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목식당 리얼갑부-32화 (32/251)

# 32

32화 와! 대박

정점은 바로 이거였다.

“뜨어.”

“와. 대박!”

그 열렬한 반응에 강형우는 피식 웃고 말았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이, 이게 뭐라고?”

“블랙타이거 새우요.”

너무도 생소한 이름에 다들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너 아니?

딱 그런 표정으로 말이다.

강형우는 박스에서 지퍼백을 꺼냈다.

그 안에 해동 상태의 새우가 있었는데, 딱 봐도 무시무시하게 생겼다.

평균 17㎝, 거의 어른 손바닥만 한 길이었다.

크기도 남달랐고 무엇보다 머리까지 통으로 튀겨서 비주얼도 압도적이었다.

“이게 블랙… 뭐라고?”

“예. 블랙타이거 새우요.”

강형우는 짧게 설명했다.

새우 등의 갑각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렇게 불린다.

이걸 고른 이유는 분명 있었다.

대부분의 튀김집에서는 노바시 새우라고 손질된 수입 냉동제품을 썼다. 머리와 껍질이 없어 해동시켜 튀기면 끝인 것이다.

개당 단가는 200원 이하.

원가는 비싼 편이지만 따로 손질할 필요가 없어서 만들기 편했다. 원산지는 베트남이고, 대표적인 양식새우이기에 가격 변동 폭도 크지 않았다.

한마디로 안정적으로 물건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랬기에 횟집이나 일반 튀김집은 거의 이 종류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강형우는 색다른 걸 찾아 보기로 했다.

이미 창주 형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고추튀김의 열렬한 반응 때문에 방향을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온리 원은 솔직히 무리다.

하지만 스페셜 원은 가능하다.

그에 합의했기에 특별한 튀김을 만들어 보자 했고, 정분석의 도움을 얻어 식자재 회사를 견학했던 거다.

물론 그 회사와 바로 거래하기는 힘들었다. 월 최소 구매금액이 천만 원 이상이 되어야 하니까.

다행이 박일복 부장은, 자신들에게 받아 가는 유통 업체를 소개시켜 주었다.

팔양 수산이라고, 자갈치 시장 안쪽에 냉동 창고 하나를 가지고 있는 작은 회사였다. 거기서 설명을 듣고 블랙타이거 새우로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일단 크기부터 무시무시하기는 하다.”

정덕수의 감탄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강형우는 씨익 웃으며 권했다.

“한번 드셔 보세요.”

“근데, 이거 머리도 먹을 수 있는 거냐?”

“당연하죠. 바짝 튀겼는데.”

강형우가 먼저 새우 머리를 덥석 씹었다.

순간 고소함이 밀려오면서 즙이 팍 하고 터졌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살이 꽉 차 있어 맛도 진하고 향도 무척 강했다. 마치 새우깡 한 봉지를 압축해 한입에 털어 넣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던 것이다.

그때, 거의 동시에 파사삭 소리가 울렸다. 다들 강형우를 보고 용감하게 새우 머리에 도전한 거다.

“흐음. 이거… 맛있네.”

“그러게.”

“창주야. 맥주 없냐?”

정덕수의 주문에 다들 엄지를 척 내밀었다.

“맞아. 이 튀김에는 맥주다, 맥주.”

성화를 이기지 못한 김창주는 결국 500㏄ 다섯 잔을 가져왔다.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먹방 타임!

블랙타이거 새우튀김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쩝. 맛있긴 맛있는데… 아무래도 비싸겠지?”

이혁기의 말을 김현우가 받았다.

“저기 호프집에 삼만 원짜리 모듬튀김 시키면 이거하고 비슷한 거 달랑 두 마리 나온다. 그렇게 따지면 이렇게 통을 먹기는 쉽지 않지.”

다들 걱정하는 투로 강형우를 쳐다봤다.

맛있으면 뭐하냐?

비싸면 안 팔릴 텐데.

딱 그런 표정들이었다.

“생각보다는 안 비싸요. 양식새우거든요.”

“그래도 크기가 있는데…….”

“물론 크면 비싸기는 하죠. 일반 분식집에서 쓰기에는 좀 과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게 더 먹힌다는 거죠.”

현재 블랙타이거 새우는 주로 스테이크 집에서 버터구이로, 고급 일식집에서는 왕새우튀김으로 팔린다고 들었다.

가격은 다섯 마리 기준 15,000원.

그럼에도 인기 사이드 메뉴였다. 평소에는 거의 보기 힘든 요리였으니까.

무엇보다 이 튀김은 현재 파는 분식집이 거의 없었다.

