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목식당 리얼갑부-47화 (47/251)

# 47

47화 맛이 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싸!”

고기만 받아서 튀기면 끝나는 게 아니었다. 소스도 만들어야 하고 샐러드에 밥도 필요했던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가격이 조금 애매했다.

강형우는 일단 제품 구입 가능성부터 확인했다.

한 회사는 업소전용상품 회원이 되려면 보증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액이 미묘했는데, 십만 원을 내면 업체용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느낌이 별로인데?”

이런 회사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규모가 큰 종합쇼핑몰급만 했지 한 종류의 제품들만 파는 곳은 하지 않았다.

만약 보증금 내고 가입했다가 쓸 만한 상품이 없으면, 돈만 날리는 셈이었다.

그 외에도 몇 군데는 평이 안 좋아서 순위에서 지웠다.

냄새가 난다느니, 고기가 질기다느니 하는 의견들이 제법 많았던 것이다.

그렇게 빼고 빼다 딱 하나가 남았다.

그런데, 일단 대량구매가 필수였다. 두 박스 이상 구입할 때만 그 가격으로 판매를 한다는 것이다.

한 박스에 20개 들이 6개니 120개, 무려 240인분을 한꺼번에 사야 했다.

가격은 배송료 포함 46만 원이나 했다.

“그럼 미리 공지를 해 놓던가!”

솔직히 울컥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별의별 백신 프로그램을 다 깔고 회원가입 하는 데만 20분이 넘게 걸렸다. 거기에 업소용 상품을 보기 위해 따로 쓰는 내용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쓸데없는 짓이 됐다.

혹시나 해서 정중히 전화해서 물어보니, 무조건 두 박스 이하는 안 판다고 했다.

그 내용이 제품 상세 페이지 하단에 적혀 있단다.

확인해 보니 글자가 파리 눈알만 한 크기였다. 심지어 순이 이모는 돋보기를 써야 겨우 보일 정도란다.

수상쩍은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 평가가 좋아서 끝까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홈페이지를 확인해 봤는데 상품평이라던가 구매후기가 하나도 없었다.

아니, 적을 수 있는 게시판 자체가 보이질 않았다.

“혹시 모르니까, 카페에 들어가 보자.”

포털사이트 몇 군데를 돌아보면 예비창업자, 쉐프, 혹은 자영업자 카페 같은 게 적지 않았다.

그중 회원수가 가장 많은 순위부터 들렸다.

“찾았다.”

다섯 번째인가? 마지막 비공개 카페에서 검색을 거듭한 끝에 겨우 회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썅!

업소용 샘플 세트와 실제 판매 제품과 차이가 크단다. 그래서 한 번 사면 다시는 안 산다는 평가들이 상당했던 것이다.

실제로 이 회사 돈가스로 영업 시작했다가 실제 제품을 받고 당황했다는 사장의 후기도 있었다.

-처음 한두 번은 괜찮은 게 오더니 나중에는 잡육 찌끄레기 뭉치가 오더라고요.

튀겼는데 돈가스가 산산이 분해됨.

열 받아서 항의했더니, 소비자 과실이라며 보관을 제대로 못한 탓이라고 우기더군요.

다시는 이 회사 제품 안 삽니다.

-전형적인 악질 회사!

씨발~ 네 박스 샀는데, 위에 40개는 괜찮고 밑에 80개는 쓰레기임.

진짜 열 불나서 회사 찾아가려고 했음.

제품 가격도 가격이지만, 돈가스 메뉴판 뽑고 간판 추가로 다는데 60만 원 깨졌는데 그거 날리게 생겼음.

-반품 하려고 주소 찾아보니, 식품회사가 타이어 생산 공장 옆에 있음.

상관없다고는 하지만, 찝찝해서 못 쓰겠음.

가장 압권은 이거였다.

-가게 오픈 나흘 전, 지인들 서른 명 모아 놓고 테스트했다가 욕 오지게 먹었음.

친구는 망하려고 작정했냐고 함.

부랴부랴 제품 바꿔서 오픈하긴 했는데, 동네 사람들 아무도 안 옴.

씨발, 돈 벌면 이 회사 사장 새끼부터 청부 살인할 거임.

글을 읽다 보니 강형우도 성질이 났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럴 거다. 사장이 쉽게 돈 벌려고 하다 보니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판다고.

물론 그런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식당의 상당수는 업소용 냉장을 쓴다.

실제로 직접 만드는 것보다 퀄리티가 좋은 제품도 많았고, 지성분식 같이 메뉴가 많은 곳은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사장들은 튀겨 보고, 잘라 보고, 직접 먹어 본다.

