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목식당 리얼갑부-23화 (23/251)

# 23

23화 망하게 해준다면서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우르르르.

퍼묵퍼묵.

후다다닥.

이게 제일 맞을 것 같았다.

단체 손님들이 왔는데, 먹고 가는데 걸린 시간은 전부 합해서 10분 정도였다. 음식 나온 시간을 제외하면 말 그대로 순식간에 음식 삭제였던 것이다.

여덟 명이 들어와 동시에 외쳤다.

“어묵 세트요!”

강형우가 잽싸게 말아 갔더니, 그 자리에서 아주 음식 학살(?)을 시작했다.

“이게 그렇게 소화가 잘 된다면서?”

“맛도 괜찮은데?”

“크하, 속 풀린드아아~”

“역시 학수 형 말이 맞네.”

“난 내일 또 올 것 같은데?”

막 그렇게 떠들면서 먹는데, 학원 강사들이라 그런지 대화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렇게 폭풍처럼 식사하더니 계산은 따로따로 했다. 받은 카드만 여섯 개, 두 사람은 현금으로 계산하고 갔던 거다.

돈 다 받고 시간 보니 정말이지 후딱이었다.

황당하게도 설거지도 편하라고 삭삭 비우고 갔다. 그릇에 남은 국물을 다 모았는데, 불과 한 수저도 안 되었던 것이다.

뭐, 거기까지면 그러려니 하는데 문제는 이후였다.

“지혜야. 시간 됐다.”

“알았어요. 준비할게요!”

공지혜는 결연한 표정으로 김밥들을 마구 말기 시작했다.

강형우도 얼음을 꺼내 바로 밑준비에 들어갔다.

일명 학생 러쉬 타임!

정말이지 우르르 몰려와서 어묵국밥을 시키고, 후루루룹 하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음 수업까지 5분밖에 없다나 뭐라나.

저녁 9시까지 그걸 서너 번 반복하니 죽을 맛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이날 매출만 60만 원이었다.

아직 오픈 초창기 수준은 아니지만, 하루 10만 원 이하로 벌 때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문제는 이 같은 러쉬가 계속되었다는 것!

계산해 보니 화요일과 목요일을 제외하고, 평균 50만 원이 벌릴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

“와! 오빠! 이러다 금방 부자 될 것 같은데요?”

공지혜는 박수까지 칠 정도로 좋아했다.

피식 웃었지만 강형우는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어묵국밥이 인정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

반대로 표현하면, 신메뉴가 추가되어 생긴 오픈 빨이었다.

게다가 추운 계절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한시적인 상태였다.

하지만 노난 건 노난 거다.

“뭐, 잘 벌리면 좋긴 한데…….”

공지혜가 김밥을 맡아 줘서 버티고는 있는데, 솔직히 힘들고 정신없었다.

다른 메뉴들을 줄이지 않았다면 여기가 바로 지옥이겠지.

그만큼 잘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걸 증명하듯 어묵 주문량을 벌써 네 배로 늘렸다.

거기에 육수는 처음 할 때보다 여덟 배는 더 많아져서 매일 새벽마다 우린다고 개고생이었다.

“아무래도, 사람 하나 더 써야 하나?”

***

“호오오오~ 흐으으읍~”

몸속의 탁기를 훅 내뱉고는 숨을 멈췄다.

찌릿 찌릿, 짜릿 짜릿.

전에는 그저 움찔움찔하던 수준이었는데 요즘에는 심상치 않았다.

이게 내공이구나!

딱 그 정도였다.

머리카락 하나가 손등에 떨어졌을 때, 느껴지는 정도의 가벼움이랄까?

그런 게 있었던 거다.

“확실히 계속하니까 좀 나아지긴 하네.”

매출이 오르고, 장사가 바빠지자 강형우는 매일 파김치 상태였다. 축 늘어져서 누가 건드리면 꿈틀꿈틀 하는 그런 정도로 지쳤던 것이다.

그랬기에 본격적으로 운동 시간을 늘렸다.

눈에 띄게 몸이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아침마다 느껴지는 상쾌함이 활력을 주었던 거다.

마치 중독되는 기분이랄까?

“후우우읍.”

강형우는 다시금 호흡을 정리해 거친 숨소리를 안정시켰다.

일단 여기까지가 워밍업이었다.

이어지는 건 푸시 업 200개, 윗몸일으키기 100개였고 마지막으로 버핏 테스트 50회였다.

“흡흡, 흡흡, 학학, 학학!”

강형우는 몸에서 열이 날 정도로 운동에 집중했다.

한창 할 때와 비교하면 횟수는 적었지만, 너무 무리가 가면 안 된다. 장사를 해야 하니 적당한 수준이 필수였던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가 추가되었다.

바로 샌드백.

호오오오, 하면서 숨을 내뱉고 손바닥으로 팡!

흐으으읍, 하면서 폐를 채우고 손바닥으로 팡!

그걸 반복하기 시작했다.

일단 가볍게 왼손으로 50번, 오른손으로 50번이었다.

이렇게 해 보다가 점차 횟수를 늘릴 요량이었다.