서울, 경기 일부에나 있고, 적어도 부산 경남권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거라 보면 된다.

때문에 성공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게, 마리당 750원 정도 될 거예요.”

순간 정덕수와 이혁기, 김현우는 화들짝 놀랐다.

반대로 김창주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생각보다는 싸지만, 분식집의 다른 튀김들에 비하면 단가가 너무 비싸서였다.

무엇보다 강형우가 보여 준 건 해동 상태의 생물이었다.

손질까지 생각하면 일거리가 느는 건 당연할 터.

“현실적으로 무리가 아닐까?”

김창주의 걱정에 강형우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그래서 더 좋다는 거죠. 예. 생각한 방법이 있어요!”

***

1차는 튀김에 맥주 파티.

이어진 술자리는 아무도 없는 태성반점에서였다.

이혁기가 탕수육과 깐풍기를 만들고, 거기에 맞춰 연태고량주가 나왔다.

“이거 괜히 맛없다고 하는 거 아냐?”

그 엄살에 정덕수와 김현우는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

“야! 중국집 후계자가 만든 건데 누가 맛없다고 그러겠냐?”

“그래. 난 닭 튀기는 거 말고 할 줄 아는 요리가 없다.”

그러면서 다들 김창주를 쳐다봤다.

“나도 인정. 열두 살 때부터 수타면 치던 녀석이 엄살은!”

“그래도, 아버지는 아직 멀었데. 장가가서 애 낳기 전에는 가게 안 물려준단다.”

그 말에 다들 버럭했다.

“새끼야. 그럼 가면 되지!”

“그러게 아림 씨랑 날 잡으면 되잖아.”

맞다. 혁기 형은 조강지처(?)가 있었다.

연애만 4년 했고, 이미 양가 인사까지 마쳤다.

그럼에도 결혼식을 미룬 건 홍화반점 때문이었다. 가업이 휘청하는 상황에서 결혼식을 올리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됐던 것이다.

혁기 형이 꼬박꼬박 함께하는 것도 그래서였다.

그건 김현우도 마찬가지였고.

사실 얼마 전까지는 다들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계속 이어지는 할인 공세에 눈에 띄게 매출이 줄어들고 있었다. 다시 안정세가 되면서 조금씩 오르고 있었지만, 아직 상황을 돌파할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김창주를 제외하고.

강형우는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탕수육 소스 그릇을 번쩍 들었다.

“야, 야. 난 찍먹이야!”

“아, 귀찮은데 그냥 부어.”

“됐거든. 난 바삭한 게 좋다고!”

정덕수의 강한 반항(?)에 결국 강형우는 소스를 내려 놔야 했다.

결론은, 찍먹파는 그냥 먹고 부먹파는 소스에 담갔다가 자기 그릇에 덜어먹는 걸로 정해졌다.

강형우는 어쩔 수 없는 부먹파였다.

식구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그냥 소스 찍어 먹다간 몇 개 먹기도 전에 그릇이 바닥을 드러내니까.

“흐음. 꽤 맛있는데요?”

강형우의 말에 이혁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이전보다는 산뜻함이 강했다. 느끼함이 줄어들었고, 미묘한 향이 더해졌던 것이다.

원래 태성반점은 약간 올드한 스타일이었다.

좋게 포장하면 전통 중국집 맛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현대적이지 못했다.

이제는 빛이 바래서 검게 보이기까지 하는 나무기둥.

원래 금색이었을 터인 글자들도 누렇게 보였고, 벽면을 채운 인형 장식들은 조명에 따라 공포영화 세트장으로 바뀌고 있었으니까.

이런 가게는 젊은 사람들이 잘 오질 않는다. 입구의 오래된 섀시 문에서부터 거부감을 느끼게 되니까.

그때 이혁기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손을 들었다.

“다들 한잔하자. 오늘 같은 날은 마셔야지.”

역시 고량주는 독했다. 딱 두 병이 비워졌을 때, 다들 얼굴이 벌게졌으니까.

그때, 가장 취한 김현우가 불쑥 물었다.

“형우야.”

“예, 형.”

“솔직히 너, 요즘 변했어.”

“예?”

“그러니까… 나쁜 쪽이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하나. 쩝! 갑자기 말이 생각이 안 나네.”

고개를 끄덕인 정덕수는 강형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도 그래~ 뭔가 너한테서 에너지 같은 거? 그런 게 느껴지더라고.”

“그래요?”

짐작 가는 게 없지는 않았다.

수련을 꾸준히 하면서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다. 거기에 어묵국밥의 히트 이후로 자신감까지 생겼다.

그 배경에는 장백호의 기억이 있었다.