문제는 업체용 샘플이었다.

그걸 기준으로 판단해 구입하는 건데, 실제 제품이 다르다면 거의 사기였다.

“하여간 사기꾼 천지라니까.”

열 받아서 회원 탈퇴하려는데 그마저도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 찾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오기가 있지!

강형우는 10여 분을 더 허비하고 나서야 기어이 탈퇴할 수 있었다.

“하~ 진짜 뭐하나 쉽지가 않네.”

이건 개인의 노력으로 될 게 아닌 것 같았다.

나라가 바뀌든가 해서, 사기꾼 놈들은 몇십 년씩 콩밥 먹여야 없어질 테니까.

어쨌든, 오기가 생겼다.

돈가스. 니가 죽냐 내가 죽냐 보자!

***

쉽게 생각했지만, 어려웠다.

조금 어려운 게 아니라 정말 어려웠다.

돈가스는 크게 고기, 소스, 샐러드, 이 세단계로 나뉜다. 각각의 단계에서 어떤 차이를 주느냐에 따라 맛의 균형이 달라지는 것이다.

“흐음, 심오하네.”

검색을 하고, 동영상을 보고, 그것도 모자라 유명한 집들을 돌아다녀봤다.

하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머리가 복잡했다.

“그냥 귀찮은데, 냉장 제품 쓸까?”

확실해 인터넷으로 파는 냉동 말고, 반냉장 제품들이 존재하기는 했다.

구포축산물 도매시장 인근에 가면 육가공 식품회사들이 많았다. 대부분 바로 도축한 돼지를 받아서 각 부위별로 분류해 제품을 만들어 파는 곳들이었다.

실제로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부산 감자탕집의 상당수가 여기서 물건을 받아 간다.

청진동이라던가, 양푼이 감자탕 골목, 사상 뼈다구집 등이 그랬다.

어쨌든 이 동네에 가면 반가공 상태의 냉장 돈가스를 살 수 있었다. 바로 튀길 수 있게 만들어진 제품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알아 보니 인터넷 판매는 하지 않았다.

또, 원하는 단가를 맞추려면 대량 구매가 필수였다. 한 번에 200개 기준으로 35만 원 선인데, 월 1,000개는 받아야 배달까지 해 준다는 것이다.

확실히 품질은 좋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고기들은 전문점에서나 쓰는 고급품이었다.

최하 6,000원대였고, 계산을 해 보니 그 금액을 맞추는 건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무리였다.

“역시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네.”

이래서 음식장사가 노동력을 갈아 넣어서 돈을 번다는 말이 있는 거다.

이런 상황까지 되자, 오기가 생겼다.

결국 강형우는 친구 찬스를 써 보기로 했다.

돈가스의 메인은 역시 고기다.

그럼 고기를 취급하는 곳은, 당연히 정육점 아니겠는가?

“부탁 좀 하자.”

강형우는 연미시장에서 정육점 운영하는 친구 정재일을 찾아갔다.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역시 등심이지.”

정재일이 말하는데 순간 공기가 싸늘해졌다.

웃는다고 웃는데 거의 무표정에 가까웠다. 게다가 도축용 칼을 갈면서 말하니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긴, 이런 녀석이었지.

녀석의 별명은 나이트메어였다. 비쩍 마른 체형이나 볼이 쏙 들어간 얼굴을 보면 딱 영화에 나오는 그 비주얼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독특한 습관이 있는데, 발골과 정형은 무척 경건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단다. 그래야 부상 입지 않는다면서 매일 샤워하면서 칼을 갈아서 출근했던 것이다.

아버지한테 그렇게 배웠다면서 그걸 하루도 빼놓지 않았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커다란 돼지 살코기 덩어리가 도마에 놓였다.

정재일은 큼직큼직하게 자르기 시작했다.

“보면 알겠지만, 이게 삼겹살. 여기가 목살, 그리고 등심이 이 부위지. 대충 반 마리에 4㎏ 전후로 나오거든.”

핑크빛 덩어리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돈가스는 이걸 이렇게 나눠서 주로 써. 이게 하나 정도 나올 거다.”

손으로 들어서 보여주는데, 얼핏 봐도 제법 두꺼운 덩어리였다.

정재일은 그 중심에 칼집을 넣고 좌우로 펼쳤다.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딱 그 고기가 나왔다. 이걸 고기 망치로 두들겨서 펴면 딱 돈가스 형태가 나오는 것이다.

“무게가 대충 140g 정도? 여기에 빵가루 묻히면 200g 전후로 될 건데, 가격이 얼마나 나오냐면…….”