중요한 건 힘으로 치는 게 아니었다. 머릿속으로 손을 채찍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팡팡 치는 걸 잊으면 안 되는 거다.

어쨌든 손을 털듯이 샌드백을 두드리는데, 그러다 주인아줌마한테 오질나게 욕먹었다.

새벽부터 시끄럽게 뭔 짓이냐고!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오히려 아줌마가 좋아했다.

늦잠 자는 아들내미가 그 소리 듣고 기상한다고, 알람보다 효과가 좋단다.

하긴, 아줌마 아들 강석이가 좀 게으르기는 하지.

아무리 수능 끝났고, 대학 포기했다지만 하루 9시간씩 잔다는 게 말이 되나?

“하아아아아~”

이렇게 한바탕하고 나면 한겨울에도 땀범벅이 된다.

몸에서 후끈하게 열도 나고, 차가운 겨울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시원하다.”

강형우는 두 팔을 번쩍 들고 산바람을 그대로 맞았다.

정말이지 음식 장사는 체력이 중요했다.

꾸준히 운동 시간을 늘린 결과, 저녁까지 무탈하게 버틸 수 있었다. 어쩌다 하루 빼먹으면 희한하게도 그날은 시체처럼 늘어졌던 것이다.

그럼에도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어묵국밥 개시 3주 차.

“대충 수익이 계산되기는 하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달 가져가는 돈이 200만 원은 가뿐히 넘을 것 같았다.

누군가는 고작 그거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몇 달 굶었던 입장에서 보면 나름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요즘만 같으면, 매일 날아다닐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장사가 아주 호황이다 못해 가게 입구에 불이 날 정도였으니까.

일단, 강사들이 왔다가고 그 이후 학생들이 들렸다.

대충 계산하면 하루 평균 100여 명 수준!

그러다 보니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어묵국밥과 세트에서 나왔다.

역시 은인님은 은인님이었다.

나중에 슬쩍 물어보니, 이학수는 제법 레벨이 높았다. 위장병 때문에 음식에 민감했는데 덕분에 맛집 카페에서도 운영자급 수준의 미각을 자랑했던 거다.

그래서일까?

이학수가 올린 글은 제법 인기가 많았다.

그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장사가 바빠지는 바람에 오뎅 판매는 반휴업이었다.

미끼 상품 역할을 톡톡히 하다가 하얗게 불태운 상태라고나 할까?

지금 오뎅 판매는, 계산할 때만 가서 확인하는 정도로만 영업하고 있었다. 안이 너무 바빠서 꼼꼼히 신경 쓰기 어려웠던 것이다.

어떨 때는, 학생 러시 끝나고 확인하니 커다란 통에 떡꼬치 하나만 달랑 남아 있을 정도였다.

다행인 건, 공지혜가 김밥 말면서 그걸 확인한다는 거였다.

“그나저나, 곤란하긴 하네.”

12월 중순.

희한하게도 따뜻해지고 있었다.

날씨가 미쳤는지 이게 겨울인지 가을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포근해졌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학생 하나가 반팔 입고 가게에 왔겠는가.

어쨌든 그 영향인지 판매가 살짝 주춤했는데 그래도 전체적인 매출은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수상쩍은 인간들도 종종 보인다는 거였다.

***

“흐음.”

“어허.”

“하아.”

복잡난무한 신음이 들렸다.

정장 입은 세 사람이 어묵국밥을 신중히 먹고 있었다. 그런데 딱 봐도 식사가 목적이 아니었다.

마치 과학자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그렇게 손님들이 사라지고, 또다시 못 본 사람들이 찾아왔다.

황당하게도 왜 앞치마를 하고 왔냐고오!

어쨌든 요리사 비슷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다녀간 다음 날 점심에, 놀랍게도 조성기가 찾아왔다.

“장사 좀 되네?”

말투가, 딱 들으면 기분 나쁠 정도로 비아냥이 가득했다.

그 때문인지 공지혜는 대꾸조차 하지 않고 화장실로 가버렸다.

“야! 넌 친구 왔는데, 반갑지도 않냐?”

“뭐, 보시다시피 바빠서.”

고작 여덟 테이블, 하지만 빈자리는 없었다. 마지막을 채운 건 조성기였으니까.

“됐고, 왜?”

“당연히 소문 자자한 거 먹으러 왔지. 안 그러면 왜 왔겠냐?”

소문? 무슨 소문?

강형우가 궁금해하는데, 조성기는 씨익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툭툭 테이블을 두드렸다.

“야! 한 그릇 줘 봐!”

순간 확 기분이 나빠졌다. 저 아갈통을 확 갈겨 버리고 싶을 정도로 울컥하는 충동이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 수련하는 방식으로 후려치면, 저 새끼는 죽을지도 몰랐다.

“알았다.”

강형우는 가까스로 참고 오뎅국밥을 말았다.

그걸 들고 잠시 고민했다.

여기에 다진 태국고추를 확 밑에 깔아 버릴까?

아니면 실수인 척 캡사이신을 확 뿌려 볼까?

하지만 음식에는 정직해야 했다.

