최대한 정중히 말했다. 그런데 듣는 사람은 그렇게 안 들리는 모양이었다.

“이 새끼가 감히, 어른이 말하는데……”

그러더니 갑자기 멱살을 붙잡았다.

힘으로 뿌리치면 간단하긴 했는데, 강형우는 일부러 참았다.

“이 씨발 놈아, 내 차 어디 있어? 내 차 어디 있냐고?”

대머리 아저씨가 힘을 주며 멱살을 당겼다.

당연히 강형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어이. 거, 뭡니까?”

“이봐요. 아저씨, 뭐 하는 거예요?”

뒤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마구 들리기 시작했다.

대머리 아저씨는 돌아보자마자 화들짝 놀랐다.

일단 한두 명이 아니었다.

철물점 사장님과 부동산 삼촌, 바로 옆 마트 아주머니와 반찬가게 사모님이 있었다. 게다가 이들이 움직이니 장판집 아저씨도 나왔고, 막 목욕탕에서 나온 동네 단골손님들까지 몰려들었다.

“아니, 뭐야, 당신들.”

대머리 아저씨가 한마디 하는데, 돌아온 건 수백 마디였다.

“무슨 일이냐고!”

“야이, 양반아. 멀쩡한 장사집 앞에서 무슨 행패야!”

“어이, 아저씨. 뭐 하는 거요?”

“거, 뭡니까?”

이 정도는 좋은 말이었고, 분위기 험악한 말이 더 많았다.

“아재, 뭐 할라고?”

“마! 니 눈데? 동네서 행패고?”

“이 새끼야. 우리 형우, 멱살 안 놓나?”

그 외 기타 등등의 압박과 협박이 마구마구 쏟아졌다.

그럼에도 대머리 아저씨는 용기가 가상했다.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지른 것이다.

근데 쪽수에 밀려서 겁이 나는지, 말투가 확 달라졌다.

“내 말 좀 들어보소. 내가 여기 주차를 했는데…….”

어젯밤에 주차를 하고 아침에 와보니 차가 없어졌다. 그래서 억울하고 화가 나서 이야기하는 중이란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다.

“누가 여기 차를 대노?”

“어이, 아저씨. 여기 주차하면 안 돼! 길 막힌다고 동네 사람들이 다 이 앞으로만 하는데…….”

“주차 잘못했네. 아재가 빙시지.”

자기편이 하나도 없는데도 대머리 아저씨는 기죽지 않고 버럭 화를 냈다.

“뭐라 합니까? 왜 여기 주차하면 안 되는데요? 여가 당신네들 땅이요?”

하지만, 강형우에게도 숨겨진 카드가 하나 있었다.

-아, 몰라. 니 알아서 하라고. 씨발, 좆같은 동네 이사 가든가 해야지. 주차 좀 했다고, 별 것도 아닌 일로 새벽부터 전화질이고.

-차 안 빼시면 신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견인을…….

-지랄하네. 할 수 있으면 해보든가.

-예?

-됐고. 전화하지 마. 새끼야.

바로 통화 녹음 내용이었다.

강형우가 그걸 틀자,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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