간단하게 말하면, 여기서 잘라 주면 1,200원 정도고, 덩어리로 사 가서 직접 자르면 1,000원까지 맞춰 줄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직접 부위를 보면서 설명을 들으니 귀에 쏙쏙 박혔다.

제일 비싼 부위는 삼겹살, 그다음이 목살이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상,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그런 거란다.

등심은 많이 저렴해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가격 변동 폭도 적은 편이라 장사하는데 큰 부담이 없다는 거다.

잠시 고민하던 강형우가 물었다.

“만약에 내가 이 덩어리를 여기서 직접 잘라서 가면? 더 싸게 줄 수 있냐?”

“너 피 보고 싶니?”

정재일이 무덤덤하게 말하는데, 강형우는 화들짝 놀랐다.

칼끝이 바로 코앞에 있었던 거다.

“와! 깜짝이야. 야. 그… 그거 치워.”

정재일은 말없이 칼을 내린 뒤, 그걸 삼겹살 뼈 사이에 푹 박았다.

“우린, 칼끝에서 남는 거다. 초보자가 칼 대면, 그 부위는 거의 못 팔아.”

그러면서 스윽~ 스윽 하는데, 삼겹살 위쪽의 갈비뼈가 하나씩,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거 왠지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은데?

“니가 잘라 가면 두 배는 더 받아야지. 오히려 손해니까.”

“알았다, 알았다고. 짜식아~ 칼 좀 치우고 말해라. 심장 떨어지겠다.”

강형우가 기겁을 하며 물러났다.

정재일이 살벌하게 웃으며 칼을 옆으로 움직엿다.

“저기, 저 집이 순대 전골 맛있게 한다는데, 다음에 한잔하자.”

표정을 보니 순간 섬뜩했다.

그 순대가 혹시, 내 순대가 아닐까 싶어서였다.

***

“너네… 아프리카 갔다 왔니?”

공지혜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놀란 사람은 강형우였다.

지성분식의 입구에 인정둥이가 서 있었다.

피부를 얼마나 태웠는지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씨익 웃는데, 정말 눈알하고 치아만 보이더라.

“이거 선물이에요.”

그러면서 박스 하나를 턱 내려놓는데, 의외로 묵직했다.

그 안에 든 건 귤이었다.

“이거 우리가 다 딴 거죠.”

“진짜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제주도 여행이 노가다 여행이 됐다고 했다.

친구 한 놈이 친척이 제주도에 산다고 했다. 숙박비도 아낄 겸 거기서 묵기로 했는데, 공짜 밥 먹기가 미안해서 잠시 일을 돕기로 했다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그게 열흘이나 됐단다.

그러니 시커멓게 탈 수밖에.

“그래도 신나게 놀다 온 건 맞네. 아주 그냥 살집이 다르다 달라.”

볼에 약간이지만 살이 붙어 있었다.

그 고생을 했으면서도 쪘다면 그만큼 많이 먹었다는 뜻이었으니까.

“맛집 투어에 농사 체험 코스였죠. 그래 봐야 국밥집이나 외가 집보다는 못하지만.”

“나름 재밌긴 재밌었죠. 솔직히 녹색 바다도 처음 봤고…….”

그러면서 자랑질을 하는데, 속이 살짝 쓰렸다.

휴우~ 나는 언제 돈 벌어서 제주도 한번 가보나.

그때 공지혜가 끼어들었다.

“좋겠다. 나도 제주도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누나도, 여름휴가 때 가면 되죠.”

“솔직히 아는 사람 있으면 싸요. 친구 녀석이 의외로 친척이 많아서 돈 많이 안 썼거든요. 반은 얻어먹음. 큭큭큭.”

인우와 정우가 좋다고 떠드는데, 눈꼴 시려웠다.

강형우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다 뭔가 떠올린 듯 손가락을 튕겼다.

“근데 밥은?”

“공항에서 바로 와서 아직 안 먹었음.”

“자앙군~ 주시면 뭐든지 감사하게 먹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주방으로 들어간 강형우는 이내 노릇노릇하게 튀겨낸 돈가스를 가지고 나왔다.

순간 인정둥이의 표정이 변했다.

“왜? 너네 돈가스 좋아하잖아.”

“그야 그렇지만…….”

인정둥이는 서로를 쳐다보더니 뜨는 둥 마는 둥 돈가스를 썰기 시작했다.

그러다 몇 번 먹지도 않고, 감상평을 토해 냈다.

“형. 이거…….”

“왜 별로야?”

“그건 아닌데…….”

인우가 정우 옆구리를 툭 쳤다.

반사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온 한마디.

“맛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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