나한테야 하루에 나가는 수백 그릇 중 한 개지만, 손님한테는 단 하나의 음식일 테니까.

“히야~ 좋네. 이게 달랑 삼천 원이라니, 씨발 거저다?”

조성기는 그렇게 말하며 숟가락을 들었다.

의자에 턱 기대서, 불쌍하니까 한 번 먹어준다는 그런 포즈였다. 그런데 국물 한 숟갈 마시고 나니 갑자기 몸을 확 숙였다.

“크하. 흐아. 씨발!”

감탄사가 이상하게 이어졌다.

조성기는 숟가락으로 무를 잘라 밥 위에 올리더니 쉴 틈 없이 먹기 시작했다. 오뎅도 한입에 우물우물하면서 연신 국물을 마시는데, 저 새끼 굶고 왔나 싶었다.

타이머를 확인하니 조성기는 딱 3분 컷을 찍었다.

거의 마시는 수준!

“후우아, 하아아! 씨발 졸라 좋네. 완전 해장인데?”

“왜? 어제 많이 마셨냐?”

“아오! 새벽까지 나이트에서 달리다가 거기 앞에서 국수 먹는데… 진짜 토 나오더라. 밍밍하고, 싱겁고, 맛없는데 억지로 먹었다.”

아! 알리바이 나이트구나.

거기 앞집 아줌마 아파서 그만 두고, 새로 이모가 바뀌면서 조미료를 많이 섞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걸 알려준 건 평석이 형이었다.

“야! 근데 너, 너무하다? 진짜 전화도 안 받고.”

“아, 바빠서.”

“그래도 그렇지. 친구끼리 무슨 인연 끊는 것도 아니고 너무한 거 아니냐?”

조성기가 의자에 턱 기대고 다리까지 꼬는데… 흐음, 뭐라 말해줘야 하나?

“성기야.”

“씨발~ 인성이라고 인성! 조인성. 엉? 내 이름은 조인성이라고. 이 씹새끼야!”

버럭하며 소리치니, 옆에 있던 손님들이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이후 반응이 문제였다.

다들 조성기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풋! 하고 웃는 게 아닌가?

심지어 철없는 학생들은, 들으라는 듯 떠들기까지 했다.

“조인성이 돌 맞았나?”

“야! 돌 맞아도 저래 안 되거든.”

“하긴, 절구로 빻아도 저건 아니지.”

순간 조성기가 벌떡 일어나더니 학생들한테 달려가려 했다.

“애새끼들이 돌았나? 확! 씨발. 까보까 새끼들…….”

그 입을 막은 건 강형우였다. 커다란 손바닥으로 아예 입을 막아버렸다.

“야! 애들한테…….”

“웁, 우웁. 웁웁!”

“우리 가게 손님이다. 참아!”

“욱, 욱웁, 꾸어어읍.”

조성기 이마에 힘줄이 불뚝 서더니 갑자기 얼굴이 벌겋게 물들어 갔다.

강형우는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아~ 미안, 내가 좀 힘이…….”

“후아. 하아~ 하아~”

“괘, 괜찮…….”

“후아하, 씨발! 죽는 줄 알았네.”

조성기는 손으로 자신의 심장박동을 확인했다. 그러다 학생들을 쳐다보더니 인상을 팍 구겼다.

분위기가 잡쳤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씨발! 기분 더럽네.”

조성기는 갑자기 학생들한테 숟가락을 집어 던졌다.

캉. 캉캉.

벽에 부딪히고 바닥에 튕기면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다들 쳐다보는데 조성기가 소리쳤다.

“야! 니들 얼굴 다 기억했다?”

그러다니, 어깨 으쓱하고 바깥으로 나갔다.

강형우는 잠시 멍해 있다가 이를 악물었다.

“저 새끼가 돌았나?”

***

“아! 씨발!”

조성기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애들 개소리에 울컥해서 숟가락 던지고 나왔는데, 강형우한테 잡혔다. 뒷덜미를 잡혀 가게에 질질 끌려가 카드로 공손히 계산 다 하고 나왔던 거다.

그걸 본 애들이 피식피식 웃는데, 졸라 쪽팔렸다.

“씨발, 이게 아닌데…….”

원래 계획이 있었다.

강형우한테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기고 싶었다.

그런 뒤에 생각대로 진행된다면 일이 착착 풀릴 것 같았는데 왜 이리 꼬이는지 모르겠다.

마침 김밥천왕의 문이 열리고 기다리던 사람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조 사장님!”

언제나처럼 밝고 활기찬 목소리였다.

씨익 웃는 미소마저 멋져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조성기의 감정은 그렇지 못했다.

“김 부장님.”

“조 사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니 그게…… 약속하고 다르잖아요?”

김 부장이라 불린 남자는 뭔가를 눈치챈 듯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다. 이내 쾌활하게 웃더니 태연히 조성기 앞에 앉았다.

“우리 조 사장님이…….”

김 부장이 어떻게든 달래려고 하는데, 조성기가 툭 내뱉었다.

“됐고, 씨발. 저기 확 망하게 해준다면서요?”

0