누구보다 거침없이 한 시대를 풍미한 사나이.

그의 경험과 인생관을 온전히 흡수할 수 없었지만,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때 김창주가 말했다.

“솔직히 난, 형우가 이렇게까지 해 줄 줄은 몰랐어.”

그러면서 아까의 일을 이야기하는데, 블랙타이거 새우에 결정타를 맞았단다.

사실, 김창주도 몇 가지 신제품을 준비하긴 했다.

하지만 강형우의 튀김을 맛보고는 슬그머니 냉장고로 집어 넣었다.

그걸 정덕수한테 딱 들켰단다.

“쪽팔렸지! 명색이 튀김집 사장인데, 분식집 사장한테 밀릴 줄은 몰랐거든.”

“푸하하하!”

정덕수의 요란한 웃음에 김창주가 노려봤다.

“사실 난, 형우가 처음 분식집을 연다고 할 때부터 조금 의심했거든.”

“예? 왜요?”

“너 싸움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었잖아. 학교 성적은 중간에, 상식은 아주 바닥이었지.”

“예이~ 그건 어릴 때나 그랬죠.”

“아냐. 너 휴가 나왔을 때 다들 뭐라 그랬냐? 몸 쓰는 게 천직이니 군대 말뚝 박으라고 했지?”

다들 당연하다는 것처럼 동시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갑자기 민망해졌다.

이 형들, 날 알아도 너무 잘 안다.

하긴, 동네에서 거의 삼십 년을 보고 지냈으니 오히려 모르는 게 이상하겠지.

어쩌면 나보다 더, 나를 잘 알지도.

“취사병 출신도 아닌 녀석이 갑자기 음식 장사한다는데 누가 안 놀라겠냐?”

“그렇지. 나도 그 생각했다.”

“그런데 나한테 오뎅 국물 배워 가서 국밥 만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 거기다 그때 알려 준 고추튀김은 진짜 대박 났어.”

평일 기준 200여 개가 나간단다. 심지어 주말에는 300개가 넘게 팔린 날도 있을 정도였다.

여기에 몇 가지 튀김이 더 추가되었으니 신무기를 장착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발사했는데 불발탄만 아니라면, 거의 폭격 수준이 될지도 몰랐다.

김창주는 강형우의 잔에 고량주를 따른 뒤 잔을 들었다.

“하여간 고맙다.”

“에이~ 상부상조죠. 거기다 수업료까지 받았는데요.”

“어쭈? 돈 때문에 했던 것처럼 들린다? 애초에 협조를 구한 사람은 너잖아!”

“압니다. 알아요. 그래서 형들이 고마운 거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거죠.”

그때 정덕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새끼야! 웃지 마!”

“예? 왜 갑자기…….”

“정든다.”

“맞아. 그 곰 같은 얼굴이 잘생겨 보이잖아!”

김창주가 확인사살을 하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강형우는 머쓱해하며 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저도 거울 볼 때마다 놀라긴 해요. 요즘 부쩍 잘생겨지고 있다고…….”

“마! 술 마셔.”

“옙.”

“두 잔 마셔. 벌주다.”

그렇게 동네 형동생들은 장난치며 술자리를 이어 갔다.

며칠 뒤, 강형우는 깜짝 놀랐다.

김창주가 무려 300만 원을 보냈으니까.

***

“나도 알아봤거든? 컨설팅 기본비용이 오백이라더라.”

“예?”

“하여간 몇 번 시행착오 겪어 보고, 제대로 튀김 나오고 먹어 보니까 확신이 섰다. 이거 진짜 된다!”

“그야 당연히…….”

“그거 너 고생한 값이야. 정 뭣하면 나중에 술이라도 한잔 사라. 나 바쁘니까 끊는다!”

뚜우, 뚜우~

“쩝, 이 형 자기 할 말만 하고 끊네?”

강형우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외식 컨설팅.

그런 게 있다는 건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한 일이 그런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냥 가까운 사람들이 망하지 않았으면 싶었다.

장사 스트레스에 조금씩 신경질적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싫었고, 동네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것도 답답했다.

그래서 시작한 거다.

다들 잘 되었으면 해서.

“근데 너무 과한데?”

다 합치면 무려 500만 원이다. 지성분식 두 달 장사해서 버는 돈이 들어왔던 것이다.

“돌려준다고 하면, 돌아오는 건 쌍욕이겠지?”

문제는 마음에 부담이 된다는 거다.

아직 덕수 형의 버거집도 해야 했고, 며칠 전 이혁기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었으니까.

중요한 건, 거기에만 매달릴 수도 없다는 것!

“일단 나부터 먹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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